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31일 수요일

최근 들은 음악들 단평 (5)

 Ares Kingdom – In Darkness at Last


 Ares Kingdom은 이 블로그에 별도의 글까지 썼을 정도로, 개인적으로는 제법 좋아하는 밴드이다. 초장기 데스, 블랙 메탈 언저리에 있을 법한 느낌의 리프들이 섞인 스래시 메탈을 하는 밴드로, 리프 하나하나가 좋은 데다가, 곡들도 전반적으로 어느 정도 서사성을 살리면서 지루하진 않게 하되, 가능한 한 직선적이고 직관적인 곡들(그러니까, 그냥 생각 없이 들어도 좋은 곡들)을 쓴다. 사실 이들의 커버 앨범인 Veneration의 곡 리스트들을 보면 이들의 되도 않는 메탈 덕력을 확인 가능할 정도이니, 이들이 메탈에 통달한 게 딱히 놀랍진 않다. 진짜로, 한번 확인해보라. 그리고 해당 앨범에서 커버한 곡들의 원곡들을 기존에 알고 있었다고 거짓말은 하지 말길 바란다. 

 이번 앨범은 묘하게 더 헤비 메탈스러운 곡들, 그러니까 리프는 헤비 메탈과 별 관련이 없지만, 리듬이나 곡들의 구조가 묘하게 헤비 메탈스러운 곡들이 많은 것 같기도 한데, 전반적인 곡들의 수준은 꾸준하게 좋으니 별 상관은 없다.



Burzum – Hvis Lyset Tar Oss


 최근 웹 서핑을 하다가 Burzum 음악에 대한 혹평들을 몇 번 마주한 바 있어 다시 들어봤는데, 여전히 좋았다. Hvis Lyset Tar Oss의 가장 놀라운 점은 앨범 전체가 마치 한 곡처럼 응집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메탈이라는 장르 내에 컨셉 앨범들이 무수히 많이 존재하나, Burzum의 이 앨범처럼 실제 일관성이 있게 들리는 앨범들이 몇 개나 있나 싶다. 

 어렸을 때는 Tomhet이 너무 긴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나이 먹고 다시 들으니 오히려 첫 곡인 Det som en gang var와 근사한 수미상관을 이룬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더해 2번 트랙과 3번 트랙이 그저 Det som en gang var로 다채롭고 화려하게 시작해서, Tomhet으로 약간은 허전하게 끝내는(곡 제목부터 “공허”이지 않나, 하하), 앨범 전체의 전개에 있어 중간 지점들에 불과한 것 같기도 하고?



Revenge – Attack. Blood. Revenge, Superion. Command. Destroy


 Revenge는 캐나다의 워 메탈 밴드로, 심지어 그 Order from Chaos와 Angelcorpse로 유명한 Pete Helmekamp도 잠깐 소속되었던 밴드이다. 물론 Revenge 자체는 James Reed 개인이 북치고 장구치고 하는 프로젝트인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원래도 증오와 악에 받친 밴드로, 커리어 내내 전쟁과 폭력, 반기독교와 인간 혐오 그 자체인 음악만 만드는 밴드이긴 하다만, 이 초기 EP 2 장의 곡들은 그 정도가 더 심하다. 프로덕션마저 딱히 좋은 편이 아닌지라, 거의 소음에 가까운 것 같다가도, 메탈 돼지들이 환장하는 포인트들(그래봐야 리듬 패턴 바뀌는 것이나, 정신 나간 솔로 정도지만)이 군데군데 등장해서 듣는 사람을 즐겁게 해준다. 어찌 되었든 스타일 하나는 확고한 밴드인지라, 심지어 Bathory 커버곡이 있는데, 전혀 Bathory 곡 같지가 않을 정도다.



Omerta – Antiamorous


 앞서 Revenge를 언급하며 “증오”를 이야기했지만, Omerta도 결만 다를 뿐 한 “증오”하는 밴드임은 틀림없다. 굳이 따지자면 Revenge가 틀니 딱딱거리는 “증오”고, Omerta는 약물 중독인 밀레니얼식 “증오”라고 해야겠다.

 2020년 풀렝쓰를 낸 뒤 간헐적으로 싱글들만(그래봐야 두 곡) 내고 있는데, 이 곡은 듣다보면 어처구니가 없어서 오히려 좋게 들린다. 아무 맥락도 없이 온갖 요소들을 섞어놓았는데, 이게 오히려 이들의 정체성에 부합한다는 느낌이다. 제발… 풀렝쓰도 이런 곡으로만 채워서 내줘…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