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Darkthrone – It Beckons Us All…… / Eternal Hails……
개인적으로는 Burzum을 좋아하기는 하나, 노르웨이 블랙 메탈의 최고봉을 뽑을 때엔 결국 Darkthrone이 그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위 노르웨이 블랙 메탈로 묶이는 밴드들이 90년대에 앨범 한 두 장에서 음악적으로 정점을 찍고 별 볼일 없어졌던 반면(Enslaved 같이 ‘독특한’ 방향으로 간 경우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취향이 아니다), Darkthrone은 90년대에 블랙 메탈 자체를 규정할 만한 앨범을 낸 뒤에도, 항상 일정 수준 이상의 메탈을 계속 해왔다는 측면에서 그렇다.
물론 Darkthrone이 A Blaze in the Northern Sky나 Under a Funeral Moon보다 나은 작품을 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두 앨범에서 그들은 Celtic Frost와 Bathory에의 헌사와 동경을 보여줌과 동시에, 악독하고 뒤틀린 작풍을 통해, 독자적 장르로의 신지평을 열었으니 말이다. 이들이 어떤 음악을 하든, 저 두 앨범의 역사적 아우라를 이길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의 Darkthrone은 보다 ‘올드스쿨’하게 느껴질 만한 메탈을 하며, 리프나 작곡만을 놓고 보면, 90년대 초반 그들의 작품과 비교해도 품질 면에서 뒤떨어지지 않는 작품들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고도 생각한다. 개인적인 취향에는 2007년 F.O.A.D.를 포함해 세 개의 앨범 동안 이어진 펑크 스타일의 음악과, 2019년 Old Star 이후 이어지는, 헤비 메탈의 영향이 강하게 느껴지면서 동시에 앨범 내에서 일관성이 있는 작품들이 매우 좋게 들린다.
2024년작인 It Beckons Us All……은 올드스쿨 메탈에 대한 Darkthrone의 탐미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앨범이다. 리프들은 크게 복잡하지 않지만, 듣기 좋다. 곡 구조도 크게 복잡하지 않지만, 지루함 없이 변화한다. 그리고 마지막 곡인 The Lone Pines of the Lost Planet 같은 곡은 초기 Black Sabbath가 생각날 정도로 낡았다(좋은 방향으로 말이다).
그리고 만약 이 글의 독자가 Darkthrone의 2024년작을 즐겁게 들었다면, 2021년작인 Eternal Hails……도 들어보길 바란다. It Beckons Us All……이 옛 메탈들의 리프에 심취해 블랙 메탈인지, 데스 메탈인지 모호한 상태라면, 2021년작은 적어도 정서적으로는 블랙 메탈에 충실하다. 심지어 Burzum이나 Mayhem의 전성기를 들이밀어도, Burzum의 Hvis Lyset Tar Oss 앨범을 제외하면, Eternal Hails……보다 좋은 블랙 메탈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물론 Darkthrone과 이들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폐이긴 하다. Burzum과 Mayhem은 Under a Funeral Moon 한 장조차 이길 수 없다. 하물며 2020년대에 들어서도 언제나 들을 만한 음악을 만드는 Darkthrone에 비하면, Burzum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밴드처럼 느껴진다. Burzum NEW라니!
2. Grand Belial’s Key – Mocking the Philanthropist
Darkthrone의 최근 작품들에 대해 과하게 찬양한 것 같아, 올드스쿨 헤비 메탈, 스래시 메탈의 영향을 숨기지 않는 블랙 메탈의 조류가 이미 옛날부터 있었던 것임을 지적해야 하겠다. USBM의 고전, Grand Belial’s Key의 1997년작 Mocking the Philanthropist가 그것이다. GBK는 극단적인 반유대주의 가사로 악명 높으며, 응당 그럴 만한 것이, 다름 아닌 그 Arghoslent의 Gelal Necrosodomy가 관여하고 있는 밴드이기 때문이다.
Arghoslent와의 관계를 알고 이 밴드를 접하는 경우에, 사실 GBK의 음악은 기대한대로의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고전적인 헤비 메탈, 스래시 메탈의 영향력이 충분히 느껴지며, 리프 하나하나에 정성이 가득하다. 피치 하모닉스나, 스래시 브레이크, 키보드 등의 사용을 넣는다거나 하는 식으로, 메탈 덕후들이 좋아하는 요소들도 많다. 개인적으로 들으면서 즐거웠던 것은, 중간중간 심지어 Mercyful Fate처럼 느껴지는 리프들까지 능청스럽게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곡 전반은 블랙 메탈로 느껴질 정도로 불경스럽고 모독적이다. 모독적 멜로디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리듬감이 느껴지는 리프들이 많다는 것도 좋다.
사족이지만, 정작 십대 시절에는 Profanatica는 들었어도, GBK는 듣지 않았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Prfofanatica보다 GBK가 더 좋게 들리는 것을 보니 늙긴 한 것 같다.
3. Sabbat – The Dwelling
GBK의 사례에서 보이듯, 사실 노르웨이 블랙 메탈로 대표되는 소위 ‘세컨드 웨이브 블랙메탈’과는 완전 별개로 올드스쿨 헤비 메탈과 스래시 메탈의 영향 하에 자라난 블랙 메탈 밴드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일본 출신인 메탈의 신 Gezol의 Sabbat도 그러한 밴드 중 하나일 것이다. 이들의 첫 앨범인 Envenom이 1991년에 나왔으며, 그 후 1994년 Fetishism까지 1년에 한 번씩 앨범을 냈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90년대 블랙 메탈이 유럽만의 전유물은 아닌 것이다.
그리고 Sabbat은 90년대 초중반의 블랙/스래시 질주 끝에 1996년 The Dwelling과 1999년 Karisma 만을 내고 90년대를 마무리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 두 작품이 그야말로 기묘함이 폭발하는 작품들이라는 것이다. Karisma는 정말 극단적으로 일본풍의 독특한 메탈을 보여주며, The Dwelling은… 거의 60분에 달하는 곡 한 곡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The Dwelling 역시 GBK의 앨범처럼 Mercyful Fate를 연상시킨다. Satan’s Fall 같은 곡을 극단화시킨 듯한 느낌을 아련하게 받는 것이다. 하지만 곡 자체도 길고, Sabbat은 Sabbat이기에 보다 다채롭다. 솔로잉들도 매우 좋다.
물론, 듣다 보면 굳이 이렇게 한 곡을 길게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 긴 시간을 정당화할 만한 발전이나 전개가 보인다고 하면 거짓말이 될 것이니 말이다(언제나 그렇듯, 긴 메탈 곡들에 Hvis Lyset Tar Oss 수준을 기대하면 안 된다). 그러나 충분히 즐거운 경험인 것도 사실이다. 적어도 한 시간이 지루하진 않다. 메탈의 신이 괜히 메탈의 신인 것이 아니다.
4. Alien Fucker – Magical Suffering
이스라엘의 일렉트로닉 고어그라인드(?) 밴드인 Alien Fucker는 찾아보니 무려 2013년부터 10년도 넘게 ‘음악이 우습다’ 라고 요약될 만한 짓을 해왔던 밴드다. 사실 아예 모르는 밴드였는데, 스포티파이가 무작위로 추천해줘서 듣게 되었다.
장르명에 어울리게도, 천박한 주제만 골라 짧고 단순한 곡만 만드는 밴드이며, 의외(?)로 생각 없이 듣기에 좋았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멜로디를 쓴다고 해야 하나…. 이거 기타로만 연주하면 그냥 요즘 데스코어 밴드들 음악하고 별 차이 없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렇다. 그냥 유행하는 멜로디 좀 따와서 만든 거라고 봐야 하나? ‘Pain Remains!’냐?
it's been a whil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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