2023년 1월 4일 수요일

2022년 들은 음악 #1

 



 대륙 사상가들 중 몇몇은 음악이 ‘순수한’ 예술로서, 그게 ‘시대정신’이 되었든 무엇이든, 음악이 보다 관념적인 것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접근 했다. 물론 나야 대단한 사상가도 아니고, 학사 나부랭이나 들고 있는 사람이다만(그나마도 21세기에 Liberal Arts를 전공했으니, 사실상 고졸이나 다름 없다, 하하), 아무래도 몇 안 되는 취미가 음악인데다가, 교육 받은 배경도 배경이다 보니, 음악을 들을 때에 좀 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만의 GOREPOT이 2022년에 낸 위 앨범은 그야말로 21세기 초반, 나와 같은 일반 대중의 ‘시대정신’이라고 할 것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음악에 요구하는 모든 논리와 조화, 원칙을 다 해체한 것도 모자라, 사이사이 인터넷 밈Meme 샘플링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극한까지 왜곡되어 있는 보컬 때문에 당연히 들리진 않지만, 가사도 변태 성욕과 마약, 어처구니 없는 성적 농담 등으로만 이루어져 있고, 그 어떤 깊이도 없이, 즉발적인 웃음이나 역겨움만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1인 밴드이니 당연히 많은 악기들이 프로그램으로 짜인, 사실 상 전자 음악 비슷한 것이라는 것은 덤이다.

 그리고, 이러한 음악이야말로, 2010년대와 2020년대 극초반까지의 기간이 가지는 성격을 성공적으로 요약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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