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31일 월요일

의식의 흐름 #6

 - 쇠질에서의 향상을 이루는 방법은 항상성을 깨기 위한 자극, 이로 인한 피로와 그것에서의 회복이 전부다.


- 다만 이 때의 ‘자극’에는 훈련법 관련된 요소들-강도, 볼륨, 빈도 등-의 변화 외에도 영양의 변화, 약물 사용의 변화 등도 포함된다.


- 일전에 나는 주기화가 약물 사용의 결과로 파생된 것이라 적었다. 이에 더해, 나는 쇠질을 하는 대중이 알고 있는 모든 훈련법은, 일종의 맥락으로서 해당 훈련법을 사용한 사람들의 약물 사용과 함께 고려될 때에, 진실로 이해될 것이라 생각한다.


- 예를 들어, 나는 Westside Barbell의 Louie Simmons가 동시적 주기화로 큰 효과를 본 것은, 그가 약물 사용에 대해 제법 멍청한 방식으로 접근해, 약물 사용량과 종류에 있어 주기화-적인 접근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 Greg Panora의 인터뷰를 보아도, Westside Barbell은 약물 사용에 있어 정립된 절차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며, Duchaine의 표현대로 ‘shotgunning’, 그러니까 그때 그때 가지고 있는 약물들을 몰아서 사용해버리는 식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니 말이다.


- 이 경우엔 당연하게도, 12~16주 선형 주기화 모델을 적용하는 것이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계속 컨디션이 바뀌니까 말이다. 결국 그때 그때 상황에 맞추어 가능한 한 훈련 자극을 얻는 수밖에 없는데, 이러니 동시적 주기화가 강제될 수밖에 없다.


- 개인적으로는 매우 좋아하는 저자이지만, Jamie Lewis가 주기화 무용론을 펼친 것도 비슷한 맥락이었을 것이다. 애초에 Lewis는 공공연하게 아나볼릭 약물들을 ‘shotgunning’ 방식으로, 적은 용량만 사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경우 당연하게도 몇 주 간에 걸친 훈련 계획을 짜는 게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 다시, 약물 사용도 자극이라는 관점에서 다른 운동법들도 점검해보자.


- Pavel Tsasouline이 떠들고 다니는 내용 중 ‘Step-loading’이라는 개념이 있다. 메조 사이클 내에서 강도를 유지하며 볼륨을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 이 방식은 Tsasouline이 소련 역도 매뉴얼에 나온 수치들을 기초로 매우 단순화해서 주장하는 것인데, 당연히 역도 선수들이 실제 훈련하던 방식과는 거리가 있을뿐더러(역도 선수들은 메조 사이클 내에서 일정 강도 구간을 고정하여 사용하는 것도 맞고, 볼륨을 늘려가는 것도 맞지만, 언제나 같은 강도를 사용하진 않는다-구간을 사용하지), 숨겨진 전제가 있다.


- 바로, 메조 사이클 내에서 볼륨의 증가를 주요한 자극과 피로의 기준으로 삼는 프로그래밍 자체가 메조 사이클 내에서 아나볼릭 사용량의 점진적인 증가를 전제하는 프로그래밍 방식이라는 점을 말이다. 이건 나의 개인적 주장이 아니며, 약물 사용하는 훈련자만을 대상으로 코칭을 진행하는 Broderick Chaves의 주장에 기초한다.


- 어째서 강도 구간을 고정하는가? 이는 소련 역도팀의 훈련 방식과 연관되어 있다. 주요한 시합 이후엔 훈련 캠프를 진행하지 않으며, 이 기간 동안은 제대로 된 약물 사용이 이루어지지 않는다(탑급 선수가 아닌 이상). 그렇기에 다시 훈련을 시작하는 메조 사이클, 그 이후 이어지는 메조 사이클들마다 약물 사용을 다시 시작한 기간에 맞추어 강도 구간을 설정, 약물 사용량이 증가함에 따라 얻는 회복력으로 메조 사이클 내에서의 볼륨 증가를 통해 훈련 결과를 얻는 것이다.


- 적절한 약물 사용이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볼륨의 증가를 사용하는 메조 사이클은 길이는 물론, 비슷한 방식으로 여러 번 사용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 물론, Tsasouline이 대상으로 하는 사람들은 보통 케틀벨 48kg을 한 팔로 들지도 못하는 사람들이기에, 볼륨을 증가시키는 메조 사이클이 제법 오랜 기간 먹히긴 할 것이다. 약물 없이도 말이다. 하하.


-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케틀벨 48kg 한 팔 프레스는 아무리 보수적으로 잡아도 110kg 정도의 벤치 프레스를 할 수 있는 사람이면 아무런 무리 없이 할 수 있는 수준이다. 사실 어떤 방법으로 훈련하든, 쇳덩이를 들었다 내렸다 하기만 하면 기록이 느는 수준이라고 하겠다.


- 이전에도 기재한 바, 근비대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장력(tension)의 과부하를 가해야만 한다.


- 근력에 대해 묻는가? 그 전에 당신이 말하는 ‘근력’이 무엇으로 측정되는 것인지, 아니면 어떤 과제를 위한 ‘근력’인지를 분명히 해주길 바란다.


- 근력이란 주어진 과제나 목적 등에 대해 특수한 방식으로만 정의될 수 있기 때문이다.


- 흔히 인터넷에서 이야기하는 근력은 파워리프팅 종목의 1rm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으니 이를 전제로 이야기해보자.


- 파워리프팅 종목 1rm으로 표현되는 근력을 결정하는 요소들 중 대부분은 생득적이다.


- 골격과 뼈에 근육이 어떻게 붙어있는지에 따라 유리한 레버리지가 결정되며, 이는 타고나는 것이다. 근섬유의 비율 역시 타고난다. 훈련에 얼마나 반응하는지도 생득적이다.


- 결국, 훈련을 통해 후천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것 중 파워리프팅 종목의 1rm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것은 겨우 세 가지인데, 1) 운동 기술 습득, 2) 신경계 적응으로 인한 운동 단위 동원 능력 증가, 3) 근비대가 그것이다.


- 1)의 경우는 파워리프팅에 특화하여 훈련한 기간이 3년 정도만 되어도 크게 향상될 여지가 적다(장비 파워리프팅이 아닌 이상). 2)의 경우는 '파워리프터'인 이상 계속해서 파워리프팅 종목의 1~3회를 훈련하기에 이미 누구나 하고 있는 훈련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훈련을 통해 유의미한 향상을 계속 얻으려면 3)에서라도 계속 긍정적 훈련 효과를 얻어야 한다.


- 간단하게 생각에서, 왜 스테로이드를 쓰는 파워리프터들의 기록이 오르는 거라고 생각하나? 스테로이드 사용을 통해 얻은 추가적인 근육 덕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 사실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었다: 그냥 취미로 쇠질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근력 향상은 근비대를 통해 가장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 위에 반박하며 소위 ‘보디빌딩’식 운동으로는 파워리프팅 종목 기록이 잘 오르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지진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당연하게도 훈련자가 ‘보디빌딩’식 운동을 한답시고 어깨 운동, 등 운동, 이두 운동, 종아리 운동 같은 것을 열심히 하며 파워리프팅 종목과 별 상관없는 근육을 훈련하느라 피로를 쌓기에 일어나는 일이다.


- 파워리프팅 종목에 특화된 근비대 훈련을 하면 되는 것인데 말이다. 물론 보기엔 전혀 예쁘지 않은 몸이 되겠지만 ‘#파워리프팅’을 달고 인스타그램에 영상을 올릴 수 있게 되니 힘내길 바란다.


- 근력 향상을 위해서라도 근비대가 필요하다는 내용과 함께 다시 점진적인 장력의 과부하가 필수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 사실, 엄밀히 얘기하면 ‘필수’까진 아니다. 약물 사용도 근비대에 대한 자극이 되기에, 훈련 볼륨과 강도를 고정하고 약물 사용만 늘려도 어느 수준까진 근비대가 일어날 것이니 말이다.


- 그러나 내추럴이면, 단기적이든 장기적이든 훈련 목표는 점진적인 장력의 과부하가 일어날 수 있게 하는 것이 되어야만 한다.


- 문제는 이것이다: 약물 사용이라는 추가적인 요인이 있는 진짜 운동 선수/리프터들은 같은 훈련법(볼륨, 빈도, 강도의 차원에서)을 계속해서 사용해도 점진적 장력의 과부하를 단기적이든 장기적이든 이룰 수 있다. 계속해서 말하지만 약물 사용 자체가 자극이니까.


- 그렇기에 주기화가 ‘사이클Cycle’을 기초로 하는 것이다. 계속해서 반복해서 사용한다는 의미로 말이다.


- Boris Sheiko의 훈련법이 좋은 예시인데, Sheiko는 4~6주 단위의 메조 사이클로 이루어진 12~16주의 매크로 사이클을 사용 후 기록에 상승이 있는 경우 똑 같은 사이클을 새로운 기록에 맞추어서 그대로 사용하라고 조언한다. 볼륨, 빈도, 강도 아무 것도 바꾸지 않고 말이다.


- 왜냐고? 약물을 사용하는 진짜 리프터들은 수축성이 있는 조직이 계속 선형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통해 체중이 증가하고, 체중이 증가함에 따라 자연스레 약물 복용량도 증가하기 때문이다(스테로이드든 테스토스테론이든 의약품이며, 체중을 기초로 처방된다는 사실을 상기하라). 그리하여, 볼륨, 빈도, 강도 모든 것인 동일한 사이클을 다시 돌리더라도, 물리적으로 무거운 무게를 다루어 새로운 수준의 장력을 계속 제공할 수 있게 된다.


- 하지만 ‘내추럴’ 훈련자는? 엄밀히 이야기하면 사이클을 ‘Cyclical’하게 사용할 수 없다. 왜냐하면 지속적인 약물 사용 없이는 첫 3~5년의 급성장 후 근비대는 물론 긍정적 훈련 효과 자체가 매우 적기 때문이다(긍정적 훈련효과의 곡선을 그리면 기울기가 매우 완만해질 것이다).


- 이론적으로는 아예 같은 메조 사이클을 똑 같은 중량을 가지고 몇 번이고 반복하고, 아주 약간의 성장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인간은 취미에 대해 굴라그 강제 노역처럼 접근하기가 매우 힘들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 물론, 본인이 사실 상 인간이 아니라 로봇에 가깝다고 생각한다면 Sheiko 훈련법을 해도 좋다.


- 로봇이라면 합리적으로 사고를 해서, 약물을 쓰겠지만 말이다.


- 그렇기에 일전에 내추럴 리프터인 경우 Tuchscherer와 그 영향 하에 있는 훈련 방식만을 참고하라고 한 것이다. 훈련 블록 내에서 훈련 목표와 이를 위한 가이드라인이 있을 뿐, 훈련 자체는 세션 내에서든, 세션 간이든 굉장히 사후-대응적(Reactive-)으로 이루어진다. 왜냐고? 약물이 없으니 리프터의 컨디션이 들쭉날쭉할 수밖에 없으니까!


- 사후-대응적인 훈련도 특수한 훈련 목표가 있는 경우에는 매우 지루해질 것이다. 결국 훈련 특수성을 고려해야만 하니까.


-  그리고 그 어떤 극단적인, 보기에 흥미로운 훈련 방식도 적용할 수가 없다. 극단적인 훈련법들은 특수한 약물 사용법을 전제로 하니까.


- 이에 더해 꾸준히 사용하는 중량을 증가시키며 5년 정도 훈련했다? 이젠 체급을 늘리지 않는 이상 기록이 거의 늘지 않을 것이다. 웃긴 건 체급을 올리는 것도 어려울 것이라는 거지만. 혹시 누가 아는가, 유전적으로 타고난 게 좋아 세계 수준 리프터가 될지.


- 리프팅에 정말 진심이면, 그냥 약을 빨아라. 물론 약을 빨아도 추가적인 7~10년 정도의 성장이 약속되는 게 전부지만.


- 10년은 참고로 내 의견이 아니다. Tony Montgomery의 견해이며, 그는 소수의 예외를 제외하면, 파워리프터가 진지하게 아나볼릭을 사용하며 훈련을 시작한 뒤 대부분 10년 이내에 개인적인 정점을 찍게 된다고 주장한다.


- 쓰고 보니 아무런 맥락이 없는 글이 되었는데, 제목에 걸맞으니 괜찮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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