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3일 수요일

의식의 흐름 #30

 - 나는 코칭을 혐오하지 않는다.


- 오히려, 일정 이상의 퍼포먼스를 내는 리프터라면 “코칭”이 있는 것이 낫다고도 생각한다.


- 보다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코치가 아니더라도, 같이 훈련하는 파트너들이 있어, 제 3자의 시선으로 훈련을 평가 받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자기객관화이니 말이다.


- 혼자 운동해서 챔피언 리프터가 된다는 발상이 몇몇에게 가지는 매력은 이해하나, 적어도 실제 퍼포먼스 기반의 쇠질 챔피언들 중에는 코치나 훈련 파트너가 없었던 사람을 찾기 어렵다.


- 애초에, 인터넷 이전 시기 사람들이 어떻게 쇠질을 배웠을 것이라 생각하는가? 체육관에서 함께 운동하는 사람들을 통해 배웠을 것 같지 않나?


- 혼자서, 아무런 사회적 교류 없이, SNS와 인터넷만으로 쇠질을 배운 뒤, 고립된 채 쇳덩이를 들었다 내려놓는 행위를 반복하는 것은 지극히 21세기적 현상이라는 것이다(그렇다, 나는 지극히 21세기적 인간인 것이다, 하하).


- 쇠질은 문화이며, 문화는 당연하게도 여러 사람이 공유해야 성립하는 것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 이러한 맥락에서, 나는 “팀”이나 동호회도 혐오하지 않는다. 오히려, 개인적으로 쇠질을 하며 가장 즐거웠던 순간들을 생각해보면, “팀”이나 동호회에 소속되어,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운동을 했던 것들이 우선적으로 떠오를 정도다.


- 오히려, 개인적으로는 “코칭”보다는 “팀”이나 동호회, 그러니까 클럽 단위로 서로 운동하는 것을 봐주며 쇠질을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훈련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 아무래도,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코칭”이라고 하면 묘한 상하관계라고 해야 할지… 글로 쓰기도 낯부끄러운 “스승과 제자” 같은 느낌이 들 수밖에 없기에 그렇다.


- “스승과 제자”! 하긴, 스승의 날에 퍼스널 트레이너에게 선물을 주는 사람들도 있는 세상이니 말이다, 하하.


- 심지어 대한민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Westside Barbell을 인용하길 좋아하지만, 정작 Louie Simmons의 다음 발언을 언급하는 것을 본 기억은 별로 없다.


- Westside Barbell은 단순한 체육관(Gym)이 아니라 모임(Club)에 가깝다는 발언 말이다.


- 그리고 언제나 같이 언급되는 것이 Simmon는 (Westside Barbell이 한창 유명해지기 시작했던 20세기 후반에) 코치가 아니라 훈련 파트너이자 리프터라는 내용도 별로 인용되지 않는다.


- Dave Tate는 Simmons가 50이 넘은 나이에 다시 파워리프팅을 시작하고, 같이 운동하는 젊은 리프터들을 Max Effort 훈련에서 앞지르는 것을 보고, 한층 더 존경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내용의 글을 적은 적이 있다.


- 그리고 이것이,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엔 가장 이상적인 훈련 환경이다. “Club”으로서, 리프터들이 서로 돕는 것 말이다. 물론 경험이 많거나, 지식이 많은 이가 다른 이들을 더 도울 수 있고, 이것은 분명 일종의 “코칭”이다. 하지만 “스승과 제자” 같은, 역겨운 것은 아니지 않나.


- 이번 글은 그 어떤 정보 공유도 없이 사견으로만 가득하기에, 실로 “의식의 흐름”이라 하겠다.


댓글 2개:

  1. 얼마전 우연히 다시 들어왔다가 모든 글 다 읽었습니다. 저도 최 선생님이랑 같은 팀에서 운동했던 때가 그립네요.
    역병 핑계로 방 안에 틀어박혀 있을 때에도 '클럽'에서의 즐거웠던 기억 덕분에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다시 그런 행복을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기회가 되면 독자로서 식사라도 대접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잘 읽고 많이 배워가겠습니다. - 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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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건강하게 잘 지내시죠? 편하신 때에 한번 뵈어요. 정말, 같이 운동했던 때가 그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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