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14일 금요일

의식의 흐름 #27

 - 쇠질 기록과 관련해 가장 의미 없는 말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내 생각엔 시합 규칙 상 허용되는 특정 테크닉이 “치팅”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가장 의미 없는 말인 것 같다.


- 벤치 프레스 아치가 치팅이니, 스모 데드리프트가 치팅이니 하는 말들 말이다.


- 우선, 그게 그렇게 “치팅”이라면, 그렇게 말 하는 사람들이 직접 벤치 프레스 아치와 스모 데드리프트 테크닉을 사용해 현재 있는 기록들을 깨면 될 것 아닌가? 


- 그리고, 기록 경쟁을 하는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쇠질 기록 경쟁도 보다 많은 중량을 들기 위한 자세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왜 이해하지 않는가? 


- 관련하여 역도의 예시를 들어보자.


- 프레스를 생각해보라. 1960년대 이후 동구권 리프터들은 사실상 프레스 대신 상체 저크라고 할 것을 고안해내었다. 무릎만 굽혔다 펴지 않으면 심판들이 흰 불을 줬으니까!


- 이런 상황이면 당연히 이기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게 맞지 않나? 밀리터리 프레스를 하며, 합계에서 80kg 손해를 보는 게 현명한 선택인가?


- 그리고 쇠질 시합의 규칙이라는 것은 계속 바뀌기 마련이기에, 결국 반칙, “치팅”은 해당 시점의 특정 규칙을 어기는 것에만 적용될 수 있는 말임을 기억해야 한다.


- 애초에 스내치에 그립 너비 제한이 있었다는 것은 아는가?


- 영국과 프랑스에서 20세기 초반 적용하던 규칙에 따르면, 스내치에서 바벨을 잡는 그립 너비는 두 개의 덤벨을 잡고 프레스하는 너비를 넘을 수가 없었다. 1930~40년대 들어서야 그립 너비를 넓히는 룰 개정이 있었던 것이다.


- 1960년대 중반까지는 스내치나 클린을 할 때, 말 그대로 “Clean”한 방식이 강요되었다는 것, 그러니까 바벨이 머리 위로 들려 고정되거나, 어깨까지 올라가기 전에 몸에 닿는 경우 실격 처리되었다는 것은 알고 있는가?


- 요즘 역도 선수들이 하는 동작들은, 20세기 중반까진 규정 상 모두 반칙이었단 말이다.


- 하지만, 현재 규정 상 “요즘 역도 선수들이 하는 동작들”은 반칙, “치팅”이 아니다. 이에 모두 동의하지 않나?


- 아치 벤치 프레스와 스모 데드리프트 모두 파워리프팅 “현재 규정 상” 반칙, “치팅”이 아니니, 같은 논리가 적용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 이제 누군가는 IPF의 벤치 프레스 규정 개정을 이야기할 것이다. 팔꿈치 깊이를 보는 그 규정 말이다.


- 그런데, IPF만 파워리프팅을 하는가?


- IPF를 제외한 다른 파워리프팅 단체들은 모두 “팔꿈치 깊이” 규정 따윈 가지고 있지 않으며, 그 다른 단체들에서 세운 기록도 여전히 파워리프팅 기록으로 인정 받을 수 있는 것 아닌가?


- 하긴, 소위 “Raw” 파워리프팅을 하는 사람들은 위와 같은 논리로 아치 벤치 프레스와 스모 데드리프트를 옹호하다가도, 장비 파워리프팅을 보면 또 거품을 물곤 한다.


- “진짜 힘”이 아니니 뭐니 하며 말이다.


- 그러나, 위에 계속 설명한 맥락에서, 장비 파워리프팅 역시 그들이 가진 규정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며, 쇠질의 한 형태로서 인정되어야만 하는 것이지 않나?


- 사실 요즘 새로이 나오는 니 슬리브들이 혼자서도 서있다거나, 위에 원판을 올려도 눌리지 않는다고 광고하는 것은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 아님을 아는가?


- Inzer사의 Leviathan 스쾃 수트가 혼자서도 서있다는 것을 마케팅 요소로 삼았다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 그리고 사실 파워리프팅은 그 시작부터 장비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 60~70년대 파워리프터들이 무릎에 Ace밴드를 감으며, 무릎 뒤에 테니스 공을 반으로 잘라 넣었다는 것을 아는가?


- Anthony Fratto도 그런 방식으로 70년대 초반에 705파운드 스쾃을 했다고 알려져 있다.


- 그리고 주변 사람들은 Fratto에게 아무 말도 못 했을 것이다. 왜냐고? Fratto는 마피아 어소시에이트라는 설이 있는 사람이니 말이다. 이름도 “Anthony”이지 않나.


- 더 나아가, Tom Overholzer 같은 리프터는 60년대 후반에 이미 몸을 침대 시트로 감싸고, 그 위에 청바지 반바지를 입은 뒤, Ace 밴드를 두르고 그 위에 싱글렛을 입고 스쾃을 했다고 한다.


- 저런 노력 덕에 맨몸으론 500파운드 스쾃도 못 하던 사람이지만, 시합에서는 660파운드 이상의 스쾃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 이런 모든 것들이 금지된 이후로도, 파워리프터들은 기록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했다.


- Monolift 가 사용되기 전, 80년대에 Dr. Fred Hatfield는 1,000 파운드 스쾃을 하기 위해, 스쾃 랙에서 바벨을 들고 뒤로 걸어나오는 것이 아니라, 주변 스파터들에게 랙을 앞으로 치우게 했다.


- 사실, 위에 언급한 Overholzer도 마찬가지로, 친구들이 랙을 앞으로 치워주었다고 한다.


- 그리고 저 모든 것이 기록으로 인정되었다! 왜냐고? 당시엔 저걸 금지하는 규칙이 없었으니까!


- 만약 IPF를 과하게 좋아하는 사람이 팔꿈치 깊이를 언급하며 어떤 리프트가 벤치 프레스 기록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면, 무시해도 좋다는 것이다.


- 왜냐고?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은 자신이 좋아한다고 주장하는 스포츠의 역사조차 모르는 사람일 것이기 때문이다.


- 쓰고 보니, 정말 아무런 정리가 안 된 글이 되었는데, 제목이 “의식의 흐름”이니 괜찮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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