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13일 일요일

의식의 흐름 #8

 - 최근 John Meadows의 프로그램들을 보며 발견한 흥미로운 점이 있다. 바로, 시간이 흐름에 따라 Meadows의 프로그램이 계속해서 변화해왔다는 것이다.


- 기본적으로 한 세션 내에서 운동을 배치하는 순서를 강조하는 것(Meadows는 관절에 부담이 적은 운동으로 펌핑을 우선 한 뒤 무거운 운동을 배치하고, 그 이후에 다시 펌핑 운동과 스트레치가 강조되는 운동을 배치하는 것을 강조한다)은 유지되며, 볼륨에 더해 소위 ‘Intensity technique’이라 불리는 것들의 사용에 있어 일종의 주기화를 적용하는 것은 그대로이나, 한 운동 내에서 세트 구성을 하는 부분에 있어 큰 변화가 보인다.


- 기존에 Meadows는 흔히 피라미드 세트라고 불리는 방식, 그러니까 최대 무게를 사용하는 세트 이전 세트들에서도 반복 횟수를 같거나 많이 진행하는 식을 선호하는 편이었다. 흔히 우리가 ‘보디빌딩식 운동’이라고 생각했을 때 생각하는 방식 말이다.


- 하지만 ‘Grandmaster’나 ‘High Evolutionary’, ‘Colossus’ 같은 프로그램들을 보면, 최대 무게를 사용하는 세트 이전 세트들의 반복수를 크게 낮추어 워밍업 정도로만 사용토록 처방하고 있다.


- 이에 더해, 메조 사이클 내(위의 프로그램들은 6 주 단위 프로그램으로 이렇게 불러도 큰 무리 없을 것이다)에서 복합 관절 운동 몇몇의 중량 증가를 보다 중시하여 강조하고 있다. 물론 사용하는 중량을 늘리는 것 외에 볼륨 증가나 ‘Intensity technique’을 더 많이 사용하는 방식도 함께 쓰고는 있지만, 중량 늘리는 것에 보다 초점이 가있다.


- 이는 40대 후반의, IFBB Pro 수준 보디빌더가 추가적인 정보들을 기초로 훈련에 대한 접근법을 조금이나마 바꾸었다는 뜻이다. 올드스쿨 보디빌더에게 피라미드 세트와 볼륨 과부하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게 쉬웠을 거라 생각하는가? 물론 경제적인 유인도 있었겠지만, 굳이 이걸 안 해도 이미 돈을 충분히 버는 사람이었을 것이란 말이다.


- 한국 쇠질충들의 태도와 비교한다면 실로 놀라운 일이 벌어진 것이라 하겠다.


- 하긴, 대한민국에는 여전히 스쾃이 대퇴이두근 운동이 된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다. 심지어 코칭을 하면서 말이다.


- 그냥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라, 대퇴이두근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말이다. 무릎을 굽히거나 고관절을 펴는 역할을 하는 근육아닌가?


- 그런데 스쾃은? 무릎을 굽힐 때는 고관절도 같이 굽히게 되고, 무릎을 펼 때 고관절도 같이 편다.


- 대체 어떻게 대퇴이두 운동이 잘 되겠나?


- ‘하지만 선수님이~’ 라고 말하지 말아라. 그 ‘선수님’이 뭐라고 말했던 위의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 위 문장이 지나치게 Ben Shapiro 같아서 적다가 손가락에 약간 알레르기 같은 것이 돋았지만, 이도 견뎌내야 할 것이다. 하하.


- 하긴, 벤치 프레스를 할 때 광배근을 써서 당기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 우선, 중력과 같은 방향으로 힘을 가하라고 하는 놀라운 의견에 박수를 주자. ‘리프팅’과 정반대의 행위니까 말이다.


- 또한, 광배근의 길이가 줄어들도록 수축하면 상완이 어떻게 움직일지 생각해보라. 궤적만 생각해봐도 벤치 프레스를 위한 최악의 상완 궤적이 나오지 않겠나?


- 개인적으로는 Dr. Israetel과 그의 브랜드 Renaissance Periodization을 존경하긴 한다. 훌륭한 마케터로서, 그리고 현명한 마케팅 전략의 총체로서 말이다.


- 하지만 쇠질 관련해서는? 자신이 유리할 때만 과학을 인용하며, 대부분은 과학적이라기보다는 체육관에서 운동하며 관찰한 사실들에서의 연역만을 가지고 컨텐츠를 만들어, 박사 학위와 함께 만든 이미지로 팔아먹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물론 귀납적으로 모은 경험 자료들에 대한 연역이 ‘과학’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경성 과학은 아니지 않나? 일상적으로 과학적 방법론과 흡사한 것을 적용하는 것에 지나지 않지 않나.


- 애초에 0~1RIR (Reps in Reserve) 세트에서도 동작 수행 속도가 전혀 줄지 않는 기적의 운동 방식을 영상으로 찍어 공유하는 사람 아닌가?


- 이에 더해, 이미 Lyle Mcdonald가 탁월하게 지적한 바, 볼륨을 주요한 과부하로 사용해 점진적 과부하Progressive overload를 진행한다는 주장은 근거-기반한 주장이 되기도, 과학적 주장이 되기도 어렵다.


- 한국에서 Schoenfeld를 신나게 인용하는 사람들 중 그의 2019년 볼륨 관련 연구(PMID: 30153194)가 얼마나 멍청한 연구인지 실제 본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 하체 운동 주당 볼륨 그룹을 9 세트 그룹, 27 세트 그룹, 45 세트 그룹으로 나눈 뒤, 세트 간 휴식 시간을 90초씩으로 설정한 정신 나간 연구 말이다.


- 8~12RM 스쾃이나 레그 프레스를 90초 휴식만 가지고 5 세트를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제발 보여주길 바란다.


- 아울러 Mcdonald가 지적한 바, Schoenfel는 의도적으로 Ostrowski의 1997년 연구를 왜곡해서 인용하기까지 한다. 참으로 훌륭하다고 하겠다.


- 볼륨이 근비대에 주요한 요인이라며 주장하며, 볼륨을 훈련 사이클 내에서 계속 늘려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는가? 약물을 쓰거나, 약물을 안 쓰는 경우 딱히 엄청난 근육질은 아니라는 것이다.


- 하긴, 정작 볼륨이 중요하네 뭐네 하던 부류들도 결국 주 당 10~20 세트 내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점차 합의를 보는 상황이긴 하다. 볼륨이 근비대의 주요한 동인이라고 외치던 때와는 달라진 모습이라 하겠다.


- 위의 사실이 전혀 새로운 사실이 아니라는 것, 90년대~2000년대에 있던 정보로도 충분히 연역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차치해두도록 하자.


- 어찌 되었든, Dr. Israetel은 적어도 진짜 리프터, 진짜 보디빌더이기라도 하다. 약물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니까. 내추럴인데 근거-기반이니 과학적이니 떠드는 자들도 있으니 말이다. 이들은 정말 최악이다.


- 우선 이들이 추종하는 과학적 근거라는 것은, 위에 지적한 일례에서 보이듯, 실제 과학적이라기보다는 가장 마케팅이 잘 되어있는 정보들에 가깝다.


- 그리고 언제나 신나게 이것 저것 인용해 놓은 뒤 내는 결론이라는 것들이, 지금까지 모든 사람들이 해온 것에 불과하다는 점도 문제다.


- 가장 결정적인 건 내추럴인데 저런다는 것이다. 이전 글들에서 계속 언급한 바, 내추럴은 약물 사용자들보다 전반적으로 훈련과 관련된 모든 것에 신경을 덜 써도 된다. 뭘 하든 열심히만 하고, 점진적 과부하만 주면 결국 유전자 한계 내에서의 90% 정도는 시간이 지나면 성취할 수 있고, 이는 약물을 사용하는 진짜 리프터들에 비하면 별 것 없는 결과일 것이기 때문이다.


- 기회 비용이 너무나도 적은데, 굳이 효율적인 훈련 방법을 ‘과학’까지 들먹이며 찾을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 이를 테면 약물을 사용하는 리프터가 연 간 10kg의 근육량 증가를 목표로 한다고 하자. 가장 효율적인 훈련 방법의 효과를 100%라고 하고, 상대적으로 비효율적인 방법의 효과를 87%라고 하자.


- 이 경우에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통해 10kg의 근육량을 얻을 것을, 비효율적 방법으로 8.7kg 얻게 된다면 제법 손해인 것 같다.


- 그러나 5년 가량 열심히 고강도로 훈련한 내추럴 훈련자를 생각해보자. 연 간 늘릴 수 있는 근육량은 이제 겨우 1kg 남짓에 불과하다.


- 100%가 1kg면 87%는 0.87kg이다. 무려 0.13kg 정도의 근육량을 못 얻게 된 것이다!


- 위의 내용의 연장선으로, 결국 쇠질 관련 ‘노력’ 운운하려면 최소한의 약물 사용이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 Dante Trudel은 탁월하게 말한 바, 주 당 250mg 정도의 테스토스테론만을 사용할 때의 모습이 보디빌더가 자신의 노력(Trudel이니, 당연하게도 운동 시 사용 중량의 증가를 말하는 것이다)을 통해서 성취한 모습이며, 그 이후는 추가되는 약물에 따라 더해지는 것이라고 한 바 있다.


- 공교롭게도 주 당 250mg의 테스토스테론은 흔히 이야기하는 ‘Sport TRT’ 용량과도 비슷한 수준이다(체중 1kg 당 최대 3mg 정도). Trudel은 훨씬 전부터 상기 용량 정도를 ‘Cruise’ 개념으로 이야기한 바도 있다. Chaves는 모든 ‘코스’를 짤 때에 이를 기본으로 깔고 들어간다고 한다.


- 위에 더해 Trudel은 40대를 넘은 진짜 보디빌더들에겐 스테로이드나 다른 약물 사용을 모두 멈추고, 테스토스테론만을, 아니면 이에 더해 성장호르몬 소량만을 사용하길 권고한다. 건강을 위해 말이다. 물론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는 별로 의미 있는 정보는 아니겠지만…


- Jordan Peters 같은 보디빌더도, 최초의 사이클은 Sport TRT 정도의 용량으로 할 것을 추천한다. 개인의 반응에 따라 방향족화가 적은 Primobolan 등으로 용량을 분산시킬 것을 아울러 추천하긴 하지만 말이다. 


- 주 당 250mg의 테스토스테론은 매 주 예나스테론 1cc 주사를 맞으면 되는 양이다.


- 고등학교 때 좀 더 공부를 열심히 해서 의대를 갔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 처방전이 절실하니 말이다.


- 물론 농담이다. 이전에 쓴 것처럼, 취미로 하는 경우에는 굳이 약물(심지어 테스토스테론이더라도)을 사용할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애초에 취미에 ‘노력’을 들이는 순간 그게 취미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 그리고 너무 약물을 사용하는 진짜 리프터들을 옹호하는 것 같은 내용만 적어 첨언하자면, 아이러니하게도 약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훈련 시에 스스로에게 계속 자문을 해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연 내가 내추럴일 때에도 이렇게 훈련할까?’ 하고 말이다.


- 이전에 적었듯, 내추럴과 약물 사용 시 훈련의 기본 원칙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내추럴이 신경 쓸 게 적을 뿐이다. 


- 유감스럽게도, 약물 사용을 함에도 불구하고 지능에 문제가 있는 경우엔 훈련의 기본 원칙조차 잊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 언제든, 근비대엔 결국 지속적인 장력의 과부하가 있어야 됨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1970년대에도 모두가 알고 있던 사실을 굳이 강조해야 할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운동 방식들이 넘쳐나니 말이다(PMID: 128681).


- 볼륨이든, 빈도든, 운동 세트 간 휴식 시간이든, 어떤 운동을 어떤 순서로 할 것이든, 이를 조정하여 성취하려고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언제나 지속적인 장력의 과부하여야만 할 것이다. 약물을 쓰든 안 쓰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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