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 유감스럽게도, 운동 ‘프로그램’이라는 용어는 애초에 서커스 스트롱맨들의 공연 목록, 그러니까 오늘의 장기자랑 ‘프로그램’은 이렇습니다 하고 소개하는 책자들에서 유래한 것이다. 입력값, 산출값이 있는 ‘프로그램’을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 물론, 언어의 역사성이라는 게 있어, 20세기 중~후반을 거치며 특정한 훈련 효과를 보기 위해 만든 주~월 단위의 쇠질 계획표를 가리키는 말이 되었지만 말이다.
- 하지만 프로그램이라는 말이 사용되는 맥락의 변화가 운동 프로그램이라는 개념의 문제를 숨겨주진 않는다. 운동 프로그램의 가장 큰 문제는 이것이 어떤 과학적인 결과물이라는 인상을 훈련자들에게 심어준다는 것이다.
-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쇠질 관련해서 그 어떤 운동 프로그램이든 엄밀히 이야기할 때 ‘과학적’으로 ‘최적’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 사실, 엄밀하게 ‘과학적’으로, ‘근거 기반’하여 이야기할 수 있는 쇠질 훈련 관련 명제는 단 하나다: ‘훈련 계획 내에 점진적 과부하가 있고, 일정 기간 동안 쌓인 피로에서 회복하는 경우에 훈련 효과(부정적이든, 중립이든, 긍정적이든)를 기대할 수 있다.’ 정도가 될 것 같다.
- 선형 주기화가 더 좋네, DUP가 더 좋네, 소련 식의 Wave loading이 좋네 하는 것은 다 과학적으로 검증하기 어려운 주장에 불과하다.
- 그리고 주기화 모델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Mental gymnastic이다. Israetel과 Nuckols가 탁월하게 주장한 바, 결국 모든 주기화 모델은 별 차이가 없으니 말이다.
- 모든 주기화 모델은 선형성(Linearity)를 가진다.
- 그리고 모든 주기화 모델은 일종의 파형(Wave)를 가진다. 선형 주기화라고 다를 것 같나? 80년대 파워리프팅 프로그램들을 보라. 12~16주 사이클 여러 개를 반복함으로써, 결국 매크로 사이클 단위에서는 강도와 볼륨에 있어 파형을 가진다.
- 모든 주기화 모델은 다양성을 가진다. 다시, 80년대 파워리프팅 훈련 프로그램을 보라. 오프시즌에는 로우바 장비 스쾃 대신 노 벨트 하이바 스쾃을 한다거나, 스모 데드리프트 대신 디피싯 컨벤셔널 데드리프트를 한다거나 하며 다양성을 가진다.
- 엄밀히 말해, 각 주기화 모델들은 서로 구별조차 어렵다는 것이다.
- 물론 누군가는 Zourdos의 연구들을 반례로 제시할 수도 있겠다. DUP가 유의미하게 훈련효과가 좋다고 나온다는데? 그리고 DUP 계획 짤 때도 근비대-파워-근력 순으로 짜는 게 효과가 더 좋다는데?
- 맞다. ‘과학적 방법론’에 따른 실험에서 6주의 기간 동안은 말이다. 그 다음은? 누가 알겠는가.
- 그리고 ‘과학적’으로 검증할 필요도 없이, 다년 간의 훈련을 할 때 한 가지 방식만 고수하는 경우 결국 같은 훈련을 계속 해서 얻는 한계효용이 유의미하게 줄어들 것이라는 점을 오랫동안 쇠질을 한 사람이라면 자연스레 알 것이다.
- DUP 관련해서 개인적으로는 Hedlesky의 견해를 즐겁게 들은 바, ‘동시적’ 주기화는 결국 웨스트사이드 바벨 및 컨주게이트(Conjugate) 훈련법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 오히려 Hedlesky는, 웨스트사이드 바벨 훈련법을 따를 때엔 훈련 다양성 덕에 부상 확률이 적지만, DUP의 경우 결국 무조건 부상으로 끝나게 될 거라고 주장한 바 있다.
- 여기에서 가장 흥미로운 건 뭔지 아는가? Hedlesky는 DUP를 유명하게 만든 Zourdos에게 직접 코칭을 받았다는 거다.
- 웨스트사이드 바벨 훈련법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 사실 웨스트사이드 바벨 훈련법은, 이젠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평범한 파워리프팅 훈련법과크게 다를 바가 없다. 다만 장비 파워리프팅에 특수하게 조정이 되어 있을 뿐이다.
- Max effort는 사실 요즘 USAPL 팬보이들이 하는 탑 싱글과 목표하는 훈련 효과가 같다. 더 재미있는 점은, Matt Wenning 같은 경우는 4주에 1번 Max effort마다 시합 종목을 진행하고, 사이클 내에서 시합 종목 Max effort에 선형 주기화를 적용한다는 것이다.
- Repetition effort? 고반복으로 볼륨을 쌓는 것을 보통 사람들은 그저 볼륨 훈련이라고 부른다. ‘Repetition effort’라는 말을 새로이 만들어 붙이지 않고 말이다.
- Dynamic effort는 사실 흥미롭다. 근육이 어떻게 수축하는지를 생각하면, F=MA를 들먹이며 Dynamic effort를 강조하는 것이 멍청한 짓임을 알 것이다.
- 그러나, Dave Tate의 의견이 일리가 있다. Tate는 Dynamic effort가 셋업과 테크닉을 훈련하는 방법론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 아울러, 만일 리프터가 벤치 셔츠와 스쾃 브리프, 수트를 사용하는 경우엔 Dynamic effort가 보다 정당화된다. 바닥 구간에서는 셔츠와 브리프, 수트의 장력을 이용해 바벨을 들어올리고, 이게 거의 없어지는 구간에서 바로 근육의 힘으로 움직임을 이어가야 하니 말이다.
- 그래서 Rate of force development가 장비 파워리프팅에서는 중요해질 수 있는 것이다.
- 사실 웨스트사이드 바벨 훈련법은 Max effort, Dynamic effort, Repetition effort의 마법 같은 조화로 인해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다.
- 그렇다기보다는, 경쟁적인 환경에 여러 리프터들을 몰아넣었기에 결과를 낸 것이라고 봐야 한다.
- Matt Wenning 같은 경우엔, 웨스트사이드 바벨 훈련법을 논리적인 동시적 주기화 모델로 승화시켜 성과를 거둔 것이다. Dave Tate도 이 맥락에서 훈련법을 이야기한다.
- 반면 Chuck Vogelpohl을 생각해보라. Vogelpohl은 언제나 결국 Dynamic effort도 Max effort로 바꿔버렸다고 한다.
- Travis Mash도 위와 비슷한 방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Dynamic effort 훈련 후 최대한 들 수 있는 무게를 더 시도하는 식으로 훈련했다고 한다.
- 결국 잘난 리프터들이 제멋대로 해서 효과를 본 것이란 말이다.
- 다시, 프로그램이 ‘과학적’이라는 것을 공격해보자.
- 쇠질 관련해서 20세기, 그리고 2000년대 초반에 먹혔던 마케팅 중 하나는 소련-러시아 이미지를 파는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Louie Simmons가 Bud Charniga가 번역한 소련 역도 매뉴얼들에 영향 받은 것도 상기 흐름을 보여주는 여러 사례 중 하나다
- 물론, 이 마케팅으로 가장 성공한 사람은 단연 Pavel Tsatsouline일 것이다.
- 쇳덩이를 가랑이 사이로 흔드는 동작을 오래 반복하는 것이 러시아인들 근력의 비밀이라고 떠들고 다녔으니 말이다. 물론 그 덕에 요가맘들에게 쇠질을 팔았다는 점에서 대단한 수완가라고 하겠다.
- 하지만 소련의 소위 스포츠 과학이라는 것이 정말 과학적인 것인가? 사실, 적어도 역도와 관련된 텍스트들은 코치들의 블로깅 수준에 가깝다.
- 샘플이 극단적으로 편향되어 있으며(역도 선수를 대상으로 하니), 그 어떤 가설 설정도, 변인 통제도 없다. 그저 이러이러한 방식으로 훈련해서 이런 효과를 거뒀다 하는 관찰에 대한 기록일 뿐이다.
- 가치 있는 자료인가? 당연하다. 과학적 자료인가? 당연히 아니다.
- 사실 역도가 과학적이니 하는 주장은 그 화자가 그다지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만 알려줄 뿐이다.
- 그저 바닥에 있는 긴, 무거운 봉을 머리 위로 들어올리는 종목이 다른 종목에 비해 과학적일 이유가 있는가?
- 간단하게, 불가리아 역도 훈련법을 생각해보라.
- 정말 과학적이고 어려운 스포츠라면, 디아나볼 복용량만 주기화를 해가며 무조건 최대 중량만 들어올리는 선수들이 기록을 깨거나 메달을 딸 수 있겠는가? 그런데 현실은? 80년대 불가리아팀이 했던 ‘주기화’는 PED 섭취량에 대한 주기화가 전부였고, 훈련은 그저 스내치, 클린 앤 저크, 스쾃 최대 중량 도전으로만 이루어졌으나, 소련 역도팀과 함께 역도 기록과 메달을 양분해갔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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