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질 관련하여, 세트 수로 볼륨을 따지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만 이에 대해서 분명하게 말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근비대와 관련하여 힘든 세트 수를 기준으로 볼륨을 따지는 것이지, 이게 근비대 훈련 외에 다른 것에도 항상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볼륨은 그저 훈련량을 뜻하는 용어로, 장거리 달리기를 하는 경우에는 거리로 볼륨을 측정할 것이고, 장거리 사이클을 하는 경우에는 특정 Watt/kg 강도 구간 별 훈련 시간으로 볼륨을 측정할 것이다. 그리고 근비대와 관련해서는 힘든 세트 수를 기준으로 볼륨을 따지는 것이 가장 의미 있을 것이라는 합의가 있기에 많은 연구들이 힘든 세트 수를 기준으로 볼륨을 측정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을 근력 훈련에 바로 적용할 때이다.
역도가 되었든, 파워리프팅이 되었든, 특정 리프트의 1RM을 목적으로 하는 훈련에서는 실패 지점 근처에도 가지 않으면서 1~3회를 수행하는 세트를 제법 많이 수행하게 된다. 이 경우, ‘힘든 세트 수’를 기준으로 하는 근비대 볼륨 계산과는 다른 상황에 처하게 된다. ‘실패 지점 근처에도 가지 않’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구소련 시스템에서의 역도, 그리고 이에 영향을 받은 동유럽 쪽 파워리프팅의 경우 NL (Number of Lift)를 사용하는 것이다. 특정 강도에서 총 몇 회를 들었는지, 연습한 양을 추적하기 위해서 말이다.
또는 Load-volume 그러니까, 중량*횟수*세트로 계산되는 ‘tonnage’를 추적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적어도 일의 양을 측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어차피 시합 종목은 두 종목, 아니면 세 종목이니 이 종목들의 tonnage만을 추적하면 더 많이 했는지, 적게 했는지 알 수 있다).
이러한 구분 하에서, 근비대 훈련의 볼륨 계산법, 이를 테면 Dr. Israetel이 만든 볼륨 랜드마크 – MV, MEV, MAV, MRV – 를 근력 훈련의 볼륨 계산법으로 바로 적용할 수는 없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구분 없이 그저 ‘볼륨’만을 뭉뚱그려 이야기하는 것이 일종의 ‘용어 혼란 전술’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그냥 적당히 ‘볼륨을 늘려야 합니다’ 하는 식의 내러티브가 넘쳐나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재능이 있다면 이런 구분 따위 신경 안 써도 꾸준히, 열심히 하면 언제나 남들보다 잘 들게 되니, 적당히 볼륨을 늘리고 성적이 좋은 리프터들은 언제나 존재하게 되며, 그 정도로 충분하다고 다들 생각하게 된다.
그래도 특정 리프트의 1RM 향상을 위한 훈련의 경우 근력을 위한 연습으로서 하는 시합 종목과 그 가까운 변형들의 볼륨은 가능한 한 높아야 하지만, 근비대를 위한 볼륨은 그렇지 않다든지 하는 식으로 어느 정도는 분리하여 논의되어야 함을 주장하고 싶다(완전 분리는 안 되겠지만 말이다).
최근 공개된(Pre-print 상태이지만) 근비대 훈련 볼륨 관련된 메타회귀분석(https://sportrxiv.org/index.php/server/preprint/view/460/967) 을 보면, 근비대 세트수가 부위별로 주당 4 세트를 넘어가는 경우에는 근력 향상에서 한계 효용(?)이라 할 것이 급감한다. 심지어 저 4 세트는 프레스 동작 1 세트를 상완 삼두근 관련해서 0.5 세트로 세는 식으로 해서 나온 수치이다. 근력 향상을 위한 볼륨이 이미 처방되어 있는 경우, 근비대를 위한 볼륨(액세서리를 통한)이 높을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 아닐까?
이에 더해, 조금 더 과장해서,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특정 리프트의 1RM 기록이 목표인 경우, 근력을 위해서는 제법 높은 볼륨이 필요하지만(무식하게 이야기하면, 뭐든 연습을 많이 해야 는다), 근비대를 위해서는 오히려 볼륨이 높을 필요가 없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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