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 화요일

잡문 #24 – 가장 멍청한 동작

 가장 멍청한 동작이란 바로 터키시 겟업을 말한다. 정확하게는 중량물을 들고 하는 터키시 겟업이다. 겟업은 아무리 좋게 봐줘도 벤트 프레스만큼 멍청한 운동인데, 적어도 벤트 프레스는 20세기 초반~중반에 유행하기라도 했으며, BAWLA 같은 단체에서 공식적으로 시합을 열기라도 했었으니 겟업보다는 (아주 근소하나마) 낫다.

터키시 겟업으로 키울 수 있는 체력은 결국 어깨 안정성과 지구력 정도가 전부다. ‘코어의 활성화니 뭐니 해도, 결국 겟업으로 강하게 만든 코어는 겟업이라는 동작에 대한, 특이한 적응에 불과하다. 겟업 동작의 근력이 강해지겠지만, 이 근력이 다른 분야에 전이가 크다고 주장하는 것은 판타지 소설에 가깝다.

근비대의 관점에서도, 너무 많은 근육군들이 참여하며, 결국 어깨의 가동성과 안정성 때문에 사용 중량이 제한된다는 점에서 절대 좋은 운동이 될 수 없다.

이제 누군가는 두번째 문단에서 언급된 전이를 다시 끄집어내어, 그래플링 종목을 하는 경우 겟업이 나름 특이성을 갖춘 동작이 될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 주장이, ‘특이성에의 이해 자체가 없는 주장이라는 것이다. 그래플링 종목에 가장 특이성을 가진 훈련은 그래플링 종목 스파링이다. 그리고 그래플링 종목 중 그 어떤 동작도 한 쪽 어깨에 중량이 실린 상태에서 일어나는 동작이 없지 않나? 어떻게 겟업이 특이하다는 것인가?

결국 겟업을 지지하는 주장은 일반적 근력을 주장하는 것 정도의 빈약한 것이 된다고 생각한다.

격투기 선수나 다른 운동 선수의 예시를 드는 것은 약한 주장이 된다는 것도 지적하고 싶다. 한 두 가지 사례는 아웃라이어에 불과하니 말이다. 존 존스의 예시를 들며 박스 스쾃과 데드리프트 1RMMMA 선수에게 좋다고 주장한다면 딱히 똑똑한 일은 아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겟업이 얼마나 좋은 동작인지는 직접 해봐야 안다는 말도 의미가 없다. 나는 이미 135파운드 바벨로 겟업을 해봤으니까. 겟업 동작을 해봐야, 일정 중량 이상에서는 겟업 기록만 오르고, 다른 어떤 것도 나아지지 않는다. 심지어 개인적으로는 벤트 프레스 기록에도 전이가 없었다.

물론, 어깨의 안정성과 가동성은 중요한 체력 요소이다. ‘코어에의 인지(이게 뭔지는 아직까지도 모르겠지만)도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이미 훌륭한 대안이 제시되어 있는데, 무려 댄 존이 제시한 것이다. 바로 물을 반쯤 담은 종이컵을 주먹 위에 올려놓고 겟업을 수행하는 것이다. 댄 존이 체력 훈련과 관련해 천재라는 것을 부정하기는 쉽지 않다.

2024년 11월 19일 화요일

잡문 #23 – 이상한 생각들 #2

1. ‘인자약’들이 피해야 하는 것


 ‘인자약’들이 쇠질 훈련 계획을 짤 때에 가장 피해야 하는 것은 다름 아닌 피로다.

 피로가 쌓인 상태에서 근비대 훈련을 하게 되면, 피로로 인해 운동 단위 동원이 제한되게 되고, 이는 근비대를 방해하게 된다. 당연하게도, 동원되지 않은 근섬유가 커지기는 어렵다.

 피로가 쌓인 상태에서 근력 훈련을 하게 되면, 역시 피로로 운동 단위 동원이 제한된 상태에서, 가장 효과적인 자세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다. 그리고 당신의 신경계는 피로가 쌓인 상태 하에서의 효과적이지 못한 자세를 익히게 된다. 

 결국, 훈련 효과(적응)이 있을 정도의 과부하를 주되, 피로를 최소화하는 것이 쇠질 훈련 계획에서 가장 근본적인 고려 사항이 된다.

 이제, 가장 멍청한 짓은, 딱히 나은 적응을 주는 부하도 아니면서 피로가 큰 행위를 중심으로 훈련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중 대표적인 것이 고반복 세트들을 통한 고볼륨 훈련이다.

 만약 당신이 뭘 해도 기록이 오르고 몸이 좋아지는, ‘선수님’ 유전자라면 사실 상관 없다. 그러나 당신이 소위 ‘인자약’이라면? 고반복 세트들로 하는 고볼륨 훈련은, 다람쥐 쳇바퀴나 다름 없는 짓이 될 것이다.



2. ‘내추럴’의 기준


 ‘내추럴’의 기준이라는 것은 사실 모래 위에 선 긋기와 같다.

 우선, 그저 취미로 쇠질을 하는 이가 있다고 할 때에 ‘내추럴’은 대략, 보충제, 영양제 정도는 섭취하되, 쇠질에서의 퍼포먼스를 올리는 약물은 사용하지 않는 정도가 될 것이다. 그러나 ‘보충제, 영양제’라는 기준조차 모호한 것이다. 베르베린을 섭취해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경우는 어떤가? 혹은 극한의 다이어트 중에 L-카르니틴을 주사해서 신진대사를 유지하는 것은? 둘 모두 그저 영양제 수준에 지나지 않는 성분이니 괜찮은 것인가? 또는, 처방전을 받아 ADHD 치료제를 복용하는 경우는 어떠한가? 암페타민이지만 시합에서도 TUE를 받을 수 있으니 괜찮은 수준인가?

 그래도, 상기 사례들은 WADA 금지 약물도, 법에 의해 제한을 받는 약물도 아닌 그저 영양제이니, 또는 치료를 위한 합법적 약물 사용이니 괜찮아 보인다. 사실 적당히 생각하면 AAS나 펩타이드 호르몬 정도만 안 쓰면 ‘내추럴’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추럴’의 기준이 더 모호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소위 ‘내추럴’ 시합에 나가는 ‘선수님’들의 존재이다.

 WADA 기준 하에서 테스토스테론에 대해서 내인성 호르몬의 양을 기준으로 테스트를 하지 않고, T:E 비율을 기준으로 테스트를 한다는 것은 이미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T:E 비율이 4:1를 넘으면 무언가 약물을 사용한 것으로 의심하여, 추가적인 테스트를 시행하게 된다.

 이 시점에서 유명인의 사례 하나를 소개하고 싶다. UFC 182 시점의 다니엘 코미어다(UFC 182 당시 도핑 테스트 결과지는 다음을 참고하라: https://www.mmafighting.com/2015/1/23/7880561/official-documents-from-jon-jones-daniel-cormier-ufc-182-drug-test). 코미어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2014년 12월 2일에는 50ng/ml, 12월 17일에는 70ng/ml, 2015년 1월 3일에는 13ng/ml, 그리고 2015년 1월 4일에는 7.1ng/ml였다.

 간단한 구글 검색으로, 남성의 테스토스테론 정상 범위가 2.7~10.7ng/ml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니엘 코미어는 UFC 182 시점에 만 35세였다. 종합격투기라는, 극한의 고볼륨 훈련이 강제되는 스포츠를 하며, 시합이 가까워져 감량까지 고려해야 하는 만 35세 남성이 정상 범위의 거의 7배가 되는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보여줬다가, 1개월만에 정상 범위로 돌아온 것이다.

 LH도 보면, 2014년 12월 2일 39.2mIU /ml, 12월 17일 45.7mIU/ml, 2015년 1월 3일 7.6mIU/ml, 1월 4일 6.4mIU/ml로 널뛰기를 한다. 역시 간단한 구글 검색으로 건강한 남성의 소변에서 LH 정상 범위는 7.11 ± 5.42 IU/L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상기한 테스트들 모두에서 다니엘 코미어의 T:E 비율은 항상 0.5를 넘지 않았다.

 또 하나 재미있는 사례를 소개하자면, Rogerson et al., 2007이 있다(https://pubmed.ncbi.nlm.nih.gov/17530941/). 9명의 20대 남성에게 체중 1kg 당 3.5mg의 테스토스테론 에난테이트를 매주, 총 6주 간 주사한 연구로, 6주 후 9명 중 4명의 T:E 비율이 WADA 기준인 4:1보다 낮게 나왔다.

 

 









  


 


 상기 연구를 통해 재인용하자면, Weatherby et al., 2002는 이렇게 밝힌다: “근력 훈련을 받는 운동선수들이 12주 동안 테스토스테론 에난테이트를 투여 받았을 때, 30m 스프린트 테스트에서 향상을 보였다. 잠재적으로 더 중요한 발견은 테스토스테론 투여가 중단된 후 12주 후에도 스프린트 능력에 대한 향상 효과가 유지되었다는 것이다. 비록 소변 T/E 비율이 기준선으로 돌아왔지만 말이다.”

 한 가지 더 언급할 만한 것은, IFBB Natural 대회의 기준이다. T:E 비율을 무려 6:1까지 봐주기 때문이다(https://ifbbprokorea.com/rules/doping/). 

 여기까지 읽었다면, 영어권 핏플루언서들이나 코치들이 농담처럼 쓰는 ‘Sports TRT’라는 용어에 어째서 ‘Sports’가 들어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내추럴’ 시합들의 도핑 테스트 규정 자체가 자연적인 내인성 테스토스테론으로 가능한 수치보다 훨씬 높은 테스토스테론 수치까지 ‘내추럴’로 인정해주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적당한 수준의 외인성 테스토스테론 사용까지는, 적어도 ‘선수님’들 수준에서는 ‘내추럴’인 것처럼 보인다(물론, 코미어의 경우는 LH 촉진제 같은 것을 사용한 것일 수도 있으나). 그리고 위의 연구들이 에난테이트를 가지고 한 것이며, 2020년대 보디빌더들에게 유행하고 있는 프로피오네이트, 인슐린 주사 바늘, 매일 하는 마이크로 도징을 기억하면, 더더욱 이 상황이 재미있어진다.

 물론, 도핑 테스트 기술 자체는 위와 같은 사례를 모조리 잡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해 있다. 예를 들자면, 위 사례들의 경우 탄소 동위 원소 분석을 해버리면 된다. 대부분의 외인성 테스토스테론 약물은 식물성 원료를 가지고 만드니 말이다. 불행하게도 이 경우에도 ‘로무새’적 음모론은 가능하다. 어떤 미친 인간이 동물성 콜레스테롤을 원료로 하여 테스토스테론을 합성하고 이를 유통 시키고 있다면, 이를 도핑 테스트로 적발하는 것이 더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정신 나간 주장을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실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주장은 아니다). 이에 더해, 세상 그 어떤 협회도 모든 선수들에 대해 비싼 테스트를 수행할 수 있는 예산이 없다는 것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자, 이런 상황에서, 나처럼 취미로 운동을 하는 이와, ‘선수님’들 간 ‘내추럴’의 정의조차 달라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내추럴’이 얼마나 모호한 단어인지!


2024년 11월 7일 목요일

잡문 #22 - 볼륨, 용어 혼란 전술

 쇠질 관련하여, 세트 수로 볼륨을 따지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만 이에 대해서 분명하게 말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근비대와 관련하여 힘든 세트 수를 기준으로 볼륨을 따지는 것이지, 이게 근비대 훈련 외에 다른 것에도 항상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볼륨은 그저 훈련량을 뜻하는 용어로, 장거리 달리기를 하는 경우에는 거리로 볼륨을 측정할 것이고, 장거리 사이클을 하는 경우에는 특정 Watt/kg 강도 구간 별 훈련 시간으로 볼륨을 측정할 것이다. 그리고 근비대와 관련해서는 힘든 세트 수를 기준으로 볼륨을 따지는 것이 가장 의미 있을 것이라는 합의가 있기에 많은 연구들이 힘든 세트 수를 기준으로 볼륨을 측정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을 근력 훈련에 바로 적용할 때이다. 

 역도가 되었든, 파워리프팅이 되었든, 특정 리프트의 1RM을 목적으로 하는 훈련에서는 실패 지점 근처에도 가지 않으면서 1~3회를 수행하는 세트를 제법 많이 수행하게 된다. 이 경우, ‘힘든 세트 수’를 기준으로 하는 근비대 볼륨 계산과는 다른 상황에 처하게 된다. ‘실패 지점 근처에도 가지 않’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구소련 시스템에서의 역도, 그리고 이에 영향을 받은 동유럽 쪽 파워리프팅의 경우 NL (Number of Lift)를 사용하는 것이다. 특정 강도에서 총 몇 회를 들었는지, 연습한 양을 추적하기 위해서 말이다.

 또는 Load-volume 그러니까, 중량*횟수*세트로 계산되는 ‘tonnage’를 추적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적어도 일의 양을 측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어차피 시합 종목은 두 종목, 아니면 세 종목이니 이 종목들의 tonnage만을 추적하면 더 많이 했는지, 적게 했는지 알 수 있다).

 이러한 구분 하에서, 근비대 훈련의 볼륨 계산법, 이를 테면 Dr. Israetel이 만든 볼륨 랜드마크 – MV, MEV, MAV, MRV – 를 근력 훈련의 볼륨 계산법으로 바로 적용할 수는 없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구분 없이 그저 ‘볼륨’만을 뭉뚱그려 이야기하는 것이 일종의 ‘용어 혼란 전술’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그냥 적당히 ‘볼륨을 늘려야 합니다’ 하는 식의 내러티브가 넘쳐나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재능이 있다면 이런 구분 따위 신경 안 써도 꾸준히, 열심히 하면 언제나 남들보다 잘 들게 되니, 적당히 볼륨을 늘리고 성적이 좋은 리프터들은 언제나 존재하게 되며, 그 정도로 충분하다고 다들 생각하게 된다.

 그래도 특정 리프트의 1RM 향상을 위한 훈련의 경우 근력을 위한 연습으로서 하는 시합 종목과 그 가까운 변형들의 볼륨은 가능한 한 높아야 하지만, 근비대를 위한 볼륨은 그렇지 않다든지 하는 식으로 어느 정도는 분리하여 논의되어야 함을 주장하고 싶다(완전 분리는 안 되겠지만 말이다). 

 최근 공개된(Pre-print 상태이지만) 근비대 훈련 볼륨 관련된 메타회귀분석(https://sportrxiv.org/index.php/server/preprint/view/460/967) 을 보면, 근비대 세트수가 부위별로 주당 4 세트를 넘어가는 경우에는 근력 향상에서 한계 효용(?)이라 할 것이 급감한다. 심지어 저 4 세트는 프레스 동작 1 세트를 상완 삼두근 관련해서 0.5 세트로 세는 식으로 해서 나온 수치이다. 근력 향상을 위한 볼륨이 이미 처방되어 있는 경우, 근비대를 위한 볼륨(액세서리를 통한)이 높을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 아닐까?

 이에 더해, 조금 더 과장해서,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특정 리프트의 1RM 기록이 목표인 경우, 근력을 위해서는 제법 높은 볼륨이 필요하지만(무식하게 이야기하면, 뭐든 연습을 많이 해야 는다), 근비대를 위해서는 오히려 볼륨이 높을 필요가 없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