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3일 일요일

스모 데드리프트는 언제부터 사용되었는가?




파워리프팅의 데드리프트 종목은 바벨이 리프터 앞에 위치해야만 한다고 규정에서 강제하고 있으나, 리프터의 스탠스 너비를 별도로 규정하지는 않는다. 이에 따라 여러 리프터들이 파워리프팅 시합에서 스모 데드리프트를 사용한다. 그렇다면, 스모 데드리프트는 언제부터 사용되었는가? 이 글에서는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정보들을 가능한 모아 소개해보고자 한다.


파워리프팅 성립 이전 (1960년대 초까지)

20세기 초반 까지는 당연하게도 스모 데드리프트라는 용어가 존재하지 않았다. 애초에 양 팔로 드는 데드리프트 종목 자체가 1차 대전 전까지는 인기 있는 종목도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1920년대까지만 해도 영국은 대부분의 리프팅에서 발뒤꿈치를 모으는 것을 룰로 하고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Heffernan, 2018). 또한, 최초로 올림픽 규격 바벨이 등장한 것은 1928년 올림픽 때였다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Todd , Heffernan 2019에서 재인용). 그 이전까지, 그리고 그 이후에도 한동안 요즘과 같은 2.2m 바벨은 흔치 않았다. 결국 스모 데드리프트자체는 흔히 사용되지도, 크게 논의되지도 않았다.
물론 아예 스모 스탠스가 사용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20세기 초반 올림픽이 시작된 이후 리프팅 문화는 자연스레 한동안 역도를 중심으로 진행되었으며, 역도 종목을 주로 훈련하던 리프터들 중 체형 상의 이유로 클린 동작에서 스모 스탠스를 사용한 리프터들이 있었다. 대표적인 예시는 폴 앤더슨Paul Anderson과 데이브 애쉬먼Dave Ashman이다. 이 둘은 모두 무제한급이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특히 폴 앤더슨의 체형을 생각할 때에, 허리가 두꺼워 일반적인 스탠스를 취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들이 클린에서 넓은 스탠스를 취한 이유라고 추측해볼 수 있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점은 폴 앤더슨은 당시 오드 리프팅Odd lifting’이라 불린, 여러 리프팅 종목에도 참가했었으며, 데드리프트를 할 때에 자신의 클린 스탠스, 즉 스모 스탠스를 취하고 데드리프트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파워리프팅이 정식으로 스포츠가 되기 전의 일이긴 하나, 어찌 보면 최초로 시합에서 스모 데드리프트를 사용한 것이 다름 아닌 폴 앤더슨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하겠다.
데이브 애쉬먼 또한 언급할 만한 가치가 있다. 애쉬먼은 역도를 주로 훈련했으나, 언젠가 데드리프트 기록을 재보았을 때에 스트랩 없이 730파운드(331킬로그램), 스트랩을 차고 790파운드(358킬로그램)를 들어올렸다고 한다(Tanny). 만약 애쉬먼이 앤더슨처럼 클린 스탠스를 데드리프트에 사용했다면, 애쉬먼 역시 스모 데드리프트의 역사에 이름을 올릴만한 리프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파워리프팅 성립 이후 (1960년대 중반 이후)

미국에서 전국 단위의 파워리프팅 시합이 진행된 것은 1964년이다(IPF). 앞서 기술한 것처럼, 1960년대까지는 폴 앤더슨 정도를 제외하고는 스모 데드리프트에 대한 내용은 찾기 어렵다. 그러나, 1970년대 중반부터 활약한 이나바 히데아키 같은 리프터가 이미 스모 데드리프트를 사용하고 있었다는 것을 감안할 때에, 스모 데드리프트가 파워리프팅에서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60년대 중반~70년대 초반의 어느 시점부터일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다만 감안해야 할 것은 파워리프팅 초창기에도 스모 데드리프트라는 명칭이 사용되지 않고, 시합에서 거의 사용되지 않았을 뿐, 리프터들이 스모 데드리프트를 수행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시가 빌 웨스트Bill West, 데드리프트 루틴에 스모 데드리프트를 포함하여 수행하였다. 물론 스모 데드리프트라는 명칭은 사용하지 않고, 클로즈 그립 데드리프트라고 불렀지만 말이다(ib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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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웨스트 본인은 데드리프트를 정규 스타일대로, 즉 일반적인 그립 너비대로 훈련하지 않았다. 웨스트는 스내치 그립 데드리프트를 좋아했으며, 이는 넓은 그립을 잡고 일반적인 데드리프트를 수행하는 식으로 이루어졌다. 웨스트는 다양한 종목을 사용하는 것에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여러 각도에서 근육을 기르는 것을 통해, 정규 종목들도 향상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높은 위치에서 시작하는 데드리프트는 데드리프트의 마지막 구간을 강화시켜줌을 알고 있었다. 스내치 그립을 통해, 이와는 달리, 시작 구간을 강화할 수 있었던 것이다. 등이 보다 깊숙이 굽어져야 하며, 보다 불리한 위치에서 시작하게 되나, 이 구간에서의 근력을 기르는 것이 전반적인 등 단련을 가능케 한 것이다. 이제 등 리프팅의 전체 구간에서 근력을 갖출 수 있게 된 것이다. 빌은 이러한 방식을 자신의 데드리프트 훈련에 사용하였다. 빌은 한 달에 한 번 높은 위치에서 시작하는 데드리프트 날을 제외하면, 매주 수요일 스내치 그립 데드리프트를 훈련했다.

일반적인 오버핸드 스내치 그립을 사용
바벨은 바닥에, 매 세트마다 무게를 늘림
34세트
32세트, 스트랩 사용
싱글 3, 일반 데드리프트의 87% 무게로, 클로즈그립으로 실시

마지막 싱글 3회는 클로즈 그립으로 수행함에 주목하라. 팔꿈치가 무릎 안에 위치하게 된다. 사실 다리는 일반적인 데드리프트보다 넓게 벌리게 된다. 이 변형 동작은 넓은 포지션에서의 하체 움직임을 강화시켜준다. 어떤 약점 구간이라도 예방하고자 하는 것이 보다 분명해지지 않나. 차이들을 줄여나감으로써, 힘이 새어나갈 상황을 없애는 것이다. 이는 일종의 군사적 전략이다. 모두가 앞으로 전진할 때에, 뒤에서 10명이 지원해주는 것이다.

대략적인 중량을 표기한 스내치 그립 데드리프트 스케줄은 다음과 같다:
225x3
315x3
425x3
500x3
하기 두 세트는 그 날의 컨디션에 따라 진행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다.
525x3 스트랩 사용
550x 3 스트랩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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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내용에서 알 수 있듯, 60년대 초중반에 빌 웨스트는 이미 스모 데드리프트를 보조 운동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파워리프팅 시합에서 최초로 스모 데드리프트를 사용한 이는 누구일까? 실제 파워리프팅 시합에서 최초로 스모 데드리프트를 사용한 이라고 단언하기엔 어렵지만, 적어도 개인적으로 찾아본 자료에서 가장 이른 시기에 시합 중 스모 데드리프트를 사용한 이는 리키 데일 크레인Rickey Dale Crane이다. 크레인에 따르면, 자신이 시합에 참가하기 시작한 60년대에는 모두가 컨벤셔널 스타일로 데드리프트를 했으며, 본인도 계속 컨벤셔널 스타일로 데드리프트를 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1972년 어떤 시합에서 가운데 널링이 한 곳이 아닌 두 곳에 표시되어 있는 이상한 바벨을 가지고 데드리프트를 하게 되었는데, 시합에 있던 누군가가 그립을 다리 사이로 잡고 데드리프트를 해보라고 했다고 한다. 크레인은 그 조언에 따라 다리 사이로 그립을 잡고 데드리프트를 했고, 당시 자신의 최고 기록을 갱신하였으며, 이후 컨벤셔널로는 그 중량을 들 수가 없어 다시 그립을 다리 사이로 잡고 데드리프트를 하니 계속 기록이 늘었다고 한다(RTS). 그리고 그 이후에 점차적으로 스모 데드리프트를 사용하는 리프터들이 늘어갔다는 것이 크레인의 말이다.
위에 따르면, 스모 데드리프트가 본격적으로 파워리프팅 시합에서 사용된 것은 70년대 초반이라고 추측해볼 수 있겠다.


참고문헌

Heffernan, Conor, 2018, FORGOTTEN EXERCISES: ENGLISH STYLE DEADLIFTS, https://physicalculturestudy.com/2018/11/30/forgotten-exercises-english-style-deadlifts/

Todd, Jan 외, ‘Building American Muscle: A Brief History of Barbells, Dumbbells and Pulley Machines’, in Linda J. Borish, David K. Wiggins, Gerald R. Gems (eds.), The Routledge History of American Sport (New York, 2016), pp. 332-340.

Heffernan, Conor, 2019, The Untold History of the Barbell, https://barbend.com/history-of-the-barbell/  에서 재인용

IPF, THE HISTORY OF THE INTERNATIONAL POWERLIFTING FEDERATION, https://www.powerlifting.sport/federation/history.html

Tanny, Armand, Bill West and The High Dead Lift, Web 2011, http://ditillo2.blogspot.com/2011/03/bill-west-and-high-dead-lift-armand.html

The Reactive System Podcast, 2019, Titans of Powerlifting Episode 5, Rickey Dale Crane, https://reactivetrainingsystems.libsyn.com/titans-of-powerlifting-episode-5-rickey-dale-cr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