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 18일 수요일

의식의 흐름 #16

 - ‘내추럴 운동법’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특히, 근력Strength를 목표로 하는 경우에 대해 말이다. 근비대Hypertrophy가 목적인 경우는, 유감스럽게도, ‘내추럴 운동법’을 구별할 의미가 별로 없다는 것이 개인적 의견이기에 그렇다.


- 우선, 이 시리즈의 지난 글들에서 밝힌 바, 나는 고전적인 ‘주기화’라는 것 자체가 PED의 사용과 함께 성립한 개념이라 생각한다. 소위 ‘Top-down’ 형태의 계획에 따른 훈련은 훈련자 개개인 간의 차이를 전제로 한다기보단, 기존에 이미 존재하는 계획(이를 테면, 올림픽이라고 하는 경우 시합 일자, 그리고 이에 맞춘 훈련 ‘블록’들, 그리고 역시 이에 맞추어져 있는 약물 사용 코스)를 전제로 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니 말이다.


- 애초에 ‘주기화’는 소비에트 연방 시절 활발히 논의된 것을 기초로 하는 개념인 것을 다시 상기하라.


- 이는 새로운 지적이 아니다. Tuchscherer가 그리도 목을 매는 것이 ‘Top-down’에의 거부, 그리고 (Tuchscherer가 한 말은 아니다만) ‘N=1’이라는 표현으로 대변되는, 훈련자 개개인에 대한 경험적 근거 기초, 사후 대응적 훈련 시스템의 개발 아닌가?


- 그리고 Tuchscherer와 RTS가 소셜 미디어 시대를 사는 파워리프터들에게 가지는 의미와 지위는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종이 잡지 시대의 파워리프터들에게 Westside Barbell이 가졌던 의미와 지위에 견줄 만한 것이 현실이다. 당연하게도, 효과가 있으니 말이다.


- Tuchscherer는 ‘Top-down’ 대신, ‘Bottom-up’ 방식의 훈련 시스템을 만드는 데에 거의 병적인 집착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애초에 RPE 방식이 왜 나왔겠는가?


- 그리고, 그의 ‘Emerging Strategy’ 개념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Tuchscherer는 Wave-loading 등, 일종의 ‘Wave’를 주는 것은 훈련자 개개인의 특성을 파악하기 어렵게 한다고 보며, 강도와 볼륨을 고정한 ‘블록’을 진행하는 것을 통해 훈련자 개개인이 훈련으로 인한 피로를 어느 정도 속도로 쌓아가는지를 진단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Time To Peak’를 찾기 위해서 말이다).


- Tuchscherer는 RPE 개념으로 강도(그리고, RPE 기초로 한 피로도 산정을 통해 볼륨)에 대한 ‘Bottom-up’ 접근을 가능케 한 것에 더해, 위 개념으로 블록 주기화를 ‘Top-down’이 아닌 ‘Bottom-up’ 방식으로 가능케 한 것이다.


- 이것이 ‘내추럴 훈련법’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 물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Bottom-up’ 방식의 블록 주기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PED를 사용하지 않는 훈련자에게 가지는 의미는 크다.


- 이미 70년대에 파워리프터 John Kuc은 PED를 사용하지 않을 때에 훈련 사이클 내에서 훈련자 개인의 컨디션이 PED를 사용할 때보다 들쭉날쭉하게 됨을 경고했다. 스스로의 경험에 비추어 말이다.


- ‘Top-down’ 방식의 계획을 따르는 경우, 이러한 ‘들쭉날쭉’함은 계획을 따르는 것을 크게 방해하며, 극단적인 경우, 계획 자체를 진행하기 어렵게 할 수 있다.


- ‘PED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그렇지 않나?’ 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PED를 충분히 합리적인 코스 하에서 사용하는 경우 이러한 ‘들쭉날쭉’함을 크게 줄일 수 있다.


- 우리가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한 사이클 내에서 2주 차에 Test C 200mg만 주사하고 있는 훈련자 A보다 6주 차에 Test C 200mg에 Primobolan Depot 200mg까지 함께 주사하고 있는 훈련자 A가 보다 ‘아나볼릭’한 상태에 있을 것이라는 점일 테니 말이다.


- 이에 더해 사이클 중간에 훈련자와 코치가 보기에 분명한 ‘정체기’가 온 경우에도 수용체 결합 경로가 다른 다른 아나볼릭 약물을 추가함으로써 이를 뚫어낼 수 있다.


- 이를 테면 (물론 보디빌더이다만) Jordan Peters는 Dianabol을 평소에 전혀 사용하지 않으나, 사이클 중간에 근력에 정체기가 오는 경우, 짧은 기간 동안만 약물 코스에 Dianabol을 추가하여 정체기를 뚫는다는 식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 하지만 ‘내추럴’ 훈련자의 경우 이러한 옵션들이 아예 없다!


-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Tuchscherer가 소개한 개념들이 빛을 발하는 것이다.


- 물론, ‘내추럴’ 훈련자라고 ‘Top-down’ 방식의 훈련 계획을 못 할 것은 없다. 


- 다만, ‘내추럴’ 훈련자가 의존할 수 있는 ‘아나볼릭’한 것이라곤 칼로리 섭취를 늘리는 것뿐이라는 게 문제다.


- ‘Top-down’ 방식의 훈련 계획을 통해 근력을 늘리고 싶은 ‘내추럴’ 훈련자에게는 결국 칼로리 서플러스 상태가 강제, 아니 이것은 너무 강한 표현이니 바꾸자면, 매우 강하게 추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문제는, 우리 모두 비만아가 되길 원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하하.


- 그러니, ‘내추럴’ 훈련자라면 근력을 목표로 훈련할 때, 어떻게 하면 ‘Bottom-up’ 방식으로, 자신 스스로의 고유한 자극에 대한 반응과 그에 대한 피로에 대해 민감하게 사후적 대응을 하는 것이 강력히 추천될 것이며, ‘내추럴 훈련법’을 PED 사용자의 그것과 대비되는 것으로서 강조하고 싶다면, 이 지점에서의 보다 깊은 논의가 함께 따라야만 할 것이다.


댓글 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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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보디빌딩에서는 네추럴 운동법을 구분할 필요가 없는게 약물 사용 여부를 떠나 점진적 장력의 과부하 만이 원칙이기 때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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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근비대’에 한정하는 경우에는 말씀 주신대로 지켜야 할 ‘원칙’이 매우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운동법에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서 그리 적었습니다.

      이에 더해, 저는 ‘내추럴 보디빌딩’은 유전자, 타고난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운동법을 따지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트루 보디빌딩이라면 사용하는 약물의 종류, 약물의 양, 사용 기간 등을 통해 ‘노력’으로 타고난 것을 약간이나마 극복 가능하겠지만, ‘내추럴 보디빌딩’에서는 이것이 불가능하니까요. 타고난 것이 좋은 사람이 아예 노력을 덜 한다면 모르겠지만, 이미 ‘보디빌딩’이라는 맥락 하에서 참가자 모두가 운동도 충분히 열심히 하고, 식단도 다 챙기는 상태일 것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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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N=1이라는게 무슨 표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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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모집단의 크기가 1이라는 의미입니다. 진정 '개인화'를 한다면, 모집단 집합에 포함되는 원소는 훈련자 1명이고, 표본집단의 집합은 모집단의 집합과 같겠죠. 그러니 N=1이고 n=1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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