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21일 월요일

의식의 흐름 #9

사춘기라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쇠질충들 모두가 한번쯤 겪는 시기들이 있다.

 

- 첫번째는 키토 숭배 시기이다.

 

- 쇠질충들은 인생의 어느 시점에 인슐린 민감성에 과하게 집착한 나머지, 탄수화물을 아예 안 먹는 게 낫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 어쨌거나, 문과 출신이 더 많으니 말이다.

 

- 하지만 그렇게 인슐린을 소중히 여기면서, 내추럴이 유일하게 누릴 수 있는 인슐린 스파이크의 기회를 날린다는 점에서, 실로 멍청한 일이라 할 수 있다.

 

- 내추럴이 체내에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유일한 방법은? 탄수화물을 많이 먹는 것이다. 너무 당연하지 않나?

 

- 하지만 인슐린 민감성은 중요하지 않냐고 묻는가? 너는 쇠질을 한다. 약물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그리고 당뇨등 지병이 없는 사람)이 인슐린 민감성을 걱정해야 하는 경우는 혐오스러울 정도로 비만에, 운동이라고는 스마트폰 스크롤이 전부인 경우이지, 4~5회 관절을 갈아 넣으면서 약도 안 빠는 너는 전혀 해당 사항이 없다.

 

- 일반적인 건강 상식 기준으로는 운동을 지나치게 많이 하는 것이고(그러니, 흔히 의사 선생님들이 추천하는 운동 좀 하세요라는 조언은 당신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내추럴 쇠질을 하고 있으니 적어도 ‘fuckable’한 수준의 체지방이 유지될 것이니 말이다.

 

- 애초에 왜 인슐린이 중요한가? 왜 인슐린 민감성이 중요한가? 인슐린이 분비되어 근육에 글리코겐을 다시 저장해야 하니 중요한 것 아닌가?

 

- 내추럴이어서 자연스러운 수준의 근육만 간신히 몸에 붙이고 있는 사람이 대체 왜 근육 내에 글리코겐 저장이 덜 될까 걱정을 하는 것인가?

 

-  그리고 진짜 운동 선수라면, 당연히 인슐린을 투약해서 회복 능력을 높일 것이다. 당신이 트랙앤필드 운동 선수라고 생각해보라. 인슐린 사용으로 글리코겐 충전을 시키고, 회복 시간을 당겨 훈련 볼륨을 늘려야하지 않겠는가? 하하.

 

- 두번째 시기는 프리웨이트 숭배 시기이다.

 

- 왜인지 모르겠지만, 쇠질충들은 인생의 어느 시점에 바벨과 덤벨, 케틀벨을 사용해 부하를 걸어서 관절의 굴곡과 신전을 수행하는 것이, 케이블, 스미스 머신, 그 외 머신들을 사용해 부하를 걸어 똑 같은 각도로 관절의 굴곡과 신전을 수행하는 것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 물론 파워리프팅이나 역도, 크로스핏을 하는 경우, 그리고 이들 종목 시합에 나가는 경우, 당연히 바벨을 사용하는 것이 훈련 효과 상 우월하다.

 

- 훈련 특수성이 있으니까.

 

- 하지만 그 외의 경우엔? 일반적인 체력 향상, 또는 쇠질 외 다른 스포츠를 위한 체력 훈련, 또는 근비대, 이들의 경우에 프리웨이트가 훈련 효과 측면에서 더 우월할 이유가 있는가? 나는 이에 대해 단 한 명도 논리적인 설명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 안정화에 더 많은 근육을 동원한다? 특수한 운동 스킬 관련 안정성은 쇠질 말고, 다른 보다 훈련 특수성이 큰 훈련으로 단련하는 게 맞지 않나? 아예 체간이 흔들린다고? 그냥 사이드 플랭크나 좀 해라.

 

- 자연스러운 궤적? 요가맘들이나 드는 무게를 드니 그런 말이 나오는 것이다. 필자는 소위 패션 근육이나 간신히 만들 수 있는 중량 밖에 못 들어봤으나, 프리 웨이트 운동 역시 자연스러운 궤적이 아닌, 결국 중량을 가장 효율적으로 들 수 있는 궤적이 강제됨을 안다.

 

- 그리고 피로를 이야기 해야겠다. 이를 테면 서서 하는 프레스를 생각해보라. 대체 왜 상체 밀기 운동을 하면서 복근과 허리까지 피로를 느껴야 하는가?

 

- 인간의 몸은 하나의 유닛이라고? 맞다. 그리고 이 되도 않는 소리가 각 부위의 국지적인 발달이 필요한 무수한 경우들을 부정할 수 있는 마법의 문장이라고 생각하는 경우, 당신은 지진아다.

 

- 물론 프리웨이트의 장점이 있다. 타인과 비교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각자의 PR로 대결하며, 인스타로 대단하십니다라는 댓글을 교환하고 싶다면, 꼭 프리웨이트를 사용해야만 할 것이다.

 

- 그리고 이 필자도, 훈련자의 훈련 초기에 프리웨이트 사용의 효용을 부정하지 않는다. 중량 운동 자체에 대한 연습으로써 프리웨이트 사용이 가지는 효용이 있다.

 

- 그러나, 우리가 또 하나 기억해야 할 것은, 프리웨이트 신봉자들이 그리 좋아하는 Dan john과 같은 코치들이 십대 운동 선수들이나 코칭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 약물을 사용한 진짜 운동 선수들에 대한 코칭들을 찾아보라. 과연 프리웨이트에 과하게 집착하는지. 하하.

 

- 세번째는 자신이 급격한 성장을 이룬 특정 프로그램/방법론이 다른 것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 하지만 이는, 정확히 이야기하면 해당 훈련자가 최초로 제대로 된 훈련 계획을 접한 결과이지, 특정 프로그램/방법론의 우월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다.

 

-  이 시리즈에서 지속적으로 언급되고 있으나, 제대로 된 훈련을 시작한 첫 해, 길어야 3년 정도 성장이 가파를 뿐, 그 이후는 긍정적 훈련 효과가 점점 줄어들기 마련이다.

 

- 심지어 위의 내용은 인터넷 리프터들이 그리 좋아하는 논문으로도 나온 내용이다. Latella et. al., 2022. 를 참고하라 (https://www.sportrxiv.org/index.php/server/preprint/view/218)

 

- 게다가, 개인의 훈련 성과는 훈련법의 우월성을 뒷받침할 근거가 되기 어렵다. 여러분이 그리 좋아하는 과학적기준에서 n=1 이니까!

 

- 훈련법 간 우열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내추럴이라면 개인이 타고난 것에 맞추어, 진짜 리프터라면 사용하는 약물 코스에 맞추어 과부하와 그로 인한 피로, 이에서의 회복만을 고려하면 된다(그리고 이를 고려하지 않는 것은 훈련법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하하). 훈련법 변화로 얻을 수 있는 훈련 효과의 변화란 결국 기존의 시간 낭비 같은 훈련법을 유전자 한계까지 안간힘 쓰며 가는, 시시포스와 같은 노동으로 바꾸어 주는 것 정도에 불과하다.

 

- 사족이지만 이 필자는 개인적으로 온갖 훈련법들을 다 읽어왔기에, 더 이상 새로운 훈련법을 볼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고 장담할 수 있다.

 

- 그리고, 이전에 이미 적은 바, 쇠질에 더 이상 새로운 약물이 소개되지 않기에, 새로운 훈련법 역시 소개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흥미로운 훈련법은 모두 약물과 연관되어 있다고도 적었다.

 

- 이 맥락에서 몇 가지 사례만을 적고 이 글을 마치겠다.

 

- 우선 맥락 상,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원하는 훈련 효과는 소위헬스를 잘 하는, 그러니까 적당히 근비대도 있고 힘도 세지는 것이라 가정하자.

 

- 만약 여러분이 1rm90% 이상을 1회씩만 다루고 싶다고 하자. 이런 훈련법을 즐긴다고 가정해보자. 성공한 보디빌더 중 이런 훈련법을 한 사람이 (놀랍게도) 있다.

 

- Mike MentzerRest-pause 훈련법을 검색해보라. 완벽한 자세로 1회만 들 수 있는 중량으로, 10~15초 간격 휴식을 하며 여러 번의 싱글을 수행하는 훈련법이다.

 

- 물론 Mentzer는 생각을 할 줄 아는 리프터였기에(적어도 마약 중독자가 되기 전까지, 몸 좋은 보디빌더였을 때는 말이다), 주로 머신을 사용했다.

 

- 아니면 고볼륨의 펌핑 운동을 선호하는가? Lee Haney의 운동법은 어떤가? 미리 단순 관절 운동으로 펌핑을 진행하고 복합 관절 운동을 진행하며, 중량을 올리기보단 계속해서 펌핑을 강조해보는 것은 어떤가?

 

- 여기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둘 다 Deca Durabolin을 너무도 사랑했다는 것이다. 하긴, Nandrolone의 수분 보유 효과 없이 어떻게 70~80년대 특유의 볼륨감을 가진 근육을 만들 수 있겠는가?

 

- Frank Zane 같은 몸을 원한다고? 차분하게 적당히 자극을 느끼며 어느 정도 볼륨도 진행하고 싶은가? 그래도 된다. DbolPrimobolan이 추가로 필요하겠지만.

 

- 2분할로 빈도를 올려 근육을 빠르게 늘리고 싶은가? Pete Grymkowski처럼 하루는 Push, 다른 하루는 Pull로 나누어 운동하는 것은 어떤가? 가슴, 어깨, 삼두를 하체 전면과 묶고, , 이두를 하체 후면과 묶어서 말이다.

 

- 물론 근육을 빠르게 늘려야 하니 약물 복용은 필수다. Grymkowski처럼 일별 3,000~10,000mg을 쓸 필요는 없겠지만.

 

- 소위 미니멀리즘훈련은 어떤가? 심지어 최근에는 근거-기반피트니스 마케터들 사이에서도 ‘Minimal dose’를 이야기하는 유행이 있는데 말이다. 일주일에 스쾃, 벤치 프레스, 데드리프트 1 1세트만 해보는 건 어떤가? Mark Chaillet처럼 말이다. 물론, 오프 시즌에는 ‘Cruise’를 하든 아예 약을 안 쓰든 하다가 12~16 주 단위의, 본인에게 맞는 점진적 과부하가 들어간 약물 코스가 필요할 것이다.

 

- ‘불가리안훈련법을 하고 싶은가? 그 전에 우선, 몇몇 한정된 리프트들에 집중해 빈도를 높이는 식의 훈련법은 불가리아 역도팀보다 훨씬 이전에도 있었음을 지적하고 싶다.

 

- 1930~40년대 영국 리프터인 Ronald Walker는 프레스 기록을 늘리기 위해 매일 프레스 훈련 세 션을 2~3회 진행 했었으니 말이다.

 

- 역시 1940년대의 Bob Peoples는 데드리프트를 거의 매일 훈련했다.

 

- Bob Peoples의 훈련에서 또 재미있는 점은, Peoples는 언제나 과부하를 하려 노력했다는 것이다. 데드리프트, 스쾃, 프레스, 스내치, 클린 앤 저크를 3rm 1세트로 시작해, 같은 중량으로 5회를 할 수 있도록 계속 횟수를 늘리다가, 5회가 가능하면 무게를 올려 다시 3회씩 진행했다.

 

- 사실 분할법 없이, 전신을 최대한 자주 회복 가능한 범위 내에서 훈련하는 것이 약물 이전 시대에 주로 사용된 훈련법이었다.

 

- Siegmund Klein의 훈련법이 대표적이다. Klein은 무려 벤트 프레스를 최초로 고안하고, Sandow를 가르치기까지 한 Attila의 딸과 결혼한 사람이다. 최후의 ‘Old-timer’라고 할 만한 리프터라 하겠다.

 

- Klein은 전신 무분할 운동을 각 부위 당 1 세트씩 주 3회 진행하고, 주말에 하루 자신이 기록을 깨고 싶은 리프트 연습을 하는 식으로 운동했다.

 

- 물론 나는 이미 Schoenfeld2019년 메타 연구를 인용하며, 주 당 훈련 빈도가 근비대에 종적으로 큰 영향이 없다는 관찰 결과가 있음을 지적했다.

 

-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Trudel의 영향이겠지만), 최대한 자주 근육을 훈련해, 계속해서 새로운 장력의 과부하를 자주 주는 것이 보다 빠르게 한계치까지 근육을 붙이는 데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게 된다 (Trudel5년 걸릴 것을 3년 걸리게 한다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 최근 Jordan Peters가 소개한 전신 루틴은 그런 면에서 훌륭한 접근법이 아닐까. 같은 맥락에서 Dr. StevensonFortitude Training도 그렇다.

 

- 특히 누군가가 아예 쇠질을 처음 시작한다거나, 첫 약물 사용을 진행하는 경우에는 고빈도의 점진적 과부하가 매우 효율적일지도 모른다.

 

- 실로 아무 맥락이 없는 글이 되었으나, 어쩔 수 없다. Covid-19에 당한 상태이니까. 아니, 미국 전 대통령의 표현대로 ‘Chinese Virus’라고 해야 할까. 하하

댓글 4개:

  1. 선생님 볼륨을 깎는 한이 있더라도 강도를 높이는 것이 근비대에 더 유리할 수 있다. 라는 것에 이의는 전혀 없지만 혹시 그건 고급자에게나 한정되는 얘기이고 초중급자는 무지성으러 볼륨을 쌓는게 때론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데 제 생각이 잘못된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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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 볼륨, 강도, 빈도는 모두 훈련 계획을 짤 때 훈련자가 원하는 훈련 효과를 얻기 위해 조절해야 하는 것일 뿐, 무엇 하나가 더 우월하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2) 저는 근비대라는 훈련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점진적인 장력의 과부하가 필요하다고 적었습니다. 만약 훈련자 개인이 점진적인 장력의 과부하(예를 들자면 표준화된 자세로 수행하는 백 스쾃 8rm 기록의 증가)를 이루기 위해 흔히 이야기 하는 볼륨 훈련이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당연히 그 훈련자는 볼륨 훈련을 진행해야 합니다.

      3) ‘볼륨을 깎는 한이 있더라도 강도를 높이는 것’이 권장되는 경우는, 위에 쓴 것처럼, 강도를 높이는 것이 점진적인 장력의 과부하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보다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느낄 때에 한정된다고 생각합니다.

      4) 아울러, 설령 ‘초중급자’라도 ‘무지성’으로 ‘볼륨을 쌓’는 것이 옳다고 보긴 어렵고, 흔히 이야기하는 볼륨 훈련을 정당화할 이유가 분명해야 할 것입니다. 초중급자의 경우 우선 자세 숙달이 필요할 것이며, 흔히 볼륨 훈련을 수행하는 2~4RIR의 8회 정도 반복 대비해 상대적으로 강도를 올린, 6~8rm으로 실패 지점까지 가는 훈련을 수행할 정도의 운동 기능이 아직 발달이 안 되었을 것이기 때문에, RIR을 어느 정도 두고 회복 가능한 수준까지 볼륨을 올리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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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답변 감사합니다! 아 뭔가 정리가 되네요. 근비대는 선수할꺼 아니면 초보자면 뭐 gpp를 쌓아햐하느니 뭐니 이런건 신경쓸 필요가 없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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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1) ‘선수’도 종목이 다양하니 일반화시켜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GPP 좋아하는 사람들이 흔히 인용하려 시도하는 소비에트 시스템에서조차 ‘GPP’로 여길 수 있는 것은 어린 시절의 체육 교과 (구기 종목, 트랙 앤 필드, 수영) 정도의 활동과 조깅, 스트레칭 정도만 진행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피트니스 시장에서의 GPP 강조는 2000년대 후반~2010년 초반에 크로스핏과 케틀벨을 팔기 위한 마케팅의 일환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 그리고 이 시리즈를 꾸준히 읽으셨다면, ‘선수’에게 필요한 것은 약물을 사용하지 않고, 명확한 체계 없이 운동해도 상위권에 갈 수 있는 유전자와, 그 후 약물 코스와 함께 진행되는 명확하고 논리적인 훈련 체계이지, GPP 따위가 아님을 아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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