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 목요일

최근 들은 음악들 단평 (7)

 1. Arghoslent – Resuscitation of the Revanchists

 

 이전에 Arghoslent 카피 밴드에 대한 글을 쓰며, 이 앨범에 대해 혹평한 적이 있는데, 큰 잘못이었다. 어찌되었든, 사람이 첫인상만으로 무언가를 평가하면 틀릴 가능성이 제법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흔히 Arghoslent의 음악을 생각하면 Incorrigible Bigotry나 Hornets of the Pogrom, 이 두 앨범에서의 스타일을 우선 떠올리게 되니, 이 2023년 신작을 들었을 때의 첫인상이 안 좋을 수밖에 없는 것은 있다. 실제 곡의 구성이나 리프를 떠나, 프로덕션과 템포에서 일단 실망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몇 번 반복해서 듣다 보면 이 새 앨범에서 Arghoslent는 기존에 그들의 특장점이라 할 것을 다 보여주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데스 메탈, 스래시 메탈, 그리고 더 고전적인 헤비 메탈의 특징들을 갖춘 여러 리프들이 나오며, 블루 그래스 풍의 멜로디 감각도 건재하다. 가사도 당연히 (안 좋은 방향으로) 건재할 것으로 예상되나, 아직 제대로 찾아보지는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들의 인종주의가 정말 진지한 것인지, 아니면 흔히 익스트림 메탈 밴드들이 보여주는 소위 ‘기믹’과 같은 것인지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이다. 인터뷰들을 찾아보라, Geral Necrosodomy는 심지어 버락 오바마에게 투표했다(!).


2. House of Atreus – Orations

  

 Arghoslent 카피 밴드로 유명한 House of Atreus도 2024년 EP를 냈다. 그렇다 보니 아무래도 위에 적은 앨범과 비교해서 듣게 되었다.

 첫 두 곡은 Arghoslent를 나름 성공적으로 따라하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곡 내에서 훨씬 다양한 변화를 보여주려 하려 하는 것에 비해, 정작 원판에 비해 훅이라 할지, 어떤 정서라고 할지, 무언가가 부족한 느낌을 준다. 적당히 Arghoslent처럼 들리는 곡을 쓰고 템포만 올린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나머지 곡은 전반적으로 보다 느린 템포의 곡들인데, 딱히 기억에 남지 않는다. 물론 Running Wild 커버곡은 좋다. 아니, 사실 이 EP에서 커버곡이 제일 좋다.


3. Summon – Fallen

 Summon은 1991년에 결성된 미국 미시간 주 출신의 데스 메탈 밴드이다. 현재는 해체한 상태로, Fallen은 2005년에 나온, 이들의 마지막 풀렝쓰이다.

 메탈 아카이브 장르 구분이 데스/블랙/스래시 메탈로 되어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 기본적으로 데스 메탈이지만 때때로 스래시 리프, 가끔은 스피드 메탈로 들릴 법한 리프들도 튀어나온다. Loud as Hell, Fast as Fuck 같은 곡은 아예 그냥 스피드 메탈 곡이다. 개별 곡들의 길이도 길지 않고, 앨범 전체도 35분이 안 되는 수준이다. 듣다 보면 그냥 Impiety의 Skullfucking Armageddon을 한번 더 들으면 되는 거 아닌가 싶다가도, 뭔가 좀 다른 것 같고 그렇다.


4. Critical Defiance – The Search Won’t Fall

 

 Critical Defiance는 2010년에 결성된 칠레의 스래시 메탈 밴드이다. 유튜브, 그리고 그 이후 소셜 미디어의 활성화가 여러 하위 문화의 활성화에 기여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메탈에도 예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익스트림 메탈의 경우, 밴드들의 질과 양이 대폭 좋아지고 늘었다고 생각한다. 20세기 때처럼, 대표적인 밴드 몇몇만 들으면 대충 해당 장르에서 훌륭한 곡들을 거의 다 듣게 되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주장해본다.

 왜 이리 장황하게 썼는가 하니, 이 앨범은 21세기에 결성된 이들의 세 번째 풀렝쓰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놀랍도록 완벽한 스래시 메탈 앨범이기 때문이다. 다채롭고 공격적인 리프들, 적재적소에서 청자를 짓누르는 스래시 브레이크, 심지어 모던한 밴드답게 블랙메탈처럼 들리는 리프도 자유자재다(Full Paranoia를 들어보라). 취미로 시간을 허비하기에 참으로 좋은 시대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5. NewJeans – New Jeans

 

 ‘들어올 거면 나한테 그냥 맞다이로 들어와.’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