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장르의 완성
최근 Wagner Ödegård의 음악을 들으며 든 생각으로, 장르의 완성이라 부를 만한 지점이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다.
Wagner Ödegård의(그리고 그의 다른 프로젝트인 Tomhet과 Wulkanaz의) 음악은 분명 듣기 좋다. RAC, 펑크 같은 느낌을 기초로, Burzum부터 이어진 ‘앳모스피릭’한 느낌(사실은 전자 음악을 재현한 것뿐일 수도 있지만)을 낼 때도 있으며, Darkthrone의 Transilvanian Hunger 시절 같은 미니멀리즘을 보여주기도 한다. 프로덕션도 Graveland 같는 밴드의 느낌도 나는 것 같을 때도 있고 그렇다.
정말 듣기 좋지만, 어디선가 다 들어본 것 같다는 것이다. 더 나은 것은 없고, 근본적으로는 같지만, 약간의 개성 덕에 듣기 좋은, 그런 느낌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이러한 ‘장르의 완성’이 소셜 미디어 시대를 거치며 드디어 파워리프팅, 그리고 보디빌딩 훈련법의 영역에서도 일어난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과연 파워리프팅 훈련법의 ‘메타’라고 할 것에 더 이상 바뀔 것이 있을까? 2010년대 중반부터 소셜 미디어 상의 유행에 따라 DUP가 유행하고, 그 이후엔 모두가 블록 주기화에 치우쳤다가, 왜인지는 몰라도 근비대에 대한 지나친 강조가 유행한 이후, 2020년대에는 모든 요소들이 적당히 섞인, 논리적으로 딱히 흠잡을 곳이 없는 훈련법이 정착한 것 같지 않나?
보디빌딩 훈련법도, 소셜 미디어 상 피트니스 컨텐츠의 범람으로 PED 관련된 정보까지 광범위하게 공유된 덕에 더 이상 혁신적으로 나아질 것이 없어 보일 때가 있다. 이를 테면 John Jewett이나 Dr. Todd Lee 같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에 더해 보다 ‘혁신적’인 것이 나올 여지가 있어 보이는가?
세부적인 디테일, 실천 방법 등의 변화는 계속 있겠지만, 이건 말 그대로 상위 1%에서 경쟁하는 리프터들에게나 도움이 될, 지극히 개인화 되어 있는 것이고, 죽을 때까지 중급자 수준에 머물 재능 밖에 없는 이들에게는 큰 의미 없는 정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장르의 완성’ 덕에 이미 완성된 ‘메타’에 충실한 사람을 고용해 몇 번의 ‘매크로 사이클’만 함께 하고 나면, 더 이상 무언가 더 알아도 별 도움이 안 되는 것 아닐까?
#2 근비대 훈련 = 일반적 근력General Strength 훈련?
특정 동작에서의 근력은 특이한 적응이라는 것은 이제 익히 알려진 사실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반적 근력’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일반적 근력’을 위한 훈련에 가장 가까운 것이 있긴 하다. 평범한 근비대 훈련이 그것이다. 근육이 커지면 당연히 근육이 내는 힘도 커지니까. 그리고 최대한의 근비대를 위해 훈련하면 결국 다양한 관절 각도, 다른 스트렝스 커브를 가진 다양한 동작들, 다양한 반복 횟수 구간들을 모두 경험하게 된다. 오히려 특정 동작들(흔히 파워리프팅 종목에 오버헤드 프레스가 추가된다)에만 집중하는 것보다 다양한, ‘일반적’인 상황들에 대해 저항 운동을 수행하게 되는 것 아닐까?
여기에서 ‘근비대 훈련’이 보디빌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보디빌딩은 개념 상 보디빌딩에 특화된 근비대 훈련을 포함할 뿐, 근비대 훈련이 전부는 아니니까. 그저 미용 목적으로, 몸이 좋아지고 싶은 사람들이 하는 훈련을 이야기하는 것이다(흔히 보이는, 보디빌딩 훈련에서 시합과 관련된 부분들을 거의 다 제외한 훈련 방식 말이다).
만약 누군가가 취미로 다른 스포츠 – 일상에서 개인적으로 흔히 접하게 되는 사례는 골프, 테니스, 그리고 (웃기지만) 주짓수다 – 를 하고 있는데, 이에 더해 힘을 좀 더 기르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경우, 그냥 피로를 최소화하는 근비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행동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유사-파워리프팅 프로그램이 아니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