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15일 월요일

잡문 #6 - 거꾸로 생각하기

 쇠질 관련해서 널리 퍼져 있는 조언이나 의견들에 대해 거꾸로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해보면 제법 재미 있기에 몇 가지 적어보려 한다.

 흔히 보디빌딩으로 운동을 시작한 사람이 파워리프팅도 잘 한다느니 하는 말(여기에서 보디빌딩은 시합으로서 보디빌딩과, ‘보디빌딩식 운동’이라 할, 미용을 위한 근비대 훈련을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것일 테다)을 본 적이 있는가? 이에 더해 보디빌더처럼 운동,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70년대 미국 웨스트 코스트 지역 보디빌더들처럼 고볼륨, 고반복 운동을 하라는 조언을 던지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보디빌딩으로 운동을 시작한 후 파워리프팅도 잘 하는 사람들이라는건, 그저 파워리프팅이 유명하지 않던 시절에, 근비대 훈련의 효과를 다른 이들보다 쉽게 보는 이들이어서 보디빌딩 운동을 하고 있던 사람들일 뿐인 것 아닐까? 애초에 다른 이들보다 근비대가 더 잘 일어나기에, 파워리프팅에도 유리할 뿐인 사람들인 것 아닐까?

 이에 더해, 고볼륨, 고반복 운동을 추천하는 것 또한 문제일 수도 있다. 이를 테면, 누군가 파워리프팅을 한다고 했을 때, 70년대 프로그램을 추천해준다면 딱히 좋은 조언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주 2일~3일 운동하는 선형 주기화든, 매주마다 스쾃, 벤치 프레스, 데드리프트 기록에 도전하는 방식이든, 딱히 현명한 일이 아닐 테니까.

 수용력Work capacity이라는 개념도 생각해보자. 성적이 좋은 리프터들이 제법 많은 볼륨을 견뎌내는 것을 보고, 우선 볼륨을 견뎌낼 수용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반대로 타고난 수용력이 높아 볼륨을 버텨내는 사람만이 좋은 리프터가 되는 것 아닌가? Ilya Ilyin가 인터뷰에서 Zhassulan Kydyrbayev를 높게 평가하며, 자신과 같은 수준의 볼륨을 버텨낸 유일한 사람이기에 높은 기록을 세울 줄 알았다고 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결국 그런 것 아닌가? 사람마다 타고난 수용력이 있는 것일 뿐인 것 아니냐는 것이다.

 결국 적응은, 특정 부하에 매우 특수하게 일어나지 않는가? 사람들은 항상 ‘SAID’(Specific Adaptations to Imposed Demands)를 이야기하면서, 볼륨을 소화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엔 그저 그 ‘볼륨’을 반복하는 것이 제일 나은 것이라는 생각은 어째서 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데드리프트는 컨센트릭 부하만이 있는 운동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나? 이것도 거꾸로 생각해보자. 컨벤셔널 데드리프트 동작에서 요추 부분의 기립근에는 에센트릭 부하가 걸리는 것 아닌가? 이로 인한 근육 손상이 컨벤셔널 데드리프트 동작의 피로를 야기하는 요인 중 하나 아닐까?

 최근 영어권 피트니스 인플루언서들 중에는 (유감스럽게도) 다시 내추럴 운동법을 이야기하는 조류가 있다. 그네들이 주장하는 내용이 결국 대부분 만년 중급자 수준에서나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라는 것은 차치하고(프리 웨이트를 사용한 복합 관절 운동만을 주로 하는 것은 오히려 유전적 한계 근처에 있는 사람이 마지막으로 짜낼 수 있는 근비대에의 가능성을 방해할 공산이 크다), 내추럴 운동법의 발달이 무언가 대단한, 지금까지의 쇠질의 역사가 보여준 것들과는 다른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낼 것이라는 기대를 거꾸로 생각해보자.

 훌륭한 훈련법은 약물을 대체하지 않는다. 오히려, 약물과 시너지를 일으킨다.

 훌륭한 훈련법만으로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면, 소련 역도 선수들이 약물을 썼을 것 같은가? 굳이 당 차원에서 비용을 더 들일 이유가 있었을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내추럴 훈련법은 – 예전에 적은 것처럼, 나는 발달 과정에서부터 내추럴을 위해 만들어진 것은 파워리프팅 프로그램이 유일하다고 생각하지만 – 약물을 쓰고자 하는 상위권 리프터들의 의지를 막을 수 없다. 이기는 데에 미친 사이코패스들이 그저 개선된 훈련법을 통한 결과에 만족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 오히려, 발달된 훈련법은 약물과의 시너지를 통해 놀라운 기록을 내는 데에 기여할 뿐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현재 IPF나 USAPL 상위권에서는 여전히 내추럴 리프터가 주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앞으로, 경제적 유인이 계속 커지는 경우에, 지금까지 발달한 프로그램에 똑똑한 약물 사용을 더한 어린 리프터들이 지금의 놀라운 기록조차 계속 갱신할 것이라 생각한다.

 쇠질 전반에 팬인 입장에서는 구경거리가 느니 좋은 일일 것이다. 다른 이들이 자발적으로 위법을 저지르며, 스스로의 건강까지 해쳐가며 볼거리를 제공해주는 것에 감사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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