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 27일 금요일

의식의 흐름 #17

 - 앞선 글에 이어, 근력Strength를 목적으로 훈련하는 것과 관련해 좀 더 이야기해보자.


- 혹자는 이런 의문을 품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껏 PED 사용 없이는 훈련이고 뭐고 별 것 없다고 해놓고, 내추럴 근력 훈련법 따위 주제로 글을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


- 유감스럽게도, 이 필자의 기준에 ‘훈련법’이라고 할 수조차 없는 것들이 횡행하고 있기에 그렇다.


- 기억하라: 만약 누군가가 당신에게 ‘훈련법’을 이야기할 때에, 세션 내, 세션 간, 그리고 훈련이 지속되는 일정 기간(마이크로, 메조, 매크로 사이클)들이 훈련 목표를 이루는 데에 미칠 영향에 대해, 그리고 훈련자가 가진 조건들이 이에 미친 영향에 대해 논리적 설명을 제공하지 못 한다면, 그것은 ‘훈련법’이 아니다.


- 이에 더해 해당 ‘훈련법’의 목적이 근력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근력’을 목표로 하는 훈련이 일반적인 ‘근비대’(보디빌딩이 아닌, ‘헬스’ 수준의 근비대)를 목표로 하는 훈련과 가장 다른 부분이 무엇인지 아는가? 근력은 특정 과제에 특수성을 띤다는 것이다(‘Task-specific’하다는 말이다).


- (다시 강조하지만, 보디빌더가 아닌 이상) 근비대는 상대적으로 단순하다. 근비대가 일어나길 원하는 근육군이 사용되는 동작들 몇 가지에서 계속 점진적 과부하가 있다면, 근비대가 일어날 것이다. 이를 테면, 대흉근의 근비대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대흉근이 사용되는 동작들의 점진적 과부하를 통해 원하는 바를 충족시킬 수 있다.


- 이제, 근력 향상의 관점에서 보면, 이야기가 완전히 다르다. 심지어 ‘근비대’조차 더 복잡해진다. 훈련자 A의 목표가 벤치 프레스 150kg라고 가정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근비대 전략을 세우는 것은, 위 문단의 시나리오보다 복잡한 사고를 요하게 될 수밖에 없지 않겠나.


- 그저 대흉근의 근비대만이 목적이라면, 이를 테면, Hammer Strength의 체스트 프레스 머신들을 사용하여, 이 동작들에서 점진적 과부하를 계속 진행한다면,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것이다.


- 그러나, 훈련자의 훈련 목적이 벤치 프레스 1RM으로 측정되는 근력인 경우에, 위와 같이 운동하는 것은 딱히 현명하지 못한 일이 될 것이다. 훈련에 체력은 쓰지만, 훈련하는 동작의 ‘Strength curve’가 훈련 목적이 포함하는 동작과 많이 다르니 말이다.


- 벤치 프레스 1RM으로 측정되는 근력이 목적인 경우라면, 근비대 훈련도 벤치 프레스 1RM과 유사한 동작으로 하는 것이 보다 나은 선택지가 되는 것이다.


- 당연한 이야기를 왜 하냐고?


- ‘당연한 이야기’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많은 이들이 무시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 애초에, 대체 왜 Westside Barbell 훈련법이 인기가 있을지 생각해보라.


- 물론 진지한 리프터들이거나, 장비 파워리프팅을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적어도 ‘Westside Barbell 훈련법’과 관련된 돈벌이가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어떤 ‘마법 같은 비법’을 찾는 사람들일 것이라 장담할 수 있다.


- 결국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만약 당신의 목적이 근력이라면, 특수성이 전부다.


- 근력엔 근비대가 중요하지 않냐고? 당연하다. 그리고 근력 목표에 특화된 근비대가 가능함을 언제든 기억하라.


- 다시 벤치 프레스의 예시로 돌아와서, 만약 벤치 프레스 1RM에 도움이 되는 근비대 훈련을 하고 싶다면, 벤치 프레스 변형 동작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이다.


- 위의 이야기가 ‘내추럴 근력 훈련법’과 무슨 관계가 있냐고? 


- 적어도 쇠질로 한정했을 때, PED를 사용하면 훈련 특수성을 약간이나마 무시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필자의 머릿속에서는 관계가 있다.


- 우선, 상대적으로 특수성에 덜 신경 쓰는 훈련법들을 생각해보면, 거의 무조건 PED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Westside Barbell은 언급할 필요 없을 것이다.


- C.A.T.(Compensatory Acceleration Training) 같은 것도 그렇지 않나?


- 역도와 파워리프팅을 다 훈련한 리프터들의 경우도 그렇지 않던가?


- 그리고 PED를 사용하는 경우엔 사실 지나치게 특수성을 높이는 것이 해가 되기도 한다. 인위적으로 얻은 근육량과 근신경계의 근력을 가지고 있으니, 부상의 위험이 더 크니 말이다.


- 현대의 유명한 리프터들은 약물 사용을 하면서도 다 특수성을 높게 가져가지만, 이는 성장호르몬과 펩타이트 호르몬들의 사용이 80년대 중후반 이후 본격화되어 비로소 가능해진 것임을 상기해야 한다.


- 반대로, 내추럴의 경우, 인위적으로 근육을 추가로 붙일 수도, 근신경계의 효율을 올릴 수도 없다.


- 이로 인해, PED 사용을 하는 리프터들보다 특수성을 올렸을 때에 부상 확률이 적다(물론 과사용으로 인한 부상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 그리고, 효율이 좋지 못하기에, PED를 사용하는 리프터들보다 ‘연습’이 더 필요할 수밖에 없다.


- 결국, 내추럴 훈련자가 특정 동작으로 측정되는 근력을 목표로 훈련할 때에는, 특수성을 최대한 신경 쓰는 것이 강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앞선 글에서 지적한, ‘Bottom-up’ 방식의 컨디션 조절에 더해 말이다.


댓글 7개:

  1. 안녕하세요. 글 잘 읽었습니다. 본문에 나와있는 것 처럼 스트렝스 종목에 도움되는 근비대는 그 해당 종목과 유사한 동작을 하는게 맞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웬들러에서 사용하는 BBB 도 괜찮은 방법중 하나일까요?

    답글삭제
    답글
    1. 1) 10회 5세트는 20세기 중반부터 이미 흔히 사용되지 않았던가요? 점진적 과부하만 있다면, 당연히 효과가 있습니다.

      2) 다만 Wendler의 5/3/1은 바벨 운동을 즐기는 일반적인 ‘피트니스’, ‘헬스’ 취미인들이나, 다른 스포츠를 하는 10대들(Wendler 본인도 고등학생 풋볼 선수들의 체력 코치를 하고 있죠)을 대상으로 합니다. 당연히 태생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3) 만약 댓글 남겨주신 분께서 소위 ‘3대 운동’이라고 하는 것의 기록을 올리는 것이 목적이시면, 파워리프팅에 특화해 훈련하시는 게 낫습니다.

      삭제
    2. 1) 답변 고맙습니다.
      저는 쇠질 경력 14년 정도 된 30대 중반의 평범한 사람입니다. 88kg 의 체중에 LSQ 220kg B 130kg CDL 265kg OHP 95kg 정도의 수행능력을 갖고 있고(벤치는 참...), 파워리프팅을 즐기는 사람들과의 차이점이라면 메인운동으로는 위의 4가지 바벨훈련을 하고 나머지는 모두 보디빌딩 스타일의 운동을 4~5가지 종목 더 한다는 점이 있겠네요. (등-가슴-하체-어깨 의 4분할 Bro-Split 으로 항상 훈련해왔습니다.)

      2) 작성하신 포스팅 중에 '의식의 흐름 #15'을 가장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제가 바로 본문 속의 그 '첫번째 유형의 인간' 이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서 디로딩은 고사하고 컨디션이 좋으면 좋은대로 밀어붙이고 안 좋으면 또 안 좋은대로 해왔습니다.

      3)지금은 하는 훈련의 형태는 상기한 바와 같이, 4분할 등- CDL 가슴-BP 하체- LSQ 어깨-OHP 를 메인 종목으로 잡고후에 나머지 보디빌딩 훈련을 그날 그날 하고싶은 종목을 4~5가지 정도 합니다. 12341 23412 형식으로 월~금 운동하고 주말은 쉽니다. (원래는 월화 목금토 훈련하였지만, 주말에는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평일은 모두 운동하는 편입니다)
      (ex. Back day- CDL- T bar row machine - Pull up- barbell row-seated cable row-Hammer ST one arm row)

      4)현재의 수행능력을 갖춘데 있어서도 체계적인 스트렝스 훈련 대신 순전히 제 꼴리는대로 어떤 날은 피라미드, 어떤날은 3*3 5*5 , 어떤 날은 AMRAP 등등... 조 웨이더의 훈련원칙 32번째가 '본능 훈련' 이던가요?
      디로딩은 당연히 한번도 해본적이 없으며 최근 5년사이에 스트렝스 훈련에 관한 용어와 개념들을 줃어 듣기 시작했습니다.

      5)지금 하고 있는 트레이닝 루틴이 비효율적이란 것은 누구보다는 잘 알지만, 생업도 바쁜데 하고싶은대로 하자는 마음 때문인지 어느 순간 부터 현재의 방식을 고수하게 되었습니다.

      6)저는 파워리프팅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시합을 나갈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운동 목적이 있다면 '몸도 좋고, 4대 기본 바벨 운동 중량도 잘 들고' 정도가 되겠습니다.
      (하나 더 있다면 6년 정도 남은 30대 안에 컨벤 300은 들어 보고 싶네요.)

      7)"그래서 질문이 뭐냐?" 하신다면
      제가 추구하는 바와 소위 말하는 '파워빌딩'이란 것과 비슷하다 생각합니다. 여러번 역설하신 바와 같이 '내츄럴은 유전자가 전부다. 뭘 하든 거기서 거기다' 에 근거해
      도파민 중독자답게 그냥 하던대로 하면 되는지? 아니면 메인 바벨훈련 만이라도 프릴레핀 차트를 따라서 나름의 체계성을 갖고 훈련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8)그리고 혹시 제가 시도해볼만한 프로그램이 있다면 추천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스프레드 시트를 이용한 프로그램을 따라본적이 없기에 궁금하기도 합니다)

      평소에 어디 물어볼 곳도 없기에 한 수 배우고자 장문의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너그러이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삭제
    3. 사실, 어떤 시합에 참가하시거나 하시는 게 아닌 경우엔 지금처럼 계속 운동하시는 것에 별 문제는 없습니다(스스로 즐기시는 경우엔 더더욱 그렇습니다).

      다만, 말씀 주신 것 관련해서 몇 가지 굳이 코멘트를 드린다면:

      1) ‘바벨훈련 만이라도 프릴레핀 차트를 따라서’ – ‘Prilepic’s Chart’는 소련 역도 선수들을 대상으로 해서 나온 표입니다. 스쾃, 벤치 프레스, 데드리프트, 프레스에 적용되기 어렵습니다.

      2) ‘‘몸도 좋고, 4대 기본 바벨 운동 중량도 잘 들고’’ – 제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이를 이루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스쾃, 벤치 프레스, 데드리프트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당분간 시합 계획이 없는 파워리프터처럼 훈련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레스는 어떻게 하냐고 물으실 수도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프레스가 (스트롱맨 시합을 나가는 것이 아닌 이상) 특화할 필요가 없는 리프트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프레스 훈련 볼륨을 다른 리프트와 비슷하게 진행하는 경우, 몸통의 피로 때문에 스쾃과 데드리프트에 방해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3) ‘시도해볼만한 프로그램’ – 제 생각엔, 중급자Intermediate 수준의 훈련자에게 추천되는 파워리프팅 목적의 ‘쿠키-커터’ 프로그램들을 시도해보시는 게 가장 무난할 것 같습니다. 질문 주신 분께서 ‘중급자’라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파워리프팅’ 목적의 훈련 자체가 낯설 수 있기에 그렇습니다. Candito의 6주 프로그램(https://liftvault.com/programs/powerlifting/peaking/jonnie-candito-6-week-strength-program-spreadsheet/)이나, RTS의 구식 중급자 예제(https://articles.reactivetrainingsystems.com/2015/12/01/the-rts-generalized-intermediate-program-by-mike-tuchscherer/) 정도가 괜찮은 선택일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스스로 결정하실 문제입니다만…

      삭제
    4. 장문의 글인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답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아 제가 프릴레핀 차트를 언급한 것은 2017년에 포스팅하셨던 글을 보고 말씀드렸습니다.

      2)저도 항상 느껴왔던 부분입니다. 프레스를 많이 한 다음 날에는 몸통에 근육통이 꽤 있었습니다.

      3)직접 추천해주신 만큼 한번 프로그램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다시 한번 답변 감사합니다.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