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16일 목요일

의식의 흐름 #20

 - 최근 Jim Wendler의 프로그램들을 다시 찾아보며, 내가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Wendler가 훨씬 훌륭한 코치임을 느끼게 되었다.


- 특히 “5/3/1 FOREVER”를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처음 보았을 때는 그저 여러 5/3/1 변형 프로그램을 담고 있는 책으로만 여겼던 것이 이해가 안 갈 정도로, 매우 충실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 이를 테면, 그의 “Leader”와 “Anchor” 개념을 보자. 프로그램들에 있어 Wendler는 2~3 개의 “5/3/1 cycle”로 이루어진 “Leader”와, 다시 1~2개의 “5/3/1 cycle”로 이루어진 “Anchor”를 처방하고 있다.


- “Leader” 단계의 경우엔 바벨 리프트들에 대해 흔히 “PR set”이라 불리는 AMRAP 방식의 세트가 존재하지 않으며, 대부분이 5회 반복으로 이루어진, 많은 수의 세트가 처방된다. Wendler는 “Training Max”가 실제 1RM의 80~90%가 되어야 함을 강조하는 바, 이들 세트들은 결국 실패 지점에서 매우 먼, 일종의 연습으로서 기능하게 되는 것이다.


- 그리고 “Anchor”에서는 바벨 리프트들의 세트 수가 줄어들며, 대신 “PR set”이나, 또는 Wendler가 “Joker sets”라고 부르는 고강도의 세트가 처방된다. 이를 통해 훈련 효과가 어느 정도 있는지 확인하고자 하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 이를 통해, 3~5 개의 “5/3/1 cycle”로 이루어진 프로그램 하나 내에서도, 일종의 축적Accumulation과 실현Realization을 명확히 구별하고 있는 것이다.


- 이에 더해 Wendler는 어떤 변형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근비대에 좋다거나, 다른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근력에 유리하다거나 하는 식으로 코멘트를 달아 놓았으며, 훈련자가 원하는 훈련 효과에 따라 여러 훈련 프로그램 템플릿 중 하나를 고를 수 있게 해놓았다. 이를 통해, 하나의 템플릿을 흔히 말하는 메조 사이클로 하여, 여러 템플릿을 이어 하는, 일종의 매크로 사이클을 만들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 아울러, Wendler는 말 그대로 모든 프로그램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보조 운동(Wendler는 “Assistance”라고 부른다)을 진행해야 하는지도 처방하고 있다. 그리고 사실 상 모든 훈련일에 “Push”, “Pull”, “Single leg/core” 운동을 하게 만든다(사실 “Single leg/core”는 이름만 그렇지, Wendler의 책에서는 그냥 하지나 몸통 근육군을 대상으로 하는 운동들을 뜻하는 용어로 쓰인다).


- 또한, 많은 수의 프로그램들이 매 훈련일마다 바벨 운동조차 상체 운동 한 가지와 하체 운동 한 가지를 포함하는 식으로, 사실상 전신을 자주 훈련하게 하고 있다.


- 결국, “5/3/1 FOREVER”의 많은 프로그램들은 소위 우리가 이야기하는 ‘고빈도’ 프로그램이 되는 것이다.


- 약점 부위에 대한 보조 운동도 지속적으로 처방되며 말이다(볼륨은 사이클마다 달라진다).


- 그리고 여기까지 읽은 사람이라면, 한 가지 생각하게 되는 것이 있을 것이다.


- ‘이거 그냥 파워리프팅 프로그램이잖아?’


- 물론 2020년대 들어 유행하는 최첨단의 파워리프팅 프로그램과는 약간 다를 수도 있다. Micro-cycle 단위에서의 평가와 이에 따른 개입, “TTP” 등이 고려되는, 말 그대로 높은 수준의 시합에 참가하는 파워리프팅 ‘선수’들을 위한 프로그램과는 제법 차이가 있을 것이다.


- 그러나, 만약 당신이 소위 이야기 하는 ‘중급자’라거나, 딱히 파워리프팅에 재능이 없는 사람, 그리고 파워리프팅 종목들을 수행함에 있어 세련된 테크닉을 익히지 못한 사람들에 대해 프로그램을 처방할 때엔, 결국 Wendler의 프로그램과 흡사한 접근법을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이에 더해, 만약 당신이 그저 적당히 건강을 목적으로, 바벨 운동 종목들에서 적당히 헬스장에서 꺼드럭댈 수준의 중량을 들며, 근육도 적당히 붙이는, 그 정도 수준의 목적만을 가지고 있다고 하자.


- 이 경우면, Wendler의 프로그램들을 도무지 이길 수 없다. 아무리 머리를 짜내어도, 그저 Wendler를 흉내 낸 것 같은 결과 밖에 안 나올 것이라 장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 왜 한물간 피트니스 작가에 대해 이렇게 길게 적었냐고 묻는가? 다른 이유는 없고, 나 스스로 아무 생각 없이 Wendler의 훈련 템플릿들을 따라 운동해볼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리즈의 제목은 “의식의 흐름”이다. 말 그대로 내 의식의 흐름에 따라 쓰여지고 있는 것이란 말이다.


댓글 2개:

  1. 책을 한번 훑어만 봐도 이건 뭐 편집증 환자인가 싶을 정도로 일반인이 생각 해 낼수 있는 각종 변형들을 만들어서 적어놓고 악세사리 운동까지 정해서 떠먹여 주기까지 하는데다
    걍 다운받아서 보고 좋은거 같으면 사줘라고 대인배스러운 면모까지 보이고 있는데

    흔한 '파워리프팅' 한다는 사람들은 인터넷에 떠도는 베이직 템플릿 하나(사실 오리지날도 안보고 국내 한정 유명한 '야들러'만 봄)보고 강도가 약하니 볼륨이 적니 파워리프팅 프로그램이 아니라 좋게 봐도 빌딩 프로 그램이니 어쩌니 평가절하 해대고 있죠

    추가적인 보조세트가 있고 매번 암랩을 하고 컨디션이 좋으면 조커까지 하는데 강도나 볼륨이 부족하다는 애들은 분명 ped를 하고 있거나 그냥 뇌가 없다고 생각할수밖에 없는데 말이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경쟁권 선수가 아닌 '행복' '유사 리프터'들 수준에서는 감히 바이블이라고 해도 될 프로그램이라고 보고있습니다

    우스갯 소리로 웬들러가 적었듯이 살빼고 800중반만 유지하고자 만든건데 바꿔 말하면 이걸 제대로만 하면 800중반은 할수있다는거잖아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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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1) 우선 저는 Wendler의 프로그램 전반이 파워리프팅에 집중하는 사람들에겐 좋은 선택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전체 바벨 운동 세트 수의 1/4 가량이 프레스에 처방되어 있는 것부터(그리고 Wendler가 프레스에 대해 기이할 정도의 애정을 지니고 있다는 점도 더해) 그렇죠.

    2) 그리고 보디 “빌딩 프로그램”으로는 별로라고도 생각합니다. 전 프리웨이트, 그 중에도 바벨 리프트에만 과하게 볼륨이 실린 프로그램이 훌륭한 보디빌딩 프로그램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3) 다만 말씀 주신 것처럼, 취미로 적당히 헬스를 하는 경우라면, Wendler의 프로그램들은 매우 훌륭한 선택지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Wendler의 800kg 정도 Raw 토탈은 물론 여러 맥락들이 고려되어야 하며(한 가지 확실한 건, Wendler가 5/3/1 덕에 800kg 토탈을 만든 것이 아니라, 늙고, PED도 덜 쓰는 상태에서 5/3/1로 800kg 토탈 정도의 근력을 유지, 또는 복구했다는 것일 테니 말입니다), Wendler의 프로그램을 따른다고 파워리프팅 토탈이 폭발적으로 늘거나 하진 않을 테지만, Wendler의 프로그램을 성실히 따르면 꾸준한 점진적 과부하를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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