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6일 월요일

의식의 흐름 #19

 - 최근 주말 간 Jamie Lewis의 BITE-SIZE HISTORY를 읽었다. 가볍게 읽기에 매우 좋은 책이었다. Lewis의 저작들이 그렇듯 말이다.


- 하지만, 약간 아쉬운 부분이 있었는데,, 그의 쇠질 관련 시대 구분에 대한 것이었다. Lewis는 90년대 이후를 ‘The GH Era’로 규정한다. ‘인슐린, 성장호르몬, 그리고 신톨이 보디빌더들에게 완전히 다른 외형을 준’ 시대로서 말이다.


- 틀린 말은 아니나, 이 경우라면 내 생각에는 ‘성장호르몬의 시대’라기 보단 ‘인슐린의 시대’로 부르는 것이 맞다. 왜냐고? 다른 특별한 이유 없이, 성장호르몬이 이미 80년대 보디빌더들 사이에서도 활발히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 이를 테면, 80년대에 Mr. Olympia였던 Lee Haney와, 그의 훈련 파트너인 'Ropeman' Felder는 성장호르몬을 사용했고, 다른 프로 보디빌더들을 위해 성장호르몬을 구해다 주기도 했다고 한다.


- 참고로, Humatrope가 FDA 승인을 받은 게 1986년이다. 하하.


- Lee Haney를 구글에 검색해보라. 180cm 남짓한 키에, 시합 체중은 110kg 초~중반이었다.


- 그리고 저 정도 수준이, 최상위권 수준의 유전자를 갖춘 보디빌더가, 인류에게 알려진 모든 AAS에 더해 HGH까지 썼을 때 만들 수 있는 몸이다.


- 그럼에도 90년대 이후에 우리는 시합 체중이 120kg가 넘어가는 보디빌더들이 속속 등장하는 것을 봐왔다.


- 이들과 90년대 이전 보디빌더들 간 차이는? 인슐린 사용 여부뿐이다.


- 이 시리즈에서 계속 언급되는 것처럼, 스포츠 결과의 발전, 그리고 훈련법, 영양 등의 발전은 PED를 빼놓고 도무지 설명될 수가 없으며, 위의 경우도 이러한 사례 중 하나일 뿐이다.


- 그리고, 이미 이 시리즈 중 상당 부분에 거쳐 ‘내추럴 훈련법’을 설명했고, 이에서 유추할 수 있다시피, ‘내추럴 훈련법’은 보통 너무 지루하고 단순하며, 심지어 ‘개인화’의 필요성이 훨씬 크기에 마케팅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 것이다(불가능하다는 것은 아니다).


- 새로운, 재미 있는 훈련법은 오직 적절한 PED 사용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주장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 그리고 이러한 맥락에서, 나는 거의 모든 피트니스 인플루언서들이 PED를 사용하고 있을 것이라 의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보디빌딩을 하는 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퍼포먼스 중심의 쇠질을 주력으로 팔로워 기반을 쌓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 실제 보디빌딩을 하는 이들은 Anavar 등 경구제만을 단독으로 사용하는 ‘사이클’을 멍청한 짓이라고 비웃지만, 만약 당신이 ‘내추럴’인 척 하고 싶다면 제법 효과적인 전략이다.


- 약물은 약물이며, 저용량도 효과가 작을 뿐이지 분명히 있으니까.


- 굳이 AAS를 사용할 필요도 없다. 퍼포먼스가 목적이라면 다른 약물들, 이를 테면 암페타민 계열을 사용해도 되니까


- 컬링이나 양궁 같은 스포츠에서도 도핑 적발 사례가 나온다. 그리고 그들이 어떤 약물로 적발되는지 확인해보라.


- PED는 ‘Performance Enhancing Drugs’니까 말이다. 스테로이드만 포함되는 게 아니란 말이다.


- 컨텐츠 크리에이팅의 맥락에서, 만약 당신이 n주 내에 어떤 퍼포먼스를 내야 한다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이에 맞추어 PED를 쓰는 것이다.


- Youtube가 도핑 테스트를 하는 것도 아니지 않나, 하하.


- 그리고 사실, 컨텐츠 크리에이터들은 잘못이 없다. 이들은 그저, 수요가 있는 시장에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뿐이니까.


- 사실 우리 모두 ‘내추럴’을 별로 안 좋아한다는 게 현실인 것이다. 그렇지 않나? 이 글을 쓰는 나도 실제로는 말도 안 되는 유전적 재능을 타고난 아웃라이어나 PED 사용자 외에 다른 이들의 퍼포먼스에는 정말 아무런 관심이 없단 말이다.


댓글 2개:

  1. 하다못해 공부도 약빨고 하는 시대
    항해로 부를 쌓는 대항해시대가 있었다면
    지금은 약빨아서 부를 쌓는 대약의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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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 ‘하다못해 공부도 약빨고 하는 시대’는 사실 굉장히 오래되었습니다. Johns Hopkins 의대의 창립자 중 한 명인 William Stewart Halsted가 코카인과 모르핀에 심하게 중독된 사람이었고, 이게 우리가 아는 북미식 의대 레지던트 제도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 아시나요(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7828946/)?

      2) 이 시리즈에서 지속적으로 지적하는 것처럼, 쇠질과 PED는 분리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라이프타임 내추럴’이니 하는 것을 강조하는 현대의 세태가 인류 역사 전체에서 가장 특이성을 보이고 있다고도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3) 물론, 이건 그저 쇠질 관련 시장이 커져, 틈새를 노리는 마케터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것이 제 개인적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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