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에 호소하는 오류를 저지르는 것만큼 재미있는 것도 별로 없다.
#1 Dr. Todd Lee
Dr. Todd Lee는 미국의 보디빌더 겸 보디빌딩 코치로, 실제 M.D.이며(Ph.D.가 아니다!), IFBB Pro이다. 이에 더해 학부 전공은 생화학에, 신경정신약리학 석사 과정을 밟기까지 했다.
근비대 관련해서 이 사람이 말하는 것이 틀릴 리가 없지 않을까?
Lee는 RIR(Reps in Reserve)를 강조하며, 개인에 맞는 볼륨 기준을 잡아야 함을 강조한다. 물론, 계속해서 스스로의 운동을 기록하는 것을 통해 점진적 과부하가 일어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함도 강조한다.
그리고, 바벨로 하는 스쾃, 벤치 프레스, 데드리프트 모두 보디빌딩을 할 때엔 할 필요 없는 운동이라고 주장한다. 벨트 스쾃이나 레그 프레스, 핵 스쾃 등이 낫고, 머신으로 하는 프레스들, 혹은 덤벨이 나으며, 스모 데드리프트는 보디빌더가 아예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말이다.
분명히 맞는 말 아닐까? 무려 의학 박사에 IFBB Pro가 하는 말인데 말이다!
#2 Dr. Brian Whitacre
2010년대 초중반 내추럴 보디빌딩 씬에 관심이 있었다면, Dr. Brian Whitacre를 모를 수가 없다. 그 전에도 WNBF 프로쇼에서 체급전 우승은 몇 번이고 했었으나, 2015년에 Whitacre는 WNBF Worlds에서 Overall 1위를, 그리고 IFPA의 Yorton Cup에서도Overall 1위를 기록했다. 말 그대로 당시에 내추럴 보디빌딩의 정점이나 다름 없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Whitacre는 오클라호마 주립대학에서 경제학 교수를 하고 있다. Whitacre가 경제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어디에서 땄는지 아는가? 무려 버지니아 공과대학교에서 땄다!
Whitacre는 2010년대 초중반, Dr. Zourdos를 위시한 DUP 숭배자들의 총아이기도 했다. 일주일에 4일 훈련하면서, 스쾃과 데드리프트를 4일 중 무려 3일 훈련했다. 스쾃과 데드리프트를 훈련하는 3일의 훈련일에는 이에 더해 펜들레이 로우, 인클라인 바벨 프레스, 밀리터리 프레스를 했고, 일주일 중 나머지 하루는 상체만을 훈련했다.
물론 각 세트는 실패 지점 근처에 가지 않았으나, 주요 리프트들의 기록을 매주 5파운드씩 늘리거나, 반복 횟수를 테스트하거나 하며 계속 늘리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식의 훈련을 했다.
그렇다, 왜 저 때 아는 척하기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소위 ‘파워빌딩’이 유행했는지 이제 이해할 수 있겠는가? Whitacre가 ‘파워빌딩’을 했기 때문이다.
Whitacre의 Youtube 채널에 들어가보면, 그가 480파운드 스쾃 1회, 이에 더해 635파운드 스모 데드리프트 2회 영상을 올린 것을 확인해볼 수 있다. 스모 데드리프트의 경우 605파운드로는 5회를, 495파운드로는 무려 12회를 한 영상도 있다.
버지니아 테크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고 교수를 하고 있는 내추럴 보디빌딩 챔피언이 했던 훈련이 틀릴 리가 없지 않을까? 우리 모두 DUP를 따라 파워빌딩을 해야 하는 것 아닐까? 스모 데드리프트를 하며 말이다.
#3 Stan Efferding과 Dirk Emmerich
위 두 가지 예시를 보고 누군가는 위 두 사람의 의견 차이는PED를 사용한 보디빌더와 내추럴 보디빌더 간 의견 차이가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그래서, 반대의 사례를 준비했다.
Stan Efferding은 한때 가장 힘이 센 보디빌더로 불렸다. 당연하게도, 파워리프팅과 보디빌딩을 병행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IFBB Pro 보디빌더였으니 (역시 당연하게도) PED를 사용했을 것이다.
Dirk Emmerich는 2023년 WNBF World 라이트급 챔피언이다(Overall은 못 했다). 그리고 Emmerich는 모든 운동을 매우 ‘정밀하게’ 수행한다. 중량도 많이 사용하지 않으며, 심지어 전면 삼각근을 더 자극하는 방식으로 인클라인 덤벨 프레스를 한다든가 하면서 WNBF World 체급 챔피언이 되었다.
Lee와 Whitacre의 경우와는 반대로, Efferding과 Emmerich의 경우, PED를 사용하는 IFBB Pro 보디빌더는 파워빌딩을, WNBF에 참가하는 내추럴 보디빌더는 파워빌딩과 정반대의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실로 권위에 호소하는 오류를 저지르는 것만큼 재미있는 것도 별로 없다!
참고
https://toddleemd.com/pages/about-us
https://www.brianwhitacre.net/training
https://experts.okstate.edu/brian.whitacre
https://www.youtube.com/@whit1317/videos
https://www.instagram.com/dirkemmerich_/
하수:공부잘한 ㄱ이ㄴ운동법으로 프로카드를 따고 오버롤을 했구나 ㄴ운동법이 최고야! (운동법에 대한 맥락 파악 없고 본인은 ㄱ이 아닌데 ㄴ운동법 따라함)
답글삭제고수:역시 운동법 조또 의미없고 유전자가 알파요 오메가고 점진적 과부하가 보디빌딩이고 진리구나
하수, 고수 같은 문제는 아니고, 그냥 한 두 가지 예시만 가지고 세상 뒤집힌 것처럼 난리 치는 사람들이 있으니 좀 우스워지는? 그런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누가 ‘파워빌딩’을 하면 그게 진리인 것처럼 이야기한다든지, 아니면 뭐 볼륨 훈련으로 잘 되면 그게 진리인 것처럼 얘기한다든지 하는 것 말이죠.
삭제그리고 점진적 과부하는 근비대에 있어서는 근본적인 원칙 같은 것이지만, 보디빌딩=근비대는 아니니까요. 보디빌딩이라는 스포츠가 있고, 근비대가 중요하지만, 근비대 외에 다른 많은, 특이한 것들이 필요한 게 보디빌딩이니까요. 저는 현재 라이프 스타일 때문에 엄두도 못 내고 있는데, 충분한 시간과 여유가 주어지면 코치 하나 고용해서 보디빌딩 쇼도 한번 나가보고 싶다고 생각만 합니다. 생각하면 할수록 어려운 스포츠란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