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16일 수요일

잡문 #21 - 무책임

 쇠질 훈련법과 관련하여 가장 무책임한 말은, 적어도 내 생각엔, 이것이다:

 ‘근비대를 해라’

 이건 아무 의미가 없는 말이다. 너무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근비대는 특이성에 구애를 매우 덜 받는, 매우 ‘관대한’ 적응이니 말이다. 흔히 ‘과학적’으로 밝혀진 근비대 훈련 강도의 범위부터 생각해보면, 무려 5~30RM이다. 효과가 있는 볼륨 구간은 (최적의 볼륨 구간이 아니라, 훈련 효과가 있는) 말 그대로 주 당 부위별 1~2 세트 정도부터 무려 50여 세트 사이가 된다는 것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자, 이런 상황에서 ‘근비대를 해라’ 라는 말을 들었을 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5~8회 1~2세트부터, 25~30회 50세트 사이 어딘가를 해라 하는 말이나 다름없는데?

 결국 훈련 계획은 빈도, 강도, 볼륨, 그리고 특이성이 모두 동시에 고려되어야 하니(‘FITT’ 원칙이다! 고전 그 자체다!), 그저 근비대를 하라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현재 훈련하는 방식, 그리고 훈련의 목적을 고려해 빈도, 강도, 볼륨, 특이성을 모두 고려하여 그에 따른 근비대 훈련을 계획해주어야 할 것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근비대를 해라’ 하는 것은 실로 무책임한 말인 것이다.

 그리고 위에 기초해 다른 무책임한 말들도 더 생각해볼 수 있다:

 ‘볼륨을 늘려라’

 ‘빈도를 늘려라’

 ‘스트렝스를 길러라’

 차라리 재능을 타고났어야 한다고 조언해주는 건 어떤가?


댓글 10개:

  1. 하수:그래서 몇세트 몇회 하라는건가요? 정"해줘"
    고수:음 1~50세트 안에서 5~30Rm을 하라는거군
    좆고수:아! 어떤날은 무겁고 적게 어떤날은 가볍게 많이 지배당하는 패티쉬가 있다면 프로그램을 따라해봐도 좋고 걍 자기가 꼴리는대로 하라는 이야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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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장사하려는 건 이해하지만 여러 요인들 중 하나만 이야기하는 게 좀 무책임하게 느껴진다고 할까요… 인자약 깔개들 가두리 양식 하는 게 그 분들의 의도이니 어쩔 수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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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작성자가 댓글을 삭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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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그럼 '해보고 안되면 자살해'는 충분한 표본이 확보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면서도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제시해주니 실로 겸손하고 책임감 있는 조언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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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딴 게… 조언…?

      해보고 안 되는 경우에 헬스는 그냥 머신 많이 프리 조금 섞어서 8RM 근처 중량으로 부위 별 10세트 이하나 ‘딸깍’ 하라 하는 게 그나마 근거 기반한 조언일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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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무릎연골 반월상은 멀쩡한데 대퇴골 연골이 살짝 나감
    딥스쿼트랑 역도 풀롬 핵스쿼트 즐겨함
    기전이 반월상은 회전에 의해서 잘 찢어짐
    보통 스쿼트에서 회전력에 의해
    대퇴부연골은 최하단에서 무릎에 압박이 심해지면서 나타남 슬개골이랑 대퇴골이랑 최하단에서 서로 만남 그때 압박이 심해지면
    발목가동성 고관절가동성이 충분하면 비교적 ㄱㅊ
    암튼 그래서 하체접음
    하체 주간 볼륨 기본 30세트였음
    스쿼트류 15-20세트 레그익스텐션 컬 10세트이상
    근데 암튼 요즘에 다시 하고싶더라
    1년안했는데도 이 정신병은 못말림
    러닝 즐겨하는데 하루에 15키로씩 달림
    ㅈㄴ재밋슴 근데 그래도 예전 역도 스쿼트 그때 그 뽕이 더 재밌음
    진지하게 박스스쿼트로 쿼터스쿼트라도 ㅈㄴ할까 생각중임 그러다가 돌이킬 수 없게 연골 나갈까봐 걱정되긴함
    근데 재활하면서 스텝다운 한다리스쿼트 할정도로 많이 좋아져서 할만할 것 같긴한데 이 운동 10년이상 하다보니 나이도 30중반이라 이제 리스크있는 운동을 해야하나 싶기도함
    솔까 몸이라도 멀쩡해야 직장에서 잘려도 나가서 일을하지 무릎 ㅂㅅ이면 어디서 일하겟나 싶음 암튼 운동은 정신병임 ㅅ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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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choenfeld를 위시한 볼륨 마케터들의 죄가 깊군요… 30세트라니… 이에 더해 위대하신 트레이너 분들 덕에 GPP의 개념 자체가 왜곡되어 버렸으니 말이죠. 점프, 달리기, 스포츠 활동(축구 등)을 통해 조직 적응이 어느 정도 되어 있으면, 이후에 스쾃 하다가 무릎이 나가는 일 같은 게 줄어드는 건데 말이죠. 물론 스쾃 고반복을 하고 볼륨 훈련을 하면 ‘GPP’가 해결된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런 분들은 PT 세션 판매 실적과 생계가 연동된 분들일 게 분명합니다. 그 분들에게 중립성과 비판적 사고를 기대할 수는 없는 거죠. 말 그대로 생계가 걸려 있는 건데 말이죠.

      러닝 하시는 건 훌륭하네요. 바벨 스포츠에 대한 특화가 강제되는 목표가 있는 게 아닌 한, 보디빌딩 워크아웃 주 당 2~3회로 저항 운동은 끝내고, 그 외 시간에 달리기나 하면 건강을 위한 운동은 거의 전부 해결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생각해보면 무려 미국 보건복지부 추천 사항이 유산소 주당 150~300분에 근력 강화 운동 주당 2회 정도인데, ‘건강’이 목적이면 유산소를 많이 하고 저볼륨 고강도로 근비대만 하는 게 훨씬 정상적인 방법일 거라는 생각도 합니다. 물론 여전히 케틀벨 스윙 고반복이 유산소 운동이니 하는 저능아들이 가득한 세상입니다만, 어쩔 수 없는 일이죠. 피트니스는 스캠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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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재활 쪽이나 운동 쪽 둘 다 개인적인 측면이 강한 편입니다. 누구는 이렇게 하라 하고 누구는 저렇게 하라 하고
      물론 공통적인 부분은 취하면 좋지만 말이죠
      그래서 다들 또 자기의 경험적 측면, 자기 회원(환자)에게 적용한 측면이 강합니다.
      누가 00해도 관절에 전혀 문제없습니다. 이래도 완전히 믿으면 안 됩니다. 사람마다 다 다를 수도 있습니다.
      누군 곱등이해도 안 터지고 누군 터집니다.
      누군 플랫벤치 그냥 대충 해도 안 다치고 누군 바로 어깨 부여잡습니다.
      누군 스쾃 고중량으로 고 반복해도 안 다치고
      누군 바로 무릎 부여잡습니다.

      발목가동성? 이것도 시중에 널린 발목가동성운동, 스트레칭이 아주 많습니다. 크게 개선되는 건 없다는 게 정설이죠
      물론 약간 나아지겠지만요

      그래서 제가 내린 결론은
      내 몸에 최적화된 운동을 해야 합니다.
      사실 발목가동성이 구리면 무릎이 안 좋아질 확률이 높고(무릎이 대신 보상하니까 ROM이 길어지면)
      또한 발뒤꿈치를 올려주는 보상을 해줘도 결국 내 발목이 굽어지는 게 아닌 무릎이 굽어지는 시스템이라
      내 무릎은 부담이 커집니다. 한마디로 별롭니다.
      게다가 대퇴사두는 무릎이 많이 구부러질수록 좋아지기에
      발목가동성이 구리면 대퇴사두 키우긴 어렵습니다.
      이 또한 받아드리면 되죠.
      그거 대퇴사두 키우다가 무릎 다 나가는 것보단 낫죠
      그리고 한 가지 더 발견했는데
      중년, 노년의 나이에 중량 치는 사람들 보면
      대부분 이용수관장님이나 웨사바처럼 무릎 많이 안 구부립니다.
      나이 먹어서 중량딸 칠 사람들은 참고했으면 합니다..
      어깨, 허리도 비슷합니다.
      운동유튜버 많은데 이렇게 하세요 저렇게 하세요 이런 사람들은 안 보는 게 나아요.
      자기 개인적인 측면이 너무 강해서...
      아무튼.....
      이걸 관절 해 먹고 깨닫는 게 대부분이긴 합니다.
      왜냐면 저도 해 먹기 전엔 그냥 무시했어요
      관절 해먹은 선배님들이 이런 비슷한 말 해줘도 무시했죠 ㅋㅋ

      아 참고로 마라톤은 60대 이상에서도
      비교적 기록이 좋은 사람이 많습니다.
      마라톤 기록 서브 3(3시간 이내, 1km 4:10초 페이스로 완주)
      도 60대 이상에서 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이 점을 보면 비교적 관절친화적인 운동입니다.

      하지만 이 또한 생존자편향이라 조심해야 하죠
      관절 해먹은 사람들은 말이 없습니다. 보이지 않죠 ㅋㅋ

      그래서 요즘 또 내린 결론은
      이것저것 다 운동을 하이브리드(크로스트레이닝)하는 게
      오히려 관절친화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유산소도 자전거+러닝 or 수영+러닝 이런 식으로 요
      유산소+웨이트도 병행하면서요
      그리고 너무 기록욕심 내도 문제이긴 해요
      마라톤도 서브 3 도전하는 사람 or 그 이상에서 부상위험 올라가고
      웨이트도 3대 300~400 수준보다
      500 이상에서 운접수 준 부상러들 많고...
      수영도 매일 길게 하는 사람 중에 어깨 해 먹는 사람 많고

      결론은
      내가 타고난 부분은 ㅈㄴ게해도 비교적 잘 안 다칩니다.
      그걸 찾아서 ㅈㄴ게 해야 합니다.
      안타고난 부분을 ㅈㄴ게하면 어딘가 ㅈ됩니다. 높은 확률로
      만약 전체적으로 안 타고났으면
      크로스트레이닝이 그나마 낫다는 게 결론입니다.

      말이 길어졌네요...

      결론은 안 다치려면 나에게 맞는 적당한 운동, 강도도 적당히, 여러 가지를 하는 게 나은 것 같고
      아주 뻔한 소리입니다...
      피트니스판이 아주 자극적이고 개인적인 측면이 강하고
      생존자편향도 있어서 조심해야 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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