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28일 월요일

의식의 흐름 #10

 - 크로스핏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나는 크로스핏을 좋아한다.


- 물론, 훈련 방법으로서 크로스핏을 좋아하진 않는다. 훈련 방법으로서의 크로스핏은 너무 멍청하니까.


- 내가 크로스핏에 대해 좋아하는 점은 피트니스 브랜드와 그에 따른 문화의 총체로서의 크로스핏이 쇠질 전반에 미친 영향력이다.


- 이를 다루기 전에, 우선 훈련 방법으로서의 크로스핏이 멍청하다는 점을 더 이야기해보자, 저 위의 문장을 보고 분노로 눈이 돌아간 크로스피터도 있을 것이니 말이다.


- 매일 무작위의 WOD를 진행하는 것으로는 근육질이 되지도, 힘이 세지지도, 빨라지지도 못 한다. 모든 체력 요소들은 일정 수준 이상에서는 결국 특화된 훈련을 통해서만 향상시킬 수 있으니까. 만약 WOD만으로 이를 이루었다고 이야기하는 코치가 있다면, 훈련에 대해서든, 약물 프로토콜에 대해서든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 크로스핏의 가장 모순적인 부분은, 크로스핏 시합에서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크로스핏 방식의, 여러 체력 요소들을 무작위로 훈련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각 체력 요소들을 블록 단위로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 시합에서 너무 여러 체력을 요구하니, 다른 종목들보다 더 복잡하고 정치한 블록 주기화가 필요해진다.


- 실제 상위권 크로스피터들의 훈련은 연 단위의 복잡한 블록 주기화가 필연적이다. 역도나 파워리프팅 같이 특정 체력 요소만이 필요한 종목들보다도 훨씬 복잡한 수준의 주기화가 말이다.


- 그리고 당연히 (이 시리즈를 지금까지 읽은 독자라면 알겠지만) 보다 복잡한 수준의 주기화는 당연히 보다 복잡한 수준의 약물 프로토콜을 필요로 한다. 


- 그냥, 논리적으로 생각해보라. 만약 당신이 파워리프터라고 하자.


- 당신이 약물 코스를 짤 때에 신경 써야 하는 목표는 단 세 가지에 불과하다. 1) 스쾃, 벤치 프레스, 데드리프트 기록 향상 – 그러니까 1rm으로 표현되는 최대 근력의 향상, 2) 도핑 테스트 회피, 3) 스스로의 건강.


- 크로스피터의 경우는 어떠한가? 크로스핏의 맥락에서 위의 1)을 생각해보라! 스내치, 클린 앤 저크 등을 위한 파워와 스피드-스트렝스, 스쾃, 프레스, 데드리프트를 위한 근력, 고반복을 위한 근지구력, 다양한 이벤트를 위한 심폐지구력 등, 너무나 많은 체력 요소들이 필요하다. 이에 더해 도핑 테스트까지 피해야 한다!


- 상위권 크로스핏이야말로 궁극의 두뇌전이며, 극한의 과학적 훈련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내 개인적인 지식은 이에 미치지 못하기에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느슨한 추측만 가능할 뿐이지만 말이다.


- 참고로, 사족이 될 수 있으나, 이미 이 시리즈를 읽어온 독자라면 쇠질에서의 ‘과학적 훈련법’이라는 것은 약물을 사용할 때에나 적용될 수 있는 말임을 알 것이다.


- 이제, 크로스핏이 쇠질에 미친, 그리고 앞으로 미칠 긍정적인 영향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 기존에 미친 긍정적 영향의 핵심은 바로 중산층 출신 여성들이 가졌던 쇠질과 근육에 대한 거부감을 줄였다는 것이다.


- 당신이 역도를 하든 파워리프팅을 하든, 심지어 그냥 동네 헬스장을 다니든 관계 없이, 위에 적은 것이 쇠질을 하는 사람 모두에게 크로스핏이 미친 가장 긍정적인 영향임을 장담할 수 있다.


- 중산층 출신 여성들이 쇠질에 대해 거부감이 적어져, 주요 소비자 집단으로 올라왔기에, 이들의 소비력을 기초로 비로소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쇠질 인프라가 널리, 잘 구성될 수 있었던 것이니 말이다.


- 놀랍게도 중산층 출신 여성들은 그냥 쇳덩이를 들었다가 내려놓고 단백질 많이 먹으면 되는 일에도 ‘PT’니 ‘GX’니 ‘수업’이니 하는 명목 하에 돈을 막 써주니 말이다. 실로 감사한 일이다.


- 크로스핏이 앞으로 미칠 긍정적 영향 역시 이와 연관되어 있다.


- 개인적인 의견이긴 하나, 나는 크로스핏이 향후 아나볼릭 약품들의사용이 보다 널리 퍼지는 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한다.


- 우선, 위에 말한 대로 크로스핏은 중산층 출신 여성들을 쇠질로 끌어들이는 데에 성공했다.


- 이는, 크로스핏이라는 브랜드 하에 중산층, 또는 그 이상 출신의 사람들이 계속 유입되게 한다. 피트니스 사업은 결국 여성 회원들을 유치하면 자연스레 남성 회원들을 유치하게 되는 것이다.


- 그리고, 쇠질이라는 것은 계속 하다 보면 더 잘 하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냐고? 크로스핏 덕에 중산층 이상 출신 사람들, 특히 중산층 이상 출신 여성들이 아나볼릭 약물 사용에 익숙해질 것이란 뜻이다.


- 상위권 크로스피터들을 본 적이 있는가? 다들 아나볼릭 제제들을 훈련 중 사용하고 있음이 자명하지 않던가?


- 약간은 사족일 수도 있지만, 미국에서의 대마초 합법화가 어떻게 진행된 것인지를 생각해보라.


- 충분히 많은 수의 사람들이 오랜 기간 동안 사용해서, 결국 사용자 커뮤니티에 속한 사람들이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지위까지 올라가면, 이전엔 마약으로 분류되던 것도 합법화될 수 있는 것이다.


- ‘하지만 코카인은?’ 코카인은 부자 백인 남성이 사용하는 이미지이지 않나? 반면 대마초는 미국 흑인 커뮤니티와 연관된 이미지가 강하다.


- 사실, 이건 내 개인적인(그래서 당연히 약간은 냉소적인) 생각이지만, 보디빌딩이나 쇠질이 철저히 미국 흑인 중심의 하위 문화였다면, 우린 이미 스테로이드 등 아나볼릭 제제들의 한정적인 합법화를 목도했을지도 모른다. 대마초처럼 말이다. 하하.


- 어쨌든, 다시 크로스핏으로 돌아와서, 누군가는 이렇게 반론을 제기할 수 있겠다. 중산층의 유입이 크로스핏의 장점인데, 그러면 네가 위에 쓴 코카인 관련 얘기와 비슷하게 되는 것 아니냐고 말이다. 주류의 문화니까 동력을 받을 수 없다고 말이다.


- 다시 봐라. 중산층 출신 ‘여성’이라고 적었다. 리버럴들이 가장 연대하고 싶어하는 집단이란 말이다.


- 사실 여성들이 테스토스테론이나 스테로이드, 또는 그 외에 다른 아나볼릭 제제들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지지만 약간 늘어나도(거부감이 약간 더 줄어들어도), 아나볼릭 제제 전반에 대한 사회적 터부는 엄청나게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 나의 (약간 망상 같은) 예측이다.


- 그리고 크로스핏을 통해 여성들은 아나볼릭 제제 사용 관련해서 보다 열린 마음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상위권 여성 크로스피터들을 보며 말이다.


- 이에 더해, 여성들이 약간의 테스토스테론이나 그 외 아나볼릭 제제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개선을 느낄 수 있을지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 근육 증가, 근력 증가는 물론, 우울감 감소, 운동 기술 등의 증가를 경험할 것이고, 이는 ‘독립적인 삶’을 추구하는 여성들에겐 큰 이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시스젠더 남성이 이런 의견을 제시하는 것 자체가 요즘 시대엔 허락되지 않는 일이겠지만 말이다. 하하.


- 상위권 크로스피터들이 약물 사용을 한다는 주장에 분노하는 크로스핏 팬보이들이 있을 것이기에 밝히는 것이나, 나는 충분한 보상이 걸려있는 모든 스포츠의 최상위권에서는 약물 사용이 필수일 것이라고 생각함을 밝힌다.


- 그리고, 한 가지 흔히 퍼져 있는 오해에 대한 내 생각을 밝히자면, 유전자가 따라주는 경우 약물을 상대적으로 적게 쓰는 것이지, 일정한 퍼포먼스(그러니까 상위권에 요구되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위한 최소한의, 절대적인 약물 양은 정해져 있으며, 이것이 전혀 적은 양이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 이를 테면, 나는 Mr. Olympia 오픈 체급의 상위권 보디빌더들이 Mr. Olympia에 참가조차 하지 못 하는 오픈 프로 보디빌더들보다는 약물을 덜 쓸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순수하게 오픈 체급의 프로 보디빌더가 써야만 하는 절대적인 약물 양은 설령 최소치라고 해도 매우 고용량일 것이라 생각한다.


- 약간의 구글링과 웹서핑만으로, Chaves가 보디빌딩이나 다른 피지크 중심 스포츠의 프로 수준에서 추천하는 오프 시즌 용량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 물론 점차적으로 용량을 올려 가는 것이지만, 오프 시즌 코스 막바지에 추천되는 용량은 체중 1kg 당 2mg의 테스토스테론과, 이에 더해 체중 1kg 당 10mg의 마스테론이나 프리모볼란이다. 체중 1kg 당 12mg의 테스토스테론과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사용이 일반적으로 추천되는 수준이란 말이다.


- 이에 더해 성장호르몬을 사용할 것을 권장하며, 탄수 섭취량에 맞추어 메트포르민 섭취도 권장하고 있다.


- 다시 말하지만 저것이 일반적인 추천 용량이며, 모든 프로 레벨의 피지크 경기 참가자들은 저 정도 용량을 오프 시즌에 사용하고 있다고 가정해볼 수 있다. 시즌엔 선수 개개인의 필요에 맞춘 약물 코스를 더 공격적으로 돌릴 것이라고도 추정해볼 수 있다.


- 아울러 피지크 경기가 아닌, 다른 스포츠의 경우에도 상위권에서 경쟁하기 위한 최소한의 약물 양이 있을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 너무 ‘로무새’인 것 아니냐고?


- 인간의 유전자 풀은 20세기 중반 이후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에 모두 동의할 것이다.


- 그리고 우리 모두 60년대~70년대에는 모든 운동 선수들이 스테로이드를 사용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합법이었고, 가격도 비싸지 않았으니까.


- 그리고 우리 모두 현대의 운동 선수들이 60~70년대 운동 선수들과 비슷하거나 나은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음을 안다.


- 이게 정말 훈련법과 영양 섭취에서의 개선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가?


- 이번 글에서는 운동 얘기를 너무 덜 한 것 같지만, 말 그대로 ‘의식의 흐름’이니 괜찮을 것이다.


2022년 11월 21일 월요일

의식의 흐름 #9

사춘기라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쇠질충들 모두가 한번쯤 겪는 시기들이 있다.

 

- 첫번째는 키토 숭배 시기이다.

 

- 쇠질충들은 인생의 어느 시점에 인슐린 민감성에 과하게 집착한 나머지, 탄수화물을 아예 안 먹는 게 낫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 어쨌거나, 문과 출신이 더 많으니 말이다.

 

- 하지만 그렇게 인슐린을 소중히 여기면서, 내추럴이 유일하게 누릴 수 있는 인슐린 스파이크의 기회를 날린다는 점에서, 실로 멍청한 일이라 할 수 있다.

 

- 내추럴이 체내에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유일한 방법은? 탄수화물을 많이 먹는 것이다. 너무 당연하지 않나?

 

- 하지만 인슐린 민감성은 중요하지 않냐고 묻는가? 너는 쇠질을 한다. 약물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그리고 당뇨등 지병이 없는 사람)이 인슐린 민감성을 걱정해야 하는 경우는 혐오스러울 정도로 비만에, 운동이라고는 스마트폰 스크롤이 전부인 경우이지, 4~5회 관절을 갈아 넣으면서 약도 안 빠는 너는 전혀 해당 사항이 없다.

 

- 일반적인 건강 상식 기준으로는 운동을 지나치게 많이 하는 것이고(그러니, 흔히 의사 선생님들이 추천하는 운동 좀 하세요라는 조언은 당신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내추럴 쇠질을 하고 있으니 적어도 ‘fuckable’한 수준의 체지방이 유지될 것이니 말이다.

 

- 애초에 왜 인슐린이 중요한가? 왜 인슐린 민감성이 중요한가? 인슐린이 분비되어 근육에 글리코겐을 다시 저장해야 하니 중요한 것 아닌가?

 

- 내추럴이어서 자연스러운 수준의 근육만 간신히 몸에 붙이고 있는 사람이 대체 왜 근육 내에 글리코겐 저장이 덜 될까 걱정을 하는 것인가?

 

-  그리고 진짜 운동 선수라면, 당연히 인슐린을 투약해서 회복 능력을 높일 것이다. 당신이 트랙앤필드 운동 선수라고 생각해보라. 인슐린 사용으로 글리코겐 충전을 시키고, 회복 시간을 당겨 훈련 볼륨을 늘려야하지 않겠는가? 하하.

 

- 두번째 시기는 프리웨이트 숭배 시기이다.

 

- 왜인지 모르겠지만, 쇠질충들은 인생의 어느 시점에 바벨과 덤벨, 케틀벨을 사용해 부하를 걸어서 관절의 굴곡과 신전을 수행하는 것이, 케이블, 스미스 머신, 그 외 머신들을 사용해 부하를 걸어 똑 같은 각도로 관절의 굴곡과 신전을 수행하는 것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 물론 파워리프팅이나 역도, 크로스핏을 하는 경우, 그리고 이들 종목 시합에 나가는 경우, 당연히 바벨을 사용하는 것이 훈련 효과 상 우월하다.

 

- 훈련 특수성이 있으니까.

 

- 하지만 그 외의 경우엔? 일반적인 체력 향상, 또는 쇠질 외 다른 스포츠를 위한 체력 훈련, 또는 근비대, 이들의 경우에 프리웨이트가 훈련 효과 측면에서 더 우월할 이유가 있는가? 나는 이에 대해 단 한 명도 논리적인 설명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 안정화에 더 많은 근육을 동원한다? 특수한 운동 스킬 관련 안정성은 쇠질 말고, 다른 보다 훈련 특수성이 큰 훈련으로 단련하는 게 맞지 않나? 아예 체간이 흔들린다고? 그냥 사이드 플랭크나 좀 해라.

 

- 자연스러운 궤적? 요가맘들이나 드는 무게를 드니 그런 말이 나오는 것이다. 필자는 소위 패션 근육이나 간신히 만들 수 있는 중량 밖에 못 들어봤으나, 프리 웨이트 운동 역시 자연스러운 궤적이 아닌, 결국 중량을 가장 효율적으로 들 수 있는 궤적이 강제됨을 안다.

 

- 그리고 피로를 이야기 해야겠다. 이를 테면 서서 하는 프레스를 생각해보라. 대체 왜 상체 밀기 운동을 하면서 복근과 허리까지 피로를 느껴야 하는가?

 

- 인간의 몸은 하나의 유닛이라고? 맞다. 그리고 이 되도 않는 소리가 각 부위의 국지적인 발달이 필요한 무수한 경우들을 부정할 수 있는 마법의 문장이라고 생각하는 경우, 당신은 지진아다.

 

- 물론 프리웨이트의 장점이 있다. 타인과 비교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각자의 PR로 대결하며, 인스타로 대단하십니다라는 댓글을 교환하고 싶다면, 꼭 프리웨이트를 사용해야만 할 것이다.

 

- 그리고 이 필자도, 훈련자의 훈련 초기에 프리웨이트 사용의 효용을 부정하지 않는다. 중량 운동 자체에 대한 연습으로써 프리웨이트 사용이 가지는 효용이 있다.

 

- 그러나, 우리가 또 하나 기억해야 할 것은, 프리웨이트 신봉자들이 그리 좋아하는 Dan john과 같은 코치들이 십대 운동 선수들이나 코칭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 약물을 사용한 진짜 운동 선수들에 대한 코칭들을 찾아보라. 과연 프리웨이트에 과하게 집착하는지. 하하.

 

- 세번째는 자신이 급격한 성장을 이룬 특정 프로그램/방법론이 다른 것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 하지만 이는, 정확히 이야기하면 해당 훈련자가 최초로 제대로 된 훈련 계획을 접한 결과이지, 특정 프로그램/방법론의 우월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다.

 

-  이 시리즈에서 지속적으로 언급되고 있으나, 제대로 된 훈련을 시작한 첫 해, 길어야 3년 정도 성장이 가파를 뿐, 그 이후는 긍정적 훈련 효과가 점점 줄어들기 마련이다.

 

- 심지어 위의 내용은 인터넷 리프터들이 그리 좋아하는 논문으로도 나온 내용이다. Latella et. al., 2022. 를 참고하라 (https://www.sportrxiv.org/index.php/server/preprint/view/218)

 

- 게다가, 개인의 훈련 성과는 훈련법의 우월성을 뒷받침할 근거가 되기 어렵다. 여러분이 그리 좋아하는 과학적기준에서 n=1 이니까!

 

- 훈련법 간 우열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내추럴이라면 개인이 타고난 것에 맞추어, 진짜 리프터라면 사용하는 약물 코스에 맞추어 과부하와 그로 인한 피로, 이에서의 회복만을 고려하면 된다(그리고 이를 고려하지 않는 것은 훈련법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하하). 훈련법 변화로 얻을 수 있는 훈련 효과의 변화란 결국 기존의 시간 낭비 같은 훈련법을 유전자 한계까지 안간힘 쓰며 가는, 시시포스와 같은 노동으로 바꾸어 주는 것 정도에 불과하다.

 

- 사족이지만 이 필자는 개인적으로 온갖 훈련법들을 다 읽어왔기에, 더 이상 새로운 훈련법을 볼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고 장담할 수 있다.

 

- 그리고, 이전에 이미 적은 바, 쇠질에 더 이상 새로운 약물이 소개되지 않기에, 새로운 훈련법 역시 소개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흥미로운 훈련법은 모두 약물과 연관되어 있다고도 적었다.

 

- 이 맥락에서 몇 가지 사례만을 적고 이 글을 마치겠다.

 

- 우선 맥락 상,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원하는 훈련 효과는 소위헬스를 잘 하는, 그러니까 적당히 근비대도 있고 힘도 세지는 것이라 가정하자.

 

- 만약 여러분이 1rm90% 이상을 1회씩만 다루고 싶다고 하자. 이런 훈련법을 즐긴다고 가정해보자. 성공한 보디빌더 중 이런 훈련법을 한 사람이 (놀랍게도) 있다.

 

- Mike MentzerRest-pause 훈련법을 검색해보라. 완벽한 자세로 1회만 들 수 있는 중량으로, 10~15초 간격 휴식을 하며 여러 번의 싱글을 수행하는 훈련법이다.

 

- 물론 Mentzer는 생각을 할 줄 아는 리프터였기에(적어도 마약 중독자가 되기 전까지, 몸 좋은 보디빌더였을 때는 말이다), 주로 머신을 사용했다.

 

- 아니면 고볼륨의 펌핑 운동을 선호하는가? Lee Haney의 운동법은 어떤가? 미리 단순 관절 운동으로 펌핑을 진행하고 복합 관절 운동을 진행하며, 중량을 올리기보단 계속해서 펌핑을 강조해보는 것은 어떤가?

 

- 여기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둘 다 Deca Durabolin을 너무도 사랑했다는 것이다. 하긴, Nandrolone의 수분 보유 효과 없이 어떻게 70~80년대 특유의 볼륨감을 가진 근육을 만들 수 있겠는가?

 

- Frank Zane 같은 몸을 원한다고? 차분하게 적당히 자극을 느끼며 어느 정도 볼륨도 진행하고 싶은가? 그래도 된다. DbolPrimobolan이 추가로 필요하겠지만.

 

- 2분할로 빈도를 올려 근육을 빠르게 늘리고 싶은가? Pete Grymkowski처럼 하루는 Push, 다른 하루는 Pull로 나누어 운동하는 것은 어떤가? 가슴, 어깨, 삼두를 하체 전면과 묶고, , 이두를 하체 후면과 묶어서 말이다.

 

- 물론 근육을 빠르게 늘려야 하니 약물 복용은 필수다. Grymkowski처럼 일별 3,000~10,000mg을 쓸 필요는 없겠지만.

 

- 소위 미니멀리즘훈련은 어떤가? 심지어 최근에는 근거-기반피트니스 마케터들 사이에서도 ‘Minimal dose’를 이야기하는 유행이 있는데 말이다. 일주일에 스쾃, 벤치 프레스, 데드리프트 1 1세트만 해보는 건 어떤가? Mark Chaillet처럼 말이다. 물론, 오프 시즌에는 ‘Cruise’를 하든 아예 약을 안 쓰든 하다가 12~16 주 단위의, 본인에게 맞는 점진적 과부하가 들어간 약물 코스가 필요할 것이다.

 

- ‘불가리안훈련법을 하고 싶은가? 그 전에 우선, 몇몇 한정된 리프트들에 집중해 빈도를 높이는 식의 훈련법은 불가리아 역도팀보다 훨씬 이전에도 있었음을 지적하고 싶다.

 

- 1930~40년대 영국 리프터인 Ronald Walker는 프레스 기록을 늘리기 위해 매일 프레스 훈련 세 션을 2~3회 진행 했었으니 말이다.

 

- 역시 1940년대의 Bob Peoples는 데드리프트를 거의 매일 훈련했다.

 

- Bob Peoples의 훈련에서 또 재미있는 점은, Peoples는 언제나 과부하를 하려 노력했다는 것이다. 데드리프트, 스쾃, 프레스, 스내치, 클린 앤 저크를 3rm 1세트로 시작해, 같은 중량으로 5회를 할 수 있도록 계속 횟수를 늘리다가, 5회가 가능하면 무게를 올려 다시 3회씩 진행했다.

 

- 사실 분할법 없이, 전신을 최대한 자주 회복 가능한 범위 내에서 훈련하는 것이 약물 이전 시대에 주로 사용된 훈련법이었다.

 

- Siegmund Klein의 훈련법이 대표적이다. Klein은 무려 벤트 프레스를 최초로 고안하고, Sandow를 가르치기까지 한 Attila의 딸과 결혼한 사람이다. 최후의 ‘Old-timer’라고 할 만한 리프터라 하겠다.

 

- Klein은 전신 무분할 운동을 각 부위 당 1 세트씩 주 3회 진행하고, 주말에 하루 자신이 기록을 깨고 싶은 리프트 연습을 하는 식으로 운동했다.

 

- 물론 나는 이미 Schoenfeld2019년 메타 연구를 인용하며, 주 당 훈련 빈도가 근비대에 종적으로 큰 영향이 없다는 관찰 결과가 있음을 지적했다.

 

-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Trudel의 영향이겠지만), 최대한 자주 근육을 훈련해, 계속해서 새로운 장력의 과부하를 자주 주는 것이 보다 빠르게 한계치까지 근육을 붙이는 데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게 된다 (Trudel5년 걸릴 것을 3년 걸리게 한다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 최근 Jordan Peters가 소개한 전신 루틴은 그런 면에서 훌륭한 접근법이 아닐까. 같은 맥락에서 Dr. StevensonFortitude Training도 그렇다.

 

- 특히 누군가가 아예 쇠질을 처음 시작한다거나, 첫 약물 사용을 진행하는 경우에는 고빈도의 점진적 과부하가 매우 효율적일지도 모른다.

 

- 실로 아무 맥락이 없는 글이 되었으나, 어쩔 수 없다. Covid-19에 당한 상태이니까. 아니, 미국 전 대통령의 표현대로 ‘Chinese Virus’라고 해야 할까. 하하

2022년 11월 13일 일요일

의식의 흐름 #8

 - 최근 John Meadows의 프로그램들을 보며 발견한 흥미로운 점이 있다. 바로, 시간이 흐름에 따라 Meadows의 프로그램이 계속해서 변화해왔다는 것이다.


- 기본적으로 한 세션 내에서 운동을 배치하는 순서를 강조하는 것(Meadows는 관절에 부담이 적은 운동으로 펌핑을 우선 한 뒤 무거운 운동을 배치하고, 그 이후에 다시 펌핑 운동과 스트레치가 강조되는 운동을 배치하는 것을 강조한다)은 유지되며, 볼륨에 더해 소위 ‘Intensity technique’이라 불리는 것들의 사용에 있어 일종의 주기화를 적용하는 것은 그대로이나, 한 운동 내에서 세트 구성을 하는 부분에 있어 큰 변화가 보인다.


- 기존에 Meadows는 흔히 피라미드 세트라고 불리는 방식, 그러니까 최대 무게를 사용하는 세트 이전 세트들에서도 반복 횟수를 같거나 많이 진행하는 식을 선호하는 편이었다. 흔히 우리가 ‘보디빌딩식 운동’이라고 생각했을 때 생각하는 방식 말이다.


- 하지만 ‘Grandmaster’나 ‘High Evolutionary’, ‘Colossus’ 같은 프로그램들을 보면, 최대 무게를 사용하는 세트 이전 세트들의 반복수를 크게 낮추어 워밍업 정도로만 사용토록 처방하고 있다.


- 이에 더해, 메조 사이클 내(위의 프로그램들은 6 주 단위 프로그램으로 이렇게 불러도 큰 무리 없을 것이다)에서 복합 관절 운동 몇몇의 중량 증가를 보다 중시하여 강조하고 있다. 물론 사용하는 중량을 늘리는 것 외에 볼륨 증가나 ‘Intensity technique’을 더 많이 사용하는 방식도 함께 쓰고는 있지만, 중량 늘리는 것에 보다 초점이 가있다.


- 이는 40대 후반의, IFBB Pro 수준 보디빌더가 추가적인 정보들을 기초로 훈련에 대한 접근법을 조금이나마 바꾸었다는 뜻이다. 올드스쿨 보디빌더에게 피라미드 세트와 볼륨 과부하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게 쉬웠을 거라 생각하는가? 물론 경제적인 유인도 있었겠지만, 굳이 이걸 안 해도 이미 돈을 충분히 버는 사람이었을 것이란 말이다.


- 한국 쇠질충들의 태도와 비교한다면 실로 놀라운 일이 벌어진 것이라 하겠다.


- 하긴, 대한민국에는 여전히 스쾃이 대퇴이두근 운동이 된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다. 심지어 코칭을 하면서 말이다.


- 그냥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라, 대퇴이두근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말이다. 무릎을 굽히거나 고관절을 펴는 역할을 하는 근육아닌가?


- 그런데 스쾃은? 무릎을 굽힐 때는 고관절도 같이 굽히게 되고, 무릎을 펼 때 고관절도 같이 편다.


- 대체 어떻게 대퇴이두 운동이 잘 되겠나?


- ‘하지만 선수님이~’ 라고 말하지 말아라. 그 ‘선수님’이 뭐라고 말했던 위의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 위 문장이 지나치게 Ben Shapiro 같아서 적다가 손가락에 약간 알레르기 같은 것이 돋았지만, 이도 견뎌내야 할 것이다. 하하.


- 하긴, 벤치 프레스를 할 때 광배근을 써서 당기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 우선, 중력과 같은 방향으로 힘을 가하라고 하는 놀라운 의견에 박수를 주자. ‘리프팅’과 정반대의 행위니까 말이다.


- 또한, 광배근의 길이가 줄어들도록 수축하면 상완이 어떻게 움직일지 생각해보라. 궤적만 생각해봐도 벤치 프레스를 위한 최악의 상완 궤적이 나오지 않겠나?


- 개인적으로는 Dr. Israetel과 그의 브랜드 Renaissance Periodization을 존경하긴 한다. 훌륭한 마케터로서, 그리고 현명한 마케팅 전략의 총체로서 말이다.


- 하지만 쇠질 관련해서는? 자신이 유리할 때만 과학을 인용하며, 대부분은 과학적이라기보다는 체육관에서 운동하며 관찰한 사실들에서의 연역만을 가지고 컨텐츠를 만들어, 박사 학위와 함께 만든 이미지로 팔아먹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물론 귀납적으로 모은 경험 자료들에 대한 연역이 ‘과학’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경성 과학은 아니지 않나? 일상적으로 과학적 방법론과 흡사한 것을 적용하는 것에 지나지 않지 않나.


- 애초에 0~1RIR (Reps in Reserve) 세트에서도 동작 수행 속도가 전혀 줄지 않는 기적의 운동 방식을 영상으로 찍어 공유하는 사람 아닌가?


- 이에 더해, 이미 Lyle Mcdonald가 탁월하게 지적한 바, 볼륨을 주요한 과부하로 사용해 점진적 과부하Progressive overload를 진행한다는 주장은 근거-기반한 주장이 되기도, 과학적 주장이 되기도 어렵다.


- 한국에서 Schoenfeld를 신나게 인용하는 사람들 중 그의 2019년 볼륨 관련 연구(PMID: 30153194)가 얼마나 멍청한 연구인지 실제 본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 하체 운동 주당 볼륨 그룹을 9 세트 그룹, 27 세트 그룹, 45 세트 그룹으로 나눈 뒤, 세트 간 휴식 시간을 90초씩으로 설정한 정신 나간 연구 말이다.


- 8~12RM 스쾃이나 레그 프레스를 90초 휴식만 가지고 5 세트를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제발 보여주길 바란다.


- 아울러 Mcdonald가 지적한 바, Schoenfel는 의도적으로 Ostrowski의 1997년 연구를 왜곡해서 인용하기까지 한다. 참으로 훌륭하다고 하겠다.


- 볼륨이 근비대에 주요한 요인이라며 주장하며, 볼륨을 훈련 사이클 내에서 계속 늘려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는가? 약물을 쓰거나, 약물을 안 쓰는 경우 딱히 엄청난 근육질은 아니라는 것이다.


- 하긴, 정작 볼륨이 중요하네 뭐네 하던 부류들도 결국 주 당 10~20 세트 내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점차 합의를 보는 상황이긴 하다. 볼륨이 근비대의 주요한 동인이라고 외치던 때와는 달라진 모습이라 하겠다.


- 위의 사실이 전혀 새로운 사실이 아니라는 것, 90년대~2000년대에 있던 정보로도 충분히 연역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차치해두도록 하자.


- 어찌 되었든, Dr. Israetel은 적어도 진짜 리프터, 진짜 보디빌더이기라도 하다. 약물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니까. 내추럴인데 근거-기반이니 과학적이니 떠드는 자들도 있으니 말이다. 이들은 정말 최악이다.


- 우선 이들이 추종하는 과학적 근거라는 것은, 위에 지적한 일례에서 보이듯, 실제 과학적이라기보다는 가장 마케팅이 잘 되어있는 정보들에 가깝다.


- 그리고 언제나 신나게 이것 저것 인용해 놓은 뒤 내는 결론이라는 것들이, 지금까지 모든 사람들이 해온 것에 불과하다는 점도 문제다.


- 가장 결정적인 건 내추럴인데 저런다는 것이다. 이전 글들에서 계속 언급한 바, 내추럴은 약물 사용자들보다 전반적으로 훈련과 관련된 모든 것에 신경을 덜 써도 된다. 뭘 하든 열심히만 하고, 점진적 과부하만 주면 결국 유전자 한계 내에서의 90% 정도는 시간이 지나면 성취할 수 있고, 이는 약물을 사용하는 진짜 리프터들에 비하면 별 것 없는 결과일 것이기 때문이다.


- 기회 비용이 너무나도 적은데, 굳이 효율적인 훈련 방법을 ‘과학’까지 들먹이며 찾을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 이를 테면 약물을 사용하는 리프터가 연 간 10kg의 근육량 증가를 목표로 한다고 하자. 가장 효율적인 훈련 방법의 효과를 100%라고 하고, 상대적으로 비효율적인 방법의 효과를 87%라고 하자.


- 이 경우에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통해 10kg의 근육량을 얻을 것을, 비효율적 방법으로 8.7kg 얻게 된다면 제법 손해인 것 같다.


- 그러나 5년 가량 열심히 고강도로 훈련한 내추럴 훈련자를 생각해보자. 연 간 늘릴 수 있는 근육량은 이제 겨우 1kg 남짓에 불과하다.


- 100%가 1kg면 87%는 0.87kg이다. 무려 0.13kg 정도의 근육량을 못 얻게 된 것이다!


- 위의 내용의 연장선으로, 결국 쇠질 관련 ‘노력’ 운운하려면 최소한의 약물 사용이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 Dante Trudel은 탁월하게 말한 바, 주 당 250mg 정도의 테스토스테론만을 사용할 때의 모습이 보디빌더가 자신의 노력(Trudel이니, 당연하게도 운동 시 사용 중량의 증가를 말하는 것이다)을 통해서 성취한 모습이며, 그 이후는 추가되는 약물에 따라 더해지는 것이라고 한 바 있다.


- 공교롭게도 주 당 250mg의 테스토스테론은 흔히 이야기하는 ‘Sport TRT’ 용량과도 비슷한 수준이다(체중 1kg 당 최대 3mg 정도). Trudel은 훨씬 전부터 상기 용량 정도를 ‘Cruise’ 개념으로 이야기한 바도 있다. Chaves는 모든 ‘코스’를 짤 때에 이를 기본으로 깔고 들어간다고 한다.


- 위에 더해 Trudel은 40대를 넘은 진짜 보디빌더들에겐 스테로이드나 다른 약물 사용을 모두 멈추고, 테스토스테론만을, 아니면 이에 더해 성장호르몬 소량만을 사용하길 권고한다. 건강을 위해 말이다. 물론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는 별로 의미 있는 정보는 아니겠지만…


- Jordan Peters 같은 보디빌더도, 최초의 사이클은 Sport TRT 정도의 용량으로 할 것을 추천한다. 개인의 반응에 따라 방향족화가 적은 Primobolan 등으로 용량을 분산시킬 것을 아울러 추천하긴 하지만 말이다. 


- 주 당 250mg의 테스토스테론은 매 주 예나스테론 1cc 주사를 맞으면 되는 양이다.


- 고등학교 때 좀 더 공부를 열심히 해서 의대를 갔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 처방전이 절실하니 말이다.


- 물론 농담이다. 이전에 쓴 것처럼, 취미로 하는 경우에는 굳이 약물(심지어 테스토스테론이더라도)을 사용할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애초에 취미에 ‘노력’을 들이는 순간 그게 취미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 그리고 너무 약물을 사용하는 진짜 리프터들을 옹호하는 것 같은 내용만 적어 첨언하자면, 아이러니하게도 약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훈련 시에 스스로에게 계속 자문을 해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연 내가 내추럴일 때에도 이렇게 훈련할까?’ 하고 말이다.


- 이전에 적었듯, 내추럴과 약물 사용 시 훈련의 기본 원칙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내추럴이 신경 쓸 게 적을 뿐이다. 


- 유감스럽게도, 약물 사용을 함에도 불구하고 지능에 문제가 있는 경우엔 훈련의 기본 원칙조차 잊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 언제든, 근비대엔 결국 지속적인 장력의 과부하가 있어야 됨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1970년대에도 모두가 알고 있던 사실을 굳이 강조해야 할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운동 방식들이 넘쳐나니 말이다(PMID: 128681).


- 볼륨이든, 빈도든, 운동 세트 간 휴식 시간이든, 어떤 운동을 어떤 순서로 할 것이든, 이를 조정하여 성취하려고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언제나 지속적인 장력의 과부하여야만 할 것이다. 약물을 쓰든 안 쓰든 말이다.


2022년 11월 7일 월요일

의식의 흐름 #7

 - 거짓말! 거짓말의 흥미로운 점은 결국 당사자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진실을 모르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 하지만 쇠질과 관련된 거짓말은 약간만 합리적으로 생각한다면 거의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거짓말로 얻을 이익이 비용보다 큰 경우에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가정하면 거의 맞을 테니 말이다.


- 쇳덩이 드는 놈들이 뻔하지 않나? 아님 말고.


- 예를 들어, 흔히 ‘로무새’라고 해야 할 사람들은 Ronnie Coleman이 29~30세 때부터 약물 사용을 시작했다는 것을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 하지만 Coleman이 저런 거짓말을 해서 얻을 이익은 사실상 없다는 측면에서, 나는 Coleman의 주장을 믿는다.


- Coleman은 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90년대 후반~2000년대에 Mr. Olympia를 8 번 우승했다. 약물 사용 시기로 거짓말을 할 유인 자체가 없다. 


- 왜냐고? Mr. Olympia는 사실상 모두가 약물을 최대한 사용하는 것을 통해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스포츠들에 비해서도 그나마 가장 공정한 경쟁의 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물론 보디빌딩은 스포츠이기보단 미인 대회에 가깝지만 말이다.


- 물론 Mr. Olympia도 소위 ‘정치’로 얼룩져있다. 마케팅적인 부분이 판정에 영향을 안 미친다고는 할 수 없고, 이전 Jay Cutler의 경우에서 보이듯 약물 관련 규정을 마음대로 적용해 정치적 공작을 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 그래도 올림픽보단 낫다. 올림픽에서 우승하려면 최상의 유전자에 열심히 훈련하는 것만으로는 모자라고, 약물 사용을 걸리지 않을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로비와 정치를 진행해야 하니 말이다. 하하.


- 다시 Coleman의 경우로 돌아와서, 이미 Mr. Olympia에서 우승을 수 회 했다는 것에서 우리는 Coleman이 인류 역사상 알려진 보디빌딩을 위한 약물을 거의 전부 사용해봤을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Coleman도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데 굳이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지 않나.


- 반대로, 명목상 ‘아마추어’로 세계선수권을 나가는 보디빌더들은 약물 사용에 대해 일상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있을 것이라 의심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중동이나 동북아에서의 ‘아마추어’ 보디빌딩은 돈까지 걸려 있다(국가에서 급여를 지급하니). 도핑테스트가 있는 시합에서의 성과를 통해 돈을 받는다? 테스트를 통과하고 약물 사용에 대해 거짓말을 할 유인이 이미 차고 넘친다.


- 피트니스 인플루언서의 경우는 어떠한가? 당연히 약물을 사용할 유인이 넘친다. 거짓말을 해도 다른 사람들이 알기는 어렵지만, 여러 인플루언서 워너비들 사이에서 운동 능력이든 몸이든 약간은 앞서나갈 수 있지 않나. 


- 거짓말을 할 유인이 없는 예시를 하나 더 들어보겠다. John Haack은 -90kg 체급에서 1005.5kg 토탈 기록을 세우기 전 사용한 시합 전 12주 약물 코스를 공개한 바 있다.


- 재미있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심지어 시합 4주 전 복용량을 최대한 올렸을 때조차 주 당 테스토스테론 시피오네이트 300mg, 일 별 아나드롤 25~50mg만을 썼다는 것이다. 합쳐서 많아 봐야 주당 600mg 정도만을 사용했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주당 TB-500을 5mg씩 추가로 박았지만.


- 물론 저것을 거짓말이라고 주장할 사람도 있겠지만, Haack에게 굳이 약물 복용량에 대해 거짓말을 할 유인이 있는가? Haack의 기록은 약물을 얼마나 사용했는가는 무관할 정도의, 실로 엄청난 기록이란 말이다.


-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이것이다: 결국 쇠질은 유전자가 전부다. 


- 아니라고?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그러면 주당 예나스테론 1cc를 맞고, DHT 계열 경구제만 먹으며 -90kg급에서 900kg 토탈을 찍어보길 바란다. Haack의 90% 정도되는 기록이니 펩타이드까진 필요 없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하하.


- 아니면 90kg 시합체중을 지닌 내추럴 보디빌더를 목표로 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평균 신장을 가진 사람인 경우엔 절대 불가능할 것이라고 장담해줄 수 있다.


- Mr. Olympia가 그나마 가장 공정하다고 적었지만, 이건 좀 틀린 말이다. IFBB는 이제 보디빌딩의 본산 같은 곳이 되었지만, 보디빌딩 역사 전체를 통틀어볼 때 딱히 도덕적으로 칭찬 받을 만한 단체는 아니니까 말이다. 사실 Mr. Olympia가 다른 단체들의 시합과 비교할 때 확실히 우월한 수준의 시합이 된 시점은 Lee Haney 시대를 전후한 기간이다.


- 단적으로, Arnold Schwarzenegger가 7번의 Mr. Olympia를 차지할 때의 시합 수준에 대해 찾아보라. 2~4 명을 상대로 이긴 게 대부분이다. Schwarzenegger는 키 크고 잘 생긴 오스트리아 청년이었으니 말이다. 


- 70년대엔 오히려 AAU가 더 수준이 높았다고도 할 수 있겠다.


- 그건 그렇고, 보디빌딩은 놀라울 정도로 다른 스포츠들에 비해 공정한, 소위 말하는 ‘Level playing field’가 갖추어진 스포츠라고 주장할 수 있다.


- 왜냐고? 참가자와 소비자 모두가 약물의 전면적인 사용을 긍정하니까! 모두가 동등한 조건에서 누가 더 훌륭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가, 누가 더 똑똑하게 약물 코스와 훈련, 영양 계획을 짜는가 하는 것으로만 경쟁하는 것이다.


- 반면 올림픽 역도를 보라. 약물이 없으면 불가능한 기록을 세운 리프터들 간 출신 국가에 따라 도핑 테스트 결과가 달라진다.


- 실로 공정한 스포츠라 하겠다. 하하.


- 보디빌딩의 또 다른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실제 훈련에서 하는 동작들이 실제 시합에서 하는 동작들과 전혀 관련이 없다는 점이다. 벤치 프레스를 아무리 섬세하게 잘한다고 하더라도 보디빌딩 시합 포징이 좋아지진 않지 않나.


- 그렇기에 ‘주기화’를 고려할 때에 보디빌딩의 시합 준비 블록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훈련보다는 약물 코스와 유산소, 영양 등이 훨씬 중요해지게 된다. 훈련의 경우 대부분의 코치들이 오프 시즌과 동일한 방식의 훈련을 이어가는 것 정도만을 추천하는 것을 이러한 점에 기인한다.


- 물론 70년대 Schwarzenegger가 했다고 흔히 알려진 방식, 그러니까 오프 시즌에는 약물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시즌에만 약물을 쓰며 시즌 중 체지방을 줄이면서 근육을 늘리는 방식을 진행하는 경우엔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현대에 이렇게 하는 사람이 있긴 한가?


- 너무 약물 얘기만 해서 훈련에 대한 내용을 조금 적어야겠다.


- 흔히 근비대에 있어 Mechanical tension, Metabolic stress, Muscle damage가 필요하다고 이야기된다.


- 그런데 충분히 무거운 쇳덩이를 들었다 내렸다 하면, Mechanical tension이 당연히 있게 되고, 이걸 좀 더 반복하면 Metabolic stress와 Muscle damage가 있기 마련이다.


- 이미 당연한 사실을 굳이 다시 적는 것이란 말이다.


- 사실 쇠질 훈련에 대한 서술의 대부분이 저렇다. 이미 쇳덩이를 들었다 내렸다 하는 사람들에게 당연한 사실들을 다시 적는 것들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굳이 과학적 방법론으로 검증을 하려 노력하며 말이다.


- 진짜 과학적 지식이 필요한 부분(약물)에 대해 언급 안 하고 헛물만 켜는 짓인 것이 단적으로 드러난다고 하겠다.


- 일전에 나는 머신 운동이 근비대에 있어 프리웨이트보다 낫다고 적었다. 당연하게도, 보다 안정성이 높기에 목표하는 근육군을 더 잘 동원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 그러나, 좋은 머신이 없는 경우에는 근비대가 어려운 것처럼 떠들어대는 의견은 헛소리라고 생각한다.


- 훈련자가 진짜 보디빌더, 그러니까 정상적인 수준에서 기를 수 있는 근육보다 훨씬 많은 근육을 기를 수 있는, 약물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머신 사용이 의미가 있다.


- 예를 들어, Hammer Strength의 프레스 류 머신들은 사실 상 프레스 류 운동 중 유일하게 Shortened position을 강조할 수 있는 운동이니까 말이다. 이를 통해 얻는 국지적인 근비대(‘Regional hypertrophy’의 번역이다) 효과가 있을 것이다.


- 그런데 ‘내추럴’ 훈련자라면? 저런 것을 걱정할 수준의 근육량을 애초에 가질 수가 없다! 머신 사용은 결국 훈련 다양성이나 관절 등의 건강을 위한 선택이 될 뿐, 독특한 근비대 훈련 효과를 노리는 것이 아니게 된다.


- 내추럴이면 그냥 월 2~3만원 수준의 동네 헬스장에서 프리 웨이트와 케이블 정도로 운동 해도 결국 결과에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말이다. 억울한가? 그럼 약물을 사용해 진짜 리프터가 되길 바란다.


- 물론 나는 내추럴과 진짜 리프터 간 훈련법의 차이가 거의 없다고, 적어도 기본적인 원칙에서는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긴 하다. 다만, 내추럴은 진짜 리프터들보다 훈련법에 신경을 덜 써도 된다고 생각할 뿐이다. 상방이 정해져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