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이 글은 현대 파워리프팅 프로그래밍에 대해 소개하고, 이 방법론이 사실상 쇠질 역사에 등장한 최초의 ‘내추럴 훈련법’임을 주장하려 시작한 글이었다.
우선 이 글에서 이야기하는 ‘현대 파워리프팅 프로그래밍’은 RTS의 Emerging Strategy 소개 이후, 2020년대를 전후하여 Sean Noriega와 Steve DeNovi 같은 파워리프팅 코치들이 고안해낸 파워리프팅 프로그램 방법론을 의미한다. 그리고, ‘내추럴 훈련법’이라는 표현은, 이 방법론을 구성하는 요소에 약물의 영향을 받은 프로그래밍, 또는 훈련 방법론들이 배제되어 있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 썼다.
또한, 이 글에서 현대 파워리프팅 프로그램이 내추럴 훈련법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모든 내추럴 훈련자들이 파워리프팅 프로그램을 따라야만 한다는 주장은 아님을 분명히 하고 싶다. 만약 훈련자가 파워리프팅이 아닌 다른 목적을 가진 경우, 당연히 그에 맞는 프로그래밍이 필요하다. 다만, 일반적으로 ‘쇠질’이라고 하는 행위를 취미로 하는 이들은 적당한 근비대와 자신이 선호하는 리프트(들)의 1RM 기록 모두를 신경 쓰는 경우가 많으니(원한다면, ‘파워빌딩’이라고 불러도 좋다), 이 경우에 내추럴 훈련자라면 현대 파워리프팅 프로그래밍을 참고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쓰다 보니 그다지 응집력이 있는 글은 아니게 되었다. 아니, 실로 의식의 흐름에 가까운, 엉망인 글이 되어버렸다. 이에 대해 이 글을 읽는 이들에게 미리 사과 드리며, 읽는 이에게 그저 재미있는 화두를 한 두 개 던져줄 수 있으면 다행일 것이라 생각한다.
2. 현대 파워리프팅 프로그래밍 요약
우선, 이 부분에서 요약은 제법 거친 것이 될 것으로, 독자들의 양해를 바란다.
현대 파워리프팅 프로그래밍은, Emerging Strategy의 영향을 받은 것이니, 각 훈련자에게 최적의 마이크로 사이클(보통, 1주 단위)를 구성하는 것을 근간으로 한다. 세 가지 시합 종목인 스쾃, 벤치 프레스, 데드리프트는 훈련자에게 필요한 주 당 훈련 빈도에 따라, Primary day, Secondary day, Tertiary day…의 훈련일을 마이크로 사이클 내에서 정하게 되며, Primary day의 퍼포먼스를 올리는 것이 마이크로 사이클 구성의 목적 중 하나가 된다. 소위 보디빌딩에서 이야기하는 ‘분할’을 짜는 과정이라고 생각해도 될 것이며, 액세서리 운동들을 함께 계획해야 하기에 더더욱 그렇다. 그리고 이렇게 구성된 마이크로 사이클은 블록 내에서 그 구성을 유지하며 반복된다. 즉, 운동 종목들과 세트 수, 반복 수는 고정이다.
Mike Tuchscherer의 Emerging Strategy와 차이가 나는 부분은, 블록 내에서 RPE가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Tuchsherer가 TTP(Time To Peak)로 부르는, 각 훈련자들에게 맞추어 결정된 블록 길이를 적용하되, 블록 내에서 각 훈련일의 탑 세트 RPE는 상대적으로 낮은 RPE(이를 테면 @5)부터 마지막 주에 높은 RPE(이를 테면 @8.5)까지 매주 올라가는 식으로 설정된다. 이를 Dynamic RPE 라고 부르며, 결과적으로 블록 내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강도부터 높은 강도까지 올라가며, 점차적으로 훈련자의 기록이 올라감에 따라 블록 간 ‘웨이브 로딩’이라고 할 것이 나타나게 된다. 그리고, 여러 블록들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훈련자 개인의 반응에 따라 마이크로 사이클에 미세 조정을 가한다.
시합을 위한 피킹은, 기존의 파워리프팅 프로그램들과 달리, Emerging Strategy의 영향 하에서 Primary day의 퍼포먼스가 최대화되는 시점에 시합일을 맞추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테이퍼링은 훈련자 개개인의 반응에 따라 필요할 때에만 진행한다. 디로딩의 경우도 강도와 볼륨을 엄청나게 줄이는 것이 아닌, 약간만 줄이는 식으로 진행한다.
아울러, 위에 계속 적은 것처럼 훈련자에게 맞추어 조정한다는 것이 ‘모멘텀’을 느껴야 한다는 식의 표현으로 강조된다는 것을 적어야 하겠다. 이 글에서 추후에 더 설명하겠지만, 이것은 결국 정체기를 겪지 않게 해야 한다는 말이다(즉, Primary day에 적어도 블록 간 약간이나마 지속적인 상승이 관측 되어야 한다). 또한, ‘예측가능성’ (predictability) 역시 매우 강조되는데, 이 역시도 정체기를 겪지 않게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면서 언급될 것이다.
사실 이 글의 필자는 대단한 리프터이거나 코치조차 아니기에, 위와 같은 설명은 분명히 한계가 있다. 그렇기에 독자들이 스스로 이하 영상들과 링크의 무료 프로그램 예시들을 확인해볼 것을 강력히 권하는 바이다:
https://prsontheplatform.com/about-prs/free-powerlifting-program/
3. 쇠질 훈련법의 역사를 약물 사용과 연관해서 접근해야 하는 이유 중 한 가지
현대 파워리프팅 프로그래밍이 최초의 ‘내추럴 훈련법’이라는, 그러니까 약물 사용에 의해 오염된 지식, 정보들을 배제한 훈련법이라는 주장은, 결국, 그 이전에 있었던 모든 훈련법들은 약물 사용에 의해 오염된 지식, 정보들을 아주 약간이라도 포함하고 있다는 주장이 된다. 이는 제법 강한 주장이며, 많은 이들이 불편함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위 주장, 대부분의 훈련법이 약물에 의해 오염되어 있다는 주이야말로 이 글에서 나오는 여러 주장들 중 가장 참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라 생각한다.
우선, 인공적으로 합성된 테스토스테론을 포함해 아나볼릭 안드로제닉 스테로이드의 사용이 시작된 시점에 대해 논의해보자. 인류가 인공적으로 테스토스테론 합성에 성공한 것은 1935년이다(Hoberman et al., 1995). 이에 더해 Hoberman은 1940년대부터 엘리트 운동선수들과 보디빌더들이 테스토스테론과 아나볼릭 안드로제닉 스테로이드를 사용했다고 적었다.
다만 쇠질에서 약물 사용 시기를 늦게 잡는 Lewis 같은 이는 1955년에 Metandienon의 합성 후 미국에서 1958년 Dianabol이 출시 되고, 1960년대에 Larry Scott이 Mr. Olympia에 등극하게 되는 것을 이야기하며, 1960년대에 들어서야 아나볼릭 안드로제닉 스테로이드가 광범위하게 퍼졌다고 주장하기도 한다(Lewis, 2023).
이 글의 필자는 오랜 기간, Lewis의 의견과 같은 것을 지지했다는 것을 먼저 밝힌다. 하기의 표를 보기 전까지 말이다(Todd, 2008).
John Grimek 이 1940년과 1941년 사이에 보여준 변화에 주목하라. 물론 Grimek 의 체지방률은 7%보다 높았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하나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우유와 바벨 백 스쾃 20회만으로 이미 근육질이었던 만 30세의 리프터(Grimek 은 1910년생이다)가 단기간 동안 저렇게 성장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Grimek 은 1936년에는 미국 역도 대표팀 소속이기까지 했다.
Grimek 은 Bob Hoffman의 York Barbell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었다. 위의 내용에서, 적어도 1940년대 이후 쇠질 훈련법과 관련되어 영어로 된 정보들은 약물 사용에 의해 오염되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쇠질 훈련법 정보가 약물에 의해 오염된 시기를 1940년대 초반으로 잡고, 1차, 2차 세계 대전이 있었던 시기를 고려할 때에, 실질적으로 거의 모든 ‘프로그램’ 관련 정보는 약물에의 오염, 적어도 그것의 간접적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에 더해, 코카인이 인공적으로 합성된 것은 1860년이며, 1863년에 Vin Mariani 같은 음료(코카인을 넣은 와인)도 출시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Lewis, ibid.), 약물을 사용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하는 쇠질 훈련법이라는 것 자체가 현대 파워리프팅 프로그램 이전에 있었는지 자체가 의문이다.
어째서 현대 파워리프팅 프로그램만이 약물에 오염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냐고 물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 현대 파워리프팅 이전에는 인스타그램 등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퍼져, 딱히 타고난 재능이 있지도 않은 내추럴 리프터들이 광범위하게 참여하는 쇠질이 없다시피 했다. 이에 더해, USAPL로 대표되는, 미국 아마추어 스포츠 특유의 반-도핑에의 과한 신념 역시 현대 파워리프팅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미국에서의 파워리프팅은 약물 사용이 완전히 허용되는 단체들과 그렇지 않은 단체들로 확연히 구분되어 향유되고 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또 한 가지 더할 만한 것은, 파워리프팅을 잘 할 때의 경제적 유인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적어도 나는, USAPL을 중심으로 한, 소셜 미디어를 통한 파워리프팅 유행 이후 등장한 프로그램 방식이 약물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을 수 밖에 없는 여러 사회적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밑에 추가로 적을 내용들처럼, 적어도 현대 파워리프팅 프로그램은 약물로 인해 왜곡되어 있는 프로그래밍 '지식'들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을 특징으로 가진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에서, 타고난 재능이 부족한 내추럴 리프터들이, 비단 파워리프팅을 하지 않는 경우더라도, 얻어갈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3. 주기화와 FF-모델
흔히, 주기화를 정당화하는 ‘과학적’ 근거로서 제기되는 것은 크게 두 가지이다-GAS(General Adaptation Symdrome)과 초과보상Supercompensation. 이 두 가지 현상이 사람들이 훈련을 하며 경험적으로 깨달은 소위 SRA 곡선(Stimulus-Recovery-Adaptation)에 부합한다는 이유에서 말이다. 하지만 McDonald에 따르면, 이 두 가지 생리학적 현상은 실제 쇠질 훈련에 적용되기 어렵다(McDonald, 2019). GAS는 독극물을 쥐에게 주사해서 나온 실험 결과이며, 결과적으로 ‘Exhaustion’ 단계에서 실험체는 사망했다. 초과보상의 경우, 인간의 신체에서 실제 ‘Supercompensation’이 일어나는 시스템은 글리코겐 저장 시스템 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신 McDonald는 Fitness-Fatigue 모델(이하 FF-모델) 이 실제 훈련 경험을 보다 잘 설명해준다고 이야기한다. FF-모델 개념을 설명한 도표는 하기와 같다(Beardsley, 2018).
훈련은 ‘Fitness’(훈련에의 적응으로 인한 체력, 이하 체력)와 ‘Fatigue’(이하 피로)를 발생시키며, 그리고 이 두 가지 요소가 퍼포먼스를 결정하게 된다. 추상적으로 이야기해서(애초에 체력이라는 개념 자체가 추상적인, 모델을 만들기 위한 개념이다), “만약 당신이 훈련을 해서 체력에서 5%의 상승과, 피로에서의 10% 상승을 일으켰다고 하자. 이제 5% 체력에서 10% 피로를 빼면 -5%가 된다.”(McDonald, ibid.)
이 모델은 GAS, 초과보상보다 SRA 곡선을 보다 잘 설명한다. 적응을 통한 체력의 향상이 피로보다 늦게 사라짐을 가정하면, 바로 퍼포먼스에 있어 SRA 곡선을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위 그림처럼 말이다).
그리고, GAS나 초과보상 등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도 설명할 수 있다: RTS도 그렇고, 현대 파워리프팅 프로그래밍도 그런 것처럼, 피킹 없이 높은 퍼포먼스를 내는 상황 말이다. 근력이라는, 적응을 통해 얻은 체력은 계속 올라가고, 운동을 통해 피로도 올라가지만, 체력의 상승이 그리는 곡선의 기울기가 피로의 상승이 그리는 곡선의 기울기보다 더 큰 상황이라면, 피킹 없이 퍼포먼스가 사이클 시작 전보다 당연하게 더 높게 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혹자는 RTS의 프로그래밍을 반-(Anti-)주기화로까지 지칭하나(그리고 주기화라는 단어를 고전적인 의미, 그러니까 소련 스포츠 훈련 방법론에서의 장기간 훈련 계획이라는 의미로 쓰면 맞는 말일 것이다), 언어의 역사성을 고려할 때에, 주기화라는 단어가 그저 훈련 계획이라는 의미로 쓰이는 상태에서 이는 너무 나간 것이 될 것 같다.
다만 FF-모델에 근거해 쇠질 훈련에 접근하는 경우, 주기화라는 것이 느슨한 것 이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FF-모델 하에서 사고하는 경우에, 초과보상을 위해 퍼포먼스가 감소할 정도의 피로를 누적시키는 ‘축적 블록’을 계획 한다느니 하는 것은 실로 의미 없는 일이 될 것이니 말이다(물론, 이에 맞춘 약물 사용이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지나, 이 글은 내추럴 훈련법에 대한 글이다).
4. 정체기의 원인과 이를 피하는 방법
FF-모델을 기억하며, 정체기에 대해 논의해볼 것이다. Beardsley는 정체기가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근사한 설명을 제시한다(Beardsley, 2024).
“정체기는 [1] 피로가 축적 되어 근력이 억제되고, 추가적인 적응을 얻는 것을 방해하는 경우, 또는 [2] 현재 운동을 통해 만들어내는 자극이 현재의 발달 모델의 맥락 하에서 근력 증가를 일으키기에 부족한 경우에 발생한다. 자극이 부족한 경우는 [1] 운동 단위 동원이 충분히 높게 이루어지지 않거나, [2] 특정한 부위의 근육 성장이 최대치에 도달했거나, [3] 현재의 발달 모델이 운동 프로그램을 통해 일어나는 실제 근력 증가보다 더 큰 근력 증가를 요구하는 경우일 수 있다.”
결국 정체기는 과다한 피로, 또는 적응을 위한 자극 부족에서 온다는 분석이다. 주목해야 하는 것은 “운동 단위 동원이 충분히 높게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자극이 부족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도 피로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운동 단위 동원 수준은 우리가 어떤 근섬유에 접근할 수 있는가를 결정한다. 이는 이미 상당한 양의 근비대를 이룬 상태로, 많은 근섬유가 각각 크기 측면에서 정체되었을 때 중요하다. 남음 근섬유 중 성장할 수 있는 근섬유들은 고역치 운동 단위 풀의 가장 상단에 있는 것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충분한 운동 단위를 동원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 중 하나는? 피로다(Beardsley, 2023).
“다양한 유형의 근력 운동은 중추신경계(CNS)의 피로를 유발하며, 통증을 느끼는 것과 불편감이 증가하는 것을 포함하나, 운동 단위를 동원하는 중추 운동 명령의 수준은 증가하지 않는 상태이다.”
“예를 들어, 가벼운 부하로 실패할 때까지 근력 훈련을 하는 경우는 (마치 짧은 휴식 시간을 사용하는 것처럼) 운동 중 보다 낮은 수준의 운동 단위 동원을 야기하는데, 이는 대사 물질 축적이 보다 많이 일어나서 이것이 뇌에의 구심성 피드백afferent feedback을 주기 때문이다.”
결국 정체기를 일으키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피로라는 것이다 (Beardsley가 이야기하는 자극이 부족한 경우에서 3번째 가능성은 프로그래밍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니, 더더욱 그렇다).
그리고 이러한 피로에의 이해가 AMRAP이나 고반복 액세서리 훈련과 같은, 현대 파워리프팅 프로그램 이전에 유행했던 여러 쿠키-커터 프로그램들이 즐겨 사용했던 방식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계기를 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과연 AMRAP이나 고반복 액세서리 훈련이, 이러한 방식의 훈련이 주는 피로를 정당화할 만큼의 자극을 제공하는가?
이에 더해, 물론 개인적인 편견일 수 있다만, AMRAP 적용이 잦은 프로그램들은 언제나 대머리에, 수염을 기르고, 문신을 한, 한 때 아나볼릭 안드로제닉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다가 현재는 TRT를 받고 있는 이들이 만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당연하게도 외부에서 호르몬을 주입하면, 적어도 내인성 호르몬에 의존하는 이들보다 피로 관리가 쉬울 테니 그런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체내 단백질 대사회전 과정에서 근육 내 단백질 분해 과정만 생각해봐도 그렇다. 근육 손상으로 인한 피로의 경우, AAS를 사용할 때에 그렇지 않을 때보다 크게 감소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다시 피로와 정체기의 관계로 돌아와서, 흔히 구식 프로그램 방법론들(소련 역도 문헌에 기초한 주기화, 혹은 JTS가 유행시킨 블록 주기화)에 기초하는 이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은 정체기라는 것이 별 수 없이 일어나는 것이며, 축적 후 ‘Supercompensation’을 기도해야만 한다는 것이나, 앞서 소개한 FF-모델, 그리고 지금 이야기한 피로와 정체기 간 관계를 생각해보면, 정체기는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프로그램을 계획하는 과정에서 피로 조절을 통해 적극적으로 피해야만 하는, 그리고 피할 수 있는 대상이 된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현대 파워리프팅 코치들이 이야기하는 훈련에의 ‘모멘텀’이 어떤 것인지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뜬구름 잡는, 계속 기록이 늘기를 바라는 기원이 담긴 말이 아니라, 프로그래밍 과정에서 피로 조절을 통해 적극적으로 정체기를 피하는 것, 이것이 훈련에서의 모멘텀인 것이다.
아울러, 모멘텀에 대한 위와 같은 이해는 예측가능성에의 강조 역시 이해하게끔 해준다고 생각한다. 피킹 후 마법 같은 초과보상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리프터 개개인의 피로와 피로 누적에 대한 반응을 고려해 피로를 조절하며, 원하는 체력이 최대한 잘 드러날 수 있게 하는 것이 결국 예측가능성이라는 말로 설명되고 있는 것이다. 적응을 통해 원하는 체력은 계속 쌓이고, 피로 조절(사실은, 최소화이다)을 통해 이 체력이 잘 표현되게 하는 것, 이를 통해 어느 정도 퍼포먼스가 나올지 예측하는 것이 예측가능성에의 강조를 통해 파워리프팅 코치들이 하고 싶은 말인 것이다.
5. 현실에서의 적용
우선, 당연하게도 파워리프팅 합계를 최대한 올리는 것이 목적인 이라면 당연하게도 요즘 유행하는 방식의 프로그래밍을 따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코칭을 받아도 좋고(사실 이게 제일 편하고 빠른 방법이긴 하다만, 피트니스 산업 종사자들이라는 악마들에게 돈을 주는 것이라 싫을 수 있다), 만약 코칭을 받는 것이 싫다면, 위에 첨부한 PRs Performance의 무료 프로그램들을 확인해보는 것도 좋다.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하기에 지나치게 일반적인 프로그램이나(특히 액세서리 선택이 그렇다), 일단 몇 개월 그대로 따라한 뒤 자신에게 맞는 방향으로 조금씩 바꾸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비단 파워리프팅을 하지 않더라도, 현대 파워리프팅 프로그램이 주는 교훈들-고전적 주기화에 대한 거부와 피로에의 이해는 그저 취미로 쇠질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매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간단하게 생각하면, 쇳덩이를 들면, 당연히 세진다! 다만 그 과정에서 피로 조절만을 하면 되는 것이다. 무언가 거창한, 준비, 축적, 실현 같은 것을 생각할 필요까지는 없는 것이다. 그 거창한 말들이, 적어도 쇠질에 한정해서는, 별 대단한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약물의 영향 하에 성립된 것일 수도 있고 말이다(사실, 이게 거의 맞는 말일 것이라 생각한다).
이를 테면, 누군가 취미로 쇠질을 하는 이가 현대 파워리프팅 프로그램과 비슷한 프로그램을 계획해서 운동하되, ‘Primary day’에 바벨 백 스쾃과 바벨 벤치 프레스 1*4 (@8) 기록을 집중해서 갱신한다고, 그러니까 6RM 기록에 집중하여 그 기록을 계속 갱신한다고 생각해보자. 충분한 영양 섭취와 수면 시간 확보에 신경 쓰며 말이다. 수 년간 이 과정을 거친 경우에, 적어도 바벨 백 스쾃과 바벨 벤치 프레스에 사용되는 근육군들은 그 사람의 유전적 한계 근처까지 커져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이것이 결국 쇠질을 취미로 즐기는 사람들 상당수가 원하는 훈련 결과 아닌가?
참고문헌
Hoberman, John M.; Yesalis, Charles E., 1995, The History of Synthetic Testosterone, SCIENTIFIC AMERICAN Feburary 1995.
Lewis, Jamie, 2023, Bite-Size History: Volume 1.
Todd, Jan, 2008, Size Matters: Reflections of Muscle, Drugs and Sport, Iron Game History, August 2008.
McDonald, Lyle, 2019, The Facts About Supercompensation of Training, Web, https://bodyrecomposition.com/training/supercompensation-of-training
Beardsley, Chris, 2018, What is the fitness-fatigue model?, Web, https://sandcresearch.medium.com/what-is-the-fitness-fatigue-model-6a6ca3274aab
Beardsley, Chris, 2024, Plateaus during strength training, Web, https://www.patreon.com/posts/plateaus-during-89881252
Beardsley, Chris, 2023, Maximizing motor unit recruitment, Web, https://www.patreon.com/posts/829391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