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8일 수요일

잡문 #25 - 이상한 생각들 #3

 #1 장르의 완성

 최근 Wagner Ödegård의 음악을 들으며 든 생각으로, 장르의 완성이라 부를 만한 지점이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다.

 Wagner Ödegård의(그리고 그의 다른 프로젝트인 Tomhet과 Wulkanaz의) 음악은 분명 듣기 좋다. RAC, 펑크 같은 느낌을 기초로, Burzum부터 이어진 ‘앳모스피릭’한 느낌(사실은 전자 음악을 재현한 것뿐일 수도 있지만)을 낼 때도 있으며, Darkthrone의 Transilvanian Hunger 시절 같은 미니멀리즘을 보여주기도 한다. 프로덕션도 Graveland 같는 밴드의 느낌도 나는 것 같을 때도 있고 그렇다.

 정말 듣기 좋지만, 어디선가 다 들어본 것 같다는 것이다. 더 나은 것은 없고, 근본적으로는 같지만, 약간의 개성 덕에 듣기 좋은, 그런 느낌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이러한 ‘장르의 완성’이 소셜 미디어 시대를 거치며 드디어 파워리프팅, 그리고 보디빌딩 훈련법의 영역에서도 일어난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과연 파워리프팅 훈련법의 ‘메타’라고 할 것에 더 이상 바뀔 것이 있을까? 2010년대 중반부터 소셜 미디어 상의 유행에 따라 DUP가 유행하고, 그 이후엔 모두가 블록 주기화에 치우쳤다가, 왜인지는 몰라도 근비대에 대한 지나친 강조가 유행한 이후, 2020년대에는 모든 요소들이 적당히 섞인, 논리적으로 딱히 흠잡을 곳이 없는 훈련법이 정착한 것 같지 않나?

 보디빌딩 훈련법도, 소셜 미디어 상 피트니스 컨텐츠의 범람으로 PED 관련된 정보까지 광범위하게 공유된 덕에 더 이상 혁신적으로 나아질 것이 없어 보일 때가 있다. 이를 테면 John Jewett이나 Dr. Todd Lee 같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에 더해 보다 ‘혁신적’인 것이 나올 여지가 있어 보이는가?

 세부적인 디테일, 실천 방법 등의 변화는 계속 있겠지만, 이건 말 그대로 상위 1%에서 경쟁하는 리프터들에게나 도움이 될, 지극히 개인화 되어 있는 것이고, 죽을 때까지 중급자 수준에 머물 재능 밖에 없는 이들에게는 큰 의미 없는 정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장르의 완성’ 덕에 이미 완성된 ‘메타’에 충실한 사람을 고용해 몇 번의 ‘매크로 사이클’만 함께 하고 나면, 더 이상 무언가 더 알아도 별 도움이 안 되는 것 아닐까?



 #2 근비대 훈련 = 일반적 근력General Strength 훈련?

 특정 동작에서의 근력은 특이한 적응이라는 것은 이제 익히 알려진 사실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반적 근력’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일반적 근력’을 위한 훈련에 가장 가까운 것이 있긴 하다. 평범한 근비대 훈련이 그것이다. 근육이 커지면 당연히 근육이 내는 힘도 커지니까. 그리고 최대한의 근비대를 위해 훈련하면 결국 다양한 관절 각도, 다른 스트렝스 커브를 가진 다양한 동작들, 다양한 반복 횟수 구간들을 모두 경험하게 된다. 오히려 특정 동작들(흔히 파워리프팅 종목에 오버헤드 프레스가 추가된다)에만 집중하는 것보다 다양한, ‘일반적’인 상황들에 대해 저항 운동을 수행하게 되는 것 아닐까?

 여기에서 ‘근비대 훈련’이 보디빌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보디빌딩은 개념 상 보디빌딩에 특화된 근비대 훈련을 포함할 뿐, 근비대 훈련이 전부는 아니니까. 그저 미용 목적으로, 몸이 좋아지고 싶은 사람들이 하는 훈련을 이야기하는 것이다(흔히 보이는, 보디빌딩 훈련에서 시합과 관련된 부분들을 거의 다 제외한 훈련 방식 말이다).

 만약 누군가가 취미로 다른 스포츠 – 일상에서 개인적으로 흔히 접하게 되는 사례는 골프, 테니스, 그리고 (웃기지만) 주짓수다 – 를 하고 있는데, 이에 더해 힘을 좀 더 기르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경우, 그냥 피로를 최소화하는 근비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행동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유사-파워리프팅 프로그램이 아니라 말이다. 


2024년 11월 26일 화요일

잡문 #24 – 가장 멍청한 동작

 가장 멍청한 동작이란 바로 터키시 겟업을 말한다. 정확하게는 중량물을 들고 하는 터키시 겟업이다. 겟업은 아무리 좋게 봐줘도 벤트 프레스만큼 멍청한 운동인데, 적어도 벤트 프레스는 20세기 초반~중반에 유행하기라도 했으며, BAWLA 같은 단체에서 공식적으로 시합을 열기라도 했었으니 겟업보다는 (아주 근소하나마) 낫다.

터키시 겟업으로 키울 수 있는 체력은 결국 어깨 안정성과 지구력 정도가 전부다. ‘코어의 활성화니 뭐니 해도, 결국 겟업으로 강하게 만든 코어는 겟업이라는 동작에 대한, 특이한 적응에 불과하다. 겟업 동작의 근력이 강해지겠지만, 이 근력이 다른 분야에 전이가 크다고 주장하는 것은 판타지 소설에 가깝다.

근비대의 관점에서도, 너무 많은 근육군들이 참여하며, 결국 어깨의 가동성과 안정성 때문에 사용 중량이 제한된다는 점에서 절대 좋은 운동이 될 수 없다.

이제 누군가는 두번째 문단에서 언급된 전이를 다시 끄집어내어, 그래플링 종목을 하는 경우 겟업이 나름 특이성을 갖춘 동작이 될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 주장이, ‘특이성에의 이해 자체가 없는 주장이라는 것이다. 그래플링 종목에 가장 특이성을 가진 훈련은 그래플링 종목 스파링이다. 그리고 그래플링 종목 중 그 어떤 동작도 한 쪽 어깨에 중량이 실린 상태에서 일어나는 동작이 없지 않나? 어떻게 겟업이 특이하다는 것인가?

결국 겟업을 지지하는 주장은 일반적 근력을 주장하는 것 정도의 빈약한 것이 된다고 생각한다.

격투기 선수나 다른 운동 선수의 예시를 드는 것은 약한 주장이 된다는 것도 지적하고 싶다. 한 두 가지 사례는 아웃라이어에 불과하니 말이다. 존 존스의 예시를 들며 박스 스쾃과 데드리프트 1RMMMA 선수에게 좋다고 주장한다면 딱히 똑똑한 일은 아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겟업이 얼마나 좋은 동작인지는 직접 해봐야 안다는 말도 의미가 없다. 나는 이미 135파운드 바벨로 겟업을 해봤으니까. 겟업 동작을 해봐야, 일정 중량 이상에서는 겟업 기록만 오르고, 다른 어떤 것도 나아지지 않는다. 심지어 개인적으로는 벤트 프레스 기록에도 전이가 없었다.

물론, 어깨의 안정성과 가동성은 중요한 체력 요소이다. ‘코어에의 인지(이게 뭔지는 아직까지도 모르겠지만)도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이미 훌륭한 대안이 제시되어 있는데, 무려 댄 존이 제시한 것이다. 바로 물을 반쯤 담은 종이컵을 주먹 위에 올려놓고 겟업을 수행하는 것이다. 댄 존이 체력 훈련과 관련해 천재라는 것을 부정하기는 쉽지 않다.

2024년 11월 19일 화요일

잡문 #23 – 이상한 생각들 #2

1. ‘인자약’들이 피해야 하는 것


 ‘인자약’들이 쇠질 훈련 계획을 짤 때에 가장 피해야 하는 것은 다름 아닌 피로다.

 피로가 쌓인 상태에서 근비대 훈련을 하게 되면, 피로로 인해 운동 단위 동원이 제한되게 되고, 이는 근비대를 방해하게 된다. 당연하게도, 동원되지 않은 근섬유가 커지기는 어렵다.

 피로가 쌓인 상태에서 근력 훈련을 하게 되면, 역시 피로로 운동 단위 동원이 제한된 상태에서, 가장 효과적인 자세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다. 그리고 당신의 신경계는 피로가 쌓인 상태 하에서의 효과적이지 못한 자세를 익히게 된다. 

 결국, 훈련 효과(적응)이 있을 정도의 과부하를 주되, 피로를 최소화하는 것이 쇠질 훈련 계획에서 가장 근본적인 고려 사항이 된다.

 이제, 가장 멍청한 짓은, 딱히 나은 적응을 주는 부하도 아니면서 피로가 큰 행위를 중심으로 훈련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중 대표적인 것이 고반복 세트들을 통한 고볼륨 훈련이다.

 만약 당신이 뭘 해도 기록이 오르고 몸이 좋아지는, ‘선수님’ 유전자라면 사실 상관 없다. 그러나 당신이 소위 ‘인자약’이라면? 고반복 세트들로 하는 고볼륨 훈련은, 다람쥐 쳇바퀴나 다름 없는 짓이 될 것이다.



2. ‘내추럴’의 기준


 ‘내추럴’의 기준이라는 것은 사실 모래 위에 선 긋기와 같다.

 우선, 그저 취미로 쇠질을 하는 이가 있다고 할 때에 ‘내추럴’은 대략, 보충제, 영양제 정도는 섭취하되, 쇠질에서의 퍼포먼스를 올리는 약물은 사용하지 않는 정도가 될 것이다. 그러나 ‘보충제, 영양제’라는 기준조차 모호한 것이다. 베르베린을 섭취해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경우는 어떤가? 혹은 극한의 다이어트 중에 L-카르니틴을 주사해서 신진대사를 유지하는 것은? 둘 모두 그저 영양제 수준에 지나지 않는 성분이니 괜찮은 것인가? 또는, 처방전을 받아 ADHD 치료제를 복용하는 경우는 어떠한가? 암페타민이지만 시합에서도 TUE를 받을 수 있으니 괜찮은 수준인가?

 그래도, 상기 사례들은 WADA 금지 약물도, 법에 의해 제한을 받는 약물도 아닌 그저 영양제이니, 또는 치료를 위한 합법적 약물 사용이니 괜찮아 보인다. 사실 적당히 생각하면 AAS나 펩타이드 호르몬 정도만 안 쓰면 ‘내추럴’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추럴’의 기준이 더 모호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소위 ‘내추럴’ 시합에 나가는 ‘선수님’들의 존재이다.

 WADA 기준 하에서 테스토스테론에 대해서 내인성 호르몬의 양을 기준으로 테스트를 하지 않고, T:E 비율을 기준으로 테스트를 한다는 것은 이미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T:E 비율이 4:1를 넘으면 무언가 약물을 사용한 것으로 의심하여, 추가적인 테스트를 시행하게 된다.

 이 시점에서 유명인의 사례 하나를 소개하고 싶다. UFC 182 시점의 다니엘 코미어다(UFC 182 당시 도핑 테스트 결과지는 다음을 참고하라: https://www.mmafighting.com/2015/1/23/7880561/official-documents-from-jon-jones-daniel-cormier-ufc-182-drug-test). 코미어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2014년 12월 2일에는 50ng/ml, 12월 17일에는 70ng/ml, 2015년 1월 3일에는 13ng/ml, 그리고 2015년 1월 4일에는 7.1ng/ml였다.

 간단한 구글 검색으로, 남성의 테스토스테론 정상 범위가 2.7~10.7ng/ml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니엘 코미어는 UFC 182 시점에 만 35세였다. 종합격투기라는, 극한의 고볼륨 훈련이 강제되는 스포츠를 하며, 시합이 가까워져 감량까지 고려해야 하는 만 35세 남성이 정상 범위의 거의 7배가 되는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보여줬다가, 1개월만에 정상 범위로 돌아온 것이다.

 LH도 보면, 2014년 12월 2일 39.2mIU /ml, 12월 17일 45.7mIU/ml, 2015년 1월 3일 7.6mIU/ml, 1월 4일 6.4mIU/ml로 널뛰기를 한다. 역시 간단한 구글 검색으로 건강한 남성의 소변에서 LH 정상 범위는 7.11 ± 5.42 IU/L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상기한 테스트들 모두에서 다니엘 코미어의 T:E 비율은 항상 0.5를 넘지 않았다.

 또 하나 재미있는 사례를 소개하자면, Rogerson et al., 2007이 있다(https://pubmed.ncbi.nlm.nih.gov/17530941/). 9명의 20대 남성에게 체중 1kg 당 3.5mg의 테스토스테론 에난테이트를 매주, 총 6주 간 주사한 연구로, 6주 후 9명 중 4명의 T:E 비율이 WADA 기준인 4:1보다 낮게 나왔다.

 

 









  


 


 상기 연구를 통해 재인용하자면, Weatherby et al., 2002는 이렇게 밝힌다: “근력 훈련을 받는 운동선수들이 12주 동안 테스토스테론 에난테이트를 투여 받았을 때, 30m 스프린트 테스트에서 향상을 보였다. 잠재적으로 더 중요한 발견은 테스토스테론 투여가 중단된 후 12주 후에도 스프린트 능력에 대한 향상 효과가 유지되었다는 것이다. 비록 소변 T/E 비율이 기준선으로 돌아왔지만 말이다.”

 한 가지 더 언급할 만한 것은, IFBB Natural 대회의 기준이다. T:E 비율을 무려 6:1까지 봐주기 때문이다(https://ifbbprokorea.com/rules/doping/). 

 여기까지 읽었다면, 영어권 핏플루언서들이나 코치들이 농담처럼 쓰는 ‘Sports TRT’라는 용어에 어째서 ‘Sports’가 들어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내추럴’ 시합들의 도핑 테스트 규정 자체가 자연적인 내인성 테스토스테론으로 가능한 수치보다 훨씬 높은 테스토스테론 수치까지 ‘내추럴’로 인정해주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적당한 수준의 외인성 테스토스테론 사용까지는, 적어도 ‘선수님’들 수준에서는 ‘내추럴’인 것처럼 보인다(물론, 코미어의 경우는 LH 촉진제 같은 것을 사용한 것일 수도 있으나). 그리고 위의 연구들이 에난테이트를 가지고 한 것이며, 2020년대 보디빌더들에게 유행하고 있는 프로피오네이트, 인슐린 주사 바늘, 매일 하는 마이크로 도징을 기억하면, 더더욱 이 상황이 재미있어진다.

 물론, 도핑 테스트 기술 자체는 위와 같은 사례를 모조리 잡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해 있다. 예를 들자면, 위 사례들의 경우 탄소 동위 원소 분석을 해버리면 된다. 대부분의 외인성 테스토스테론 약물은 식물성 원료를 가지고 만드니 말이다. 불행하게도 이 경우에도 ‘로무새’적 음모론은 가능하다. 어떤 미친 인간이 동물성 콜레스테롤을 원료로 하여 테스토스테론을 합성하고 이를 유통 시키고 있다면, 이를 도핑 테스트로 적발하는 것이 더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정신 나간 주장을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실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주장은 아니다). 이에 더해, 세상 그 어떤 협회도 모든 선수들에 대해 비싼 테스트를 수행할 수 있는 예산이 없다는 것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자, 이런 상황에서, 나처럼 취미로 운동을 하는 이와, ‘선수님’들 간 ‘내추럴’의 정의조차 달라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내추럴’이 얼마나 모호한 단어인지!


2024년 11월 7일 목요일

잡문 #22 - 볼륨, 용어 혼란 전술

 쇠질 관련하여, 세트 수로 볼륨을 따지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만 이에 대해서 분명하게 말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근비대와 관련하여 힘든 세트 수를 기준으로 볼륨을 따지는 것이지, 이게 근비대 훈련 외에 다른 것에도 항상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볼륨은 그저 훈련량을 뜻하는 용어로, 장거리 달리기를 하는 경우에는 거리로 볼륨을 측정할 것이고, 장거리 사이클을 하는 경우에는 특정 Watt/kg 강도 구간 별 훈련 시간으로 볼륨을 측정할 것이다. 그리고 근비대와 관련해서는 힘든 세트 수를 기준으로 볼륨을 따지는 것이 가장 의미 있을 것이라는 합의가 있기에 많은 연구들이 힘든 세트 수를 기준으로 볼륨을 측정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을 근력 훈련에 바로 적용할 때이다. 

 역도가 되었든, 파워리프팅이 되었든, 특정 리프트의 1RM을 목적으로 하는 훈련에서는 실패 지점 근처에도 가지 않으면서 1~3회를 수행하는 세트를 제법 많이 수행하게 된다. 이 경우, ‘힘든 세트 수’를 기준으로 하는 근비대 볼륨 계산과는 다른 상황에 처하게 된다. ‘실패 지점 근처에도 가지 않’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구소련 시스템에서의 역도, 그리고 이에 영향을 받은 동유럽 쪽 파워리프팅의 경우 NL (Number of Lift)를 사용하는 것이다. 특정 강도에서 총 몇 회를 들었는지, 연습한 양을 추적하기 위해서 말이다.

 또는 Load-volume 그러니까, 중량*횟수*세트로 계산되는 ‘tonnage’를 추적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적어도 일의 양을 측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어차피 시합 종목은 두 종목, 아니면 세 종목이니 이 종목들의 tonnage만을 추적하면 더 많이 했는지, 적게 했는지 알 수 있다).

 이러한 구분 하에서, 근비대 훈련의 볼륨 계산법, 이를 테면 Dr. Israetel이 만든 볼륨 랜드마크 – MV, MEV, MAV, MRV – 를 근력 훈련의 볼륨 계산법으로 바로 적용할 수는 없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구분 없이 그저 ‘볼륨’만을 뭉뚱그려 이야기하는 것이 일종의 ‘용어 혼란 전술’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그냥 적당히 ‘볼륨을 늘려야 합니다’ 하는 식의 내러티브가 넘쳐나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재능이 있다면 이런 구분 따위 신경 안 써도 꾸준히, 열심히 하면 언제나 남들보다 잘 들게 되니, 적당히 볼륨을 늘리고 성적이 좋은 리프터들은 언제나 존재하게 되며, 그 정도로 충분하다고 다들 생각하게 된다.

 그래도 특정 리프트의 1RM 향상을 위한 훈련의 경우 근력을 위한 연습으로서 하는 시합 종목과 그 가까운 변형들의 볼륨은 가능한 한 높아야 하지만, 근비대를 위한 볼륨은 그렇지 않다든지 하는 식으로 어느 정도는 분리하여 논의되어야 함을 주장하고 싶다(완전 분리는 안 되겠지만 말이다). 

 최근 공개된(Pre-print 상태이지만) 근비대 훈련 볼륨 관련된 메타회귀분석(https://sportrxiv.org/index.php/server/preprint/view/460/967) 을 보면, 근비대 세트수가 부위별로 주당 4 세트를 넘어가는 경우에는 근력 향상에서 한계 효용(?)이라 할 것이 급감한다. 심지어 저 4 세트는 프레스 동작 1 세트를 상완 삼두근 관련해서 0.5 세트로 세는 식으로 해서 나온 수치이다. 근력 향상을 위한 볼륨이 이미 처방되어 있는 경우, 근비대를 위한 볼륨(액세서리를 통한)이 높을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 아닐까?

 이에 더해, 조금 더 과장해서,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특정 리프트의 1RM 기록이 목표인 경우, 근력을 위해서는 제법 높은 볼륨이 필요하지만(무식하게 이야기하면, 뭐든 연습을 많이 해야 는다), 근비대를 위해서는 오히려 볼륨이 높을 필요가 없는 것 아닐까?


2024년 10월 16일 수요일

잡문 #21 - 무책임

 쇠질 훈련법과 관련하여 가장 무책임한 말은, 적어도 내 생각엔, 이것이다:

 ‘근비대를 해라’

 이건 아무 의미가 없는 말이다. 너무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근비대는 특이성에 구애를 매우 덜 받는, 매우 ‘관대한’ 적응이니 말이다. 흔히 ‘과학적’으로 밝혀진 근비대 훈련 강도의 범위부터 생각해보면, 무려 5~30RM이다. 효과가 있는 볼륨 구간은 (최적의 볼륨 구간이 아니라, 훈련 효과가 있는) 말 그대로 주 당 부위별 1~2 세트 정도부터 무려 50여 세트 사이가 된다는 것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자, 이런 상황에서 ‘근비대를 해라’ 라는 말을 들었을 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5~8회 1~2세트부터, 25~30회 50세트 사이 어딘가를 해라 하는 말이나 다름없는데?

 결국 훈련 계획은 빈도, 강도, 볼륨, 그리고 특이성이 모두 동시에 고려되어야 하니(‘FITT’ 원칙이다! 고전 그 자체다!), 그저 근비대를 하라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현재 훈련하는 방식, 그리고 훈련의 목적을 고려해 빈도, 강도, 볼륨, 특이성을 모두 고려하여 그에 따른 근비대 훈련을 계획해주어야 할 것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근비대를 해라’ 하는 것은 실로 무책임한 말인 것이다.

 그리고 위에 기초해 다른 무책임한 말들도 더 생각해볼 수 있다:

 ‘볼륨을 늘려라’

 ‘빈도를 늘려라’

 ‘스트렝스를 길러라’

 차라리 재능을 타고났어야 한다고 조언해주는 건 어떤가?


2024년 10월 10일 목요일

『조커: 폴리 아 되』 감상

 우선 나는 영화에 대해 완전히 문외한임을 밝힌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내 인생 최고의 영화 5편은 『아드레날린24』, 『아드레날린24 2』, 『올드 보이』, 『좋은 친구들』, 그리고 『파이트 클럽』이다. 그저 유명하거나 폭력적이면, 혹은 둘 모두인 경우에 무작정 좋아한다는 뜻이다. 감상, 또는 평론과 관련하여 별도의 고등 교육 학위도 없고, 학부 전공이 사회학과 철학이었다는 것 정도가 그나마 언급할 만한 배경일 것이다.

 길게 썼지만, 사실 변명이다. 이 글이 아무 의미 없는 글이라는 것에 대한 변명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내가 『조커: 폴리 아 되』 감상문을 쓰는 이유는 사실 하나이다. 이 영화를 재미있게 봤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평론가들의 악평에도 불구하고 명작이니 하는 헛소리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기껏해야 평범한 영화일 것이고, 주제 넘게 평론가와 일반 소비자들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이에 더해 개인적으로는 뮤지컬 장면이 나올 때마다 무언가 마음에 안 들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완결성을 좋아하며, 『조커: 폴리 아 되』는 전작인 『조커』의 서사를 이어 받아 깔끔하게 완결 시켰다는 점에서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내 생각에 이 영화는 어느 정도 시청자의 실망을 의도하고 있다. 전작은 주인공 아서 플렉의 불행과 불운으로 시청자를 압박하다가, 조커로의 각성과 폭력, 살인을 통한 해방감을 주었다(이게 도덕적으로 옳은 것인지는 떠나서 말이다). 반면, 이 영화에서 아서 플렉이 조커로서 행동하는 장면들은 망상 속 뮤지컬이 대부분이고, 현실 법정에서도 조커 흉내만 낼 뿐이다. 나는 이 영화가 이를 통해 전작에서의 조커를 그저 망상, 또는 연극으로 만들며(또는, 연극으로 인식 시키며-있어 보이는 말로는 ‘소격 효과’일 것이다) 전작의 해방감을 기대한 시청자들을 의도적으로 실망 시킨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실망감을 통해 얻는 효과는 전작과 이 영화를 연결해서 보았을 때 시청자가 느끼는 감정의 수미상관이라고 생각한다. 전작의 구성이 클라이맥스의 해방감까지 시청자를 고양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했었다면, 이 영화는 클라이맥스의 허탈함까지 시청자를 하강 시킨다. 즉, 전작의 시작 지점, 아서 플렉이 바닥을 치던 시점에 시청자가 느끼던 감정까지 다시 되돌린다는 것이다.

 수미상관 이야기가 나와서 언급해야만 할 것이, 이 영화가 전작과 수미상관을 이루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전작에서 주인공이 쓰러진 상태에서 시작했던 것처럼, 이 영화도 주인공이 쓰러진 상태로 끝난다. 전작에서 조커로의 각성이 3명의 취객들이 가하는 폭력을 통해 이루어진 것처럼, 이 영화에서 아서 플렉이 조커가 허상임을 인식하는 것도 3명의 간수들이 가하는 폭력을 통해 이루어진다. 아예 전작의 센세이셔널한 장면이었던 화장실에서의 춤 장면과 관련해서 이 영화에서는 그 후 아서가 분장을 지우는 장면을 보여주고, 조커로 각성하여 계단을 내려오며 춤추는 장면에 대해서는 조커이길 포기하고 리를 찾아 계단을 올라가는 장면이 대비되어 제시된다. 전작에서 시청자들을 고양시킨 모든 장면들에 대해 물리적으로 반대되는 장면을 보여주어 의도적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가라앉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일차적인 감정의 침잠, 그리고 수미상관을 고려한 연출(상승과 하강)을 통해 얻는 새삼스러운 재인식이 있었다. 바로 이게 아서 플렉이라는 인물에게 실로 걸맞는, 개연성이 있는 서사라는 것이다. 전작을 보면서 통쾌함을 느끼는 한편, 머릿속에서는 ‘결국 불행과 불운으로 가득 찬 삶을 사는 정신질환자가 미쳐서 사람 죽이고 수감된 것 아닌가? 이게 만화책 속 수퍼 빌런이 될 순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영화는 이를 다시금 상기 시킨다. 이에 더해 이 영화는 조커라는 캐릭터를 영화 속 사회에 존재하는 일종의 현상으로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제목부터 그렇고, 아무 맥락 없이 터지는 폭탄 테러,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의 사건과 이를 주도하는 인물의 존재도 그렇다. 이 영화 속 세상에서는 아서 외에 누구든 조커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심지어 조커를 소비해주고, 숭배하며, 성적으로 욕망하는 리의 존재는 이 지점을 더더욱 강조한다. 이를 통해 아서 플렉은 그저 외로움과 소외가 개인을 어떻게 만드는가 보여주는 인물이 되며, 전작에서의 상승과 이 영화에서의 추락을 통해 하나의 캐릭터로서 완결된다.

 영화 속 세계에서 아서는 모든 ‘억까’란 ‘억까’는 다 당하니, 이 영화 시리즈는 구체적으로 외로움과 소외를 야기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게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전작과 이 영화를 사회 비판으로 환원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공감이 어렵다. 현실에서 개개인이 느끼는 외로움과 소외의 원인은 가정이 될 수도 있고, 직장이 될 수도 있고, 사회가 될 수도 있고, 또는 스스로에 대한 기대와 실망이 될 수도 있으며, 실연의 경험이 될 수도, 거절에 대한 경험이 될 수도 있다(그리고 아서는 전작과 이 영화에서 말 그대로 이 모든 것을 다 당한다). 원인이 무엇이 되었든, 외로움과 소외는 결국 정신병을 부르고, 폭력과 파괴가 따르게 되는 것이다. 그게 자신을 향한 것이든, 타인을 향한 것이든 말이다. 

 이에 더해 나는 전작과 이 영화에서의 ‘사회 비판’은 현대 미디어에 한정되어 일어나는 것으로 느꼈다. 배경이 1980년대임에도 불구하고 전작에서 아서가 출연하게 되는 TV쇼는 마치 현대의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틱톡 같은 매체처럼 그려진다. 애초에 아서가 조그마한 코미디 클럽에서 공연한 영상이 남아 TV쇼에 오르는 것 자체가 영상 촬영과 공유가 쉬운 현대에나 가능한 일 아닌가? 그리고 이 영화에서 아서의 재판은 ‘세기의 재판’으로 명명되어, 적어도 카메라 안에 비춰지는 이 영화 속 세상 사람들이, 현실의 사람들이 유명한 사건에 대한, 또는 유명인이 연루된 재판의 과정, 이를 테면 조니 뎁과 앰버 허드의 재판 과정을 소비했던 식으로 아서의 재판을 소비한다는 느낌을 준다. 심지어 영화 속 세계에는 아서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영화가 있다는 언급까지 나온다. ‘불특정다수가 (현대의 미디어를 통하여) 그저 쾌락을 위해 누군가의 외로움과 소외에 따른 울분을 소비하는 것 – 이것이 조커를 낳는 단초가 된다’ 라는 메시지를 읽게 된다. 재미있게도, 만화에서의 조커는 실로 모범적인 극장형 범죄자 아닌가?

 다시 아서로 돌아와서, 이 영화의 하강의 종착지는 앞서 언급한대로 아서가 쓰러져 죽어가는 것으로 이어진다. 외로움과 소외로 미친 인간의 종착지는 결국 파멸 뿐이라는 뻔한 사실이 다시금 시청자들의 얼굴에 직접적으로 비벼진다. 결국 인간은 자신을 이해해주는, 정확히 이야기하면 이해하려 노력해주는 타인 없이는 미쳐버린다. 그리고 전작과 이 영화에서 강조된다고 느끼는 것은, 소비는 이해가 아니고, 숭배도 이해가 아니라는 것이다. 리라는 캐릭터에서 보이듯 페티시도 이해가 아니다. 아서가 타인을 이해 못 하는 것도 있지만(적어도 아서는 노력한다 – 난쟁이 개리의 존재가 이를 보여준다), 영화 속 그 누구도 아서를 이해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결국 부조리하게도 ‘자업자득’이라는 식의 죽음만이 기다린다. 이해하려는, 이해 받으려는 노력을 해도 실패할 수 있는데, 사람은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해야 한다. 여기까지 쓰고 보니 젠장, 『신세기 에반게리온』… 또 너야?


2024년 10월 3일 목요일

잡문 #20 - '로무새'

 개인적으로는 어떤 개인에 대해 소위 ‘로무새’라 불리는 의심을 하는 것의 동기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별로 의미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설령 누군가가 ‘페이크 내티’라고 했을 때에, 그게 무슨 상관인가? 이건 결국 취미인데다가, 취미에서 악한이 이기는 것을 보는 것은 즐거운 일 아닌가? 마치 영화 속 악역이 이기길 바라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누군가가 도핑을 통해 얻을 경제적 이익이 큰 경우에, 도핑을 저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인데 굳이 이것에 에너지를 쏟을 이유가 있는가? 도핑과 관련된 기만적 이데올로기를 통해 월급을 받는 이들, 그러니까 검사 기관에서 일하는 이들을 제외한 우리 모두에게 있어 말이다. 반대로, 누군가가 경제적 이익을 보지도 못하면서 굳이 ‘페이크 내티’ 짓을 한다? 이런 짓을 하는 사람은 내 기준에서 인간으로 취급해 주기도 어렵다. 굳이 사람 취급을 하며 신경을 써주어야 하나?

 이에 더해, 쇠질은, 적어도 역사적, 사회학적으로 접근한다면, 그저 약물 문화에 불과하다고도 생각한다. ‘내추럴’ 관련 조류가 있긴 하지만, 이게 쇠질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중 음악 전체에서 스트레이트 엣지 하드코어 펑크가 차지하는 비중 정도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이 유비를 조금 더 이어가보자면, Earth Crisis는 멋진 밴드이지만, 이들이 대중 음악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해보라. 쇠질 전체에서 ‘내추럴’ 관련 문화의 비중이 딱 그 정도 아닌가?

 하지만, 적어도 내가 ‘로무새’ 짓을 매우 열심히 하는 대상이 있긴 하다. 바로 쇠질 훈련 시스템과 방법론이 그 대상이다. 이 블로그에서 나는 계속 내추럴 훈련법과 PED 사용자의 훈련법은 다를 게 없다고 적었는데,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이 말은 틀린 말이 될 것이다. 더 정확히 얘기하면, 좋은 훈련법이 있고, 좋은 훈련법은 내추럴과 PED 사용자 모두에게 좋다(얼마 전에 적은 파워리프팅 훈련법 같은 것 말이다). 그리고 덜 좋은, 안 좋은 훈련법도 있으며, 모든 훈련자들에게 딱히 좋지 못하지만, PED 사용자는 사용 약물의 종류와 복용량, 복용 기간을 늘려 어떻게든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덜 좋은 훈련법 중에는 PED 사용자 한정으로는 특정 PED 사용법에 따라 좋은 훈련법이 되는 것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로무새’ 짓의 예시 세 가지를 적어보고자 한다.


1. PED 사용에 의해 강제되는 훈련법

 우선, PED를 사용하기 때문에, PED의 효과에 의해 훈련자가 해야 만 하는 훈련들이 생기게 된다. 그리고 이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것이 Westside Barbell이 GPP를 강조하는 부분이다.

 기억해야 할 것은 모든 AAS는 적혈구용적률을 올린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혈압 등에 악영향을 미친다. 약물을 사용하는 파워리프터들이 선호하는 볼데논, 아나드롤 같은 것은 더더욱 그렇다. 장비 파워리프팅이라는 종목의 특이성을 생각해보라. 몸에 수분 보유를 많게 해주며, 파워리프팅 기어 내에 최대한 많은 양의 살(그게 근육이든, 지방이든, 수분이든)을 밀어 넣는 것이 더 많은 무게를 들게 해준다. 그리고 에스트로겐이 충분해야 관절도 덜 아플 것 아닌가? 그 결과, 테스토스테론, 볼데논 등이 더 많이 쓰이고, 어찌 되었든 1RM을 측정하는 일이니 경구제도 더 많이 쓰게 된다. 하물며 Westside Barbell은 매주 Max Effort 워크아웃에서 1RM을 잰다! Westside Barbell의 리프터들이 다른 부류의 리프터들보다 혈압 관련 위험에 훨씬 더 많이 노출 되어 있음을 어렵지 않게 추정할 수 있다.

 이 위험을 약으로 해결하는 것보다 더 쉽게 해결하는 방법이 있는데, 심혈관계 운동을 하는 것이다. 즉, 유산소 운동을 더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Louie Simmons는 그냥 일상적인 것에도 소련 훈련법 책 번역본에서 찾은 이름을 붙이길 좋아했다. 그냥 모두가 하는 고반복 훈련도 Westside Barbell에서는 Repeated Effort가 되거나, Repetition Method가 된단 말이다. 그렇기에, 혈압 때문에 쓰러져 죽는 것을 막기 위해 하는 유산소, 또는 그 외 활동도 GPP가 된 것이다. 당연히 건강해지면, 강해진다. 여기에서 문제는 Westside Barbell의 리프터들이 건강하지 않았던 이유는 PED 오남용 때문이었을 것이라 추정할 수 있다는 것이지만.


2. PED 사용을 위해 하는 훈련법

 PED의 효과를 최대한 얻기 위해 하는 훈련법도 있다. 대표적인 예시는 동독 엘리트 스포츠 시스템에서 청소년기 훈련에 대해 접근하는 방법이다.

 물론 이것은 Broderick Chavez의 인터뷰에서 나온, 2차적인 정보이지만, 동독 엘리트 스포츠 시스템에서 청소년기, 또는 훈련 커리어 초기에 극단적인 볼륨을 통해 오버트레이닝에 가깝게 훈련시키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1) 극단적인 훈련량을 버티는, 타고난 선수만 걸러낼 수 있음

 2) 극단적인 훈련량을 버티는 동안, 제한된 양의 내인성 호르몬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적응으로 선수의 몸에서 수용체와 관련 효소들이 상향 조절됨

 2)에 주목하라. 이를 통해, 극단적인 훈련량을 거친 선수들은 첫번째 ‘사이클’에서 극단적인 훈련량을 소화하지 않는 이들에 비해 더 큰 효과를 얻을 것이라는 게 동독 시스템 하에서 코치들이 가지고 있었던 믿음이라는 것이다.


3. PED 사용을 통해 훨씬 나은 효과를 내는 훈련법

 정확하게 쓰자면, PED 사용을 전제하고, 이를 계획에 반영한 훈련법을 말한다. 모든 훈련법이 PED 사용을 통해 훨씬 나은 효과를 내니 말이다.

 대표적인 예시는 Juggernaut Training System에서 한참 밀던 블록 주기화이다. 특히 ‘Accumulation’ 블록과 ‘Transformation’ 블록(정확하게는 ‘피킹’)의 경우 PED 사용을 통해서만 그 효과가 커지며, PED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에 굳이 추천할 이유가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Accumulation 블록을 생각해보면, 평균 강도는 낮추고, 반복 횟수를 높이는 경우가 많은데, PED를 사용하지 않는 내추럴 리프터의 경우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강도를 낮추고 반복 횟수를 올려 다른 에너지 대사 시스템을 사용할 분명한 이유가 없다. 하지만, PED를 사용하는 리프터의 경우, 사용하는 PED의 종류를 달리 하거나, 양을 줄인 상태라면 강도를 줄일 이유가 있고, 반복 횟수를 늘릴 이유도 있다. 물론 Accumulation 블록이 PED를 사용하지 않는 내추럴 리프터에게 효과가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동시적으로 훈련되도록 마이크로 사이클의 부분으로 짜서 넣으면 될 것을 따로 할 이유를 근사하게 주장할 만한 근거도 없다.

 애초에, 훈련 효과는, 훈련자가 꾸준히 일정 이상 강도와 볼륨으로 운동한다는 전제 하에, Accumulation 블록이 아니더라도 축적되고 있는 것 아닌가?

 이에 더해 피킹은 그 개념상 PED 사용의 필요성을 더 암시한다. Chad Wesley Smith 의 피킹에 대한 강조가 특히 그런데, 약물을 사용하는 리프터의 경우 시합이 다가올 때에 사용하는 약물의 총량이 늘어나고, 직접적으로 단기적 퍼포먼스에 영향을 주는 약물들(경구 AAS와 그 외 향정신성 약물)의 사용이 시작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당연히 피킹 블록 이전과 이후의 기록이 많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이와 관련하여 전체적인 볼륨을 과도하게 줄이는 방식으로 피킹을 계획하는 경우는 PED 사용이 전제된 것일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하게도 매 세션마다 아나드롤과 암페타민을 사용할 수는 없기에, 90% 이상 강도 사용의 빈도와 볼륨을 매우 제한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피킹 역시 PED를 사용하지 않는 내추럴 리프터에게도 적용이 되는 개념일 수 있다. 리프터 개인이 지금까지 특정 강도와 볼륨, 빈도에서 보여준 SRA 커브가 있어, 코치와 상의하여 피로를 줄이기 위한 약간의 볼륨과 강도 조절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CWS가 주장하던 마법 같은 피킹은 PED 없이는 어려울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상기 세 가지 예시들의 공통점은 이것이다: PED를 사용하는 경우, 표면적으로는 목적이 되는 스포츠에 있어 보다 특이하지 않은(덜 ‘specific’한) 훈련법이 사용될 때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특이성의 부족함이 사실 ‘로무새’적 관점에서 보면 PED 사용과 함께하는 스포츠에의 특이성임을 알 수 있다. PED의 영향 하에 퍼포먼스를 내는 것에 특화된 훈련인 것이다. 그리고, ‘로무새’적 관점을 통해 PED의 영향 하에서 퍼포먼스를 내기 위한 정보들을 걸러내어, 소위 ‘내추럴’ 훈련자들을 위한 훈련법을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그리고 이 과정을 가장 모범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현대 ‘Tested’ 파워리프팅 씬의 훈련법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더해, 이런 식으로 걸러낸 결과로서의 ‘내추럴’ 훈련법, 아니 사실 그냥 좋은 훈련법이 아이러니하게도 PED 사용자들에게도 더 효과적일 수 있음을 덧붙여야 하겠다. 참가하는 시합의 테스트의 수준에 따라, 주당 300mg이든, 500mg이든, 3,000mg이든 고정된 용량 하에서 일종의 ‘수퍼 내추럴’로서 ‘내추럴’ 훈련자들과 거의 같은 원칙에 따라 운동을 하면 될 테니 말이다. 이를 테면, IFBB 프로 보디빌더인 John Jewett을 보라. 테스토스테론, 마스테론, 성장호르몬, 그리고 인슐린을 중심으로 해서 근성장이 계속 일어나는 수준의 용량을 확인 후 그 용량에서 더 무리하며 늘리지 않고, Dr. Hatfield 때부터 이어진, mg과 볼륨을 함께 늘리는, 고전적으로 PED 사용을 전제한 훈련법을 따르지 않는 대신, 훈련 효과가 있으며 지속 가능한 볼륨을 설정해 훈련한다(볼륨이 늘어날 때도 있지만, 이것은 볼륨을 과부하를 위한 도구로서 사용하는 것이지, mg에 따라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서두에 든 Earth Crisis의 유비로 다시 돌아가보자. Earth Crisis의 Firestorm EP 이후 하드코어 밴드들과 메탈 밴드들이 브레이크 다운을 더 자주, 잘 쓰게 되었다.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나는 것이라 생각한다. ‘로무새’적 관점을 통해 PED 사용을 전제한 정보들을 제외한 좋은 ‘내추럴’ 훈련법에의 인식이 내추럴 훈련자들은 물론 PED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훈련도 개선 시키는 것이다.


2024년 9월 24일 화요일

잡문 #19 - 질문들

1. 훈련 효과를 ‘더’ 빨리 얻는 것이 가능한가?

 Biological individuality는 실재한다. 그리고 훈련 효과라는 것은 결국 훈련이라는 자극에의 적응, 그러니까 생리적 현상이다.

 이 적응의 속도 또한 개인마다 다른, 고유한 성질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결국 각 훈련자 개개인마다 훈련 효과가 나타나는 데에 걸리는 기간은 다 다르고, 이것을 ‘더’ 단축 시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오히려 좋은 훈련 계획, 프로그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용은 각 개개인이 타고난 적응의 속도에 맞추어 훈련 효과가 일어날 수 있게끔 해주는 것이 전부 아닐까? 타고난 적응 속도에 맞추어 훈련 효과가 일어나는 데에 방해가 되는 병목Bottleneck들을 제거해주는 것이 계획, 프로그램의 효용인 것 아닐까? 애초에 약하고 성장이 더딘 사람이 강해지고 ‘더’ 빨리 성장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아니라 말이다.


2. 생존자 편향에 기초한 의심이 적용되는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생존자 편향은 피트니스 산업 종사자들이 가장 즐겨 쓰는 말 중 하나이다. 재미있는 것은 자신이 주장하는 것을 제외한 다른 모든 것에만 생존자 편향에 기초한 의심을 적용한다는 것이지만.

 사실, 생존자 편향에 기초한 의심을 말 그대로 모든 피트니스 유행에 적용할 수 있지 않나?

 주기화? 사실 동구권 스포츠 시스템에서 살아남은 이들을 기초로 나온 것 아닌가?

 선형 주기화? 사실 PED 사용량을 계속 늘려가며 근육량도 늘려갈 수 있는 리프터들, 그리고 그 중에서도 부상을 입지 않은 이들을 기초로 나온 것 아닌가?

 비선형/동시적 주기화? 여러 요소들을 한번에 훈련해도 모든 부분에서 긍정적 훈련 효과를 보는 타고난 이들을 기초로 한 것 아닌가?

 고볼륨? 결국 피로와 오버트레이닝의 주된 요인은 높은 볼륨인데, 고볼륨에서 살아남은 이들만 볼륨을 찬양하는 것 아닌가?

 고반복? 고볼륨과 마찬가지로, 피로를 버티고 살아남은 이들만 이것을 지지하는 것 아닌가?

 저볼륨? 훈련을 통해 얻는 긍정적 효과가 워낙 커서, 적은 훈련으로도 큰 효과를 얻는 이들만 지지하는 것 아닐까?

 저반복? 1년 365일 고중량을 사용해도 부상을 입지 않는 이들만 살아남아 이걸 지지하는 것 아닐까?

 대체 생존자 편향에 기초한 의심은 어떤 수준에서 멈추어야 하는 것인가?


3. 훈련 계획이 ‘과학적’일 수 있는가?

 사람들이 식습관과 관련된 연구들을 보고 큰 의미가 없다고 주장할 때에, 가장 흔히 드는 근거 중 하나는 연구 샘플들이 자신의 식습관에 대해 직접 보고한다는 점이다. 당연히, 자신이 무엇을 먹었는지, 얼마나 먹었는지 기억하지 못 하는 사람들이 많고, 거짓말을 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RPE는 그 개념 상 훈련자가 직접 보고하는 지표이다.

 과학적 방법론에서 중요한 것은 변수들을 통제하는 것이다. 

 그리고 쇠질 훈련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은 너무도 많아 통제가 어렵다. 심지어 직장에서의 스트레스, 동료나 친구와의 다툼, 연인과의 이별 같은 것도 훈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변인 통제가 어렵다는 점에서 도무지 ‘과학적’일 수는 없을 것 같다.

 결국, 누군가 느낌 따라 잘 하고, 잘 가르치는 게 전부인, ‘기예’의 영역에 있는 것 아닌가?


4. ‘열심히’ 운동하는 것이 사실 가장 쉬운 것 아닌가?

 특히, 근력 수준이 딱히 높지 않은 경우, 쇠질을 ‘열심히’ 하는 것만큼 쉬운 게 없지 않나? 다루는 절대 중량이 낮은 경우에 0~2 RIR 세트도 엄청나게 많이 할 수 있지 않나? 개인적으로도 평생 무거운 무게를 들어본 적이 없어서, 주당 세트 수를 엄청나게 늘릴 수 있다는 것을 익히 안다. 

 그리고 Broderick Chavez는 PED를 사용하는 보디빌더의 주당 세트 수에 대한 일반적인 추천 사항으로 80~120 세트 정도를 이야기한다. 모든 부위, 모든 운동을 합쳐서 80~120세트이다. 주 5일 하면 일별 16~24세트 정도가 된다. 내추럴에, 딱히 타고난 재능이 없는 이가 이보다 많이 할 이유가 있을까? ‘열심히’ 하겠다는 이유만으로?


5. 어째서 쇠질을 하는 사람들은 더 ‘과학적’인 척하려고 노력하는가?

 이 질문은 사실 ‘Stress Index’ 개념을 보고 든 생각이다. 정말 ‘과학적’이고 싶다면 그냥 4~6주마다 혈액 검사를 해서 ALT, AST 수치 같은 것을 보면 되는 것 아닌가? 혈액 검사를 할 재정적인 여유가 없다면, 애플 워치 같은 것으로 HRV라도 계속 기록해서 추이를 지켜보면 되는 것 아닌가?

 아니면 그저 쇠질이라는 것이 애초에 잘할 사람이 느낌 따라 잘 하는 ‘기예’임을 부정하고 싶은 것인가?


2024년 9월 13일 금요일

잡문 #18 - 끔찍한 편견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나는 어떤 피트니스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을 것인가 고민할 때에, 그 사람의 배경을 확인해본다. 사실 별로 대단한 것은 아니고, 누군가가 나름 논리적으로 보이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전제할 때에, 1) 스포츠 관련해서 그 사람의 성과와 2) 학벌을 본다는 뜻이다. 누군가는 2번 항목에 대해 이상하게 여길 수 있지만, 1번이 항상 최우선적인 기준임을 기억해주면 좋겠다. 심지어 성적이 엄청나게 좋지 않아도, 실제 해볼만한 것을 다 해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그 사람의 권위를 인정하게 되니까.

 어찌 되었든, 내가 학벌로 ‘거른’, 딱히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피트니스 전문가는 둘인데, Dr. Brad Schoenfeld와 Dr. Milo Wolf이다. 물론 내가 Lyle McDonald의 의견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는 배경에 기초한, 편견에 가득 찬 결과이지만 말이다.

 우선 Schoenfeld는 Rocky Mountain University의 *온라인 코스*로 박사 학위를 땄다(https://www.lookgreatnaked.com/blog/my-journey-to-a-doctoral-degree/). 정확히 이야기하면 온라인 과정이 섞인 프로그램이겠지만, 풀 타임 직업과 병행 가능한 수준의 ‘온라인 코스 병행 박사 프로그램’의 존재는 놀라울 따름이다. 맹검법 따위는 무시하던 Schoenfeld의 과학적 자세가 어디에서 나왔는지 알려주는 것 같다.

 Wolf의 경우는 Solent University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는데, 무려 130개 대학 중 105위나 하는 곳이다(https://www.thecompleteuniversityguide.co.uk/universities/solent-university-southampton). GPA 기준으로는 2021년에 61개 대학 중 55위다(https://www.timeshighereducation.com/news/ref-2021-sport-and-exercise-sciences-leisure-and-tourism). Lengthened partial과 함께, 스트레칭이 최고라고 주장하며 근비대 훈련 전체의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시도를 하는 과감함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 수 있다.

 사실, 가끔은 이해할 수가 없다. 우리는 Dr. Scott Stevenson 같은 사람, 그러니까, 아마추어 마스터스 보디빌딩에서 미국 국내에서 높은 수준으로 경쟁 했었고, 무려 조지아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까지 딴 인물이 20년도 넘게 무료, 또는 낮은 가격으로 자신이 아는 것을 텍스트나 팟캐스트로 제공해주는 세상에 살고 있는데 말이다. Schoenfeld야 연구를 ‘많이’ 한다는 점에서 대단하다고 해도, Wolf 같은 사람의 이야기를 굳이 들을 필요가 있는가?

 물론, 누군가에게는 끔찍한 편견으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알기론, 운동생리학은 공학이나 경성 과학 같은 성격의 학문이 아니다. 학벌을 안 볼 수가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2024년 9월 10일 화요일

잡문 #17 - Børge A. Fagerli의 5% 피로 규칙(The 5% Fatigue Rule)

 이 블로그에서 이전에 Fitness-Fatigue 모델을 언급했었는데, Myo-reps의 창시자인 Børge A. Fagerli이 이 모델에 맞추어 제법 간단한 훈련 규칙을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공유한 바 있다. 미용과 건강을 위해 운동한다면 참고할 만한 내용일 것 같아 조악한 수준이나마 번역하였다. 직접 읽는 게 나을 수도 있다: https://www.facebook.com/photo?fbid=929756695792880&set=pcb.929756765792873

 두 번째 문장은 가슴에 새길 만하다. 피로는 자극이 아니다. 그저 퍼포먼스의 일시적 감소로 측정되는, 훈련 효과 중 하나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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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근력이나 근성장을 위해 자극을 줄 때에, 피로 또한 생긴다.

 우리는 한 때 피로야말로 자극이라고 생각했었으나, 피로는 피할 수 없는 부작용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또 다른 자극을 주기 전에(그 근육군에 대한 워크아웃을 하기 전에), 이 피로로부터 회복되는 것이 현명하다. 


 01. 당신이 얼마나 빨리 회복하는가는 매우 개인적이며, 이것이 훈련 빈도를 결정한다.

 하지만, 내 경험상, 주어진 운동에 대해 5% 피로가 좋은 시작점이며, 한 세션 당 한 근육군에 대해 2~3가지 운동만을 하는 것도 그렇다 – 해당 근육군의 다른 부분을 자극하거나 가동 범위의 다른 부분에 부하를 주는 식이 선호된다.


 02. 그런데 어떻게 피로를 정량화하는가?

 반복수와 1RM의 %에 대한 표를 찾아보면, 1~5RM에서는 각 횟수가 대략 3~5% 차이가 있고, 보다 가벼운 중량에서는 2~3%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나는 6RM 이상의 중량에서는 “횟수 감소”를, 그리고 1~5RM 중량에서는 “중량 감소”를 사용할 것을 추천한다. 몇 개의 예시를 살펴보자.

 나는 1RIR (reps in reserve)를 추천한다. 같은 중량+횟수에서 2RIR에서 1RIR로 가는 것도 또한 5% 피로임을 기억하라


 03. 횟수 감소 (근비대를 위한):

 1. 중량 * 10, 9, 9, 8 – 멈춤, 또는

 2. 중량*10, 8 – 멈춤, 또는

 3. 중량*10, 6 – 멈춤

 만약, 계속 3.같이 된다면, 이 운동은 1 세트만 해야 할 것이다.


 04. 중량 감소 (근력을 위한):

 1. 100*3회, 95*3, 95*3, 95*3, 95*3 – 멈춤, 또는

 2. 100*3회, 95*3 – 멈춤, 또는

 3. 100*3회, 95*2 – 멈춤

 만약, 계속 3.같이 된다면, 이 운동은 탑 세트 1세트만 해야 할 것이다.


 05. 나는 또한 한 운동을 5세트를 초과해서 하지 않기를 조언한다.

 만약 당신이 더 할 수 있다면, 당신은 범상치 않은 워크 캐퍼시티를 가졌거나 실패지점을 제대로 추정하지 못 해 세트를 충분히 밀어붙이지 못한 것이다.

 세트 간 5~8분보다 긴 휴식을 취하는 것은 또한 당신의 피로에 대한 지각을 왜곡시킬 수 있으며, 이 틀을 덜 정확하게 한다.


 06. 내 경험 상 당신의 훈련을 5% 피로 규칙에 따라 자동으로 조절할 때에 향상이 더 꾸준했다

 빈도는 개인마다 매우 다양하나, 대부분은 이 틀에 따라 한 근육군을 매 2~4일마다 훈련할 수 있다.

 보다 많은 운동들, 고반복, 보다 근육 길이가 길어진 것에 치중한 동작, 저탄수 식단 등 = 회복에의 요구를 증가 시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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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3일 화요일

최근 들은 음악 단평 (9)

1. The Lion’s Daughter – Bath House

 

 The Lion’s Daughter는 미국 미주리주의 프로그레시브 슬럿지 메탈 밴드이다. 개인적으로는 Mastodon의 성공을 전후해 유행하기 시작한 소위 ‘프로그레시브’ 슬럿지 메탈 전반에 딱히 취미가 없어서 이 밴드도 최근에 우연하게 알게 되었다.

 내 생각에, 슬럿지 메탈에서 ‘프로그레시브’라는 용어는 그냥 어떤 밴드의 음악이 팝 음악의 영향을 받았다는 뜻으로 쓰인다. The Lion’s Daughter도 마찬가지다. 신스팝과 호러 펑크의 영향이 크게 느껴지는 음악을 한다. 슬럿지 밴드이니 당연하게도 Black Sabbath부터 이어져 온 헤비 메탈 리프도 능청스레 나오고, 심지어 블랙 메탈 리프 같은 것도 섞어 놓았다. 이 밴드의 근사한 점은 이런 온갖 요소들이 제법 자연스럽게, 또 듣는 사람이 지루하지 않게끔 나온다는 것이라 생각한다. 조금 과장하자면, Pet Shop Boys와 Shining, 그리고 Mastodon을 한번에 듣는다고 생각해보라. 중언부언 써놨지만 재미있게 들었다는 소리다.


2. Dissimulator – Lower Form Resistance

 

 Dissimulator는 캐나다의 스래시 메탈 밴드로, 무려 Chthe'ilist의 멤버들이 하는 밴드이다. 메탈 팬들은 보통 올드스쿨에만 천착하는 것으로 악명 높지만, 이것도 결국 2010년 중반 이전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2010년 중반 이후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의 발달을 통해 그 ‘올드스쿨’ 장르들에서도 훌륭한 밴드들과 작품들이 우후죽순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Vektor가 대표적 예시이다.

 Dissimulator도 그렇다. 기본적으로는 인간미 없는 테크니컬 스래시로, 동향의 Voivod, 그리고 앞서 언급한 Vektor와 닮은 부분이 있지만, 어떤 부분은 Cynic이나 Atheist 같은 밴드처럼 들리고, 또, 이게 스래시인가? 헷갈리는 부분들도 있다. 이를 테면 Automoil & Robotoil 같은 곡은 중반부에 심지어 팝 펑크처럼 들리는 리프를 포함해 여러 리프들이 나오다가, 베이스 솔로가 나오고, 그 이후에 제법 긴 브레이크 다운이 이어진 뒤 곡을 마무리하는 리프가 나온다. 그 이전에는 데스 메탈처럼 들리는 리프들도 있다. 그렇지만 이런 여러 요소들이 각자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각 곡마다 응집력 있게 구성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야말로 계승과 발전 그 자체다.


3. Wintersun – Time II

 

 사실 개인적으로는 멜로딕 데스 메탈과 포크 메탈을 섞은 부류 전반을 딱히 좋아하지 않기에, Wintersun의 음악에는 딱히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온갖 이유로 앨범 발매를 10년도 넘게 미루어 온 Jari Mäenpää의 거의 밈적인 행보는 제법 웃긴 것이었기에, 이 앨범도 나오자마자 들어봤다.

 확실히, 문외한인 내 귀에도 음향적인 부분, 그러니까 프로덕션이라고 할 부분의 완성도가 매우 높게 들린다. 하지만 딱 그 정도이다. 소품이나 다름 없는 1번, 4번 트랙을 제외하면, 고작 네 곡이 있을 뿐인데, 2번 트랙 The Way of the Fire를 제외한 나머지 곡들은 기묘한 감성의 멜로디, 한편으로는 유럽 쪽 포크 메탈에서 흔히 쓰는 멜로디 같으면서도 묘하게 동양풍인 멜로디가 드럼의 엇박과 함께 잊을 만하면 나온다. 이게 ‘에픽’이라면 중, 고등학교 음악 시간 중 국악을 배우던 시간들도 ‘에픽’한 시간이 될 것이다.

 물론, The Way of the Fire는 매우 좋았다. 그냥 이런 곡만 네 곡 채웠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4. Arghoslent – Hornets of Pogrom

 

 ‘에픽’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가 나온 김에, Wintersun보다 에픽한 밴드가 차고 넘친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어진다. 심지어 미국 남부 인종차별주의자들인 Arghoslent조차 Wintersun보다 에픽한 음악을 만들 수 있다.

 도대체 이 밴드의 이름이 (극단적인 인종주의를 주제로 한다는 사실 외에) 어째서 항상 인터넷 세상에서 언급되는지 알고 싶다면, 이 앨범을 들어야 한다. 도무지 이런 종류의 음악, 이런 종류의 리프를 만드는 밴드가 없기에 그렇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물론 메탈 역사에 미쳐있는 사람이라면 미국에 Deceased가 무려 80년대부터 있었다고 강조하며, Arghoslent가 그렇게까지 독창적인 밴드는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분명히 다른 부분이 있다. 헤비 메탈과 컨트리 음악을 섞은, 이 기묘한 리프들과 멜로디를 다른 밴드들이 도무지 따라하지 못 한다. 이를 테면 Manacled Freightage의 2분 20초를 전후하여 나오는 리프와, 그 이후 전개 같은 것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 두 트랙인 Hornets of the Pogrom과 The Grenadier까지 이어지는, 선동적이며 ‘의기양양함’ 그 자체인 이 느낌을 다른 밴드들의 음악에서 느끼기가 쉽지 않다. Hornets of the Pogrom 같은 곡은 심지어 리프와 솔로, 드럼 비트만으로도 서사시처럼 느껴지며, 전반적으로 컨트리의 영향력이 느껴지는 멜로디는 이들을 매우 ‘포크 메탈’로 만든다고도 생각한다. 문제는 이 밴드가 영화 『국가의 탄생』의 결말 같은 것, 또는 『의지의 승리』 같은 것을 음악으로 재현하려는 미친놈들이라는 것 뿐이다. 이것들은 대체 뭐가 문제인 것일까? 


2024년 8월 23일 금요일

잡문 #16 - 이상한 생각들

 이상한 생각들


#1

 성장호르몬 주사에 대해 아시는지? 기회가 있다면 주변에 아이를 키우는 집에 성장호르몬 주사에 대해 물어 보길 바란다. 적어도 주변에서 들리는 이야기만 들어보면 뉴스 기사(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20295877)에서 보는 것 이상으로 많은 가정에서 아이에게 성장호르몬 주사를 놓고 있다. 뭐랄까, 아주 돈이 안 드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매달 현금흐름이 있는 집이면 고려해보는, 그런 것이 된 것 같은 느낌이다.

 이제 이와 관련해 든 이상한 생각은 이것이다: 어릴 때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은 사람은 ‘라이프타임 내추럴’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가? 라이프타임 내추럴을 말 그대로 해석하면 당연히 안 될 것 같지만, 어릴 때 키 좀 더 커지려고 한 것인데 무슨 문제인가 싶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가? 


#2

 누군가가 내추럴로 계속 운동을 한다고 했을 때, 맨즈 피지크 종목에 특화하는 경우 보디빌딩 종목에 특화하는 경우보다 상체에 더 많은 근육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내추럴로서 개개인이 가지는 한계가 있을 것인데, 맨즈 피지크에 특화하여 상체 특정 부위 근비대에 보다 특화하는 경우에, 보디빌딩 종목에 특화해 전신 근비대에 특화하는 것보다 더 많은 상체 근육량을 가지게 되는 것 아닌가? PED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사용하는 약물과 양, 기간이 달라질 테니 보디빌딩에 특화하는 것이 상체 근육량도 더 많을 것이지만 말이다.

 벤치 프레스 종목에만 특화하는 경우를 생각해보라. 파워리프팅 세 종목 모두를 훈련하는 리프터들이 파워리프팅 시합에서 세우는 벤치 프레스 세계 기록보다, 벤치 프레스만 하는 사람들이 벤치 프레스 시합에서 세우는 벤치 프레스 세계 기록이 더 높다. 이에 더해, 같은 사람이 세 종목 모두를 할 때보다 벤치 프레스만 할 때 벤치 프레스 기록이 더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딱히 이상하진 않다. 이와 비슷한 상황이 내추럴 훈련자가 맨즈 피지크에 특화하는 경우 일어나지 않겠는가?


#3

 기본 소득은 심심치 않게 나오는 논의이다. 경제학적 접근이든, 미래학적 접근이든 나보다 똑똑한 사람들이 많이 할 테니 딱히 깊은 생각은 하지 않긴 한다만, 노예 근성 때문인지 기본 소득이 노동은 아니지만 적어도 어떤 강제된 행위에 대한 보상이 되어야 하지 않나 하는, 그런 시답잖은 생각은 한다. 시민이 가지는 의무 외에 추가적인 어떤 행위 말이다.

 이를 테면, 주 당 4시간 가량의 존2 유산소와 금연을 해야만 기본 소득을 준다든가 말이다. 사람들의 건강 관련하여 쓰일 비용이 줄어드니 좋지 않을까?


#4

 Dr. Peter Attia는 오래, 건강하게 살기 위해 주 7일 운동한다. 주 당 4회의 한 시간 가량의 스트렝스 훈련(상체 중심 2회, 하체 중심 2회)에 더해 존2 유산소 한 시간 가량 3회, 그리고 존5에서의 VO2 max를 위한 운동 30분 가량 1회를 하며, 안정성 운동은 매일 10분 정도씩 한다. 당초엔 엄청나게 많이 한다고 생각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주 당 채 9시간도 안 되는 정도였다.

 그리고, 위의 계획을 보면 알겠지만, 5/3/1과 비슷하다! 주 3~4회 웨이트를 하고, 하드 컨디셔닝 1~2회, 이지 컨디셔닝 2~4회 하면 된다. 아니면 Dan John의 여러 프로그램 중 하나를 해도 된다. Transformation Program 같은 것은 주 3회 웨이트, 스프린트 세션 2회, 그리고 스포츠 연습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스포츠 연습 대신 가벼운 유산소를 하면 될 것이다.

 이쯤 되면 ‘스트렝스’ 훈련이라는 말 대신 장수 특화, 웰빙 훈련이라고 해도 되겠다.


#5

 웰빙 이야기가 나온 김에 든 생각이지만, 어린이들 성장호르몬 주사와 마찬가지로, 아나볼릭 안드로제닉 스테로이드를 순전히 일종의 라이프 스타일로 사용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이들이 PED를 사용하지 않는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시합에 나와선 안 되겠지만, 아예 그런 것에 관심이 없고, 미용과 장수, 웰빙을 목적으로 이런 약물들을 사용하는 경우라면?

 쇠질을 하는 사람들은 관련된 시합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 아나볼릭 안드로제닉 스테로이드 사용자들은 딱히 스포츠를 위해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아는가? Cohen et al. 의 2007년 연구(PMID: 17931410,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2131752/)가 유명한데, “일반적인 사용자들은 백인에, 고학력이며, 좋은 직업을 가진 30세 전후의 사람으로, 평균보다 높은 급여를 받고, 스포츠에 참가하지 않으며, 골격근과 근력 증가, 그리고 외형적인 매력을 위해 약물을 사용한다.”

 그러니까, 영화 『아메리칸 사이코』의 주인공 같은 사람들이 아나볼릭 안드로제닉 스테로이드의 주된 사용층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이제 어엿한 선진국에, 구매력 또한 높은 나라이다. 라이프 스타일로서의 아나볼릭 안드로제닉 스테로이드 사용 활성화가 머지 않았을 수도 있다. 유감스럽게도 최근 마약류 유행 등을 경고하는 기사나 캠페인들을 볼 때에, 불법 약물도 이미 널리 퍼져 있는 상태이니 말이다.

 하지만 피트니스 산업 종사자들에게는 새로운 피트니스 시장 아닌가? 불법이든 탈법이든 돈만 벌면 되는 사람들이니 말이다. 이미 영어권에서는 관련 시장이 Covid-19 유행 기간 전후해서 급성장했는데, 수년 내에 한국 피트니스 트렌드도 이를 따라가게 되는 것은 아닐까?


2024년 8월 19일 월요일

잡문 #15 - 권위에 호소하는 오류

 권위에 호소하는 오류를 저지르는 것만큼 재미있는 것도 별로 없다.


#1 Dr. Todd Lee

 Dr. Todd Lee는 미국의 보디빌더 겸 보디빌딩 코치로, 실제 M.D.이며(Ph.D.가 아니다!), IFBB Pro이다. 이에 더해 학부 전공은 생화학에, 신경정신약리학 석사 과정을 밟기까지 했다. 

 근비대 관련해서 이 사람이 말하는 것이 틀릴 리가 없지 않을까?

 Lee는 RIR(Reps in Reserve)를 강조하며, 개인에 맞는 볼륨 기준을 잡아야 함을 강조한다. 물론, 계속해서 스스로의 운동을 기록하는 것을 통해 점진적 과부하가 일어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함도 강조한다.

 그리고, 바벨로 하는 스쾃, 벤치 프레스, 데드리프트 모두 보디빌딩을 할 때엔 할 필요 없는 운동이라고 주장한다. 벨트 스쾃이나 레그 프레스, 핵 스쾃 등이 낫고, 머신으로 하는 프레스들, 혹은 덤벨이 나으며, 스모 데드리프트는 보디빌더가 아예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말이다.

분명히 맞는 말 아닐까? 무려 의학 박사에 IFBB Pro가 하는 말인데 말이다! 


#2 Dr. Brian Whitacre

 2010년대 초중반 내추럴 보디빌딩 씬에 관심이 있었다면, Dr. Brian Whitacre를 모를 수가 없다. 그 전에도 WNBF 프로쇼에서 체급전 우승은 몇 번이고 했었으나, 2015년에 Whitacre는 WNBF Worlds에서 Overall 1위를, 그리고 IFPA의 Yorton Cup에서도Overall 1위를 기록했다. 말 그대로 당시에 내추럴 보디빌딩의 정점이나 다름 없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Whitacre는 오클라호마 주립대학에서 경제학 교수를 하고 있다. Whitacre가 경제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어디에서 땄는지 아는가? 무려 버지니아 공과대학교에서 땄다!

 Whitacre는 2010년대 초중반, Dr. Zourdos를 위시한 DUP 숭배자들의 총아이기도 했다. 일주일에 4일 훈련하면서, 스쾃과 데드리프트를 4일 중 무려 3일 훈련했다. 스쾃과 데드리프트를 훈련하는 3일의 훈련일에는 이에 더해 펜들레이 로우, 인클라인 바벨 프레스, 밀리터리 프레스를 했고, 일주일 중 나머지 하루는 상체만을 훈련했다.

 물론 각 세트는 실패 지점 근처에 가지 않았으나, 주요 리프트들의 기록을 매주 5파운드씩 늘리거나, 반복 횟수를 테스트하거나 하며 계속 늘리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식의 훈련을 했다.

 그렇다, 왜 저 때 아는 척하기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소위 ‘파워빌딩’이 유행했는지 이제 이해할 수 있겠는가? Whitacre가 ‘파워빌딩’을 했기 때문이다.

 Whitacre의 Youtube 채널에 들어가보면, 그가 480파운드 스쾃 1회, 이에 더해 635파운드 스모 데드리프트 2회 영상을 올린 것을 확인해볼 수 있다. 스모 데드리프트의 경우 605파운드로는 5회를, 495파운드로는 무려 12회를 한 영상도 있다. 

 버지니아 테크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고 교수를 하고 있는 내추럴 보디빌딩 챔피언이 했던 훈련이 틀릴 리가 없지 않을까? 우리 모두 DUP를 따라 파워빌딩을 해야 하는 것 아닐까? 스모 데드리프트를 하며 말이다.


#3 Stan Efferding과 Dirk Emmerich

 위 두 가지 예시를 보고 누군가는 위 두 사람의 의견 차이는PED를 사용한 보디빌더와 내추럴 보디빌더 간 의견 차이가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그래서, 반대의 사례를 준비했다.

 Stan Efferding은 한때 가장 힘이 센 보디빌더로 불렸다. 당연하게도, 파워리프팅과 보디빌딩을 병행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IFBB Pro 보디빌더였으니 (역시 당연하게도) PED를 사용했을 것이다.

 Dirk Emmerich는 2023년 WNBF World 라이트급 챔피언이다(Overall은 못 했다). 그리고 Emmerich는 모든 운동을 매우 ‘정밀하게’ 수행한다. 중량도 많이 사용하지 않으며, 심지어 전면 삼각근을 더 자극하는 방식으로 인클라인 덤벨 프레스를 한다든가 하면서 WNBF World 체급 챔피언이 되었다.

 Lee와 Whitacre의 경우와는 반대로, Efferding과 Emmerich의 경우, PED를 사용하는 IFBB Pro 보디빌더는 파워빌딩을, WNBF에 참가하는 내추럴 보디빌더는 파워빌딩과 정반대의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실로 권위에 호소하는 오류를 저지르는 것만큼 재미있는 것도 별로 없다!


참고

https://toddleemd.com/pages/about-us

https://www.brianwhitacre.net/training

https://experts.okstate.edu/brian.whitacre

https://www.youtube.com/@whit1317/videos

https://www.instagram.com/dirkemmerich_/


2024년 8월 15일 목요일

잡문 #14 - Olivia Reeves

 2024년 파리 올림픽 역도 종목에서 Lasha Talakhdze의 3번째 올림픽 금메달만큼 흥미로운 결과 중 하나는 여성 -71kg급에서 있었다. 미국의 Olivia Reeves(2003년생, 만 21세)가 2000년 시드니에서 Tara Nott 이래 24년만에 미국에 금메달을 안겨주었던 것이다.

 Reeves의 올림픽에서 기록은 인상 117kg, 용상 145kg로, 합계 262kg이다. 현재 세계 기록(중국의 Liao Guifang이 가지고 있다)인 합계 273kg에서 11kg 적은 기록이며, 체급 변경 전 -69kg 급에서 러시아의 Oxana Slivenko가 가지고 있던 합계 기록 276kg에 비해 14kg 적은 기록이다. 심지어 Reeves는 국내 시합에서는 인상 120kg와 용상 151kg를 성공시킨 적도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국가 단위 도핑을 생각해볼 때, 그리고 미국 역도가 과할 정도로 도핑에 엄격하다는 것을 고려할 때에, Reeves의 기록은 실로 놀라운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Reeves와 관련해서 근사한 점 중 하나는, 그의 훈련 방식이다. Reeves 본인 스스로 Reddit AMA(https://www.reddit.com/r/olympics/comments/1cmfjrk/hi_reddit_im_weightlifter_olivia_reeves_and_have/?rdt=43107)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Reeves는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금요일 주 4일만 훈련하며, 각 2시간씩, 총 8시간 전후만 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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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 me- i train 4x a week MTWF. Each session lasts about 2hrs including some version of a snatch, clnjrk, or squat. I've been training this way since the beginning and I think having this consistency and not being in a hurry to train more has helped the longevity of my career.


Favorite recovery ATM is hot yo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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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지어, 역도 동작과 스쾃 외엔 액세서리도 별로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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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dont do a whole lot of accessories so maybe shoulder press i gu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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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 12세에 크로스핏으로 운동을 시작했고, 2016년부터는 역도에 집중했으니, 훈련 경력은 약 8~9년 가량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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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started September 4th 2015 but i had been doing crossfit a while before so i knew what the snatch and clean and jerk were. After doing my first yth nationals in 2016 and going to the OTC for a training camp i committed to just lifting instead of crossf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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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자신이 거둔 성과의 비법은 꾸준함과 역도, 역도 경기에 대한 사랑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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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sistency and my love for the sport and competing.


I dont take time off after competitions im usually right back in the gym ready to work for the next one. I enjoy what im doing so it rarely feels like real work. And competing is the best part to showing how training is going (most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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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eves의 사례는 약물을 고려하지 않는 훈련의 모범적 사례라는 생각이 든다. 재능 있는 이를 골라, 제법 이른 시기(2차 성징 시점 정도)부터 특화 훈련을 시작하되, 과한 빈도, 과한 볼륨 대신 긍정적 훈련 효과가 나오는, 지속 가능한 빈도, 볼륨의 훈련을 꾸준히 하는 것이다. 러시아 시스템처럼 PED 사용 전에 GPP를 더 늘려야 한다든지, 리프터의 기록이 올라감에 따라 볼륨이 무조건 추가되어야 한다든지 하는 것도 아니고, 불가리아 시스템처럼 극단적 강도와 극단적 빈도를 처방하며, 이를 버티기 위해 PED 사용량을 계속 늘리는, 그런 방식도 아니다. Reeves의 훈련 방식은 오히려 그 시스템들의 대척점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배워갈 만한 점은, Reeves가 훈련 시작 후 8년, 2차 성징이 끝날 즈음 이후로 세면 4~5년 내에 세계적인 수준의 기록을 내는 리프터가 되었다는 것이다. 적절한 훈련 방식을 따르는 이상, 상방을 확인하는 데에는 그 정도 기간이면 충분하고 남음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 시켜주는 결과라고 하겠다. 

 물론, 블록 주기화 같은 것을 극단적으로 신봉한다든지, 아니면 (PED를 사용하지도 않으면서) 근육을 기르는 것이 어느 정도 훈련 연령이 쌓인 이에게 마법 같은 효과가 있다고 믿으며(내추럴이 가질 수 있는 근육량에는 개개인마다 한계가 명확함에도 말이다) 시합 종목을 게을리 한다든지 하는 경우라면 4~5년 이후에도 적절한 개입에 따라 기록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2024년 8월 13일 화요일

잡문 #13 - 세계에서 가장 힘센 남자

 당연하게도, 조지아의 Lasha Talakhadze를 말한다. 최근 그는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하여, 무제한급 역도 선수 중 최초로 올림픽에서 3번 우승한 이가 되었다. 올림픽 3번 우승 자체가 Halil Mutlu, Naim Suleymanoglu, Pyrros Dimas, Akakios Kakiasvili의 네 명만이 달성한 업적이며, Talakhadze는 무려 무제한급이라는 점에서 보다 빛나는 업적이라고 생각한다.

 입상 경력 뿐 아니라, Talakhadze는 말 그대로 인류 역사상 가장 무거운 바벨을 머리 위로 들어올린 사람이다. 2021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열린 세계 선수권에서 Talakhadze는 인상 225kg, 용상 267kg로 합계 492kg를 들어올렸다. 용상 267kg는 소련의 Leonid Taranenko가 1988년 266kg를 들어올렸던 것을 33년만에 갱신한 것이었다(물론 체급이 계속 바뀌었기에, Taranenko의 기록은 2021년 당시 세계 기록으로 인정 받고 있진 않았다). 인상 역시 놀라운 기록인 것이, 불가리아의 Antonio Krastev가 1987년 216kg 인상을 성공시킨 후, 이란의 Behdad Salimi가 2016년 216kg 인상을 성공시킨 것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210kg 중반 인상을 넘보지 못 했었다. 그런데 Talakhadze는 2017년 미국 애너하임에서 220kg을 단 한 동작만으로 머리 위에 올려버렸다.

 사실, Talakhadze는 2016년 첫 올림픽 금메달 이후부터, 주요한 국제 무대에 설 때마다 보는 사람들이 온갖 역사적 기록들을 끄집어내게 만들었다. 1980년대 소련과 불가리아 간 대결? 1990년대 중후반의 무제한급 전쟁? 2000년 초~중반 Hossein Rezazadeh의 전성기? Talakhadze의 기록과 입상 경력 앞에서는 모든 게 빛이 바랜다. 역도 역사 전체를 통틀어, 그 누구를 데려와도 전성기의 Talakhadze를 이길 수 없으니까!

 무제한급 역도 챔피언이 세계에서 가장 힘센 남자라는 것은 사실 좀 구식일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 내 편견이 개입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도 없다. 적어도 내 머릿속에서 1970년대 가장 힘센 남자는 Vasily Alexeev였으며, 2000년대 초반에는 Hossein Rezazadeh니까. 파워리프터들은 파워리프팅 챔피언이 세계에서 가장 힘센 남자라고 주장할 것이며(힘을 Strength로 번역하며 말이다. 개인적으론 그 놈의 Starting Strength에서 시작된 Strength와 Power 간 구별 과민 반응이 이해가 안 가지만 말이다. Power를 일률이라고 생각하면 파워리프팅은 파워리프팅일 수 있다! 스트렝스리프팅이니 뭐니 할 게 아니라!), WSM 우승자가 세계에서 가장 힘센 남자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들 모두의 주장이 일리가 있다.

 하지만 위에 적은 것처럼, Talakhadze의 기록은 정말 어처구니 없는, 실로 새로운 역사 그 자체인 기록이다. 인상 동작과 용상 동작의 역사는 가뿐히 100년을 넘는데, 그 기간 동안 전인류 중 단 한 명도 Talakhadze가 들었던 무게보다 무거운 무게를 들어올린 적이 없다. 3번의 올림픽 우승은 어떤가? 조금 과장하자면 불가리아 시스템에서 살아남은 경량급(Halil Mutlu나 Naim Suleymanoglu)과는 아예 경우가 다르다! 1.97m 키에 180kg 넘는 체중을 가진 인간이 3번의 올림픽 사이클 동안 세계 최강일 수 있다는 것은, 거의 세계 8대 불가사의 수준 아닌가?

 물론 누군가는 유감스러운 사실 하나를 지적할 것이다. Talakhadze는 2013년에 Stanozolol 사용이 적발된 적이 있다. 그리고 이로 인해 2년 동안 출전 금지 조치를 당했다. 사실, 출전 금지 조치가 풀린 2015년 세계선수권은 당초에 Talakhadze가 러시아의 Alexey Lovchev에게 밀려 2위를 했었다(Lovchev는 이 시합에서 무려 264kg 용상을 성공시켰다). 그리고 이 시합에서 Lovchev는 무려 반감기가 2시간(!)인 약물이 적발되어 기록을 취소 당했고, 현재는 Talakhadze가 공식적인 2015년 세계 챔피언이다. 사족은 어찌 되었든, Talakhadze 역시 도핑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인물인 것은 맞다. 그리고 역도가 현재 마주하고 있는 올림픽 퇴출 문제를 생각할 때엔, 마냥 Talakhadze를 찬양할 수도 없다. 올림픽 퇴출이 역도라는 종목에 얼마나 악영향을 줄지 생각하면, 해당 종목의 팬으로서 더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이게 Talakhadze가 세계에서 가장 힘센 남자가 아니라는 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잡문 #12 - '스트렝스' 훈련

#1

 Alan Thrall이라는 유튜버가 있다. 초보자들을 대상으로 한 운동 동작 설명 비디오들로 유명해진 유튜버로, 본인이 가정을 꾸린 전후로는 여러 긍정적인 메시지도 주기에 개인적으로도 좋아한다. 하지만 이 유튜버와 관련해 특이한 점 중 하나는, 결코 높다고 할 수 없는 리프팅 기록이다. 심지어 Thrall은 전업 유튜버 겸 체육관 주인인 상태에서, 무려 Barbell Medicine 팀의 코칭을 받고도 파워리프팅에서 DOTS 390대 토탈만을 기록했다. 단순히 ‘유전자’의 문제로 취급해 넘길 수도 있겠지만, Thrall은 미국 해병대를 전역해, 나름 신체 활동에 자신이 있기에 체육관까지 차린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충분한 자원과 정보를 가지고도 어째서 변변치 않은 기록을 낸 것일까?

 Thrall은 기존에 2000년대 후반~2010년대 초, 중반의 여느 ‘스트렝스’ 훈련자들처럼 Starting Strength와 관련된 프로그램들, 5/3/1, 저거넛 메쏘드, 수퍼 스쾃 같은 프로그램들을 해왔었다. 혹시 그가 기존에 해왔던 운동들의 효과가 남아, 1RM 기록을 방해한 것은 아닐까?

 적어도 나는 그렇다고,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2

 나는 2021년 초에 Jim Wendler의 5/3/1 Building the Monolith 프로그램을 따른 적이 있었다. 일단 프로그램을 따른다고 하면 최대한 처방된 그대로 따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식단은 물론 컨디셔닝까지 모두 Wendler가 적은 대로 진행하려 노력했다. 하루에 12개 계란을 먹고, 소고기나 돼지고기로 700g 이상을 먹었으며, 리프팅 세션이 없는 날 4일 중 적어도 3일은 배낭을 메고 걷거나, 가벼운 등산을 했다.

 운동도 Wendler가 시킨 그대로 진행했다. 첫째 날 턱걸이의 경우 세트 사이사이에 5회씩 해서 총 100회를 채워 나갔으며, 딥스도 10~15회씩 나눠 총 100~140회를 진행했다. 셋째 날에 있는 20회 백 스쾃은 SSB를 써서 항상 횟수를 채웠다.

 재미있는 것은 무엇인지 아는가? BtM 6주 뒤 디로딩을 가지고, 3주 동안 운동한 뒤에 데드리프트 PR은 세웠지만, 스쾃과 벤치 프레스 기록에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느낌만 따지면 스쾃과 벤치 프레스의 경우 오히려 기록이 줄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더 웃긴 것은, Wendler가 요구한 식단을 따르며, 나름 칼로리 사이클링까지 더해 적당한 칼로리 서플러스를 유지했음에도, 외형적으로 나아진 것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항상 몸에 근육통은 있었지만, 그게 의미 있는 근육 증가로 이어졌다는 느낌은 별로 없었다.

 사실 5/3/1 Building the Monolith와 같은 프로그램에서 처방하는 운동들 중 상당 부분은 (적어도 1RM 근력 증가나 근비대에 있어) 그저 정크 볼륨에 불과한 것 아닐까?


#3

 굳이 역사적인 접근을 해보자면, 파워리프팅 종목(스쾃, 벤치 프레스, 데드리프트)에 프레스를 더한, 바벨 리프트만을 중심으로 하는 소위 ‘스트렝스’ 훈련의 유행은 사실 2000년대, 그리고 2010년대 초반~중반의 특징적인 현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선, 이 이전 시기에 트랙 앤 필드나 미식 축구 근력 운동에는 항상 역도 동작이 포함되어 있었다. Bill Starr는 스쾃, 벤치 프레스, 파워 클린을 핵심 동작들로 사용했다. Dan John은 Dave Daivs를 인용하며, 빠른 리프트와 느린 리프트를 모두 사용하는 것이 투척 경기 선수의 근력 훈련에 필수라는 것을 이야기 한다. 애초에, 최초의 미식 축구 근력 코치 중 하나였던 Clyde Emrich는 미국 역도 대표팀에도 여러 번 참가할 정도의 리프터였다.

 5/3/1이나 저거넛 메소드를 보면, 저자들이 각각 미식 축구와 트랙 앤 필드 경험이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역도 동작이나 빠른 리프트를 마지 못해 프로그램에 추가할 뿐이다. 그나마도 실제 저 프로그램들을 소비하는 사람들은 아예 관심조차 없고 말이다.

 2010년대 중반 이후에 코로나 시기를 전후해서는 ‘스트렝스’ 훈련과 대비되는, 진정으로 파워리프팅에 특화된 훈련 방식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파워리프팅 기록들도 함께 올랐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Steve DeNovi가 5/3/1을 언급할 때마다, 얼마나 비하하고 빈정대는 투로 하는지 한번 찾아보길 바란다. 

 결국 이 ‘스트렝스’ 훈련이라는 것은, 그 이전의 근력 훈련 전통에서도 벗어나 있으며, 그렇다고 주로 다루는 종목들(파워리프팅 종목 세 가지와 프레스)에 딱히 특화도 되어 있지 않은, 이상한 훈련 방식인 것 같다.


#4

 핏플루언서의 예시를 하나 더 들자면, Dr. Israetel이 있다. 그는 한때 JTS의 플랫폼을 통해, 그리고 그 이후엔 자신의 회사인 Renaissance Periodization의 플랫폼을 통해 2010년대에 블록 주기화를 유행시켰다. 그의 훈련 역사를 보면, 제법 오랜 기간 동안 블록 주기화를 통해 ‘스트렝스’ 훈련을 했음을 알 수 있다. 파워리프팅에 특화된 것도 아닌, 바벨을 사용한 프레스, 벤치 프레스, 인클라인 벤치 프레스, 백 스쾃, 데드리프트, 벤트 오버 로우 기록에 집중한 훈련 말이다.

 그리고, 그는 핏플루언서로 성공하여 얻은 엄청난 부와 네트워크, 이에 더해 프로 보디빌더들 이상의 약물을 사용하고도 훌륭한 보디빌더가 되지 못 했다. 개인적으로는 아무 의미 없는 일임에도 응원(!)까지 했기에, 부끄러운 일이지만 약간의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느꼈다. 응원하던 축구팀이 진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어찌 되었든, Israetel의 사례 역시 2010년대까지 유행했던 ‘스트렝스’ 훈련의 악영향을 보여주는 것 아닐까?


#5

 개인적인 경험을 되돌아보아도, BtM을 진행했던 경험에 더해, ‘스트렝스’ 훈련자들처럼 운동했던 기간들에 딱히 무언가가(근력이든, 근육량이든) 더 나아졌던 것 같지 않다. 이에 더해, ‘스트렝스’ 훈련이 장기적으로도 오히려 상방을 낮춘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 운동을 막 시작한 초보자 시절 6개월 정도 할 때 외에 소위 ‘스트렝스’ 훈련 기간은 상당 부분 정체기가 되는 것 아닌지, 그리고 그 악역향이 장기적으로 남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심이 든다.

 물론, 검증할 방법 따윈 없고, 근사한 가설조차 세우기 어렵지만 말이다.

 그저, 정크 볼륨이 많아, 이로 인한 피로는 큰데, 얻을 수 있는 긍정적 훈련 효과는 적어서 일어나는 일일 수도 있을 것이고, 그 ‘정크 볼륨’에 익숙해지는 것이 근력, 근비대에 긍정적 영향이 적은 다른 적응을 일으킨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스트렝스’ 훈련 과정에서 AMRAP이나 지나친 고반복 훈련을 여러 세트 수행하는 것이 특정 리프트 동작 자세를 비효율적으로 만들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그저 사회적 요인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스트렝스’ 훈련이 파워리프팅이나 보디빌딩 등에서의 도피처에 지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분명한 기준이 있고, 이에 맞춘 결과를 내기 위해 최적화된 방법을 모색하는 것을 못 하거나, 하고 싶지 않기에, ‘스트렝스’ 훈련 같이 애매모호한 것을 추구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이들이 ‘스트렝스’ 훈련을 향유하는 이들 중 주류이기에, 그 결과물이 변변치 않은 것일 수도 있다.


#6

 물론, ‘스트렝스’ 훈련이 아예 쓸모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우선 실제 다른 스포츠를 하는 사람이 오프 시즌에 ‘스트렝스’ 훈련을 진행하는 것은 매우 칭찬할 만한 일이 될 것이다. Wendler의 BtM 같은 프로그램은 애초에 고등학교 풋볼 선수들의 오프 시즌 프로그램이니 말이다. Dan John의 Mass Made Simple 같은 프로그램도 그렇다. 만약 누군가가 트랙 앤 필드, 풋볼, 야구 기타 등등 스포츠를 하며 오프 시즌에 ‘스트렝스’ 훈련을 한다면, 프로그램의 의도대로 하는 것이 될 테다. 물론, 이 경우에는 쇠질만을 할 때와는 매우 다른 마음가짐으로 프로그램에 접근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자면, TM (Training Max)를 가지고 몇 회를 할 수 있는지 테스트했을 때 10회 이상을 할 수 있다든가 말이다(Wendler가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과 관련해 직접 든 예시다 – 사실 어린이, 청소년들은 성인에 비해 해당기능Glycolytic Capacity이든, 속근 동원이든 떨어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횟수가 강제되는 측면도 있긴 하다).

 초보자의 경우, 자신의 타고난 재능을 시험할 수 있을 것이다. ‘스트렝스’ 훈련을 하면서도 스쾃, 벤치 프레스, 데드리프트 기록이 놀라울 정도로 오른다면, 파워리프팅에 재능이 있는 것이다. 바벨 복합 관절 운동만 꾸준히 하는데 몰라보게 근육이 붙고, 붙은 근육의 양 대비 몸이 더 좋아보인다면, 보디빌딩에 재능이 있는 것이다. 초보자 프로그램으로서 ‘스트렝스’ 훈련이 가지는 가치가 있는 것이다.

 아니면 뭐, 건강을 위해 꾸준히 운동하기 위해서는 ‘스트렝스’ 훈련이라는 미명 하에 일종의 소속감이라 해야 할지, 무언가를 느끼는 게 필요할 수도 있다. 나도 그런 사람이니 별 할 말은 없다. 멍청한 짓이라는 생각은 항상 하지만, 뭐 어쩌겠나. 


2024년 8월 6일 화요일

잡문 #11 - 배설 #1

#1 

 Johnny Fuller라는 보디빌더를 아시는지? 1980년대 IFBB Pro 보디빌더로, 보디빌딩 전 프로 복싱, 파워리프팅도 잠깐 했던 인물이다. Fuller가 재미있는 이유는 남아있는 그의 훈련 루틴이 말도 안 되게 이상하다는 점이다(https://plagueofstrength.com/lifter-snapshot-johnny-fuller-bodybuilder-powerlifter-boxer-and-inventor-of-the-ten-sets-of-32-reps-lifting-reg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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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 Chest

Bench Press- 10×32

Dumbbell Bench Press- 10×32

Incline Bench Press- 10×32

Incline Dumbbell Bench Press- 10×32

Flat-Bench Dumbbell Flyes- 10×32

Incline Dumbbell Flyes- 10×32


Tuesday – Back

T-bar Rowing- 10×32

High Angle Cable Pulldowns- 10×32

Low Angle Cable Pulldowns- 10×32

One-arm Rowing With Dumbbell- 10×32

Bent-over Rowing- 10x32Chins- 10×32


Wednesday – Shoulders

Press Behind Neck- 10×32

Dumbbell Press- 10×32

Upright Rowing- 10×32

Floor Cable Laterals- 10×32


Thursday – Thighs – Triceps

Leg Presses- 10×32

Leg Extension- 10×32

Leg Curl- 10×32

Squats- 10×32

Hack Squats- 10×32

Pressdowns- 10×32

Lying Barbell Extensions- 10×32

Lying Dumbbell Extensions- 10×32


Friday – Biceps

Barbell Curls- 10×32

Scott Curls- 10×32

Incline Curls- 10×32

Concentration Curls- 10×32


Saturday

Runs Three Miles, Plus Calf Work


Sunday

Runs Three Mi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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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2회 10세트! 80년대 잡지사에서 지어낸 것이라고 믿고 싶은 수준이다(언제나 가능성이 있다). 반면, 이미 내가 이 블로그에서 몇 번이고 찬양한 Dorian Yates의 훈련 루틴을 상기하라. 워밍업 세트 두 세트 정도를 하고, 본 세트 한 세트만을 하는 훈련 루틴 말이다.

 이런 양극단의 사례들을 계속 보다 보면, 결국 이게 다 뭐 하는 짓인지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2

 핏플루언서들이 연구 한두 개를 인용하며 강한 주장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그 연구들의 연구 설계를 한번 찾아보길 바란다. 난 내가 전공한 사회학 정도는 되어야 유사 과학인 줄 알았는데, 다른 여러 분야에도 사회학의 동료들이 있다는 것을 쇠질을 하며 알게 되었다.

 어찌 되었든, 아는 척하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 모두가 즐길 만한 연구 하나를 최근 알게 되었다. 당연히 읽어봐도 전문적인 내용까지는 이해는 못 하겠지만, 이 글 자체가 그저 배설이니까 괜찮을 것이다.

 ‘A Genotype-Phenotype Model for Predicting Resistance Training Effects on Leg Press Performance’ 라는 제목으로, Tao Mei 외 6인이 주요 저자로 올라와 있는 연구이다(International Journal of Sports Medicine라는 곳에 실렸다 - PMID 38122824). DNA에서 7가지 주요 SNP들을 가지고 만든 모델은 훈련 결과의 40%를, 여기에 성별, 현재 근력 수준을 포함한 모델은 훈련 결과의 75%까지도 설명할 수 있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물론 95명의 20대 초반 남성과 98명의 20대 초반 여성에게 12주 동안 주 2회 스미스 머신 백 스쾃과 벤치 프레스를 70% 강도로 2분 휴식 시간의 10회 5세트 시킨 게 그 ‘훈련’의 전부이긴 하지만 말이다.

 ‘결국 현재 상태가 훈련 효과의 75%까지를 설명한다!’ 이런 식으로 몰아가기 딱 좋은 연구라는 생각이 들지 않나?

 아니면 ‘노력으로 남은 25%를 바꾸자!’ 라든지 말이다.

 양극단의 메시지가 가능하다는 점이 재밌다.



#3

 이 블로그에 이미 Dr. Valter Longo의 다이어트에 대해 올린 것에서 보이듯, 내 요즘 관심사는 건강한 삶을 위한 쇠질과 식단이다. 그리고 이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이 중 하나는 Dr. Peter Attia인 것 같다(그의 책 Outlive: The Science and Art of Longevity는 『질병 해방』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도 되었다).

 Attia의 좋은 점은, 쇠질충들이 흔히 가지고 있는 라이프스타일과 관련된 편견들을 지지해주는 발언들을 종종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어떤 팟캐스트에서는 운동을 통해 근력과 근육량, VO2 Max를 일정 수준으로 만들어 유지하는 것이 장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의 3/4 가량이 된다고 까지 말한 바 있다. 그리고 Longo와 달리 단백질 섭취에도 부정적이지 않다(오히려 강조한다).

 그래서 당연하게도, 나는 Attia의 조언들에 훨씬 마음이 끌린다! 편견이 없이, 중립이나 중용을 추구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2024년 8월 1일 목요일

잡문 #10 - Jim Wendler의 WaLRUS 훈련

 건강을 위해 쇠질을 한다는 말을 보거나 들을 때마다, 항상 그런 생각을 하곤 한다.

 ‘정말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는 거면 바벨을 쓸 필요, 헬스장이나 체육관에 갈 필요 자체가 없는 거 아냐?’

 예를 들면, Jim Wendler의 WaLRUS (Washed Up, Lethargic, Retired, Used, Sportsmen의 약자로, Wendler다운 시답잖은 말장난이다) 훈련은 중량 조끼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훈련법으로, 일상에서 필요한 수준의 근력, 컨디셔닝, 근비대를 목표로 한다. Wendler 본인이 교통 사고 이후에 본격적으로 시작한 훈련법이기에, 기존에 부상이 있는 사람도 상대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사실 그렇게 어려울 게 없이, 그저 할 수 있는 빈도로, 적당한 중량의 중량 조끼를 입고, 미는 동작 하나, 당기는 동작 하나, 하체 운동 하나를 골라 서킷을 하는 것이다. 이를 테면, 9kg 중량 조끼를 입고, 푸쉬업 100회, 턱걸이 50회, 스쾃 200회를 하는데, 푸쉬업 10회, 턱걸이 5회, 스쾃 20회를 1세트로 하여 서킷으로 하는 식이다. 집에 중량 조끼와 치닝디핑 정도만 가져다 놓고 하면 되며,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실로 효율적인 건강 운동법이 될 것이다.

 그리고 Wendler가 말하는 대로, 가볍게 시작해서 천천히 중량을 올려나가 제법 무거운 중량 조끼를 입고 하게 된다면, 일상에서 필요한 근력은 모두 갖추게 될 것이다. Wendler는 농담 삼아 이걸 ‘교외 지역 특공대 Suburban Commando’ 으로 부르는데(사실 이건 영화 제목에서 따온 것이다). 굳이 한국적으로 바꿔보면 신도시/뉴타운 특공대 정도가 될 것이다. 중장년 가장이 해야만 하는 육체적인 과업들에 대해서는 충분할 정도의 근력과 근비대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일 테다.

 Wendler가 직접 적은 것처럼, 이를 통해 보디빌딩에 특화할 때 수준의 근비대 효과를 얻을 수도 없고, 스쾃 기록을 갱신할 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건강을 위한 쇠질’로는 충분하지 않을까?

 Wender의 글을 직접 보는 것이 오해가 적을 것이다. 우선, Wendler는 그의 책 5/3/1 Forever의 pp.194~196에서 다음과 같이 중량 조끼 훈련을 소개한 바 있다. 당시에는 Wendler Classic이라는 프로그램의 일부로서 소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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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년 간, 나는 중량 조끼를 컨디셔닝 도구로 사용해왔다. 무거운 조끼를 입고 수 마일을 걷는 것은 관절에 부담도 적을 뿐 아니라, 100 파운드 정도의 조끼를 입고 걷는다면, 허리와 복근에도 좋다. 하지만 한 2년 전부터, 나는 중량 조끼를 내 리프팅 훈련의 부분으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이게 내 훈련의 필수적인 부분이 되었다.

 중량 조끼는, 적어도 이 훈련 프로그램에서 사용되는 방식에 따르면, 근력과 컨디셔닝을 결합한훈련이다. 이게 무거운 바벨 운동으로 키울 수 있는 엄청난 근력은 아니지만, 여전히 이걸 하려면 힘이 세야 한다. 그리고 이걸 해내려면 꽤나 좋은 컨디셔닝이 있어야 한다.

 나는 몇 가지 기준을 만들었고, 이걸 WaLRUS 도전이라고 이름 붙였다. 우선 이름을 지었ek. WaLRUS는 뚱뚱하고 덜 위협적인 Navy SeAL의 친척이다. 하지만, 나와 내 친구 Joey Waters는 적절한 축약어를 만들어 냈다: Washed Up, Lethargic, Retired, Used, Sportsmen (지치고, 무기력하며, 은퇴했고, 중고인, 운동선수). WaLRUS는 중년에게 주어지는 그 어떤 육체적 과업이든 완수할 수 있다: 눈 치우기, 10살짜리 아이와 야구하기, 잔디 깎기, 끔찍한 피아노 연주회에 앉아서 듣는 척하기. 이들은 엘리트 교외 지역 특공대들이다.

 물론 이건 농담이다만, WaLRUS 도전은 농담이 아니다. 세 가지 도전이 있다. 첫 두 개는 같은 기본 구조를 가지고 있고, 중량 조끼 무게를 변수로 삼는다. 세 번째 도전의 변수는 케틀벨의 무게이며, 중량 조끼 무게는 하나로 고정한다.

WALRUS 도전 1 – 푸쉬업 50회, 친업 25회, 불가리안 스쾃 다리 당 50회

WALRUS 도전 2 – 푸쉬업 50회, 친업 25회, 스쾃 125회

WALRUS 도전 3 – 푸쉬업 50회, 친업 25회, 케틀벨 스내치 팔 당 50회

 참고: 각 도전은 30 분 이내에 완료해야 한다. 친업은 원하는 그립으로 할 수 있다. 두 번째 도전의 스쾃은 중량 조끼를 입고 하는 보통의 맨몸 스쾃이다.

 이 도전들은 당신의 위치를 결정하기 위해 군대식의 계급을 사용한다. 앞의 두 도전들은, 중량 조끼의 무게에 따라 기준이 정해진다.

소위-25파운드

중위-35파운드

대위-45파운드

소령-55파운드

중령-65파운드

대령-75파운드

장군-85파운드

 세 번째 도전은 체중의 10% 중량의 조끼를 사용한다. 그러니, 200파운드 나가는 사람은 20파운드 중량 조끼를 쓰면 된다. 랭킹 시스템은 케틀벨의 무게로 결정한다.

소위-35파운드

중위-44파운드

대위-53파운드

소령-62파운드

중령-70파운드

대령-80파운드

장군-88파운드


 이것들이 그저 테스트를 위한 기준인 반면, 훈련은 매우 다르다. 바벨 훈련처럼, 우리는 훈련을 서브-맥시멀하게 유지해야 한다. 훈련은 도전들과 비슷하되, 사용하는 중량이 달라야 한다. 당신은 당신이 원하는 중량 조끼 훈련을 아무거나 고를 수 있다: 나는 내가 어떤 워크아웃을 할지 마음대로 정한다. 나는 내가 그 날 하고 싶은 걸 한다.

 훈련할 때에, 나는 이게 30 분 내에 서킷 스타일로 진행되는 걸 추천한다. 예를 들어, 10회 푸쉬업 한 세트 후, 친업을 5회 하고, 한 다리 스쾃을 다리 당 10회 하는 식이다. 이걸 총 다섯 번 반복한다. 운동들 사이에 원하는 만큼 쉬어라; 그저 30 분 내에 끝내면 된다. 급하게 시간 기록을 내려 하지 마라. 이건 이 훈련 프로그램 전체의 목적과 반대된다.

 나는 이걸 내 체중의 10% 중량부터 시작해서, 천천히 올렸다. 나는 이제 45파운드 중량 조끼를 입고 첫 두 서킷을 별 문제 없이 끝낼 수 있다. 또, 케틀벨 서킷은 53파운드 케틀벨을 가지고 손쉽게 한다. 나는 이 수준에서 시작하지 않았다 – 항상 너무 가볍게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라.

 나는 내가 이걸 하면서 절대 피곤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해야만 한다. 땀은 나고, 약간 숨이 찰 수는 있지만 절대로 “바닥에 쓰러지지”는 않는다. 모든 횟수는 강하고 빠르다. 그러니 만약 당신이 이걸 한다면, 천천히 무게를 올리고, 그 어느 때든, 이게 그저 워크아웃이어야 하며 테스트가 아니어야 함을 기억해라. 나는 이걸 충분히 강조할 수 없다. 매우 가볍게 시작해, 천천히 올려라. 사실, 내가 75파운드 조끼로 WaLRUS 도전을 성공했을 때, 내 훈련은 25파운드와 35파운드로만 이루어졌다. 그러니, “만약 내가 매번 중량을 늘린다면, 몇 개월 내에 100파운드로 할 수 있게 될 거야” 하는 사람이 되지 말아라. 적어도, 이 모든 도전을 20분 내에 쉽게 할 수 있게 된 경우에 1파운드 정도나 늘려라. 요점은 이것이다” 멍청이가 되지 말아라. 이건 훈련이고, 테스트가 아니다.

 훈련 중에 푸쉬업 대신 딥스를 하고 싶다면 마음대로 해라. 하지만 매번 딥스만 하진 말아라. 또한, 친업 시에는 아무 그립이나 원하는 그립으로 해라. 이건 중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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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Wendler는 2020년 자신의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추가적인 아이디어들을 제공했다. (https://www.jimwendler.com/blogs/jimwendler-com/15-ideas-on-walrus-training?_pos=4&_sid=213c0dfcc&_ss=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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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내 중량 조끼로 한 가지 무게를 사용한다. 보통, 이건 내 체중의 10% 정도이다. 하지만, 당신은 사용하기 가장 편하게 느껴지는 어떤 무게이든 고를 수 있다. 나는 대부분의 WALRUS 훈련에 거의 항상 25파운드 조끼를 사용한다. 이걸 하는 데에 4000파운드 조끼가 필요하진 않다.

2. 나는 내가 훈련할 때마다 일곱 개의 다른 WALRUS 워크아웃 중 하나를 고른다. 내 주요 워크아웃은 스쾃, 푸쉬업, 친업/풀업이다. 이게 기본 워크아웃이다. 그래서 뭘 할지 모르겠을 때나 무언가 하긴 해야 할 때엔 이 워크아웃을 한다. 남은 여섯 개의 워크아웃은 이렇다:

워크아웃 1 – 스쾃, 딥스, 케틀벨/덤벨 로우

워크아웃 2 – 케틀벨 스내치, 푸쉬업, 친업/풀업

워크아웃 3 – 스쾃, 케틀벨 스내치, 딥스

워크아웃 4 – 스쾃, 케틀벨 스내치. 친업/풀업

워크아웃 5 – 스쾃, 케틀벨 스내치, 푸쉬업

워크아웃 6 – 스쾃, 푸쉬업, 케틀벨/덤벨 로우

이게 내 차고에서 공간과 내가 가진 것을 고려할 때 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괜찮은 것들이다. 당신의 배리에이션은 다를 수 있다.

3. 각 동작의 총 횟수는 당신이 정하는 것, 그리고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몇몇 사람들은 중량 친업을 손쉽게 여러 세트 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못 하다. 그래서, 어떤 이는 총 50회 또는 100회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른 이는 워크아웃 당 총 15회를 할 수도 있다.

4. 내 스쾃의 대부분은 케틀벨이나 덤벨 없이 이루어진다 – 그냥 평범한 ‘맨몸’ 스쾃(중량 조끼를 입긴 했지만)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 워크아웃에서 스쾃의 총 횟수는 보통 200회를 넘어간다. 당신은 둘 다 할 수도 있다; 케틀벨/덤벨을 써도 되고, 안 써도 된다(이건 케틀벨과 덤벨을 들고 하는 고블릿 스쾃을 말한다). 이걸 할 때엔 총 횟수를 조절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5. 대부분의 훈련은 서킷 스타일로 진행한다. 예를 들어, 만약 내가 200회 스쾃, 100회 푸쉬업, 50회 친업을 하고 싶다면 – 나는 총 10세트를 하고, 횟수는 적절하게 나눈다.

6. 나는 각 WALRUS 세션마다 타이머를 켜놓고, 느낌이 좋을 때만 시간 단축을 하려 한다. 그 외에는 그저 훈련을 즐기고, 모든 것이 기분 좋게끔 하려 노력한다. 매일이 테스트하는 날이 될 필요는 없다. 목표는 몇 분 내에 훈련을 끝내는 것이 아니다. 그건 그저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일일 뿐이다. 테스트할 때만 제외하고 말이다.

7. 나는 일 년에 두어 번 정도만 테스트를 한다. 배리에이션과 중량, 횟수를 골라서 말이다. 그리고 워크아웃을 끝낼 시간을 정한다. 이후에는 그저 해야만 하는 것을 할 뿐이다. 당신이 훈련을 할 때에(테스트가 아니라) 꾸준하게 했고, 도전적인(하지만 가능한) 무게/횟수를 골랐다면, 보통 테스트는 매우 쉽다. 하지만, 만약 모든 훈련 세션이 테스트가 된다면, 번아웃이 올 것이다. 바벨 훈련과 다를 것이 없다. 파워리프팅 대회 전에 “모의 대회”를 6번 정도 하는 사람을 얼마나 많이 봤나? 나는 아직도 이런 일이 왜 일어나는지 모르겠다. 훈련은 훈련이다. 테스트는 테스트다. 풋볼 팀들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실제 시합을 뛰고 일요일에도 시합을 잘 할 거라 기대하지 않는다.

8. 이건 당신을 무지막지하게 거대하게 만들지도 않고, 보디빌더로 만들지도 못 한다. 나는 농담 삼아 이걸 WALRUS 훈련이라고 부르는데, 이게 Navy SEAL의 살찌고 역겨운 사촌 정도 되기 때문이다. 이건 교외 지역 특공대원들을 위한 것이다; 그 어떤 잡초든 깎고, 어떤 도로의 눈이든 치우고, 그 어떤 하수구든 뚫을 수 있는 이들 말이다. 물론, 이건 농담이다. 만약 당신이 80파운드 중량 조끼를 입고 30분 내에 총 200회의 스쾃, 100회의 푸쉬업, 그리고 50회의 친업을 할 수 있다면, 당신은 그 어떤 일에 대해서든 준비가 될 것이다(그리고 힘이 셀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이런 훈련으로 보디빌더처럼 보일 것이라든가, 1000파운드 스쾃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든가 하는 것을 기대하지 말아라.

9. 오랫동안 꾸준히 훈련을 해온 사람들은, 그들이 이렇게 훈련하는 것을 원하는 경우에, 이걸 재미있고 도전적이고 할 만하다고 느낀다. 만약 당신이 여전히 바벨로 메인 리프트들을 하고 싶다면, 메인 리프트 후에 WALRUS 배리에이션을 해라. 이게 당신의 보조 운동이 되는 것이다.

10. WALRUS 훈련 이후에, 나는 고립 운동 3가지 정도를 각각 2~3세트씩 한다. 컬, 푸쉬 다운, 윗 등 운동, 목 운동, 햄스트링 운동, 그리고 코어 운동(허리와 복근) 같은 것을 포함한다. 이것들은 훈련에 균형을 가져다 준다.

11. 당신은 매주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수만큼 WALRUS 훈련을 할 수 있다. 이건 당신의 배경, 나이, 그리고 목표에 따라 달라진다. 나는 보통 일주일에 3~4일 정도 훈련하고, 쉬는 날에는 컨디셔닝/가동성 운동을 한다. 이걸 할 때 더 많이 하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하지 말아라; 나은 게 낫다. 그러니, 금방 양초처럼 타버리진 말아라.

12. 만약 당신이 이런 방식의 훈련을 하려 한다면, 원칙들을 따라라; 가볍게 시작하고, 천천히 올려나가라. 교외 지역 특공대가 남자가 이룰 수 있는 가장 큰 영예 중 하나임을 잊지 말아라. 인내심을 가지고, 과정을 즐겨라.

13. 만약 중량 조끼가 없는 경우에, 이 모든 배리에이션들은 맨몸으로도 가능하다. 다시금, 당신이 할 일은 동작들과 총 횟수를 정하는 것뿐이다. 연초에 나는 멍청한 짓을 하다가 추간판 탈출증이 생겼고, 몇 개월 동안 중량 조끼 없이 운동했다. 나는 정부에 의해 갇혀 있는 이들과 별다른 장비가 없는 이들에게 이걸 매우 추천한다. 이건 완벽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당신 지도자가 당신을 약하게 만들려 하는 것에 대항할 수 있게 해준다.

14. 창의적이 되어라. 내가 한 것 중 하나는 계단으로 푸쉬업 핸들을 가져간 것이다. 푸쉬업 10회 후에 계단을 올라 20회 스쾃을 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걸 목표 달성 때까지 반복한다. 제한을 두지 말아라! 몇 년 전에, 나는 매 서킷마다 50회 줄넘기를 하기도 했다.

15. 마지막으로, 중량 조끼를 입고 푸쉬업을 할 때, 푸쉬업 핸들을 사용할 것을 추천한다. 중량 조끼가 늘어지는 게 가동 범위를 제한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핸들을 써서 몸을 약간 바닥에서 멀어지게 해, 전체 가동범위를 쓸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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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나는 당분간, 혹은 영원히 이걸 하지 않겠지만, 여러 부상이 있는 상태에서도 여전히 쇠질을 그리워하는 이나, 정말 바쁜 사람(살면서 그 정도로 바쁜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만)이라면 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2024년 7월 30일 화요일

잡문 #9 - 김태현

 쇠질을 향유하는 사람으로서 생각할 때 대한민국의 가장 멋진 점 중 하나는, 쇠질과 관련 스포츠에 대한민국 출신, 또는 한국계 인물들이 남긴 족적들이 제법 많다는 것이다. 역도와 파워리프팅 종목에서 대한민국 출신, 또는 한국계이면서 국제 대회 수준의 기록을 남긴 이들이 많으며, 초창기 프로레슬링, 격투기 등 쇠질과 느슨한 연관이 있는 종목들에서도 역도산, 최배달 같이 한국계 인물들을 찾아볼 수 있다.

 그 중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은 성과를 냈다고 생각하는 인물은 김태현이다. 유감스럽게도 무제한급에서 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1990년대~2000년대 초반에 활동했기에 올림픽 메달은 없지만,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무려 용상 260kg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게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감이 오지 않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아는 범위에서 국제 시합에서 260kg 이상 용상을 성공한 리프터 자체가 얼마 되지 않는다.

 우선, 최초로 260kg의 벽을 깬 것은 우크라이나(당시에는 소련) 출신의 Sergey Didyk다. 1983년 소련 내 시합에서 이루어진 것인데, 소련은 여러 국가의 연합체이니 국제 시합 취급이었다.

 Didyk의 기록을 전후하여, 260kg 이상의 용상은 한동안 소련 무제한급 선수들만의 영역이었다. 우크라이나 출신 Anatoly Pisarenko는 언제나 자신의 용상 기록을 무기 삼아 시합을 이겨나간 선수였고, 최고 기록으로 265kg 용상을 기록했다. 벨라루스 출신의, 이후 두 번이나 올림픽 챔피언이 되는 Alexander Kurlovich도 260kg 이상 용상을 기록했다. 역시 벨라루스 출신에, 1980년 올림픽 -110kg 챔피언이었던 Leonid Taranenko는 1988년 266kg 용상 세계 기록을 세웠었다.

 소련 붕괴 이후를 보면, 러시아 출신의 1996년 올림픽 무제한급 챔피언 Andrei Chemerikin이 260kg 이상의 용상을 성공시켰었다. 그의 라이벌이었던 독일의 Ronny Weller도 260kg 용상을 한 적이 있다. 그리고 2000년대 초중반 사실상 역도 무제한급을 지배했던 이란의 Hossein Rezazadeh가 260kg 이상의 용상을 여러 번 성공 시켰었다.

 그 이후에도 260kg 이상 용상을 성공 시킨 이는 많지 않다. 러시아의 Aleksey Lovchev가 264kg 용상을 성공 시켰으나, 이후 도핑 적발로 기록이 취소 되었다. 그리고 2010년대 중반부터 사실상 역도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조지아의 Lasha Talakhadze가 무려 267kg 용상을 성공시킨 바 있다.

 위에 적은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260kg 이상 용상을 성공시킨 리프터들은 구소련 출신, 또는 동독 출신이거나, 적어도 소련에 속했던 국가 출신, 또는 이란 출신이다(이는 여러가지를 암시한다). 중국 출신 리프터들은 단 한 명도 260kg 이상 용상을 시합에서 성공시킨 적이 없고, 불가리아 출신 리프터들도 마찬가지이다. 참고로 불가리아 출신 중 260kg 용상에 가장 가까웠던 이는 카타르의 Jaber Saeed Salem, 개명 전 이름 Yani Marchokov이다.

 그리고 이런 배경에서 대한민국의 김태현이 260kg 용상을, 그것도 올림픽 무대에서 성공시켰다는 것을 상기해보라. 아울러, 김태현이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기록한 460kg 합계는 2004년 올림픽이라면 2등, 2008년 올림픽이었다면 3등, 2012년이었다면 1등, 2016년, 2020년에도 2등이 가능한 기록이었다.

 물론, 김태현은 무려 세 번이나 아시안 게임 챔피언을 했고, 세계선수권에서도 입상했다. 국내에서는 사실상 무적으로, 무려 16년 연속 전국체전 우승을 했다. 심지어, 선수 생활 중 지병으로 당뇨까지 앓아가며 말이다.

 실로 영웅적이라고 하겠다.


참고

http://www.chidlovski.net/liftup/

http://www.weightlifting.or.kr/2015/about/about_06.php

http://www.weightlifting.or.kr/2015/board/content.php?kind=7&no=1124


2024년 7월 18일 목요일

잡문 #8 - 단 하나의 하체 운동만을 골라야 한다면?

 단 하나의 하체 운동만을 골라야 한다면, 어떤 운동을 할 것인가?

 흔히 나오는 질문이지만, 가장 멍청한 질문이기도 할 것이다. 애초에, 단 하나의 운동만 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 흔하진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쇠질을 하는 사람들은 특정 동작, 특정 종목에 소속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으니, 꼭 나오고야 마는 질문이기도 하다.

 어찌 되었든, 저 질문에 흔히 나오는 답변은 바벨 백 스쾃이다. 그간 사람들이 이 운동에 붙여놓은 ‘모든 운동의 왕’이니 뭐니 하는 권위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더해 보디빌딩을 하든, 역도를 하든, 파워리프팅을 하든 바벨 백 스쾃을 하게 되니 이 운동이 필수라는 식의 생각만 서로 오고 가게 되는 것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디빌딩, 역도, 파워리프팅을 하지 않는다. 알고 싶어하지도 않고. 이에 더해, 많은 이들은 결국 미용과 건강을 위해 쇠질을 한다. 그저 몸매가 좋아지고, 기분이 좋고, 몸이 더 잘 움직이는 것 같으면(‘펑셔널’하게 느껴지면) 만족한다는 말이다. 헬스장에 갔을 때, 상체 근육이야 미용을 위해 이것저것 여러 운동을 해야 하겠지만, 하체 운동은 적당히, 조금 하고 싶은 사람도 많을 것이다.

 이 경우에 헬스장에서 할 만한, 단 하나의 하체 운동을 고르면 무엇이 될까? 내 생각엔 힙 쓰러스트, 특히 머신으로 하는 힙 쓰러스트가 될 것 같다. 해머 스트렝스의 글루트 드라이브 같은 머신 말이다.

 우선, 배우기 쉽다. 머신 사용법을 주의 깊게 읽고, 브레이싱을 해서 허리를 과신전하지 않는 법만 익히면 누구든 바로 할 수 있다. 대부분의 머신들은 실패하는 경우에도 안전하게 놓을 수 있게 설계되어 있기까지 하다. 프리웨이트나 스미스 머신으로 힙 쓰러스트를 하는 경우처럼 번거로운 준비도 필요 없다. 실로 사용자 친화적이다.

 이에 더해, 힙 쓰러스트는 고관절을 접었다 펴는 동작이니 당연하게도 둔근의 근비대를 일으키며, 고관절을 펴는 힘을 키워준다. 사실 ‘펑셔널 스트렝스’니 뭐니 하는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고관절을 펴는 힘 아니던가? 그네들이 스쾃이든 데드리프트든 케틀벨 스윙이든 찬양할 때, 둔근을 길러준다는 부분을 가장 칭찬하지 않던가?

 둔근만 길러서 무슨 소용이냐고 이야기할 사람도 있겠지만, 오히려 보디빌더가 아닌 이상 대퇴사두나 대퇴이두의 크기에 집중할 필요가 있는가? 어차피 남자든 여자든 일상 생활에서 옷을 입고 다닐 때 하체에서 눈에 띄는 부위는 엉덩이가 전부 아닌가? 굳이 따지면 종아리도 있겠지만… 이에 더해 약물을 쓰지 않는 이상, 몸의 균형을 해칠 정도로 특정 부위가 커지는 것도 어렵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 힙 쓰러스트가 대퇴사두를 자극을 아예 안 주는 것도 아님도 상기할 만하다.

 아울러, 힙 쓰러스트 머신들은 보통 둔근 근육 길이가 줄어든 부분, 그러니까 락아웃 부분에서 가장 힘든 식의 스트렝스 커브를 가지고 있어, 다른 고관절을 접었다 펴는 하체 운동들보다 피로가 적다. 더 많이, 더 자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락아웃에 실패하는 경우에도, 부분 반복을 한다면 그 자체가 ‘Lengthened partial’이다(요즘 유행이라 넣어보고 싶었다).

 고볼륨, 고빈도가 가능하다는 것에 더해, 요즘 머신들은 밴드를 추가할 수 있게 되어 있다는 것도 있다. 또, 한 다리로 해도 된다. 머신 하나로 다양한 배리에이션이 가능하며, 이는 유연한 프로그래밍이 가능하게 한다.

 보디빌딩, 역도, 파워리프팅, 크로스핏 등을 하지 않는다면, 헬스장에서 하체 운동은 그냥 힙 쓰러스트 머신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꼭 스쾃이든 뭐든 해야 한다는, 또는 '남자는 하체지' 하는 되도 않는 마초이즘, 또는 ‘3대 500’이 필수라고 하는 식의 마케팅에 놀아나고 있는 것뿐 아닐까?


2024년 7월 16일 화요일

잡문 #7 - The Longevity Diet

 최근 관심사 중 하나는 건강한 식단인데, Dr. Valter Longo의 The Longevity Diet(국내에 『단식 모방 다이어트』라는 제목으로 번역도 되어 있다)에 흥미가 동했다. 언젠가는 해볼 것 같지만, 아직도 단백질을 저리 적게 먹어도 되는가 하는 미친 고민을 하고 있으니, 정상인이 되기엔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책이라 생각하니 일독을 권한다. The Longevity Diet 자체는 책에 다음과 같이 요약되어 있다(pp. 111~113). 7번의 경우 약간 간헐적 단식과 비슷하다는 인상을 줄 것 같아 덧붙이면, Dr. Longo는 간헐적 단식, 특히 유명한 16시간 단식 후 8시간 식사에 부정적이다. The Longevity Diet의 부분 중 하나인 단식 모방 다이어트(Fast Mimicking Diet, FMD)는 최소한의 식사는 하며 단식의 효과만 얻으려는 것이기도 하다. Dr. Longo는 16시간 간헐적 단식을 하는 사람들이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아졌다는 것을 지속 강조하는 내용을 포함한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https://www.youtube.com/watch?v=06ROURlX6o4). 미국심장협회도 이런 발표를 한 바 있으니 참고하라(https://newsroom.heart.org/news/8-hour-time-restricted-eating-linked-to-a-91-higher-risk-of-cardiovascular-death).


 1. 채소 위주로 섭취하되 약간의 생선을 추가한다. 단, 생선 섭취는 일주일에 최대 2~3회를 넘지 않도록 하며 오메가-3, 오메가-6, 비타민B12가 풍부한 연어, 멸치, 정어리, 대구, 도미, 송어, 조개 새우 등의 생선이나 갑각류, 연체동물로 수은 함량과 신선도를 따져서 고른다.

 2. 65세 이하 성인의 경우, 1일 단백질 섭취량은 몸무게 1kg 당 0.7~08g 수준으로 제한한다. 체중이 60gk이라면 하루 약 42~48kg의 단백질을, 90~100kg이라면 약 60~70g을 섭취하면 된다. 단백질은 병아리콩, 완두콩 등의 콩류로 주로 섭취한다. 65세가 넘으면 그때부터는 근육량 유지를 위해 생선, 달걀, 흰 살코기, 염소나 양에서 나온 유제품 등으로 단백질 섭취량을 약간 늘린다.

 3. 동물성 포화지방(붉은 고기, 치즈)과 당분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불포화지방과 복합탄수화물을 최대한 많이 섭취한다. 통곡물과 토마토, 브로콜리, 당근, 콩 등의 채소에 올리브 오일(1일 3테이블스푼)과 견과류(1일 약 28g)을 곁들여 먹는다.

 4.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식사를 하고 3일에 한 번씩 멀티비타민 영양제로 보충해준다.

 5. 이 책의 추천 식재료 중에서 자신의 조상 대대로 익숙한 음식을 선택한다.

 6. 몸무게, 나이, 허리둘레를 고려하여, 하루 식사 횟수를 두 번 또는 세 번으로 정한다. 과체중이거나 쉽게 살이 찌는 체질이라면 아침 식사 한 끼와 점심 또는 저녁 식사 한 끼를 먹고 나머지 한 끼는 100kcal 미만에 당분이 낮은 (5g 미만) 간식으로 대체한다. 이미 적정체중을 유지하고 있거나 살이 잘 빠지는 체질이거나 66세 이상에 정상체중인 사람이라면 하루에 식사 세 끼와 100kcal 미만에 당분이 낮은 (3~5g 미만) 간식 한 번을 추가하도록 한다.

 7. 먹는 시간은 24시간 중 12시간 이내로 제한한다. 만약 첫 식사를 오전 8시에 했다면 저녁 8시 이후로는 아무것도 먹지 않도록 한다. 잠들기 전 3~4시간 전에는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는다.

 8. 65~70세가 되기 전까지는 체중 및 건강상태에 따라 6개월에서 1년에 한 번씩 5일 간 단식 모방 다이어트를 시행한다. 가능하다면 전문 영양사와 의사에게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9. 적정체중 및 허리둘레에 도달하고 유지할 수 있는 수준으로 위 1번부터 8번까지의 지침을 따른다.


Longo, Valter, 『단식 모방 다이어트』, 신유희 역, 2019.


2024년 7월 15일 월요일

잡문 #6 - 거꾸로 생각하기

 쇠질 관련해서 널리 퍼져 있는 조언이나 의견들에 대해 거꾸로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해보면 제법 재미 있기에 몇 가지 적어보려 한다.

 흔히 보디빌딩으로 운동을 시작한 사람이 파워리프팅도 잘 한다느니 하는 말(여기에서 보디빌딩은 시합으로서 보디빌딩과, ‘보디빌딩식 운동’이라 할, 미용을 위한 근비대 훈련을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것일 테다)을 본 적이 있는가? 이에 더해 보디빌더처럼 운동,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70년대 미국 웨스트 코스트 지역 보디빌더들처럼 고볼륨, 고반복 운동을 하라는 조언을 던지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보디빌딩으로 운동을 시작한 후 파워리프팅도 잘 하는 사람들이라는건, 그저 파워리프팅이 유명하지 않던 시절에, 근비대 훈련의 효과를 다른 이들보다 쉽게 보는 이들이어서 보디빌딩 운동을 하고 있던 사람들일 뿐인 것 아닐까? 애초에 다른 이들보다 근비대가 더 잘 일어나기에, 파워리프팅에도 유리할 뿐인 사람들인 것 아닐까?

 이에 더해, 고볼륨, 고반복 운동을 추천하는 것 또한 문제일 수도 있다. 이를 테면, 누군가 파워리프팅을 한다고 했을 때, 70년대 프로그램을 추천해준다면 딱히 좋은 조언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주 2일~3일 운동하는 선형 주기화든, 매주마다 스쾃, 벤치 프레스, 데드리프트 기록에 도전하는 방식이든, 딱히 현명한 일이 아닐 테니까.

 수용력Work capacity이라는 개념도 생각해보자. 성적이 좋은 리프터들이 제법 많은 볼륨을 견뎌내는 것을 보고, 우선 볼륨을 견뎌낼 수용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반대로 타고난 수용력이 높아 볼륨을 버텨내는 사람만이 좋은 리프터가 되는 것 아닌가? Ilya Ilyin가 인터뷰에서 Zhassulan Kydyrbayev를 높게 평가하며, 자신과 같은 수준의 볼륨을 버텨낸 유일한 사람이기에 높은 기록을 세울 줄 알았다고 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결국 그런 것 아닌가? 사람마다 타고난 수용력이 있는 것일 뿐인 것 아니냐는 것이다.

 결국 적응은, 특정 부하에 매우 특수하게 일어나지 않는가? 사람들은 항상 ‘SAID’(Specific Adaptations to Imposed Demands)를 이야기하면서, 볼륨을 소화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엔 그저 그 ‘볼륨’을 반복하는 것이 제일 나은 것이라는 생각은 어째서 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데드리프트는 컨센트릭 부하만이 있는 운동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나? 이것도 거꾸로 생각해보자. 컨벤셔널 데드리프트 동작에서 요추 부분의 기립근에는 에센트릭 부하가 걸리는 것 아닌가? 이로 인한 근육 손상이 컨벤셔널 데드리프트 동작의 피로를 야기하는 요인 중 하나 아닐까?

 최근 영어권 피트니스 인플루언서들 중에는 (유감스럽게도) 다시 내추럴 운동법을 이야기하는 조류가 있다. 그네들이 주장하는 내용이 결국 대부분 만년 중급자 수준에서나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라는 것은 차치하고(프리 웨이트를 사용한 복합 관절 운동만을 주로 하는 것은 오히려 유전적 한계 근처에 있는 사람이 마지막으로 짜낼 수 있는 근비대에의 가능성을 방해할 공산이 크다), 내추럴 운동법의 발달이 무언가 대단한, 지금까지의 쇠질의 역사가 보여준 것들과는 다른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낼 것이라는 기대를 거꾸로 생각해보자.

 훌륭한 훈련법은 약물을 대체하지 않는다. 오히려, 약물과 시너지를 일으킨다.

 훌륭한 훈련법만으로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면, 소련 역도 선수들이 약물을 썼을 것 같은가? 굳이 당 차원에서 비용을 더 들일 이유가 있었을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내추럴 훈련법은 – 예전에 적은 것처럼, 나는 발달 과정에서부터 내추럴을 위해 만들어진 것은 파워리프팅 프로그램이 유일하다고 생각하지만 – 약물을 쓰고자 하는 상위권 리프터들의 의지를 막을 수 없다. 이기는 데에 미친 사이코패스들이 그저 개선된 훈련법을 통한 결과에 만족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 오히려, 발달된 훈련법은 약물과의 시너지를 통해 놀라운 기록을 내는 데에 기여할 뿐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현재 IPF나 USAPL 상위권에서는 여전히 내추럴 리프터가 주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앞으로, 경제적 유인이 계속 커지는 경우에, 지금까지 발달한 프로그램에 똑똑한 약물 사용을 더한 어린 리프터들이 지금의 놀라운 기록조차 계속 갱신할 것이라 생각한다.

 쇠질 전반에 팬인 입장에서는 구경거리가 느니 좋은 일일 것이다. 다른 이들이 자발적으로 위법을 저지르며, 스스로의 건강까지 해쳐가며 볼거리를 제공해주는 것에 감사하면 된다.


2024년 7월 11일 목요일

잡문 #5 - MRV(Maximum Recoverable Volumes)

 MRV(Maximum Recoverable Volumes)는 몇 년 전까지 나름 유행하던 개념이다. 개인적으로 MRV 개념은 볼륨 관련한 개념적인 설명으로서 의미가 있지 그 외 실천적으로 적용될 개념은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당연히 피트니스 산업 종사자들은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다.

 피트니스 산업 종사자들이 흔히 쓰는 소위 ‘가불기’는 아래 두 문장을 합치는 것이다.

 당신이 열심히 운동하지 않아서 못 하는 것이다.

 당신이 똑똑하게 운동하지 않아서 못 하는 것이다.

 MRV 개념은 저 두 문장의 정서를 실로 효과적으로 합친 개념이 될 테니, 피트니스 산업 종사자들이 강조하지 않고는 못 배겼을 것이다. 회복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 빡세게! 그리고 아무튼 영어 용어이니 똑똑해 보인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제, Dr. Israetel이 직접 MRV 개념에 대해 적은 것과 그린 것을 보자(똑똑하게 운동하는 분들은 당연히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번역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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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ximum Recoverable Volume (MRV): The maximum amount of training which can be performed before overreaching occurs. In hypertrophy training this means the amount of training at which no further growth can be expected to occur if continued on a consistent basis, possibly leading to diminishing or even negative returns. (Israetel et al.,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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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id.,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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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RV는 그 개념 상, 지속 불가능한 볼륨 수준이며, MEV(Minimum Effective Volumes)와 훈련 효과는 큰 차이가 없는 볼륨 수준이다. Dr. Israetel의 훈련법 모델에서도 MEV와 MRV 사이 어딘가에 있는 MAV를 찾기 위해 메조 사이클 내에서 볼륨을 조절하라고 하며, 개념적으로 소개하는 내용이란 말이다(물론, 나는 이 모델이 가지고 있는 MAV가 마구 움직인다는 전제는 당연하게도 약물 사용 때문에 나오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1RM 목적의 리프트 기록이 늘거나, 점진적 과부하가 일어나고 있다면, 그러니까 원하는 훈련 효과를 보고 있다면, 현재의 볼륨이 EV(Effective Volumes)라는 뜻이다. 그리고 효과가 있다면 그냥 고정하고 계속하면 된다. 더 이상 원하는 훈련 효과가 일어나지 않을 때에만, 볼륨을 늘이든, 줄이든 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MRV 따위는 영원히 몰라도 된다. 그런 개념이 있다는 것만 알면 되는 것이다.



Israetel et al., 2021, Scientific Principles of Hypertrophy Training.

2024년 7월 7일 일요일

잡문 #4 - Melvin Wells

 



 


 Melvin Wells(1919~1994)는 1949년과 1950년에 AAU Mr. America에서 Most Muscular 상을 받았다. 당시 Wells의 대략적인 몸 치수들은 다음과 같다.


 키: 5’10’’ (약 177.8cm)

 체중: 205lbs (약 93kg)

 상완 둘레: 18.5’’ (약 47cm)

 전완 둘레: 14’’ (약 35.6cm)

 허리 둘레: 30’’ (약 76.2cm)


 아울러, Wells는 400 파운드 백 스쾃을 12회, 스트릭트 밀리터리 프레스를 281파운드, 한 손 밀리터리 프레스를 150파운드, 벤치 프레스 335파운드 수 회, 그리고 스트릭트 바벨 컬 145파운드 12회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Wells에 대해 특기할 만한 점은, 20세기 중반 미국 흑인이라는 것이겠다. 물론 Wells는 뉴욕주에 살았고, 군대도 다녀왔지만, 1964년 미국 연방 민권법 제정 한참 전 인물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영상과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Wells는 특히 팔이 강점이었다. 그렇기에, 그의 팔 루틴만은 여전히 기록이 남아있다(그 외엔 아마 당대 거의 모든 보디빌더들과 리프터들이 그랬듯, 전신 운동을 비슷한 세트와 횟수로 했을 것이다).


주 3회

 스트릭트 바벨 컬 3*10

 한 손 밀리터리 프레스 3*10


 Wells는 스트릭트 바벨 컬은 150파운드 10회, 그리고 한 손 밀리터리 프레스는 120파운드 10회까지 했었다고 한다.


출처:

Mckean, John, 2015, ‘STRCIT!’, USAWA, web, https://www.usawa.com/strict/

Web, 2018, https://www.facebook.com/permalink.php/?story_fbid=1761018247317575&id=116733248412758

Lewis, Jamie, 2024, Huge Natty Arms.


2024년 7월 2일 화요일

잡문 #3 - Jules Quéniart

 











 









 



 Jules Quéniart는 프랑스 Verneuil (Oise) 태생으로 1874년에 태어나서 1911년에 죽었다. 1899년, 만 25세 즈음에 측정했을 때, 174cm 키에 가슴 둘레는 1m 16cm, 허리는 79cm, 팔은41.5 cm, 종아리 둘레는 29cm, 목 둘레는 45cm, 전완 둘레는 33.5cm, 넓적다리 둘레는 58cm, 체중은 80kg였다. 그의 몇몇 리프트 기록은 다음과 같다:


저크 220 파운드 (99.8kg)

두 손 프레스 180파운드 (81.6kg)

스윙 리프트 150파운드 (68kg)

한 손 스내치 140파운드 (63.5kg)

링 웨이트 들고 팔 펴기 40파운드 (18.1kg)

두 손 클린 250파운드 (113.4kg)


 Quéniart는 Edmond Desbonnet의 The Kings of Strength: A History of All Strong Men from Ancient Times to Our Own이라는 책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게 남은 인물이다. 다른 이유는 없고, 나쁘지 않은, 그러나 거의 누구나 달성할 수 있는 리프트 기록들에 더해, 훤칠한 외형, 그리고 “삶의 즐거움을 오용”한 것과 오버트레이닝으로 일찍 죽었다고, 짧게 적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더해, ‘저 정도는 나도 가능하겠다’ 하는 심보와, ‘저 정도면 충분하지’ 하는 게으름도 함께 한 감상일 것이다.

 물론, 19세기~20세기 초반 프랑스의 리프팅 기준은 매우 엄격했으며, Desbonnet는 유럽 대륙 내 다른 국가들에서 사용되는 리프팅 테크닉들을 혐오하여 이를 격하하는 표현들을 여럿 적은 작가이니, Quéniart의 리프트들은 매우 깔끔한 방식으로 이루어진 것일 테다. 프레스는 차려 자세에서 몸의 다른 부위들은 미동도 없이 팔만 천천히 펴는 방식이었을 테고(19세기 프랑스, 그리고 20세기 초반 영국에서의 프레스는 소위 ‘그라인딩’ 없이, 빠르지도 않게 천천히 일정한 속도로 들어올려야 인정 받았다), 클린이나 스내치는 어깨나 머리 위에 중량이 올라가기 전에 몸의 다른 어느 부위에도 닿아서는 안 되는 식으로 이루어진 것일 테다.

 검증되지 않은 출처이나, Quéniart이 1898년 레슬링(그레코-로만) 파리 월드 챔피언십에 참가했다는 기록도 찾을 수 있었다 (http://wrestlingclassics.com/cgi-bin/.ubbcgi/ultimatebb.cgi?ubb=get_topic;f=10;t=005539;p=0). 오버헤드 리프트들과 레슬링, 실로 활기차게 살다 간 인물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격투기에는 큰 관심이 없지만, 나름 나쁘지 않은 오버헤드 리프트들과 다른 신체 활동을 같이 한다는 점이 참으로 좋게 보인다.

 그리고 볼 때마다 참 훌륭한 사진이라는 생각을 한다. 아마 올드타임 리프터들의 목표는 어깨와 콧수염만 도드라져 보이는 외모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항상 한다.


2024년 7월 1일 월요일

잡문 #2 - 이분법적 사고

 요즘 여가 시간에 Dan John의 저서들에 더해 팟캐스트도 계속 해서 듣고 있는데, 가끔 나오는 조언 중 하나가 이분법적 사고를 경계하라는 것이다. 이분법적 사고를 경계하라는 말은 비단 피트니스, 쇠질 관련된 상황뿐 아니라, 다른 여러 주제들에 대해서도 제법 자주 나오는 조언이다. 그리고, 아주 틀린 말도 아니다. 세상에는 이분법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일종의 스펙트럼을 가진 것들이 분명히 있으니 말이다.

 이제 재미있는 점은, Dan John이 이분법적 사고를 제안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는 것이다. Dan John의 대표적인 이분법적 사고 방식 중 하나는 다음과 같다: 세상에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는 것이다. 이 때 하나는 활동을 하고 있는(‘Active’) 운동 선수의 집합이며, 다른 하나는 그 외 모든 사람들이 포함되는 집합이 된다.

 그리고, 이러한 사고 방식이 개인적으로는 정말 맞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내 생각에, 결국 쇠질을 하면서 우리는 두 가지 중 한 가지만을 골라야 한다. 특정한 종목을 잘 하는 데에, 또는 특정 체력 요소를 키우는 데에 특화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하는 것 사이의 양자택일이다. ‘선수님’처럼 운동하거나, 그냥 ‘헬스’를 하거나, 둘 중 하나만을 골라야 하며, 양 극단 간 스펙트럼 따위는 없다.

 왜냐고? 1) 쇠질 종목들은 대부분 다른 스포츠 종목들보다 단순하며(그렇기에, 요구하는 체력 요소가 적으며, 퍼포먼스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도 상대적으로 적다), 2) 운동에서 간섭 효과interference effect는 실재하니까 말이다(물론 간섭 효과의 정도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다른 주장을 할 수 있다).

 우선 1)은 흔히 인터넷 트롤들이 쇠질 종목들을 깔보기 위해 드는 이유이나, 오히려 쇠질 종목들을 할 때 특화 훈련이 더더욱 중요해지는 이유가 된다고 생각한다. 퍼포먼스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적다는 것은, 변인 통제와 이를 통한 퍼포먼스라는 결과값에 대한 예측에의 가능성이 다른 종목들보다 높다는 것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로 인해 보다 최적의(‘optimal’의 번역으로서) 훈련 방법을 찾기 위한 경쟁이 더 심해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 극한의 특화 훈련을 강제하며 말이다.

 최적의 특화 훈련법을 찾는 경쟁이 심해질수록, 간섭 효과를 최대한 줄이려는 노력 역시 커지기 마련이다. Dan John이 흔히 이야기하는 것처럼, 두 마리 토끼를 쫓아가면, 결국 둘 다 놓치게 된다. 역도 합계가 목표라면 역도 합계만을, 파워리프팅 합계가 목표라면 파워리프팅 합계만을, 보디빌딩 시합이 목표라면 보디빌딩 준비만을 해야 한다. 각각 요구하는 것들이 다르기 때문에, 결국 어느 시점에서는 간섭 효과가 있을 수밖에 없다. 

 파워리프팅을 하지 않으면서 파워리프팅 동작들에 필요 이상의 노력을 들이는 경우 그 피로로 인해 역도 동작의 개선, 또는 근비대에 간섭이 있을 수 있고, 역도를 하지 않으면서 역도 동작에 필요 이상의 노력을 들이는 경우 역시 파워리프팅 동작의 개선과 근비대에 비슷한 간섭을 줄 것이다. 보디빌딩을 하지 않으면서 보디빌딩의 심사 기준인 균형미에 신경 쓴 근비대 볼륨을 훈련에 추가하는 경우, 그 볼륨으로 인한 피로만큼 역도나 파워리프팅에서의 개선이 힘들어진다.

 두 마리 토끼를 쫓아가면, 결국 둘 다 놓치게 된다.

 물론, 유감스럽게도 현실에는(또는, 소셜 미디어라는 창을 통해 바라본, 왜곡된 ‘현실’에는) 여러 마리 토끼를 쫓아가, 양손 가득 잡은 뒤 자랑하는 이들이 많고, 이러한 사실이 위와 같은 생각은 틀린 것이라는 주장을 믿고 싶게끔 만든다. 

 세상에는 ‘파워빌더’라는 인종이 있고, 이들은 보디빌딩 시합에서 경쟁력이 있는 몸매를 가지면서도 경쟁력 있는 파워리프팅 합계를 함께 가지고 있다.

 세상에는 ‘수퍼 토탈’을 자랑하는 사람들이 있고, 이들은 역도 합계와 파워리프팅 합계 모두를 거의 동시에 제법 경쟁력 있는 수준으로 낼 수 있다.

 세상에는 심지어 엘리트 크로스피터들도 있다. 이들은 피트니스 산업 하에서 판매되는 거의 모든 측정 지표들에서 제법 훌륭한 수준의 성과를 보여준다.

 여러 마리 토끼들의 귀를 두 손 가득 모아 잡고, 내 눈 앞에서 흔들어대는 것이다.

 그렇게 나를 포함해 많은 이들이 여러 마리 토끼들을 쫓게 된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단 한 마리도 잡지 못 한다. 토끼들을 전부 놓친 뒤에, 실망감에 가득 차서 깨닫게 되는 것이다.

 ‘파워빌더’들은 같은 수준 재능을 타고난 보디빌더들에게 보디빌딩 쇼에서 진다는 것을.

 ‘수퍼 토탈’을 자랑하는 이들은 절대 역도 챔피언, 파워리프팅 챔피언이 되지 못 한다는 것을.

 엘리트 크로스피터들은… 그냥 여러모로 다른 종이라는 것을 말이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한 것이라고 자위하지 말아라!

 운동 선수가 아닌 그 외 모두를 대상으로 해서, 정장을 입었을 때, 또는 호텔 수영장에 갔을 때에 적당히 몸이 좋아 보이고, 몸이 잘 움직이며, 상쾌한 기분이 들게 하는 데에 요구되는 쇠질의 수준은 결코 높지 않다.

 Dan John의 Southwood 프로그램은 파워 클린 8회, 6회 4회, (바닥에 있는 바벨을 클린 후) 밀리터리 프레스 8회, 6회 4회, (역시, 바닥에 있는 바벨을 클린 후) 프론트 스쾃 8회, 6회 4회 총 9 세트를 주 3일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여러 옵션 중 하나는 사용하는 바벨의 무게를 밀리터리 프레스에 맞추는 것이다. 파워 클린, 밀리터리 프레스, 프론트 스쾃을 모두 같은 무게로 하며, 밀리터리 프레스 3세트의 횟수를 모두 성공시켰을 때에만 중량을 올린다.

 엄청나게 근육질이 되지도 않을 것이고, 유명한, 또는 제법 많은 이들이 즐기는 리프트들의 1RM이 엄청나게 오르지도 않을 것이지만, 건강을 위한 근력 훈련으로는 나쁘지 않을 것이다. 이에 더해 다른 레저 활동, 이를 테면 골프, 테니스, 조깅, 혹은 클라이밍 등을 한다면, 건강과 괜찮은 몸매(이건 어느 정도 식단 조절이 있어야 하겠지만)를 위해 충분한 수준의 활동일 수도 있다.

 특화 훈련에 들이는 정도의 노력과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바벨 오버헤드 프레스를 꾸준히 하는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괜찮은 어깨와 팔 근육(물론, 애매한 중급자 수준 내추럴 보디빌더보다도 덜 발달된 정도가 되겠지만, 그냥, 일상적으로 괜찮은) 정도는 기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정도도 운동 선수가 아닌 그 외 사람들에게는 충분한 승리다.

 승리하기 위해 노력하는 운동 선수가 아닌 이상, 딱 그 정도면 충분한 것 같다.

 충분한 것을 초과하는 것은, 그저 더 하는 것일 뿐, 더 잘 하는 것도, 더 좋은 것도 아니고 말이다(이것도 Dan John이 즐겨 쓰는 표현이다).

 문제는, ‘더 하는 것’이 가끔 지나치게 즐겁게 느껴져, 안 하고는 못 배긴다는 것이지만 말이다. 제1세계 국가에서 사는 이가 가질 수 있는 특권일 테니,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즐기면 그것으로 족할 것이다. 


2024년 6월 20일 목요일

잡문 #1 - Dan John

 - 나는 Dan John의 글들을 좋아한다.


- 이전 그의 책 Easy Strength Omnibook의 서평에서도 적었던 것처럼, 소위 ‘일반적 근력General Strength’라고 해야 할 것을 가장 효과적으로 설명하는 저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그가 열심히 추천하는 프로그램인 Easy Strength를 보자.


- 2~5가지 리프트를 골라, 주 당 2~5번, 2~5회, 2~5세트씩 운동하기.


- 만약 쇠질 그 자체가 목적인 경우(그러니까, 파워리프팅, 역도, 보디빌딩 등)가 아닌 이상, 그리고 AAS를 포함한 여러 PED를 사용하는 게 아닌 이상 근력 목적으로 상기한 내용 이상이 필요할까?


- 물론, 누군가는 이렇게 이야기할 것이다. Pavel Tsatsouline의 ‘3 to 5 Method’의 포장지만 바꾼 것 아니냐고.


- 나는 여전히, Dan John 팬으로서, John의 방법론이 더 낫다고 주장하고 싶지만, 사실 바로 위의 문장이 아주 틀린 말도 아니라는 것을 부정하진 못 하겠다.


- Broderick Chavez가 표현한 것처럼, 쇠질과 관련해서 새로운(New) 것은 희귀하니 말이다. 최근(Latest)의 것은 있어도 말이다.


- ‘포장지’가 근사하면 사실 그것으로 족한 것이다.


- 다시 Dan John 찬양으로 돌아와서, John이 강조하는 ‘Easy’ 부분을 언급하고 싶다.


- 무겁지는 않은 무게를 쉽게 드는 것, 그리고 쉽게 들 수 있는 무게를 점차 올려가는 것이야말로 쇠질 관련 근력 훈련의 기본이니 말이다.


- John은 ‘Easy’ 라는 단어로 이것을 포착하고 있는 것이다.


- 특정 리프트의 1RM이 목적이라면? 당연히 제법 자주(빈도), 제법 많이(볼륨) 그 리프트를 연습해야 할 것이다.


- 저 두 가지를 모두 지키려면? 어느 정도 바 스피드가 유지되는 범위 내에서 운동을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 Noriega 같은 경우도 백 오프 세트들을 통한 서브-맥스 훈련에서 바 스피드를 강조하지 않던가?


- ‘Easy’라는 표현을 따름으로써, 원하는 리프트의 빈도를 매우 올리고(John은 주 5일을 추천한다), 어느 정도의 볼륨 훈련도 진행할 수 있는 것이다.


- 물론, John의 Easy Strength는 지나치게 단순하다.


- 피로에 대한 고민도 적고, 집중적인 근비대에의 고려도 없다. 1RM 근처 강도에의 노출도 없다.


- 하지만, John이 Easy Strength가 많은 이들에게 충분한Enough 정도의 운동법임을 강조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 대부분의 사람들은, 놀랍게도, 파워리프팅이나 역도, 보디빌딩을 하지 않는다.


- 대부분의 운동 선수들도 마찬가지이다.


- 만약 육아와 커리어로 시간이 부족한 이가 있다고 할 때, 하루 15~20분 정도 Easy Strength에 따라 운동하는 것으로 얻을 수 있는 건강 상의 이점이 얼마나 많을지 생각해보라.


- 매일 아침 샤워하기 전, 또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약간의 스트레칭과 가동성 드릴을 진행한 뒤, 워밍업도 필요 없는 무게로 수직 프레스, 턱걸이, 힙 힌지 동작을 2*5나 3*3하고, 앱 휠 롤아웃을 1*10하고, 케틀벨 스윙을 5*15 하는 것이다.


- 쉽게, 어렵지 않은 강도로 말이다.


- 당연히 엄청나게 근육질이 되지도, 1RM 근력이 엄청나게 오르지도 않을 것이다.


- 하지만 적당히 힘이 세지고, 적당히 근육이 붙어 건강한 삶에 도움을 주는 정도는 충분하다.


- 취미로 러닝이나 클라이밍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 5*5나 5/3/1 같은 ‘근력 훈련’ 프로그램이 필요할까?


- 아파트 헬스장이나 집 안에서 쉬운 무게로 밀리터리 프레스, 턱걸이, 한 다리 데드리프트 정도나 적당히, 꾸준히 하면 충분하지 않을까?


- 물론, 바벨 백 스쾃 1RM을 올리는 것이 ‘애슬릿’에게 필수라고 생각하는 이들이라면 싫어할 이야기이겠지만 말이다.


- Dan John이 최근 낸 책인 The Armor Building Formula: Bodybuilding for Real People도 특기할 만하다.


- 케틀벨 프로그램에 더해 바벨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는데, 바벨 프로그램에서 처방하는 운동은 단 세 가지에 불과하다.


- 클린 앤 프레스, 바벨 컬, 프론트 스쾃.


- 심지어 프론트 스쾃은 클린 앤 프레스 세트 후에 바로 이어서, 클린 앤 프레스에 사용하던 무게를 사용하게 한다.


- 이 운동들을 8회 3~5세트씩 하며, 주 3회 정도 하라고 한다.


- 그리고 이 정도가 진짜 사람들Real People, 그러니까 현실을 사는 사람들이 나이에 비해서, 하는 일의 강도에 비해서 몸이 좋아 보이는 것에는 충분하다고 하는 것이다.


- 틀린 말은 없지 않나?


- 쇠질과 관련된 정보를 찾는 이들이 흔히 하는 말 중 하나는 이런 것이다: ‘(파워리프팅, 보디빌딩, 역도, 또는 어떤 특정한 종목)을 하지는 않지만, 몸도 좋아지고 싶고, 체력도 늘리고 싶고…’


- 이 경우라면, 그냥 Dan John의 조언에 따르는 게 낫다.


- 당연히 3대 몇 백이니, 보디빌더처럼 몸이 좋아지니 하진 않겠지만, 몸도 적당히 좋아지고, 일상에서의 취미(골프, 테니스, 러닝, 클라이밍 등)에 필요한 근비대와 근력 훈련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니 말이다.


2024년 6월 19일 수요일

현대 파워리프팅 프로그래밍 – 최초의 ‘내추럴 훈련법’?

1. 서론

 이 글은 현대 파워리프팅 프로그래밍에 대해 소개하고, 이 방법론이 사실상 쇠질 역사에 등장한 최초의 ‘내추럴 훈련법’임을 주장하려 시작한 글이었다.

 우선 이 글에서 이야기하는 ‘현대 파워리프팅 프로그래밍’은 RTS의 Emerging Strategy 소개 이후, 2020년대를 전후하여 Sean Noriega와 Steve DeNovi 같은 파워리프팅 코치들이 고안해낸 파워리프팅 프로그램 방법론을 의미한다. 그리고, ‘내추럴 훈련법’이라는 표현은, 이 방법론을 구성하는 요소에 약물의 영향을 받은 프로그래밍, 또는 훈련 방법론들이 배제되어 있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 썼다.

 또한, 이 글에서 현대 파워리프팅 프로그램이 내추럴 훈련법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모든 내추럴 훈련자들이 파워리프팅 프로그램을 따라야만 한다는 주장은 아님을 분명히 하고 싶다. 만약 훈련자가 파워리프팅이 아닌 다른 목적을 가진 경우, 당연히 그에 맞는 프로그래밍이 필요하다. 다만, 일반적으로 ‘쇠질’이라고 하는 행위를 취미로 하는 이들은 적당한 근비대와 자신이 선호하는 리프트(들)의 1RM 기록 모두를 신경 쓰는 경우가 많으니(원한다면, ‘파워빌딩’이라고 불러도 좋다), 이 경우에 내추럴 훈련자라면 현대 파워리프팅 프로그래밍을 참고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쓰다 보니 그다지 응집력이 있는 글은 아니게 되었다. 아니, 실로 의식의 흐름에 가까운, 엉망인 글이 되어버렸다. 이에 대해 이 글을 읽는 이들에게 미리 사과 드리며, 읽는 이에게 그저 재미있는 화두를 한 두 개 던져줄 수 있으면 다행일 것이라 생각한다.


2. 현대 파워리프팅 프로그래밍 요약

 우선, 이 부분에서 요약은 제법 거친 것이 될 것으로, 독자들의 양해를 바란다.

 현대 파워리프팅 프로그래밍은, Emerging Strategy의 영향을 받은 것이니, 각 훈련자에게 최적의 마이크로 사이클(보통, 1주 단위)를 구성하는 것을 근간으로 한다. 세 가지 시합 종목인 스쾃, 벤치 프레스, 데드리프트는 훈련자에게 필요한 주 당 훈련 빈도에 따라, Primary day, Secondary day, Tertiary day…의 훈련일을 마이크로 사이클 내에서 정하게 되며, Primary day의 퍼포먼스를 올리는 것이 마이크로 사이클 구성의 목적 중 하나가 된다. 소위 보디빌딩에서 이야기하는 ‘분할’을 짜는 과정이라고 생각해도 될 것이며, 액세서리 운동들을 함께 계획해야 하기에 더더욱 그렇다. 그리고 이렇게 구성된 마이크로 사이클은 블록 내에서 그 구성을 유지하며 반복된다. 즉, 운동 종목들과 세트 수, 반복 수는 고정이다.

 Mike Tuchscherer의 Emerging Strategy와 차이가 나는 부분은, 블록 내에서 RPE가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Tuchsherer가 TTP(Time To Peak)로 부르는, 각 훈련자들에게 맞추어 결정된 블록 길이를 적용하되, 블록 내에서 각 훈련일의 탑 세트 RPE는 상대적으로 낮은 RPE(이를 테면 @5)부터 마지막 주에 높은 RPE(이를 테면 @8.5)까지 매주 올라가는 식으로 설정된다. 이를 Dynamic RPE 라고 부르며, 결과적으로 블록 내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강도부터 높은 강도까지 올라가며, 점차적으로 훈련자의 기록이 올라감에 따라 블록 간 ‘웨이브 로딩’이라고 할 것이 나타나게 된다. 그리고, 여러 블록들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훈련자 개인의 반응에 따라 마이크로 사이클에 미세 조정을 가한다.

시합을 위한 피킹은, 기존의 파워리프팅 프로그램들과 달리, Emerging Strategy의 영향 하에서 Primary day의 퍼포먼스가 최대화되는 시점에 시합일을 맞추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테이퍼링은 훈련자 개개인의 반응에 따라 필요할 때에만 진행한다. 디로딩의 경우도 강도와 볼륨을 엄청나게 줄이는 것이 아닌, 약간만 줄이는 식으로 진행한다.

아울러, 위에 계속 적은 것처럼 훈련자에게 맞추어 조정한다는 것이 ‘모멘텀’을 느껴야 한다는 식의 표현으로 강조된다는 것을 적어야 하겠다. 이 글에서 추후에 더 설명하겠지만, 이것은 결국 정체기를 겪지 않게 해야 한다는 말이다(즉, Primary day에 적어도 블록 간 약간이나마 지속적인 상승이 관측 되어야 한다).  또한, ‘예측가능성’ (predictability) 역시 매우 강조되는데, 이 역시도 정체기를 겪지 않게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면서 언급될 것이다.

 사실 이 글의 필자는 대단한 리프터이거나 코치조차 아니기에, 위와 같은 설명은 분명히 한계가 있다. 그렇기에 독자들이 스스로 이하 영상들과 링크의 무료 프로그램 예시들을 확인해볼 것을 강력히 권하는 바이다:

https://prsontheplatform.com/about-prs/free-powerlifting-program/


3. 쇠질 훈련법의 역사를 약물 사용과 연관해서 접근해야 하는 이유 중 한 가지

 현대 파워리프팅 프로그래밍이 최초의 ‘내추럴 훈련법’이라는, 그러니까 약물 사용에 의해 오염된 지식, 정보들을 배제한 훈련법이라는 주장은, 결국, 그 이전에 있었던 모든 훈련법들은 약물 사용에 의해 오염된 지식, 정보들을 아주 약간이라도 포함하고 있다는 주장이 된다. 이는 제법 강한 주장이며, 많은 이들이 불편함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위 주장, 대부분의 훈련법이 약물에 의해 오염되어 있다는 주이야말로 이 글에서 나오는 여러 주장들 중 가장 참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라 생각한다.

 우선, 인공적으로 합성된 테스토스테론을 포함해 아나볼릭 안드로제닉 스테로이드의 사용이 시작된 시점에 대해 논의해보자. 인류가 인공적으로 테스토스테론 합성에 성공한 것은 1935년이다(Hoberman et al., 1995). 이에 더해 Hoberman은 1940년대부터 엘리트 운동선수들과 보디빌더들이 테스토스테론과 아나볼릭 안드로제닉 스테로이드를 사용했다고 적었다.

 다만 쇠질에서 약물 사용 시기를 늦게 잡는 Lewis 같은 이는 1955년에 Metandienon의 합성 후 미국에서 1958년 Dianabol이 출시 되고, 1960년대에 Larry Scott이 Mr. Olympia에 등극하게 되는 것을 이야기하며, 1960년대에 들어서야 아나볼릭 안드로제닉 스테로이드가 광범위하게 퍼졌다고 주장하기도 한다(Lewis, 2023).

 이 글의 필자는 오랜 기간, Lewis의 의견과 같은 것을 지지했다는 것을 먼저 밝힌다. 하기의 표를 보기 전까지 말이다(Todd, 2008).

 


 John Grimek 이 1940년과 1941년 사이에 보여준 변화에 주목하라. 물론 Grimek 의 체지방률은 7%보다 높았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하나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우유와 바벨 백 스쾃 20회만으로 이미 근육질이었던 만 30세의 리프터(Grimek 은 1910년생이다)가 단기간 동안 저렇게 성장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Grimek 은 1936년에는 미국 역도 대표팀 소속이기까지 했다.

 Grimek 은 Bob Hoffman의 York Barbell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었다. 위의 내용에서, 적어도 1940년대 이후 쇠질 훈련법과 관련되어 영어로 된 정보들은 약물 사용에 의해 오염되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쇠질 훈련법 정보가 약물에 의해 오염된 시기를 1940년대 초반으로 잡고, 1차, 2차 세계 대전이 있었던 시기를 고려할 때에, 실질적으로 거의 모든 ‘프로그램’ 관련 정보는 약물에의 오염, 적어도 그것의 간접적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에 더해, 코카인이 인공적으로 합성된 것은 1860년이며, 1863년에 Vin Mariani 같은 음료(코카인을 넣은 와인)도 출시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Lewis, ibid.), 약물을 사용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하는 쇠질 훈련법이라는 것 자체가 현대 파워리프팅 프로그램 이전에 있었는지 자체가 의문이다.

 어째서 현대 파워리프팅 프로그램만이 약물에 오염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냐고 물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 현대 파워리프팅 이전에는 인스타그램 등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퍼져, 딱히 타고난 재능이 있지도 않은 내추럴 리프터들이 광범위하게 참여하는 쇠질이 없다시피 했다. 이에 더해, USAPL로 대표되는, 미국 아마추어 스포츠 특유의 반-도핑에의 과한 신념 역시 현대 파워리프팅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미국에서의 파워리프팅은 약물 사용이 완전히 허용되는 단체들과 그렇지 않은 단체들로 확연히 구분되어 향유되고 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또 한 가지 더할 만한 것은, 파워리프팅을 잘 할 때의 경제적 유인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적어도 나는, USAPL을 중심으로 한, 소셜 미디어를 통한 파워리프팅 유행 이후 등장한 프로그램 방식이 약물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을 수 밖에 없는 여러 사회적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밑에 추가로 적을 내용들처럼, 적어도 현대 파워리프팅 프로그램은 약물로 인해 왜곡되어 있는 프로그래밍 '지식'들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을 특징으로 가진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에서, 타고난 재능이 부족한 내추럴 리프터들이, 비단 파워리프팅을 하지 않는 경우더라도, 얻어갈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3. 주기화와 FF-모델

 흔히, 주기화를 정당화하는 ‘과학적’ 근거로서 제기되는 것은 크게 두 가지이다-GAS(General Adaptation Symdrome)과 초과보상Supercompensation. 이 두 가지 현상이 사람들이 훈련을 하며 경험적으로 깨달은 소위 SRA 곡선(Stimulus-Recovery-Adaptation)에 부합한다는 이유에서 말이다. 하지만 McDonald에 따르면, 이 두 가지 생리학적 현상은 실제 쇠질 훈련에 적용되기 어렵다(McDonald, 2019). GAS는 독극물을 쥐에게 주사해서 나온 실험 결과이며, 결과적으로 ‘Exhaustion’ 단계에서 실험체는 사망했다. 초과보상의 경우, 인간의 신체에서 실제 ‘Supercompensation’이 일어나는 시스템은 글리코겐 저장 시스템 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신 McDonald는 Fitness-Fatigue 모델(이하 FF-모델) 이 실제 훈련 경험을 보다 잘 설명해준다고 이야기한다. FF-모델 개념을 설명한 도표는 하기와 같다(Beardsley, 2018).

 


 훈련은 ‘Fitness’(훈련에의 적응으로 인한 체력, 이하 체력)와 ‘Fatigue’(이하 피로)를 발생시키며, 그리고 이 두 가지 요소가 퍼포먼스를 결정하게 된다. 추상적으로 이야기해서(애초에 체력이라는 개념 자체가 추상적인, 모델을 만들기 위한 개념이다), “만약 당신이 훈련을 해서 체력에서 5%의 상승과, 피로에서의 10% 상승을 일으켰다고 하자. 이제 5% 체력에서 10% 피로를 빼면 -5%가 된다.”(McDonald, ibid.)

 이 모델은 GAS, 초과보상보다 SRA 곡선을 보다 잘 설명한다. 적응을 통한 체력의 향상이 피로보다 늦게 사라짐을 가정하면, 바로 퍼포먼스에 있어 SRA 곡선을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위 그림처럼 말이다).

 그리고, GAS나 초과보상 등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도 설명할 수 있다: RTS도 그렇고, 현대 파워리프팅 프로그래밍도 그런 것처럼, 피킹 없이 높은 퍼포먼스를 내는 상황 말이다. 근력이라는, 적응을 통해 얻은 체력은 계속 올라가고, 운동을 통해 피로도 올라가지만, 체력의 상승이 그리는 곡선의 기울기가 피로의 상승이 그리는 곡선의 기울기보다 더 큰 상황이라면, 피킹 없이 퍼포먼스가 사이클 시작 전보다 당연하게 더 높게 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혹자는 RTS의 프로그래밍을 반-(Anti-)주기화로까지 지칭하나(그리고 주기화라는 단어를 고전적인 의미, 그러니까 소련 스포츠 훈련 방법론에서의 장기간 훈련 계획이라는 의미로 쓰면 맞는 말일 것이다), 언어의 역사성을 고려할 때에, 주기화라는 단어가 그저 훈련 계획이라는 의미로 쓰이는 상태에서 이는 너무 나간 것이 될 것 같다.

 다만 FF-모델에 근거해 쇠질 훈련에 접근하는 경우, 주기화라는 것이 느슨한 것 이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FF-모델 하에서 사고하는 경우에, 초과보상을 위해 퍼포먼스가 감소할 정도의 피로를 누적시키는 ‘축적 블록’을 계획 한다느니 하는 것은 실로 의미 없는 일이 될 것이니 말이다(물론, 이에 맞춘 약물 사용이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지나, 이 글은 내추럴 훈련법에 대한 글이다).


4. 정체기의 원인과 이를 피하는 방법

 FF-모델을 기억하며, 정체기에 대해 논의해볼 것이다. Beardsley는 정체기가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근사한 설명을 제시한다(Beardsley, 2024).

 “정체기는 [1] 피로가 축적 되어 근력이 억제되고, 추가적인 적응을 얻는 것을 방해하는 경우, 또는 [2] 현재 운동을 통해 만들어내는 자극이 현재의 발달 모델의 맥락 하에서 근력 증가를 일으키기에 부족한 경우에 발생한다. 자극이 부족한 경우는 [1] 운동 단위 동원이 충분히 높게 이루어지지 않거나, [2] 특정한 부위의 근육 성장이 최대치에 도달했거나, [3] 현재의 발달 모델이 운동 프로그램을 통해 일어나는 실제 근력 증가보다 더 큰 근력 증가를 요구하는 경우일 수 있다.”

 결국 정체기는 과다한 피로, 또는 적응을 위한 자극 부족에서 온다는 분석이다. 주목해야 하는 것은 “운동 단위 동원이 충분히 높게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자극이 부족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도 피로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운동 단위 동원 수준은 우리가 어떤 근섬유에 접근할 수 있는가를 결정한다. 이는 이미 상당한 양의 근비대를 이룬 상태로, 많은 근섬유가 각각 크기 측면에서 정체되었을 때 중요하다. 남음 근섬유 중 성장할 수 있는 근섬유들은 고역치 운동 단위 풀의 가장 상단에 있는 것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충분한 운동 단위를 동원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 중 하나는? 피로다(Beardsley, 2023).

 “다양한 유형의 근력 운동은 중추신경계(CNS)의 피로를 유발하며, 통증을 느끼는 것과 불편감이 증가하는 것을 포함하나, 운동 단위를 동원하는 중추 운동 명령의 수준은 증가하지 않는 상태이다.”

 “예를 들어, 가벼운 부하로 실패할 때까지 근력 훈련을 하는 경우는 (마치 짧은 휴식 시간을 사용하는 것처럼) 운동 중 보다 낮은 수준의 운동 단위 동원을 야기하는데, 이는 대사 물질 축적이 보다 많이 일어나서 이것이 뇌에의 구심성 피드백afferent feedback을 주기 때문이다.”

 결국 정체기를 일으키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피로라는 것이다 (Beardsley가 이야기하는 자극이 부족한 경우에서 3번째 가능성은 프로그래밍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니, 더더욱 그렇다).

 그리고 이러한 피로에의 이해가 AMRAP이나 고반복 액세서리 훈련과 같은, 현대 파워리프팅 프로그램 이전에 유행했던 여러 쿠키-커터 프로그램들이 즐겨 사용했던 방식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계기를 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과연 AMRAP이나 고반복 액세서리 훈련이, 이러한 방식의 훈련이 주는 피로를 정당화할 만큼의 자극을 제공하는가?

 이에 더해, 물론 개인적인 편견일 수 있다만, AMRAP 적용이 잦은 프로그램들은 언제나 대머리에, 수염을 기르고, 문신을 한, 한 때 아나볼릭 안드로제닉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다가 현재는 TRT를 받고 있는 이들이 만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당연하게도 외부에서 호르몬을 주입하면, 적어도 내인성 호르몬에 의존하는 이들보다 피로 관리가 쉬울 테니 그런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체내 단백질 대사회전 과정에서 근육 내 단백질 분해 과정만 생각해봐도 그렇다. 근육 손상으로 인한 피로의 경우, AAS를 사용할 때에 그렇지 않을 때보다 크게 감소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다시 피로와 정체기의 관계로 돌아와서, 흔히 구식 프로그램 방법론들(소련 역도 문헌에 기초한 주기화, 혹은 JTS가 유행시킨 블록 주기화)에 기초하는 이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은 정체기라는 것이 별 수 없이 일어나는 것이며, 축적 후 ‘Supercompensation’을 기도해야만 한다는 것이나, 앞서 소개한 FF-모델, 그리고 지금 이야기한 피로와 정체기 간 관계를 생각해보면, 정체기는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프로그램을 계획하는 과정에서 피로 조절을 통해 적극적으로 피해야만 하는, 그리고 피할 수 있는 대상이 된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현대 파워리프팅 코치들이 이야기하는 훈련에의 ‘모멘텀’이 어떤 것인지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뜬구름 잡는, 계속 기록이 늘기를 바라는 기원이 담긴 말이 아니라, 프로그래밍 과정에서 피로 조절을 통해 적극적으로 정체기를 피하는 것, 이것이 훈련에서의 모멘텀인 것이다.

 아울러, 모멘텀에 대한 위와 같은 이해는 예측가능성에의 강조 역시 이해하게끔 해준다고 생각한다. 피킹 후 마법 같은 초과보상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리프터 개개인의 피로와 피로 누적에 대한 반응을 고려해 피로를 조절하며, 원하는 체력이 최대한 잘 드러날 수 있게 하는 것이 결국 예측가능성이라는 말로 설명되고 있는 것이다. 적응을 통해 원하는 체력은 계속 쌓이고, 피로 조절(사실은, 최소화이다)을 통해 이 체력이 잘 표현되게 하는 것, 이를 통해 어느 정도 퍼포먼스가 나올지 예측하는 것이 예측가능성에의 강조를 통해 파워리프팅 코치들이 하고 싶은 말인 것이다.


5. 현실에서의 적용

 우선, 당연하게도 파워리프팅 합계를 최대한 올리는 것이 목적인 이라면 당연하게도 요즘 유행하는 방식의 프로그래밍을 따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코칭을 받아도 좋고(사실 이게 제일 편하고 빠른 방법이긴 하다만, 피트니스 산업 종사자들이라는 악마들에게 돈을 주는 것이라 싫을 수 있다), 만약 코칭을 받는 것이 싫다면, 위에 첨부한 PRs Performance의 무료 프로그램들을 확인해보는 것도 좋다.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하기에 지나치게 일반적인 프로그램이나(특히 액세서리 선택이 그렇다), 일단 몇 개월 그대로 따라한 뒤 자신에게 맞는 방향으로 조금씩 바꾸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비단 파워리프팅을 하지 않더라도, 현대 파워리프팅 프로그램이 주는 교훈들-고전적 주기화에 대한 거부와 피로에의 이해는 그저 취미로 쇠질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매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간단하게 생각하면, 쇳덩이를 들면, 당연히 세진다! 다만 그 과정에서 피로 조절만을 하면 되는 것이다. 무언가 거창한, 준비, 축적, 실현 같은 것을 생각할 필요까지는 없는 것이다. 그 거창한 말들이, 적어도 쇠질에 한정해서는, 별 대단한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약물의 영향 하에 성립된 것일 수도 있고 말이다(사실, 이게 거의 맞는 말일 것이라 생각한다).

 이를 테면, 누군가 취미로 쇠질을 하는 이가 현대 파워리프팅 프로그램과 비슷한 프로그램을 계획해서 운동하되, ‘Primary day’에 바벨 백 스쾃과 바벨 벤치 프레스 1*4 (@8) 기록을 집중해서 갱신한다고, 그러니까 6RM 기록에 집중하여 그 기록을 계속 갱신한다고 생각해보자. 충분한 영양 섭취와 수면 시간 확보에 신경 쓰며 말이다. 수 년간 이 과정을 거친 경우에, 적어도 바벨 백 스쾃과 바벨 벤치 프레스에 사용되는 근육군들은 그 사람의 유전적 한계 근처까지 커져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이것이 결국 쇠질을 취미로 즐기는 사람들 상당수가 원하는 훈련 결과 아닌가?



참고문헌

Hoberman, John M.; Yesalis, Charles E., 1995, The History of Synthetic Testosterone, SCIENTIFIC AMERICAN Feburary 1995.

Lewis, Jamie, 2023, Bite-Size History: Volume 1.

Todd, Jan, 2008, Size Matters: Reflections of Muscle, Drugs and Sport, Iron Game History, August 2008.

McDonald, Lyle, 2019, The Facts About Supercompensation of Training, Web, https://bodyrecomposition.com/training/supercompensation-of-training

Beardsley, Chris, 2018, What is the fitness-fatigue model?, Web, https://sandcresearch.medium.com/what-is-the-fitness-fatigue-model-6a6ca3274aab

Beardsley, Chris, 2024, Plateaus during strength training, Web, https://www.patreon.com/posts/plateaus-during-89881252

Beardsley, Chris, 2023, Maximizing motor unit recruitment, Web, https://www.patreon.com/posts/82939195


2024년 5월 14일 화요일

최근 들은 음악 단평 (8)

1. Darkthrone – It Beckons Us All…… / Eternal Hails……

 개인적으로는 Burzum을 좋아하기는 하나, 노르웨이 블랙 메탈의 최고봉을 뽑을 때엔 결국 Darkthrone이 그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위 노르웨이 블랙 메탈로 묶이는 밴드들이 90년대에 앨범 한 두 장에서 음악적으로 정점을 찍고 별 볼일 없어졌던 반면(Enslaved 같이 ‘독특한’ 방향으로 간 경우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취향이 아니다), Darkthrone은 90년대에 블랙 메탈 자체를 규정할 만한 앨범을 낸 뒤에도, 항상 일정 수준 이상의 메탈을 계속 해왔다는 측면에서 그렇다.

 물론 Darkthrone이 A Blaze in the Northern Sky나 Under a Funeral Moon보다 나은 작품을 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두 앨범에서 그들은 Celtic Frost와 Bathory에의 헌사와 동경을 보여줌과 동시에, 악독하고 뒤틀린 작풍을 통해, 독자적 장르로의 신지평을 열었으니 말이다. 이들이 어떤 음악을 하든, 저 두 앨범의 역사적 아우라를 이길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의 Darkthrone은 보다 ‘올드스쿨’하게 느껴질 만한 메탈을 하며, 리프나 작곡만을 놓고 보면, 90년대 초반 그들의 작품과 비교해도 품질 면에서 뒤떨어지지 않는 작품들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고도 생각한다. 개인적인 취향에는 2007년 F.O.A.D.를 포함해 세 개의 앨범 동안 이어진 펑크 스타일의 음악과, 2019년 Old Star 이후 이어지는, 헤비 메탈의 영향이 강하게 느껴지면서 동시에 앨범 내에서 일관성이 있는 작품들이 매우 좋게 들린다.

 2024년작인 It Beckons Us All……은 올드스쿨 메탈에 대한 Darkthrone의 탐미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앨범이다. 리프들은 크게 복잡하지 않지만, 듣기 좋다. 곡 구조도 크게 복잡하지 않지만, 지루함 없이 변화한다. 그리고 마지막 곡인 The Lone Pines of the Lost Planet 같은 곡은 초기 Black Sabbath가 생각날 정도로 낡았다(좋은 방향으로 말이다).

 그리고 만약 이 글의 독자가 Darkthrone의 2024년작을 즐겁게 들었다면, 2021년작인 Eternal Hails……도 들어보길 바란다. It Beckons Us All……이 옛 메탈들의 리프에 심취해 블랙 메탈인지, 데스 메탈인지 모호한 상태라면, 2021년작은 적어도 정서적으로는 블랙 메탈에 충실하다. 심지어 Burzum이나 Mayhem의 전성기를 들이밀어도, Burzum의 Hvis Lyset Tar Oss 앨범을 제외하면, Eternal Hails……보다 좋은 블랙 메탈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물론 Darkthrone과 이들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폐이긴 하다. Burzum과 Mayhem은 Under a Funeral Moon 한 장조차 이길 수 없다. 하물며 2020년대에 들어서도 언제나 들을 만한 음악을 만드는 Darkthrone에 비하면, Burzum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밴드처럼 느껴진다. Burzum NEW라니!



2. Grand Belial’s Key – Mocking the Philanthropist

 Darkthrone의 최근 작품들에 대해 과하게 찬양한 것 같아, 올드스쿨 헤비 메탈, 스래시 메탈의 영향을 숨기지 않는 블랙 메탈의 조류가 이미 옛날부터 있었던 것임을 지적해야 하겠다. USBM의 고전, Grand Belial’s Key의 1997년작 Mocking the Philanthropist가 그것이다. GBK는 극단적인 반유대주의 가사로 악명 높으며, 응당 그럴 만한 것이, 다름 아닌 그 Arghoslent의 Gelal Necrosodomy가 관여하고 있는 밴드이기 때문이다. 

 Arghoslent와의 관계를 알고 이 밴드를 접하는 경우에, 사실 GBK의 음악은 기대한대로의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고전적인 헤비 메탈, 스래시 메탈의 영향력이 충분히 느껴지며, 리프 하나하나에 정성이 가득하다. 피치 하모닉스나, 스래시 브레이크, 키보드 등의 사용을 넣는다거나 하는 식으로, 메탈 덕후들이 좋아하는 요소들도 많다. 개인적으로 들으면서 즐거웠던 것은, 중간중간 심지어 Mercyful Fate처럼 느껴지는 리프들까지 능청스럽게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곡 전반은 블랙 메탈로 느껴질 정도로 불경스럽고 모독적이다. 모독적 멜로디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리듬감이 느껴지는 리프들이 많다는 것도 좋다.

 사족이지만, 정작 십대 시절에는 Profanatica는 들었어도, GBK는 듣지 않았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Prfofanatica보다 GBK가 더 좋게 들리는 것을 보니 늙긴 한 것 같다.



3. Sabbat – The Dwelling

 GBK의 사례에서 보이듯, 사실 노르웨이 블랙 메탈로 대표되는 소위 ‘세컨드 웨이브 블랙메탈’과는 완전 별개로 올드스쿨 헤비 메탈과 스래시 메탈의 영향 하에 자라난 블랙 메탈 밴드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일본 출신인 메탈의 신 Gezol의 Sabbat도 그러한 밴드 중 하나일 것이다. 이들의 첫 앨범인 Envenom이 1991년에 나왔으며, 그 후 1994년 Fetishism까지 1년에 한 번씩 앨범을 냈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90년대 블랙 메탈이 유럽만의 전유물은 아닌 것이다. 

 그리고 Sabbat은 90년대 초중반의 블랙/스래시 질주 끝에 1996년 The Dwelling과 1999년 Karisma 만을 내고 90년대를 마무리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 두 작품이 그야말로 기묘함이 폭발하는 작품들이라는 것이다. Karisma는 정말 극단적으로 일본풍의 독특한 메탈을 보여주며, The Dwelling은… 거의 60분에 달하는 곡 한 곡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The Dwelling 역시 GBK의 앨범처럼 Mercyful Fate를 연상시킨다. Satan’s Fall 같은 곡을 극단화시킨 듯한 느낌을 아련하게 받는 것이다. 하지만 곡 자체도 길고, Sabbat은 Sabbat이기에 보다 다채롭다. 솔로잉들도 매우 좋다. 

 물론, 듣다 보면 굳이 이렇게 한 곡을 길게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 긴 시간을 정당화할 만한 발전이나 전개가 보인다고 하면 거짓말이 될 것이니 말이다(언제나 그렇듯, 긴 메탈 곡들에 Hvis Lyset Tar Oss 수준을 기대하면 안 된다). 그러나 충분히 즐거운 경험인 것도 사실이다. 적어도 한 시간이 지루하진 않다. 메탈의 신이 괜히 메탈의 신인 것이 아니다.



4. Alien Fucker – Magical Suffering

 이스라엘의 일렉트로닉 고어그라인드(?) 밴드인 Alien Fucker는 찾아보니 무려 2013년부터 10년도 넘게 ‘음악이 우습다’ 라고 요약될 만한 짓을 해왔던 밴드다. 사실 아예 모르는 밴드였는데, 스포티파이가 무작위로 추천해줘서 듣게 되었다.

 장르명에 어울리게도, 천박한 주제만 골라 짧고 단순한 곡만 만드는 밴드이며, 의외(?)로 생각 없이 듣기에 좋았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멜로디를 쓴다고 해야 하나…. 이거 기타로만 연주하면 그냥 요즘 데스코어 밴드들 음악하고 별 차이 없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렇다. 그냥 유행하는 멜로디 좀 따와서 만든 거라고 봐야 하나? ‘Pain Remains!’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