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Wayfarer – Vaudevile
악곡의 서사, 구조에 기초해 곡을 평가하며 “트루 메탈”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기겁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블랙 메탈을 블랙 메탈답게 하는 요소들에는 악곡 외에도 음향과 곡들을 둘러싼 문화적 맥락도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이를 테면, 소위 블랙게이즈(Blackgaze) 같은 장르를 생각해보면, 음향적인 부분이 블랙-메탈-스러움이라고 할 것을 구성하는 요소임을 부정할 수 없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다른 한 가지는 “만들어진 전통”이라고 해야 할까.. 고대~중세 인종/문화 집단에 과하게 집중하는 것, 또는 그것에서 영감을 받은 창작물에 과하게 집중하는 것 역시 블랙-메탈-스러움의 일부가 아닐까 생각한다. 얼마나 많은 밴드들이 바이킹이니, 아리안 문화니 하는 것에 집중하는지 생각해보면, 이 주장도 부정하기 어려운 것이라 생각한다.
왜 이리 서론을 길게 썼는고 하니, 미국의 Wayfarer가 음향적인 부분, 그리고 문화적 배경에서 실로 미국적이라고 할 블랙 메탈을 한다는 말을 하고 싶어 그랬던 것이다. 기본적으로 악곡 자체는 블랙 메탈다운 서사성에 집중하지만, 음향적 부분에서는 미국 포크, 컨트리 음악의 영향이 느껴지고, 심지어 밴드가 다루는 주제는 미국 서부 개척 시대, 그러니까 실로 미국적인 신화를 다루고 있다. 바이킹이니 아리아인의 영광이니 하는 것보다 실제 더 직접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주제라는 점도 정말 좋다. 언제나 그렇듯, 유럽 대륙에서 나온 무언가는 영미권을 통해야만 더 멋진 것이 되며, 블랙 메탈도 예외가 아님을 Wayfarer가 보여준다는 게 개인적 감상이다.
2. Vektor – LCD (Liquid Crystal Disease)
물론 내가 수박 겉핥기 식으로 음악을 듣는 사람이라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메탈이라는 장르 자체가 한 하위 장르 내에서 가장 잘 하는 밴드 한 둘을 들으면, 그 하위 장르의 다른 밴드들은 딱히 들을 필요가 없어지는… 그런 성격이 있지 않나 싶다.
Vektor는 너무 유명한 밴드이고, 소위 테크니컬 스래시/프로그레시브 스래시라고 할 장르에서 현대에 “가장 잘 하는 밴드 한 둘”에 들어갈 밴드라 하겠다. “LCD”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곡인데, 다른 이유는 없고, 브레이크 다운과 그 이후 곡이 끝날 때까지가 너무 내 취향에 맞기 때문이다. 사실 여러 곡 들으면 좀 지치는 밴드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3. Despised Icon – Warm Blooded
개인적으로는 90년대생답게 2000년대 후반에 나온 앨범들을 가장 많이 들었고(그 때 십대 후반이었으니 말이다), 그 중 하나가 Despised Icon의 2007년 앨범 The Ills of Modern Man이었던 기억이 있다. 십대 찐따가 데스코어를 싫어하기는 어려우니 말이다. Despised Icon은 그런 의미에서 정말 완벽한 밴드였는데, 데스 메탈 부분과 하드코어 브레이크 다운 부분이 적당히 섞여 있어, 이 쪽으로도, 저 쪽으로도 “빡센”, 실로 즐기기 좋은 음악을 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
사족은 여기까지 하고, 최근 스포티파이로 이 곡을 듣게 되었을 때 처음 들은 생각은 ‘무슨 2022년에 이런 곡을 내냐’였는데, 알고 보니 2004년에 쓴 곡이었다(그냥, 내가 이 밴드에 크게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문제는, 곡이 좋다는 것이다. 너무 단순무식한 것 같기도 한데, 또 생각해보면 데스코어가 그러면 된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4. Lesbian Tribbing Squirt – Covered with The Juices of Youth
Gorepot을 너무 즐겁게 들어서 Larry Wang의 다른 프로젝트들도 찾아보는데, 이 프로젝트는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겠다:
“음악이 우습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