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가 시간에 Dan John의 저서들에 더해 팟캐스트도 계속 해서 듣고 있는데, 가끔 나오는 조언 중 하나가 이분법적 사고를 경계하라는 것이다. 이분법적 사고를 경계하라는 말은 비단 피트니스, 쇠질 관련된 상황뿐 아니라, 다른 여러 주제들에 대해서도 제법 자주 나오는 조언이다. 그리고, 아주 틀린 말도 아니다. 세상에는 이분법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일종의 스펙트럼을 가진 것들이 분명히 있으니 말이다.
이제 재미있는 점은, Dan John이 이분법적 사고를 제안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는 것이다. Dan John의 대표적인 이분법적 사고 방식 중 하나는 다음과 같다: 세상에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는 것이다. 이 때 하나는 활동을 하고 있는(‘Active’) 운동 선수의 집합이며, 다른 하나는 그 외 모든 사람들이 포함되는 집합이 된다.
그리고, 이러한 사고 방식이 개인적으로는 정말 맞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내 생각에, 결국 쇠질을 하면서 우리는 두 가지 중 한 가지만을 골라야 한다. 특정한 종목을 잘 하는 데에, 또는 특정 체력 요소를 키우는 데에 특화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하는 것 사이의 양자택일이다. ‘선수님’처럼 운동하거나, 그냥 ‘헬스’를 하거나, 둘 중 하나만을 골라야 하며, 양 극단 간 스펙트럼 따위는 없다.
왜냐고? 1) 쇠질 종목들은 대부분 다른 스포츠 종목들보다 단순하며(그렇기에, 요구하는 체력 요소가 적으며, 퍼포먼스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도 상대적으로 적다), 2) 운동에서 간섭 효과interference effect는 실재하니까 말이다(물론 간섭 효과의 정도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다른 주장을 할 수 있다).
우선 1)은 흔히 인터넷 트롤들이 쇠질 종목들을 깔보기 위해 드는 이유이나, 오히려 쇠질 종목들을 할 때 특화 훈련이 더더욱 중요해지는 이유가 된다고 생각한다. 퍼포먼스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적다는 것은, 변인 통제와 이를 통한 퍼포먼스라는 결과값에 대한 예측에의 가능성이 다른 종목들보다 높다는 것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로 인해 보다 최적의(‘optimal’의 번역으로서) 훈련 방법을 찾기 위한 경쟁이 더 심해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 극한의 특화 훈련을 강제하며 말이다.
최적의 특화 훈련법을 찾는 경쟁이 심해질수록, 간섭 효과를 최대한 줄이려는 노력 역시 커지기 마련이다. Dan John이 흔히 이야기하는 것처럼, 두 마리 토끼를 쫓아가면, 결국 둘 다 놓치게 된다. 역도 합계가 목표라면 역도 합계만을, 파워리프팅 합계가 목표라면 파워리프팅 합계만을, 보디빌딩 시합이 목표라면 보디빌딩 준비만을 해야 한다. 각각 요구하는 것들이 다르기 때문에, 결국 어느 시점에서는 간섭 효과가 있을 수밖에 없다.
파워리프팅을 하지 않으면서 파워리프팅 동작들에 필요 이상의 노력을 들이는 경우 그 피로로 인해 역도 동작의 개선, 또는 근비대에 간섭이 있을 수 있고, 역도를 하지 않으면서 역도 동작에 필요 이상의 노력을 들이는 경우 역시 파워리프팅 동작의 개선과 근비대에 비슷한 간섭을 줄 것이다. 보디빌딩을 하지 않으면서 보디빌딩의 심사 기준인 균형미에 신경 쓴 근비대 볼륨을 훈련에 추가하는 경우, 그 볼륨으로 인한 피로만큼 역도나 파워리프팅에서의 개선이 힘들어진다.
두 마리 토끼를 쫓아가면, 결국 둘 다 놓치게 된다.
물론, 유감스럽게도 현실에는(또는, 소셜 미디어라는 창을 통해 바라본, 왜곡된 ‘현실’에는) 여러 마리 토끼를 쫓아가, 양손 가득 잡은 뒤 자랑하는 이들이 많고, 이러한 사실이 위와 같은 생각은 틀린 것이라는 주장을 믿고 싶게끔 만든다.
세상에는 ‘파워빌더’라는 인종이 있고, 이들은 보디빌딩 시합에서 경쟁력이 있는 몸매를 가지면서도 경쟁력 있는 파워리프팅 합계를 함께 가지고 있다.
세상에는 ‘수퍼 토탈’을 자랑하는 사람들이 있고, 이들은 역도 합계와 파워리프팅 합계 모두를 거의 동시에 제법 경쟁력 있는 수준으로 낼 수 있다.
세상에는 심지어 엘리트 크로스피터들도 있다. 이들은 피트니스 산업 하에서 판매되는 거의 모든 측정 지표들에서 제법 훌륭한 수준의 성과를 보여준다.
여러 마리 토끼들의 귀를 두 손 가득 모아 잡고, 내 눈 앞에서 흔들어대는 것이다.
그렇게 나를 포함해 많은 이들이 여러 마리 토끼들을 쫓게 된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단 한 마리도 잡지 못 한다. 토끼들을 전부 놓친 뒤에, 실망감에 가득 차서 깨닫게 되는 것이다.
‘파워빌더’들은 같은 수준 재능을 타고난 보디빌더들에게 보디빌딩 쇼에서 진다는 것을.
‘수퍼 토탈’을 자랑하는 이들은 절대 역도 챔피언, 파워리프팅 챔피언이 되지 못 한다는 것을.
엘리트 크로스피터들은… 그냥 여러모로 다른 종이라는 것을 말이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한 것이라고 자위하지 말아라!
운동 선수가 아닌 그 외 모두를 대상으로 해서, 정장을 입었을 때, 또는 호텔 수영장에 갔을 때에 적당히 몸이 좋아 보이고, 몸이 잘 움직이며, 상쾌한 기분이 들게 하는 데에 요구되는 쇠질의 수준은 결코 높지 않다.
Dan John의 Southwood 프로그램은 파워 클린 8회, 6회 4회, (바닥에 있는 바벨을 클린 후) 밀리터리 프레스 8회, 6회 4회, (역시, 바닥에 있는 바벨을 클린 후) 프론트 스쾃 8회, 6회 4회 총 9 세트를 주 3일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여러 옵션 중 하나는 사용하는 바벨의 무게를 밀리터리 프레스에 맞추는 것이다. 파워 클린, 밀리터리 프레스, 프론트 스쾃을 모두 같은 무게로 하며, 밀리터리 프레스 3세트의 횟수를 모두 성공시켰을 때에만 중량을 올린다.
엄청나게 근육질이 되지도 않을 것이고, 유명한, 또는 제법 많은 이들이 즐기는 리프트들의 1RM이 엄청나게 오르지도 않을 것이지만, 건강을 위한 근력 훈련으로는 나쁘지 않을 것이다. 이에 더해 다른 레저 활동, 이를 테면 골프, 테니스, 조깅, 혹은 클라이밍 등을 한다면, 건강과 괜찮은 몸매(이건 어느 정도 식단 조절이 있어야 하겠지만)를 위해 충분한 수준의 활동일 수도 있다.
특화 훈련에 들이는 정도의 노력과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바벨 오버헤드 프레스를 꾸준히 하는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괜찮은 어깨와 팔 근육(물론, 애매한 중급자 수준 내추럴 보디빌더보다도 덜 발달된 정도가 되겠지만, 그냥, 일상적으로 괜찮은) 정도는 기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정도도 운동 선수가 아닌 그 외 사람들에게는 충분한 승리다.
승리하기 위해 노력하는 운동 선수가 아닌 이상, 딱 그 정도면 충분한 것 같다.
충분한 것을 초과하는 것은, 그저 더 하는 것일 뿐, 더 잘 하는 것도, 더 좋은 것도 아니고 말이다(이것도 Dan John이 즐겨 쓰는 표현이다).
문제는, ‘더 하는 것’이 가끔 지나치게 즐겁게 느껴져, 안 하고는 못 배긴다는 것이지만 말이다. 제1세계 국가에서 사는 이가 가질 수 있는 특권일 테니,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즐기면 그것으로 족할 것이다.
충분한 것을 초과하는 것은 그저 더 하는 것일 뿐이라! 갑자기 하나 배웠어요. 물론 댄존과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재밌는 글 잘 보고 갑니당~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