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28일 금요일

의식의 흐름 #29

 - Dave Tate는 어떤 코치가 좋은 코치인지 판단하기 위해 다음의 기준들을 사용하라 조언한 바 있다:

1) 교육 받은 배경, 수준은 어떠한지?

2) 코치의 멘토가 누구인지?

3) 이 코치가 누굴 지도해왔는지?

4) 실제 직업, 스포츠 상 무엇을 이뤘는지?

5) 실제 자신이 코칭하는 사람들을 이전보다 힘이 세지게 만들었는지?

6) 코치가 자신이 설파하는 것에 있어 본인이 잘 하고 있는지?


- 1번부터 4번까지는 흔히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렇기에 개인적으로는 5번과 6번이 특히 중요한 지점들이라고 느끼는 바다.


- 우선, 코칭을 통해 “이전보다 힘이 세지게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 Tate가 파워리프팅에 미쳐있었던 저자임을 고려할 때에, 숨겨진 전제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 이를 테면, 이미 제법 훌륭한, 근거가 있는 훈련법(Tate의 경우를 예시로 들면, 그가 Westside Barbell에 가서 운동 하기 전 따랐던, 파워리프팅을 위한, Linear Progression을 따르는 오프시즌/시즌 블록 주기화)을 진행해왔으며, 어느 정도 테크닉이 갖추어져 있고, 영양과 휴식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는, 평범한 리프터를 가정해보라.


- 그리고 이 리프터를 “이전보다 힘이 세지게 만”드는 것이 쉬울지 어려울지 생각해보라.


- 대신 답변을 하자면, (당연히) 어렵다.


- 훈련법이 엉망이라거나, 영양과 휴식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다거나, 테크닉에 큰 문제가 있는 훈련자의 기록을 올리는 것은 쉽다.


- “이전보다 힘이 세지게 만”들 필요 없이, 부족한 부분에 대한 개입만으로도 기록이 오를 테니 말이다.


- 그러나, 훈련법, 영양, 휴식, 테크닉 등 모든 부분이 완벽하진 않아도(사실, 완벽할 수는 없다), 나쁘지 않는 수준인 리프터를 대상으로 할 때에는 아무래도 여러 지식들이 필요해지기 마련이지 않겠나?


- 그리고 이 때의 “지식”은 문헌에 기초한 지식뿐 아니라, 경험적인 지식도 포함하는 것이 될 것이다.


- 내가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문헌에 기초한 지식”이 바벨 무게를 대신 들어주진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 하나는 내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확실히 말할 수 있다. 하하.


- 그리고 “경험적인 지식”은 결국 Tate가 언급한 6번 내용과 연결된다.


- 자신이 가르치는 것을 스스로 “잘” 하고 있는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 “코치”는 “경험적인 지식” 없이 공허한 말만을 하고 있을 공산이 큰 것이다.


- 코치가 훌륭한 선수Competitor여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이는 결국 유전자의 영역이니까.


- 하지만 적어도 “잘” 하긴 해야 한다. 실로 모호한 말이지만, 적어도 자신이 가르치는 분야에서, 자신이 가르치는 방식을 따라 어느 정도 결과를 스스로 내봤어야 한다는 것이다.


- 이러한 맥락에서, 나는 소셜 미디어에 자칭 코치가 넘쳐나는 것을 약간은 이해할 수 없다. 스스로 생각해볼 때, 저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적어도 3~5년 간은 쇠질 종목 중 하나를 골라 꾸준히 시합을 나가보아야 할 것 같단 말이다. 3~5년이라고 해봐야, 1년에 시합을 두 번 가지는 경우, 매크로 사이클 6~10번에 불과하다.


- 스스로 그러한 “경험적인 지식”을 쌓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효과적인 코칭이 가능하단 말인가?


- 이것은 내가 코칭을 하고자 해서 쓴 글이 아니다. 오히려 소비자의 입장에서 쓴 글이다. 적어도 나는 내가 누군가를 “코칭”해줄 능력이 되지 않는다는 것(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그런 능력이 되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을 안다.


2023년 4월 27일 목요일

최근 들은 음악들 단평 (4)

 1. Wayfarer – Vaudevile

 악곡의 서사, 구조에 기초해 곡을 평가하며 “트루 메탈”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기겁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블랙 메탈을 블랙 메탈답게 하는 요소들에는 악곡 외에도 음향과 곡들을 둘러싼 문화적 맥락도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이를 테면, 소위 블랙게이즈(Blackgaze) 같은 장르를 생각해보면, 음향적인 부분이 블랙-메탈-스러움이라고 할 것을 구성하는 요소임을 부정할 수 없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다른 한 가지는 “만들어진 전통”이라고 해야 할까.. 고대~중세 인종/문화 집단에 과하게 집중하는 것, 또는 그것에서 영감을 받은 창작물에 과하게 집중하는 것 역시 블랙-메탈-스러움의 일부가 아닐까 생각한다. 얼마나 많은 밴드들이 바이킹이니, 아리안 문화니 하는 것에 집중하는지 생각해보면, 이 주장도 부정하기 어려운 것이라 생각한다.

 왜 이리 서론을 길게 썼는고 하니, 미국의 Wayfarer가 음향적인 부분, 그리고 문화적 배경에서 실로 미국적이라고 할 블랙 메탈을 한다는 말을 하고 싶어 그랬던 것이다. 기본적으로 악곡 자체는 블랙 메탈다운 서사성에 집중하지만, 음향적 부분에서는 미국 포크, 컨트리 음악의 영향이 느껴지고, 심지어 밴드가 다루는 주제는 미국 서부 개척 시대, 그러니까 실로 미국적인 신화를 다루고 있다. 바이킹이니 아리아인의 영광이니 하는 것보다 실제 더 직접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주제라는 점도 정말 좋다. 언제나 그렇듯, 유럽 대륙에서 나온 무언가는 영미권을 통해야만 더 멋진 것이 되며, 블랙 메탈도 예외가 아님을 Wayfarer가 보여준다는 게 개인적 감상이다.


2. Vektor – LCD (Liquid Crystal Disease)

 물론 내가 수박 겉핥기 식으로 음악을 듣는 사람이라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메탈이라는 장르 자체가 한 하위 장르 내에서 가장 잘 하는 밴드 한 둘을 들으면, 그 하위 장르의 다른 밴드들은 딱히 들을 필요가 없어지는… 그런 성격이 있지 않나 싶다.

 Vektor는 너무 유명한 밴드이고, 소위 테크니컬 스래시/프로그레시브 스래시라고 할 장르에서 현대에 “가장 잘 하는 밴드 한 둘”에 들어갈 밴드라 하겠다. “LCD”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곡인데, 다른 이유는 없고, 브레이크 다운과 그 이후 곡이 끝날 때까지가 너무 내 취향에 맞기 때문이다. 사실 여러 곡 들으면 좀 지치는 밴드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3. Despised Icon – Warm Blooded

 개인적으로는 90년대생답게 2000년대 후반에 나온 앨범들을 가장 많이 들었고(그 때 십대 후반이었으니 말이다), 그 중 하나가 Despised Icon의 2007년 앨범 The Ills of Modern Man이었던 기억이 있다. 십대 찐따가 데스코어를 싫어하기는 어려우니 말이다. Despised Icon은 그런 의미에서 정말 완벽한 밴드였는데, 데스 메탈 부분과 하드코어 브레이크 다운 부분이 적당히 섞여 있어, 이 쪽으로도, 저 쪽으로도 “빡센”, 실로 즐기기 좋은 음악을 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

 사족은 여기까지 하고, 최근 스포티파이로 이 곡을 듣게 되었을 때 처음 들은 생각은 ‘무슨 2022년에 이런 곡을 내냐’였는데, 알고 보니 2004년에 쓴 곡이었다(그냥, 내가 이 밴드에 크게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문제는, 곡이 좋다는 것이다. 너무 단순무식한 것 같기도 한데, 또 생각해보면 데스코어가 그러면 된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4. Lesbian Tribbing Squirt – Covered with The Juices of Youth

 Gorepot을 너무 즐겁게 들어서 Larry Wang의 다른 프로젝트들도 찾아보는데, 이 프로젝트는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겠다:

 “음악이 우습다.”


2023년 4월 20일 목요일

의식의 흐름 #28

 - 맥락의 중요성에 대해 더 이야기해보자.


- Dr. Verkhoshansky는 자신의 포럼에서 누군가가, “역도 시합 동작의 speed (“Rate of Force Development”)를 위해 매 세션 마지막 1RM의 35%로 3회 3 세트를 수행하는 것이 좋은 아이디어인가” 라고 질문했을 때, 실로 탁월한 문장으로 답변을 시작했다: “일반적인 관점에서, 해당 훈련 수단Training mean이 포함된 훈련 절차Training process 전체의 관점에서 벗어나 하나의 훈련 수단의 효용에 대해 의견을 가질 수 없다”라고 말이다.


- 이제, 위의 문장을 읽고 의기양양해져, 나 같은 소위 “안락의자 평론가”들이 사소한 것을 물고 늘어지는 것을 비판하려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겠다.


- 그러나, 그런 사람들이 (만약 현실에 있다면) 알아야 하는 것은, 누군가가 자신이 홍보하고 싶은훈련 수단을 떠들어대기 위해선, 우선 그 수단이 적용되는 전체 맥락을 설명해야 하는 (논리적인)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 “의무”는 너무 강한 표현이니, 본인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그 수단이 적용되는 전체 맥락을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하자.


- 최근 내가 전해 들은 “훈련 수단”의 예시를 이야기해보겠다.


- 근력 증가가 목표인 훈련자에게 처방되는 20~30회 이상의 고반복 세트(때론, 부분반복을 더해)가 그것이다.


- 사실, 소위 “Concurrent” 한 방식의 프로그래밍을 선호하는 리프터/코치들을 볼 때 해당 훈련 수단을 적용하는 경우를 찾는 것이 어렵지는 않다.


- Matt Wenning이 대표적으로, 그의 “Wenning Warm-up”은 세 가지 종목을 25회 2~4세트 서킷으로 진행하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 Swede Burns의 경우도, 벤치 프레스 근력 향상을 위해 와이드 그립 벤치 프레스 25회 2세트, 또는 인클라인 덤벨 프레스 30~35회 2세트를 처방한다.


- 그리고 둘의 공통점은, 해당 훈련 수단을 정당화하기 위한 맥락을 설명한다는 것이다.


- Wenning은 본인이 벤치 프레스 시합에서는 600파운드 벤치 프레스를 했지만, 그 이후 Raw 파워리프팅 시합에서는 스쾃 후 584파운드 벤치 프레스만이 가능했었고, 이것이 근력의 문제가 아니라 소위 “GPP”라 불리는 것의 문제임을 인식해 해당 훈련 수단을 고안해냈음을 항상 언급한다.


- 이에 더해, 리프터 개개인의 약점 부위 보강 및 각 세션의 주요 동작들에 사용되는 근육군에의 “Potentiation”을 위해 수행되는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 “약점 부위 보강”이라는 관점에서도, 단기간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세션마다 가벼운 고반복 동작(“워밍업”이므로, RPE는 매우 낮게 처방된다)을 수행하는 것이 연 단위로 쌓이는 것을 이야기한다.


- 그리고, 이러한 설명은, Wenning이 소비에트 시스템에 기초해 재구성한 Westside Barbell 방식을 따른다는 점에서 보다 설득력을 얻는다. 소비에트 시스템의 관점에서는 결국 사이클 내, 사이클 간 “Tonnage”를 쌓는 것이 필수적이며, “Wenning Warm-up”은 부상 위험을 줄이며 이를 이룰 수 있는 전략 중 하나가 되는 것이다.


- Burns의 경우는 보다 고전적인, 미국-적이라고 할 “파워빌딩” 방식에 가깝기에, 고반복 세트가 다른 맥락을 가진다. Burns의 처방에 따르면 고반복 세트는 마이크로 사이클 내에서 아예 별도의 훈련일을 가지며, RPE도 매우 높게 처방된다.


- 그리고 Burns가 이를 통해 노리는 것은 당연히 동작에 특화된 근비대이다.


- 지나친 반복수와 RPE가 아니냐고? Burns는 상기 고반복 세션을 9일 마다 한 번씩 진행하도록 처방한다(이 9일 간, 벤치 프레스 세션은 총 두 번이며, 그 중 한 번이 고반복 세션이다). 회복 및 과부하가 가능한 빈도인 것이다.


- 위 두 가지 예시의 경우, 훈련 수단으로서 고반복 세트가 적절한지 아닌지 평가할 수 있다. 전체 훈련 절차와 맥락이 설명되기 때문이다(그리고 아마 두 경우 모두 “적절”할 것이다).


- 문제는, 이러한 맥락이 설명되지 않을 경우이다. 혹은 의도적으로 누락되거나.


- 만약 누군가가 기존 훈련하는 방식에 고반복 훈련을 얹는다고 생각해보자.


- 이건, 그냥 멍청한 짓이다. 


- 애초에 “디로딩”을 왜 하는가? 사이클 내에서 쌓인 피로를 관리하기 위함 아닌가?


- 사이클 내에서 피로가 왜 쌓이는가? 부분적으로는 근육 내 글리코겐이 힘든 훈련 사이클 내에서는 다 채워지지 못 하기 때문 아닌가?


- 그리고 사이클 내에서 일어나는 신경내분비계의 변화 역시 피로가 쌓이는 이유 중 하나이지 않은가?


- 결국, 사이클 내에서의 “볼륨”이야말로 피로가 쌓이는 직접적인 원인이지 않나?


- 이를 고려할 때, 맥락 없이 볼륨을 늘리는 것이 과연 좋은 일일 수 있나?


- 물론 6개월~1년 정도의 장기적인 적응이 있는 경우 효과가 있을 것이다. 


- 그러나 보다 목적에 특수한 훈련 수단을 사용하여 얻을 수 있는 훈련 효과(이를 테면 근지구력,또는 근비대)를 위해, 그다지 특수하지 못한 수단을 사용해, 그것에 적응하는 것이 현명한 일인가?



- 그리고 제발 “GPP”를 주장하지 말아라. 애초에 쇠질과 관련해 “GPP”가 왜 유명해졌는지 생각해본 적 있는가? Louie Simmons가 A. S. Medvedyev의 “Multi-Year Training” 예제를 너무 감명 깊게 읽어서 그런 것이다. “Class III” 수준의 리프터로서, 여름철 몇 달 간 GPP를 위한 블록을 계획해 스프린트와 점프, 투포환을 할 것이 아니라면, 그냥 근육이나 붙여라(그렇다, “보디빌딩식” 운동이나 해라).


- 물론, 기존 운동하는 것에 고반복 세트를 더했을 때, 바로 효과를 보는 상황도 상정해볼 수 있다.


- 바로, 훈련자가 상대적으로 초보자이거나, 훈련 경력이 짧아, 기존에 하던 것과 다른 자극역을 건드리는 것만으로도 빠르게 새로운 자극에 적응하는 경우이다.


- 이 경우라면 어떤 훈련 수단을 추가하더라도 단기간에 훈련 효과를 볼 수 있다.


- 이에 더해, 가동 범위를 제한하는 경우, 실제 기록 측정에서도 불필요한 가동 범위를 줄이게 되어(일종의 테크닉 개선), 기록이 느는 것을 유도할 수 있다.


- 결국, 상대적으로 초보자이거나 훈련 경력이 짧은 사람에게 고반복 세트를 처방하는 경우, 1) 새로운 자극에 대한 (상대적으로) 빠른 적응, 2) 잠재적인 테크닉 개선을 통해 상대적으로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게 된다.


- 이것이 훈련자의 훈련 생애 전반에 걸쳐 유의미한가? 그렇지는 않다. 결국 늦든 빠르든 목표하게 될/얻게 될 훈련 효과이니까.


- 하지만 이것이 품팔이에 유의미한가? 그렇다. 단기간에 훈련 효과가 나와야 마케팅이 가능하니까.


- 그리고, 이 경우 맥락을 누락하는 것이 필요해지는가? 그렇다. 그래야 무언가 비밀이 있는 줄 알고 사람들이 돈을 낼 테니.


- 만약 이 글을 읽은 독자라면 하기를 명심하라:


- 어떤 훈련 수단을 보았을 때, 1) 그 훈련 수단이 적용되는 맥락이 우선 고려되어야 하며, 2) 이미 성공한 리프터/코치들이 해당 훈련 수단을 어떻게 적용하는지를 우선 파악해야 한다.


- 만약 상기의 과정에서 무언가 누락, 오류, 불일치 등이 있는 경우, 믿지 말아라.


- 쓰고 보니 중언부언이 지나친 글이 되었으나, 언제나 그래왔으니 큰 문제는 아닐 것이다.


2023년 4월 14일 금요일

의식의 흐름 #27

 - 쇠질 기록과 관련해 가장 의미 없는 말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내 생각엔 시합 규칙 상 허용되는 특정 테크닉이 “치팅”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가장 의미 없는 말인 것 같다.


- 벤치 프레스 아치가 치팅이니, 스모 데드리프트가 치팅이니 하는 말들 말이다.


- 우선, 그게 그렇게 “치팅”이라면, 그렇게 말 하는 사람들이 직접 벤치 프레스 아치와 스모 데드리프트 테크닉을 사용해 현재 있는 기록들을 깨면 될 것 아닌가? 


- 그리고, 기록 경쟁을 하는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쇠질 기록 경쟁도 보다 많은 중량을 들기 위한 자세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왜 이해하지 않는가? 


- 관련하여 역도의 예시를 들어보자.


- 프레스를 생각해보라. 1960년대 이후 동구권 리프터들은 사실상 프레스 대신 상체 저크라고 할 것을 고안해내었다. 무릎만 굽혔다 펴지 않으면 심판들이 흰 불을 줬으니까!


- 이런 상황이면 당연히 이기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게 맞지 않나? 밀리터리 프레스를 하며, 합계에서 80kg 손해를 보는 게 현명한 선택인가?


- 그리고 쇠질 시합의 규칙이라는 것은 계속 바뀌기 마련이기에, 결국 반칙, “치팅”은 해당 시점의 특정 규칙을 어기는 것에만 적용될 수 있는 말임을 기억해야 한다.


- 애초에 스내치에 그립 너비 제한이 있었다는 것은 아는가?


- 영국과 프랑스에서 20세기 초반 적용하던 규칙에 따르면, 스내치에서 바벨을 잡는 그립 너비는 두 개의 덤벨을 잡고 프레스하는 너비를 넘을 수가 없었다. 1930~40년대 들어서야 그립 너비를 넓히는 룰 개정이 있었던 것이다.


- 1960년대 중반까지는 스내치나 클린을 할 때, 말 그대로 “Clean”한 방식이 강요되었다는 것, 그러니까 바벨이 머리 위로 들려 고정되거나, 어깨까지 올라가기 전에 몸에 닿는 경우 실격 처리되었다는 것은 알고 있는가?


- 요즘 역도 선수들이 하는 동작들은, 20세기 중반까진 규정 상 모두 반칙이었단 말이다.


- 하지만, 현재 규정 상 “요즘 역도 선수들이 하는 동작들”은 반칙, “치팅”이 아니다. 이에 모두 동의하지 않나?


- 아치 벤치 프레스와 스모 데드리프트 모두 파워리프팅 “현재 규정 상” 반칙, “치팅”이 아니니, 같은 논리가 적용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 이제 누군가는 IPF의 벤치 프레스 규정 개정을 이야기할 것이다. 팔꿈치 깊이를 보는 그 규정 말이다.


- 그런데, IPF만 파워리프팅을 하는가?


- IPF를 제외한 다른 파워리프팅 단체들은 모두 “팔꿈치 깊이” 규정 따윈 가지고 있지 않으며, 그 다른 단체들에서 세운 기록도 여전히 파워리프팅 기록으로 인정 받을 수 있는 것 아닌가?


- 하긴, 소위 “Raw” 파워리프팅을 하는 사람들은 위와 같은 논리로 아치 벤치 프레스와 스모 데드리프트를 옹호하다가도, 장비 파워리프팅을 보면 또 거품을 물곤 한다.


- “진짜 힘”이 아니니 뭐니 하며 말이다.


- 그러나, 위에 계속 설명한 맥락에서, 장비 파워리프팅 역시 그들이 가진 규정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며, 쇠질의 한 형태로서 인정되어야만 하는 것이지 않나?


- 사실 요즘 새로이 나오는 니 슬리브들이 혼자서도 서있다거나, 위에 원판을 올려도 눌리지 않는다고 광고하는 것은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 아님을 아는가?


- Inzer사의 Leviathan 스쾃 수트가 혼자서도 서있다는 것을 마케팅 요소로 삼았다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 그리고 사실 파워리프팅은 그 시작부터 장비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 60~70년대 파워리프터들이 무릎에 Ace밴드를 감으며, 무릎 뒤에 테니스 공을 반으로 잘라 넣었다는 것을 아는가?


- Anthony Fratto도 그런 방식으로 70년대 초반에 705파운드 스쾃을 했다고 알려져 있다.


- 그리고 주변 사람들은 Fratto에게 아무 말도 못 했을 것이다. 왜냐고? Fratto는 마피아 어소시에이트라는 설이 있는 사람이니 말이다. 이름도 “Anthony”이지 않나.


- 더 나아가, Tom Overholzer 같은 리프터는 60년대 후반에 이미 몸을 침대 시트로 감싸고, 그 위에 청바지 반바지를 입은 뒤, Ace 밴드를 두르고 그 위에 싱글렛을 입고 스쾃을 했다고 한다.


- 저런 노력 덕에 맨몸으론 500파운드 스쾃도 못 하던 사람이지만, 시합에서는 660파운드 이상의 스쾃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 이런 모든 것들이 금지된 이후로도, 파워리프터들은 기록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했다.


- Monolift 가 사용되기 전, 80년대에 Dr. Fred Hatfield는 1,000 파운드 스쾃을 하기 위해, 스쾃 랙에서 바벨을 들고 뒤로 걸어나오는 것이 아니라, 주변 스파터들에게 랙을 앞으로 치우게 했다.


- 사실, 위에 언급한 Overholzer도 마찬가지로, 친구들이 랙을 앞으로 치워주었다고 한다.


- 그리고 저 모든 것이 기록으로 인정되었다! 왜냐고? 당시엔 저걸 금지하는 규칙이 없었으니까!


- 만약 IPF를 과하게 좋아하는 사람이 팔꿈치 깊이를 언급하며 어떤 리프트가 벤치 프레스 기록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면, 무시해도 좋다는 것이다.


- 왜냐고?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은 자신이 좋아한다고 주장하는 스포츠의 역사조차 모르는 사람일 것이기 때문이다.


- 쓰고 보니, 정말 아무런 정리가 안 된 글이 되었는데, 제목이 “의식의 흐름”이니 괜찮을 것이다.


2023년 4월 6일 목요일

의식의 흐름 #26

 - 언제 늙었다고 느끼는가? 개인적으로는 스스로 점점 속 좁은 사람이 된다는 느낌을 받을 때, 사소한 것에도 불편함을 느낄 때에 자신이 늙었다는 느낌을 크게 받는다. 무슨 뜬금없는 소리인지 할 수도 있겠으나, 하기 글이 쓸데없이 사소한 것에 느꼈던 불편함의 집합이기에 적은 문장이다. 인터넷에 올라온 글을 읽고 괜히 혼자 기분 나빠하는 취미를 가지고 있는 분만 읽기를 바란다.


- “세미 스모” – “스모 데드리프트”의 정의가 무엇인가? 바벨을 잡은 양 손의 바깥에 양 발이 놓이는 자세로 하는 데드리프트를 “스모 데드리프트”라고 부르지 않는가? “세미 스모”는 반쯤 “스모 데드리프트”라는 말일 터인데, 한 발은 한 손 바깥에, 다른 발은 다른 손 안 쪽에 놓는 것인가? 그냥 “내로우 스모”든 뭐든 다른 말, 보다 분명하게 이해되는 말로 부르면 안 되는 걸까?


- “린 벌크”, “린 매스업” – 만약 체중을 불리고 싶다면, 체지방도 함께 쌓일 각오를 하는 게 맞지 않나? 그게 싫다면 PED를 사용하면 된다. 복근을 유지하고 싶다면, 유지 칼로리 정도만 먹든, 조금 더 먹든 하면 된다. 무수히 많은 “스트렝스 애슬릿”들이 하고 있는 일이란 말이다.


- “키토 벌크”, “키토 매스업” – 지방과 관련해 지방산의 재에스터화(re-esterification)을 들어보셨는지? 소위 “칼로리 서플러스” 상태에서 지방을 많이 섭취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 여러분의 몸은 말 그대로 팔뚝의 지방을 분해시켰다가, 혈관을 통해 그걸 배로 이동 시켜 다시 저장시킬 수 있다. 


- “볼륨” – 제발 누구든 “볼륨”을 이야기할 때 어떤 방식으로 계산되는 “볼륨”을 말하는 건지 우선 이야기해줄 수는 없는 것일까? 역도 관련자들처럼 “Tonnage”를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동구권이 역도든 파워리프팅이든 가리지 않고 쓰는 “Number of lifts”를 말하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21세기 들어 유명해진, 세트 수를 말하는 것인지 말이다.


- “역도식 데드리프트” – 누군가는 이 글을 보고 경기를 일으킬 수 있겠지만, “역도식 데드리프트”라는 것은 실로 의미가 없다. 만약 당신이 역도에 진지하게 임한다면, 다양한 구간의 “클린 풀”만 있을 뿐이다(물론 “데드리프트”라는 용어를 쓸 수 있겠지만, 이게 파워리프팅 데드리프트인 것은 아니다). 애초에 역도 “클린 풀”처럼 흉추 신전을 하고 바벨을 드는 것은 파워리프팅 관점에서 딱히 똑똑한 짓은 아니다. 굳이 팔을 짧게 만들 이유가 있는가?


- “여러 장점만을 모은 훈련법” – 이전 글에서 지적했지만, 특정 훈련법은 하나의 시스템으로서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저 당신 눈에 보기 좋은 것을 섞는다고 보다 나은 것이 되지 않는다. AMRAP과 Prilepin’s Chart를 섞지 말아라. Westside의 Conjugate method(동시적 주기화)를 Verkhoshansky의 Conjugate Sequencing(블록 주기화)와 섞지 말아라. 뭐라고? 5/3/1과 동구권 주기화를 섞겠다고? 나도 알고, 당신도 알 정도로 유명한 방법론들은, 다 유명해진 이유가 있다. 시스템으로서 효과가 있었으니 유명해진 것이다! 


- “스테로이드 이전 시기 훈련법” – 코카인이 들어간 와인을 팔던 시절 훈련법이 정말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전보와 우편이 가장 빠른 정보 전달 수단이었던 시절에 살았음에도 현대의 우리가 알 정도인 리프터라면, 뭘 해도 강해졌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Saxon을 생각해보라. 운동할 때마다 “부스터” 개념으로 술을 마셨고, 매일 벤트 프레스 중량을 쳤다. 그리고 옛날 기록들의 진위 여부는 또 어떤가? Hermann Goerner의 기록들 중 여럿이 가짜일 수 있다는 연구는 아는가(https://starkcenter.org/igh/igh-v9/igh-v9-n4/igh0904d.pdf)?


- “50~60년대 훈련법” – 이걸 파는 부류들은 2차 대전 직후 미국 역도 선수들과 함께 역도 자체를 신격화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걸 아는가? 역도 시합의 규정도 계속해서 바뀌어왔다는 사실 말이다. 스내치나 클린 동작 중 바벨이 몸에 부딪히거나 쓸릴 수 있게 된 것이 60년대 중반이며, 그 이전에는 영국에서 유래한 “Clean” 방식만이 허용되었다. 사실상 50~60년대 역도 동작이라는 것은 요즘으로 따지면 “힘클린”, “힘스내치” 같은 것이란 말이다. 마치 요즘 파워리프터들처럼 흉추를 굽히고 드는 리프터들도 있던 시절이다(멀리 갈 것도 없이 소련의 Arkady Vorobyov도 그랬다).


- “스트렝스” – 제발 무엇을 위한 “스트렝스”인지 먼저 적길 바란다. 맹목적으로 “근력”을 늘린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면 대체 누가 어떻게 알아듣겠나? 그리고 만약 저 “스트렝스”가 그냥 헬스장에서 바벨 무게나 좀 더 드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면, 그냥 시쳇말로 이야기하는 “보디빌딩식” 운동을 하며 점차적으로 중량이나 올려라. Kazmaier가 탁월하게 이야기한 바, 10회 세트에서 강해지는 것을 신경 쓰면 되는 일이다. 몸이 좋아지면, 헬스장에서 드는 중량도 어느 정도는 오르게 되어 있다.


- 난 너무 늙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