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 9일 월요일

의식의 흐름 #15

 - 쇠질을 즐기는 인간은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분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첫째는 훈련 그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고, 둘째는 시합에서 결과를 얻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 이는 머릿속 보상 체계와 연관이 될 것인데, 첫째 부류는 매일 훈련을 하며 단기적인 목표를 이루는 것에 대해 도파민이든 뭐든 조건 형성이 되어 있는 것이고, 둘째 부류는 이러한 보상을 뒤로 미룰 수 있는 것이라 거칠게 말할 수 있겠다.


- 이제 쇠질을 오래 한 경우를 상정해 내 편견을 말해보겠다: 쇠질을 오래 한 인간 중 첫째 부류는 보통 유전자, 그러니까 타고난 재능이 영 별로인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둘째 부류는 대부분 타고난 것이 좋은 경우가 많다.


- 당연하게도, 타고난 것이 부족하면 아무리 체계적으로 훈련한다고 해도 승리할 수 없으며, 타고난 것이 부족함에도 둘째 성향과 같은 것을 가진 사람들은 도무지 쇠질을 오래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세상 그 누구도 패배를 좋아하진 않으니까.


- 그리하여 쇠질을 오래 한 사람들은 결국 두 부류가 남게 되는 것 같다. 타고난 재능이 별 것 없는, 그저 하루하루 훈련에서 조그마한 목표들을 충족시키는 것에 중독된 도파민 중독자와, 체계적인 훈련을 하는 상위권의 ‘Competitor’ 말이다.


- 그리고 이러한 상황이, 쇠질을 새로 시작하는 사람들을 극도로 혼란스럽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 설령 재능이 없는 사람이라도, 오래 했다는 이유 하나로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겐 충분히 몸이 좋아보이거나 강해보이니 말이다.


- 거기에, 도파민 중독자가 쾌락을 위해 짜낸 훈련법으로 운동을 하고 있으니, 더 쉽게 홀리기 마련이다.


- 문제는, 첫째 부류가 즐기는 훈련법은 절대 좋은 훈렵법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 ‘좋은 훈련법’들이 가지는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는가? 더럽게 재미가 없다는 점이다. 고작 몇 주 재미없는 훈련을 하는 정도가 아니다. 못 해도 2~3개월은 아무런 즐거움도, 새로움도 없는 방식의 훈련을 출근하듯 이어가는 것이 ‘좋은 훈련법’들이 요구하는 바이다.


- 이를 테면, 파워리프팅을 잘 하기 위한 근비대 블록을 생각해보자.


- Dr. Israetel의 책에서 부끄러움 없이 베껴오자면, 근비대 블록은 60~75%(특수한 경우 80%까지도)의 강도 구간에서, 부위 당 15~30 세트, 주 당 강도 증가 시 2.5%~5% 증가, 세트 볼륨 증가 시 0~1세트씩 증가, 4주 축적과 1주 디로드(상급자 수준일 경우 3:1 비율) 등이 추천 된다.


- 이제, 주 4일 운동한다면, 매일 체육관에서 가서, 스쾃, 벤치 프레스, 데드리프트의 가동범위를 증가시킨 변형 동작들을 중심으로 해서 60~75% 구간에서 4~6세트씩 하고 나오면 된다.


- 이것을 4주 동안 했다고? 이제 1주 디로드를 하고, 다시 4주를 반복한다. 이렇게 3개월을 보낸다.


- 이젠 무얼 할 거냐고? 당연히 근비대 구간에서 쌓은 볼륨에의 소화 능력과 근육량을 기초로 근력을 쌓아야 할 것이다.


- 75%~90% 강도로, 주 당 10~20 세트, 강도 증가 시 주당 2.5%~5% 증가, 세트 증가는 자제, 3주 축적, 1주 디로드(상급자 수준일 경우 2:1 비율) 등의 추천 사항을 고려해보자.


- 처음 85% 넘는 무게를 짊어졌을 때 생각보다 무거워서 당황했다고? 괜찮다. 근비대 블록에서 상대적으로 저강도의 무게만 다루어 그런 것이지 금방 적응이 될 것이다. 정 불안하면, 다음 매크로 사이클을 계획할 때엔 근비대 블록에서도 탑 싱글을 조금 넣으면 될 문제다.


- 다시, 주 4일 운동을 하며, 시합에서 쓰이는 자세나 최대한 가까운 자세로 스쾃, 벤치 프레스, 데드리프트를 2~4 세트씩 하고 나오면 된다.


- 3주 진행 했으면 이제 1주 디로드를 하고 계속 반복해라. 못 해도 2개월 정도는.


- 세진 것 같은데 시합을 나갈 정도 실력은 아닌 것 같다고? 그럼 적당히 1rm을 재고, 다시 근비대 블록으로 돌아가라.


- 시합을 나가고 싶다고? 피킹 블록에의 추천 사항들을 찾아 읽고, 이에 따라 훈련을 진행 후 시합에 나가라. 그리고 그 기록을 가지고 다시 근비대 블록으로 돌아가라.


- 위의 과정을 5년 반복하면, 스스로 ‘내추럴’ 상태의 파워리프터로서 이룰 수 있는 것을 거의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어떤 변형 동작을 쓸 것인지, 어떤 액세서리 운동을 할 것인지, 어떤 부위를 추가로 운동해줄 것인지 같은 소소한 것들은 계속 바뀌겠지만, 이 역시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구글링에 20분 정도 시간을 들이면 다 알 수 있을 것이다.


- 아, 물론, RPE에는 신경을 써라. 만약 당신이 최대 근력을 목적으로 한다면, 훈련 중 의도적으로 실패 지점을 갈 이유가 없으니…


- 읽기만 해도 숨이 막히지 않나?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은, 여러분이 ‘파워리프터’가 되고 싶은 경우라면, 자신이 저걸 즐길 수 있을지 질문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 다른 쇠질도 마찬가지이다. 한 두 세션 만에 힘듦을 느끼게 하는 훈련법은 도파민 중독자들이나 하는 짓이고, 당신이 최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피해야 하는 짓이다. 좋은 훈련법은 지속적으로 과제를 수행해나가며, 계속 꾸준히 하는 것이 힘든 것이지, 한 두 세션 내에서 ‘조진다’든지, 매일 끝없이 열심히 한다든지 해서 힘든 게 아니다.


- 그리고 아무리 ‘좋은 훈련법’으로 해도, 결국 유전자가 허락한 수준까지만 가게 된다.


- 이에 더해, 유전자가 좋은 경우에는 ‘좋은 훈련법’까지도 필요가 없다.


- Doug Miller를 보라, 노망난 Poliquin이 유명하게 만든 GVT를 따라 운동했어도, 내추럴 보디빌딩 역사에 남을 몸을 만들었다.


- 이것은 사족이지만, 적어도 T-nation 등이 유명해진 시대 이후 Poliquin발 조언들은 하나 같이 Poliquin이 노망이 나서 아무 근거 없이 이야기한 것들뿐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는 어깨 건강을 위해 미는 운동 볼륨의 두 배를 당기는 운동에 투자하라는 것인데, 이게 어떻게 논리적인 결론이 될 수 있는지 나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


- 쓰고보니 여전히 아무 맥락이 없는 글이 되어 이만 줄여야겠다.


댓글 5개:

  1. 네추럴에 한계는 없습니다 라는 말 들으면 뭐라고 대꾸해주는게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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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 실제, 내추럴에 한계는 없습니다. 개인에 국한하더라도, 3~5년 이후 성장이 완만하게 진행되는 것이지, 아예 성장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노화 때문에 더 이상 근육을 붙이거나 기록을 늘리는 것이 불가능한 시점이 오긴 하겠습니다만, 이것은 약물을 사용할 때도 그런 것이니까요.

      2) 이에 더해, 타고난 재능이 뛰어난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렇기에 파워리프팅이나 역도 같은 기록 스포츠에서는 누군가는 약물을 사용해도 이루지 못 할 것을 다른 누군가는 내추럴로 이뤄낼 수 있습니다. 물론 저와 의견이 다른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USAPL과 Powerlifting America, USA Weightlifting의 리프터들 거의 대부분은 내추럴일 것이라 생각하며, 영국 ‘내추럴’ 보디빌딩 씬의 많은 보디빌더들도 거의 모두 내추럴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의식의 흐름 #7’에서 다룬 바 있습니다.

      3) 다만, 약물을 사용하는 ‘트루’ 리프터가 내추럴에 한계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헛소리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정말 한계가 없다고 느꼈다면 왜 약물을 사용할까요? 약물을 사용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는, 내추럴로서는 절대 할 수 없는 것을 하기 위함, 자연적으로 가능한 것을 초월하기 위함이 아닌가요? 이를 테면 여성 리프터가 머리 위로 400 파운드 넘는 바벨을 드는 일 같은 것 말입니다. 아니면 보디빌딩 무대에 100kg가 넘는 체중으로 올라간다거나 하는 것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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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글에 적으신 'Dr. Israetel의 책에서 부끄러움 없이 베껴오자면' 부분의 내용은 이스라텔의 어떤 책에 나오는 내용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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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cientific Principles of Strength Training 의 pp.337~339 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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